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개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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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이레
그림/삽화
J이레
작품등록일 :
2024.05.12 00:18
최근연재일 :
2024.06.15 23:3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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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
추천수 :
1
글자수 :
121,928

작성
24.05.25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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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복원

DUMMY

‘쏴아아’


따뜻한 물줄기가 온 몸을 타고 흘러내린다.


온수의 따뜻함이 몸을 감싸고 있지만 뒷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기시감은 점점 강하게 내 목을 조여오고 있다.


이렇다 할 전투를 벌인 것도 아니고 침입이 어려웠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너무 쉬웠다.


이 정도면 일부러 나를 유도한게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서 없어지질 않는다.


도대체..


“이거 쓰면 되냐 멍?”


녀석의 물음에 하고 있던 생각의 끈을 놓쳐버렸다.


“뭐?”

“이거 쓰면 되냐고 멍. 이거 샴푸 맞지 멍?”

“사람 쓰는거 써도 되나?”

“로봇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멍?”


더 안되지 않나..?


내가 어깨를 으쓱여보이자 녀석은 괜찮을거라는 식으로 작은 손에 샴푸를 두 번 펌프질해 온 몸 구석구석을 씻기 시작했다.


팔이 짧아서 등 쪽에 손이 잘 닿지 않아 녀석은 낑낑대고 있었다.


내 몸을 씻으면서 녀석에게 말했다.


“등, 다 안씻겼다.”

“엥? 그래 멍? 이익..! 아쒸 잘 안닿네 멍.”

“..도움 필요한가?”

“괜찮다 멍! 내가 할 수 있.. 이익!”


녀석은 무리하게 팔을 뒤로 재껴 등을 씻으려고 하다가 뒤로 발라당 넘어져버렸다.


녀석은 민망한지 벌떡 일어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른 부위를 벅벅 씻었다.


보다 못한 나는 녀석을 번쩍 들어 빨래하는 것처럼 등을 벅벅 긁어줬다.


당황한 녀석이 버둥거렸다.


“뭐하는 거냐 멍! 내가 할 수 있다 멍!”

“할 수 있긴. 가만 있어라.”


한동안 버둥거리던 녀석은 이내 얌전해져 몸을 내 손길에 맡겼다.


온 몸이 거품으로 몽글몽글해진 녀석에게 샤워기로 물을 뿌려 손이 닿지 않는 곳 까지 구석구석 씻겨줬다.


씻김을 당하고 있던 녀석이 내게 물었다.


“나한테 잘해주는게 누구랑 닮아서 그런거냐 멍?”

“..그래.”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냐 멍?”


내가 아무 말 없이 몸을 헹궈내자 녀석은 졌다는 듯이 말했다.


“아 알았다 멍! 진짜 치사하게 아무 말도 안해주냐 멍?”


그러더니 뜬금없이 내게 질문했다.


“징그럽지 않냐 멍?”

“뭐가?”

“나 말이다 멍. 속은 개인데 겉은 고양이고. 완전 생물도 아니면서 완전 로봇도 아니잖아 멍. 내가 원해서 이렇게 된 것도 아닌데.. 다른 녀석들은 내가 애매한 존재라고, 징그럽다고 피하는데 너는 안그런 것 같아서 잘해주는 이유를 물어본거다 멍.”

“원래 뭐로 태어났나?”

“나는 원래 개로 태어났다 멍! 개조 당해서 이렇게 되긴 했지만..”


헹구는걸 마치고 샤워기 물을 끄면서 말했다.


“너는 내가 징그럽나?”

“뭐가 멍?”

“몸에 흉터가 이렇게 많은데?”

“그게 왜 멍?”


녀석에게 수건을 던지며 말했다.


“내가 흉터가 많다고 사람이 아니게 되나?”


작은 손으로 젖은 털의 물기를 닦아내며 녀석이 말했다.


“그건 아니다 멍.”

“똑같은거지.”


녀석이 수건으로 자기 몸을 말리다가 이해가 안됐는지 머리를 갸우뚱하며 나를 쳐다봤다.


“간단하다. 넌 개고 개는 징그럽기보다 귀엽지.”

“난 다르게 생겼는데 멍?”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


“원해서 그렇게 된게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누가 뭐라하든 넌 개인거고 전혀 징그럽지 않다. 오히려 특별한거지.”

“그런거냐 멍?”


대답 대신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녀석은 기분이 좋은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




“이거.. 힘들 것 같은데..?”


샤워를 마치고 나온 우리를 보며 부점장이 말했다.


샤워를 하는 동안 가져온 박스를 살펴봐달라고 했는데 경과가 좋지 않은 모양이다.


“아예 불가능한건가?”

“다시 살린다고 해도 기억이 온전하지 않을 수 있어. 심하면 정말 ‘동물’로 깨어날 수도.. ‘값’을 생각보다 많이 지불한 것 같아..”

“그게 뭔 소리냐 멍? ‘값’을 지불하다니 멍?”


뒷발로 귀 뒤를 긁으며 질문을 던지는 녀석에게 부점장이 대답했다.


“이게 ‘데이터 박스’ 인건 알지? 예전에 유행했던 ‘냉동인간’의 상위버전으로 사람이나 동물 고유의 데이터를 박스에 담아 캡슐화 시켰다고 생각하면 돼. 시간이 지나도 ‘살아갈 몸’만 있으면 다시 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데이터 베이스 역할을 하는거지.”

“그니까.. 기계 몸이든 다른 사람 몸이든 저 데이터 박스만 있으면 영원히 살 수 있다는거냐 멍?”

