이웃집 개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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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이레
그림/삽화
J이레
작품등록일 :
2024.05.12 00:18
최근연재일 :
2024.06.15 23:3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546
추천수 :
1
글자수 :
121,928

작성
24.05.2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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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탈출

DUMMY

내 말을 이해 못했다는 듯 녀석이 다시 되물었다.


“뭐라고 했어 멍..?”


녀석의 귀에 잘 들리도록, 분명하게 같은 말을 반복했다.


“죽었다고. 네 가족.”

“여기.. 여기 있잖아 멍..?”

“데이터로 있지.”


녀석의 눈망울에 눈물이 맺혀 소리없이 흘렀다.


“계약.. 계약했는데.. 멍? 너.. 너 목 가져오면.. 양이 살려준다고 했단 말이다 멍.. 근데.. 근데..!”


저런 말을 당사자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저 녀석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짧게 한숨을 쉬고 양이의 데이터 박스를 들어올리자 녀석이 소리를 질렀다.


“뭐하는 거냐 멍! 양이 내놔라 멍!”

“부점장이 알아서 해줄거다.”

“그 여자가 뭘 해주냐 멍! 그거 내놔라 멍!”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는 녀석의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으며 설명했다.


“조용! 데이터니까 몸만 있으면 다시 살 수 있어. 이건 부점장 전문이고. 이해 됐나?”


녀석은 맞은 부위가 아픈지 본인의 작은 손으로 머리를 문지르다 무언가를 깨달은 듯 눈을 반짝였다.


“그런게 가능하냐 멍..? 양이 다시 살 수 있냐 멍?!”


100%는 아니지만


“그래.”


녀석이 벌떡 일어나며 연구원이 입은 연구복 끝소매를 잡아당겼다.


“이럴 시간 없다 멍! 얼른 비상구로 안내해라 멍! 어디냐 멍!”

“비.. 비상구..”


자켓에서 총을 꺼내 연구원에게 들이밀자 연구원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히익.. 따.. 따라오세요..”


저장고 끝까지 우리를 안내한 연구원이 아무 것도 없는 하얀 벽을 서둘러 더듬거리더니 버튼을 눌러 비상구문 손잡이를 꺼냈다.


손잡이 안쪽 부분에 엄지를 스캔하자 곧 비상구문에서 푸른 빛이 나와 연구원의 홍채를 스캔했다.


마지막으로 연구원이 메고 있던 ID카드를 문손잡이 바로 윗부분에 가져다 대자 비상구문이 열렸다.


“비.. 비상구 안쪽에서 나갈 때는 따.. 따로 인증 절차가 필.. 필요 없어요. 저.. 저는 여기서.. 그만..”

“그렇군.”


입막음을 위해 연구원의 뒷목을 쳐 기절시킨 후, 비상구로 향했다.


하얀 대리석 계단에 까만 벽지를 두르고 있는 비상구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우리는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때 비상구 천장 부위에 있던 스피커에서 짧은 멜로디가 흘러나온 다음, 방송이 나왔다.


“안내 말씀 드립니다. 오전에 있었던 정전은 건물 내 전력 이상으로 인한 정전이었음을 안내 드립니다. 이용하시는데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더불어 31층부터 1층 이내 외부인이 발견될 경우 ‘백정’ 근무자분들게 즉시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안내 말씀 드립..”


좀 더 시간이 걸렸으면 했건만 어쩔 수 없지.


윗 층 비상구 문들이 열리는 소리를 들으며 녀석을 재촉했다.


“뛰어. 시간 없어.”


녀석이 짧은 팔다리로 있는 힘껏 뛰었으나 생각보다 속력이 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한 손에는 양이 데이터 박스를, 한 손에는 녀석을 들고 1층을 향해 달려 내려갔다.




***




1층 비상구 문 앞에 도착해 비상구 문을 살며시 열었다.


예상했던 대로 백정 인력이 출입구를 막고 서 있었다.


내 품에 안겨있던 녀석이 머리 위로 올라와 밖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떡할거냐 멍? 나갈 수 있냐 멍?”

“그래.”

“?어떡할건데 멍?”

“이거 받아라.”


녀석에게 말하며 자켓에서 연막탄을 꺼내 손에 쥐어줬다.


“?이게 뭔데 멍?”

“연막탄. 빨간 버튼 누르면 된다.”

“?엥?”


녀석의 질문을 뒤로 하고 보송한 목뒷덜미를 잡아 비상구 밖으로 던졌다.


녀석은 미끄러운 바닥을 배로 쓸며 슬라이딩하다 정확하게 광장 정중앙에 멈췄다.


잠깐의 정적 후 백정들이 녀석을 조준해 빨간 레이저가 녀석의 온 몸을 둘러쌌다.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녀석이 이내 연막탄의 빨간 버튼을 눌렀다.


연막탄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남은 수류탄을 정문 쪽으로 던져 정문을 폭파시켰다.


광장을 가득 채운 연기를 틈타 녀석을 바닥에서 주워 머리에 올린 후, 정문 밖으로 뛰쳐나왔다.


갑작스러운 폭발로 당황한 군중들이 정문 앞에 한가득 모여있었다.


“나를 미끼로 쓰다니! 무슨 짓이냐 멍!”

“안 죽었으니 됐지.”

“뭐?!”


녀석과 실랑이를 벌이며 군중들을 비집고 차가 주차된 빌딩 주차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니 백정들도 군중들을 비집고 내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좀 더 빨리 이동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총을 하늘을 향해 쏘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일파만파 달아나기 시작했다.


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달아나면서 길이 트였고 그 틈을 타 빌딩 주차장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탕! 탕!’


주차장 부근부터 사람 수가 점점 적어지자 백정들이 내게 총을 쏘기 시작했다.


총알을 피해 주차되어 있던 내 차를 찾아 차 문을 얼른 열었다.


운전석에 녀석과 양이 데이터 박스를 던져넣고 시동을 걸었다.


“잘 잡고 있어라.”


자동차 앞유리가 백정들이 쏜 총에 깨지기 직전,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있었다.


차가 주차장을 벗어날 때 까지 백정들의 총격은 멈추지 않았다.


멀어져가는 백정들을 백미러로 확인하며 손목 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7시 40분.


녀석이 조수석에서 상자를 부둥켜안고 성을 냈다.


“집어 던지면 어떡하냐 멍! 망가지면 네가 책임질거냐 멍?!”

“그럼 그냥 두고 올 걸 그랬나?”

“뭐라고 멍?!”

“숙여!”


내 말을 끝으로 차 뒤 쪽에서 총알이 날아 들어왔다.


백미러를 통해 보니 백정 3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우리가 탄 차를 향해 달리며 총을 갈기고 있었다.


자켓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 횟집에 연락하려고 할 때, 부점장에게 연락이 왔다.


스피커 폰으로 전환하고 핸드폰을 녀석에게 건냈다.


“마침 잘..”

“오빠!!!!!!!! 진짜 재정신이야?! 오늘 진짜 죽을 뻔 했잖아! 왜 내가 말하는데로 이동을 안 해 계속!!!!”

“아무 말도 없었지 않았나?”

“무슨 말이야! 건물 안에 있을 때도 계속 얘기했는데!”


그 때서야 이어폰이 내 귀에 없는 것을 자각했다.


“이어폰이 없군..”

“내가 진작에 최신 모델로 바꾸라고 했잖아 달링! 이번에 오면 내 말대로 이어폰 바꿔 당장! 그리고 지금 3명 따라 붙었지?”

“어디로 가야하지?”

“한 블록 앞에서 우회전해서 골목으로 바로 들어가.”


부점장의 말대로 한 블록 앞에서 우회전한 후 골목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골목이 생각보다 좁아 사이드미러가 골목 벽면에 갈리기 시작했다.


“이 길 확실한가?”

“오빠 나랑 일 한 두 번해? 그대로 골목 빠져나와서 좌측 언덕으로 빠져.”


골목 끝에 다다르자 사이드미러가 박살이 나고 차 몸채만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좌측 언덕을 지날 때, 부점장이 말했다.


“언덕 끝에 강이 나올거야. 그 후로는 알지?”


언덕을 지나자 부점장 말대로 강이 나왔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속력을 늦추지 않은 채,


강 속으로 뛰어들었다.




***




강 속에 뛰어들자 센서가 작동하면서 차채 내에 내장되어 있던 잠수 장치가 작동됐다.


차가 강 속에 가라앉는 속도에 맞춰 물이 닿는 부위 겉면에 방수 소재의 티타늄 막이 올라와 차채를 모두 감싸기 시작했다.