“음..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해. 데이터 박스에 보관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이론적으로 영원히 살 수 있지만, 다른 몸에 옮기게 되면 본인의 원래 수명대로 살아갈 수 밖에 없어.”

“총 수명이 10년이면 데이터 박스 보관 기관을 제외하고는 어쨌든 10년밖에 못 산다는 거네 멍?”

“그렇지! 하 달링 얘 진짜 똑똑한데 너무 아쉽..”


내 눈치를 본 부점장이 헛기침을 두 번 하고 화제를 돌려 말을 이었다.


“큼큼! 아 그리고 ‘값’을 지불했다는 건 몸을 구성하고 있던 데이터 중 일부를 모종의 이유로 다른 사람, 기관에게 준 걸 의미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얘는 값을 좀 많이 지불한 상태라 복원되어도 어떨지..”


부점장이 녀석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새로운 몸을 가지게 된다고 해도 너를 못 알아 볼 수 있어. 아예 말을 못 할 수도 있고. 그래도 괜찮겠어?”


녀석이 당황해하면서 부점장에게 말했다.


“양이가 나를 못 알아볼 수도 있다고 멍..? 애..애초에 내가 라온을 데려가면 양이를 풀어준다고 하회가 그랬었잖아 멍..! 너네도 다 봤잖아 멍! 근데.. 이게 뭐냐 멍..? 방법이 없냐 멍..?”


부점장이 곤란해하면서 말했다.


“그.. 애초에 하회는 양이랑 너를 풀어줄 생각이 없었을거야. 너랑 양이를 풀어줄 생각이 눈꼽만치나마 있었으면 현 업계 최고 근무자를 너한테 단독으로 잡아오라고 했겠니..?”

“그.. 그치만..”

“얘 데이터화 된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 아마 너랑 하회가 거래하고 있었을 때 얘는 이미..”


녀석이 잠시 고개를 떨궜다가 팔로 눈가를 쓱 닦으며 부점장에게 말했다.


“그래도 양이.. 다시 살 수는 있는거지 멍..? 기억만 좀 잃어버리는거지 멍..?”

“좀 많이..”

“상관없다 멍! 일단 살려만 줘라 멍! 기억은 나랑 새롭게 만들면 된다 멍! 부탁할게 멍!”


어디서 배웠는지 녀석이 부점장에게 절을 했다.


그런 녀석의 모습을 보고 부점장이 녀석에게 달려들어 꼭 안아주면서 펑펑 울며 말했다.


“흐아아앙, 어쩜 이런 애가 다 있을까~!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출중하지 않아 오빠~? 내가 열심히 해볼게 아지야 흐어어엉~.”

“부.. 부탁한다 머어어어엉 허어어엉~.”


환장의 콜라보로 둘은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




“자 그럼 시작해볼까?”

“시작하는건 좋은데 나는 왜 또 수술대에 묶어놓은거냐 멍!”


부점장은 이전과 같이 녀석을 수술대 위에 묶어놨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녀석이 묶여있는 수술대 바로 옆에 빈 수술대가 있다는 것 뿐이었다.


부점장이 신난 듯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너 외형이 양이 외형이라며? 다~ 쓸 데가 있어서 그런거니까 조금만 참아~ 아프진 않을거야!”


그 말과 동시에 부점장이 수술대 옆에 버튼을 터치했다.


수술대 위에서 스캔봇이 내려오더니 녀석의 온 몸을 천천히 스캔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비어있던 옆 수술대 위에서 또 다른 스캔봇이 내려오더니 녀석과 동일한 형상의 몸을 천천히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부점장이 어린 아이와 같이 눈동자를 빛내며 나를 쳐다봤다.


“오빠, 진~짜 신기하지? 이게 원리가 어떻게 되나면..”


아.. 또 시작이다.


부점장의 알아들을 수 없는 과학 용어 설명 시간이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이랑 똑같이 생긴 하얀 고양이가 비어 있던 수술대 위에 생겨났다.


다만, 녀석과 달리 방금 막 생겨난 고양이는 인형같이 생기가 없어보였다.


부점장이 수술대 옆에 다른 버튼을 터치하니 천장에서 링겔 호수만큼 얇은 굵기의 투명한 로봇이 내려와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고양이의 코 속으로 들어갔다.


로봇은 하얀 액체를 고양이 몸 속으로 흘려보냈다.


부점장이 의기양양해하며 말했다.


“데이터 박스는 대부분 그 박스 주인의 실제 조직이 담겨 있어서 복원 과정이 굉장히 까다로워. 로봇 만들듯이 뚝딱 만들 수가 없다니까? 근데 내가 실력이 좋으니까 이렇게 단시간에 만들어낼 수 있는거지~.”


액체 주입이 끝나고 링겔 로봇이 천장으로 다시 올라가자 잠시 후, 고양이 발가락이 살짝 움직이더니 이내 눈을 살며시 떴다.


부점장이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이거 봐 이거 봐! 완전 신기하지?”


내가 아무 반응이 없자 그녀가 재미없다는 듯이 눈을 흘겼다.


이내 시선을 옮긴 그녀는 이제 막 깨어난 양이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정신이 좀 들어?”


양이는 잠시 동안 아무 반응 없이 부점장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러다가 갑자기 부점장의 얼굴을 향해 귀여운 앞발로 펀치를 날렸다.


얼굴을 부여잡고 뒹굴고 있는 부점장을 뒤로하고 잔뜩 겁을 먹어 나와 부점장을 경계하고 있는 녀석을 어떡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


수술대에 누워있던 녀석이 떨리는 목소리로 양이를 불렀다.


“..양이냐 멍..?”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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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협력 24.06.06 18 0 13쪽
13 폭발 24.06.04 1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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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점장 24.05.12 2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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