차창에 매달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녀석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 신기하다 멍! 물 속에도 들어갈 수 있던거냐 멍!”


아까 나랑 다퉜던거는 생각도 나지 않는지 밖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단순해서 좋다 참.


이내 차가 강물에 모두 잠기자 아무 빛도 들어오지 않아 차 내부가 깜깜해졌다.


차 내부가 어두워짐과 동시에 녀석이 목소리를 떨며


“근데 어떻게 나가냐 멍..? 우리 물 속에 갇힌거냐 멍..? 나 수영 못하는데 멍..”


라고 말하면서 ‘끼잉 끼잉’ 소리를 냈다.


녀석을 빨리 안정 시키고자 차량 계기판을 재빠르게 더듬어 우측 하단에 있던 버튼을 길게 눌렀다.


곧 차량 계기판에 푸른빛이 퍼지며 핸들과 좌석 시트를 제외한 차 내부가 강물을 그대로 반사해 아쿠아리움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녀석은 적응이 안되는지 강물을 보자마자 펄쩍 뛰어 내 품 속으로 파고 들었다.


품 속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녀석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보드라운 털의 촉감에 정신을 놓고 녀석을 계속 쓰다듬다가 말했다.


“괜찮다. 밖에 풍경이 비쳐서 그런거야. 만져도 아무렇지 않아.”


내 말에 고개를 빼꼼히 들은 녀석의 시선이 강물을 만져도 뽀송한 내 손 끝에 머물렀다.


녀석이 머뭇거리다가 눈을 질끈 감고 강물이 비쳐지고 있는 자동차 문 쪽으로 앞발을 뻗었다.


강물의 촉촉한 감촉이 아닌 딱딱한 자동차 문이 만져지자 녀석이 눈을 슬그머니 뜨며 신기한 듯 문 여기저기를 만졌다.


녀석이 다시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거 어떻게 한거냐 멍? 진짜 신기하다 멍! 이러면 하나도 안무섭다 멍!”


신기해하며 지나가는 물고기를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 속을 거슬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 속에 들어오며 순간 끊겼던 신호가 다시 잡혀 부점장의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에 올라오면 정비 한 번 해야겠다 오빠! 저번에도 물 속에 들어가니까 신호 잠깐 끊겼었잖아? 올라오자마자 들려. 전체적으로 점검 한 번 해줄게.”

“백정들은?”

“백정들은 오빠 차 강에 들어가는거 보고 좀 있다가 본인들 기지로 돌아갔어. 오빠가 본부에서 난리를 쳤으니 가만 있진 않을 것 같아. 점장 만날거지?”

“3시에.”

“오케이~ 나도 오랜만에 점장 얼굴 좀 봐야겠다~. 일단 우린 좀 있다 만나~!”


부점장과의 통화를 마친 후, 녀석을 보니 녀석이 불안한 듯 가만있지 못하고 낑낑거리고 있었다.


그런 녀석을 보며 물었다.


“아직도 무섭나?”


그러자 녀석이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화.. 화장실 가고 싶다 멍.. 얼마나 남았냐 멍..”


아.. 페트병이 차에 있던가..?




***




오후 12시.


부점장의 작업실이 있는 상가에 차를 주차했다.


녀석과 양이의 데이터 박스, 그리고 차에 항상 가지고 다니는 여벌 옷 한 벌을 들고 부점장을 찾아갔다.


CCTV로 나를 본 부점장이 웬일로 문을 즉각 열어주면서 내게 달려왔다.


“어머 오빠! 이번 일이 힘들긴 했구나 몰골이 이게 뭐야~! 다친데는 없어? 스친 곳은? 그리고 잘생긴 얼굴 괜찮은거야~?”


부점장의 얼굴을 한 손으로 잡아 저 멀리 떨쳐놓으며 말했다.


“괜찮다. 샤워실 좀 쓰겠다.”

“어머어머 왜 집으로 안가고?”


여기저기 찢겨진 옷을 가리키자 부점장이 알겠다는 듯 샤워실로 나를 안내했다.


녀석을 안고 샤워실로 가는 길에 부점장이 코를 킁킁거리며 내게 말했다.


“그런데 오빠 차에 뭐 냄새나는게 있었어? 여태까지 오빠한테서 한번도 맡아보지 못한 이상한 냄새가..”


나는 말없이 녀석을 쳐다봤고 녀석은 얼굴을 붉히며 바닥으로 고개를 떨궜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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