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개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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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이레
그림/삽화
J이레
작품등록일 :
2024.05.12 00:18
최근연재일 :
2024.06.15 23:3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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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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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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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폐점

DUMMY

“..양이냐 멍..?”


녀석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양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이내 양이에게 달려가면서


“만났다 멍! 드디어 만났어 멍!”


라고 말하며 두 팔로 양이를 꼭 안았다.


얌전히 안겨있던 양이가 살며시 녀석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녀석을 밀어냈다.


그리고 별안간 앞발로 녀석의 머리를 때리며 격양된 어조로 말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 했지 냥!”


뭐야? 저 성격 파탄자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부점장과 내가 서로를 바라보며 어리둥절 하고 있을 때,


벙찐 표정의 녀석이 별안간 웃음을 터뜨렸다.


양이한테 얻어맞은게 뭐가 그리 좋은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녀석이 말했다.


“으허어엉 양이 맞다 멍.. 고맙다.. 고맙다 멍..”


평소에도 얼마나 얻어맞았으면 맞으면서 양이가 맞다고 하는걸까..?


못 말린다고 생각하면서 부점장을 바라봤는데 부점장도 울고 있었다.


?너는 왜 우는거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부점장이 대성통곡을 했다.


“흐어어엉 오빠.. 너무 감동적인.. 큽.. 그런 순간이야아아아.. 얼마나 보고 싶.. 싶었을까아아아.. 흐어어엉”


울면서 내게 안기려는 그녀를 슬며시 밀어내며 녀석들을 바라봤다.


치고박고 하고 있긴 하지만, 아니 엄밀히 따지자면 일방적으로 녀석이 얻어 맞고 있지만 서로 반가움에 기분이 좋아보였다.


잠깐 뜸을 들인 뒤, 울고 있는 부점장에게 물었다.


“녀석은.. 아예 가망이 없나?”


내 물음에 부점장이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더욱 크게 울었다.


내가 말릴 틈도 없이 부점장이 내게 안겨 매달리더니


“녀석.. 불쌍해서 어떡해에으어어어엉..”


라고 말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내가 한마디 하려하자, 오히려 양이가 부점장에게 버럭 화를 냈다.


“시끄럽다냥! 너는 뭔데 울고 있는거냥! 여기는 어디냥!”


양이의 외침에 녀석이 당황해하며 말했다.


“그렇게 성질 부리면 안된다 멍..! 너 살려준 사람이다 멍!”

“날 살려줬냥? 내가 언제 죽었냥?”

“언제 죽었냐니 멍? 아무 것도 기억 안나는거야 멍?”


양이가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으로 녀석을 쳐다보자 녀석이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모두 양이에게 설명했다.




***




양이가 그간 있었던 일을 모두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꺼냈다.


“그러니까.. 아지 너는 나를 다시 살리려고 업계 1인자인 저 녀석을 죽이러 왔는데, 못 죽이고 오히려 하회에게 한 방 먹이고 왔다는거냥? 그리고 저 녀석들이 나를 살려줬고 냥?”

“그렇다 멍!”


이 말에 양이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너희 제정신이냥..? 하회한테 대들 생각을 하다니 머리가 어떻게 된거 아니냥..? 한 방 먹였다고? 이렇게 돌아온거 보면 하회가 우릴 그냥 놔준거다 냥! 하회한테 발각되기 전에 도망..”


양이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연구실 전체에 적색등이 켜지며 누가 들어도 뭔가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 ‘애애애애애앵’ 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점장이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연구실 중앙의 하얀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갑자기 수술대에 놓여져있던 모니터에서 검은 갓을 쓰고 새로운 하회 가면을 쓴 하회의 얼굴이 비춰졌다.


어쩔 줄 몰라하는 부점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된건가?”


그녀가 울먹이며 번명했다.


“아니.. 오빠 씻고 있을 때 아주 잠깐.. 아주 잠깐 하회탈을 조사했을 뿐인데.. 오빠도 알잖아? 내 보안 실력은..”

“업계 최고 수준이지.”


그 때 모니터 속 하회가 특유의 소름끼치는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 업계 최고 수준이라 했습니까..? 오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군요.. 여러분이 우리를 들여다 볼 때 우리도 여러분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안하셨나 봅니다..? 본인의 실력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겠어요.. 안그렇습니까 부점장님..?”


하회는 웃음을 멈추고 화면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오랜만의 ‘이벤트’에 참 즐거웠습니다만..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른다.. 대신할 수 있는 건 같은 값의 같은 것 뿐.’이라는 업계 룰을 잘 알고 계실테죠..?”


하회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꼬며 여유로운 어투로 말을 이었다.


라온씨가 우리 쪽에 끼친 손해가 상당해서 ‘대가지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금으로서는.. 그 쪽 가게 ‘폐점’이 최선인데.. 이거 괜찮을지 모르겠군요..?”


‘폐점’


우리 업계에서 이 말은 절대 나와서는 안되는 말이다.


가게 문을 닫음과 동시에 가게와 관련된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건물, 정보 뿐만 아니라 사람까지 모두.


가게 문이 닫힘과 동시에 사라지게 된다.


하회를 향해 답했다.


“가게는 상관없다. ‘휴가’를 쓰고 내 단독으로 벌인 일.”

“‘휴가’를 쓰셨단 말이죠..? 하지만 단독으로 벌인 일이라고 하기에는 부점장의 손길이 많이 들어간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우리 건물 전체 전력을 내린게 라온씨 솜씨는 아닌 것 같은데.. 아닌가요..?”

“내 협박으로 도운 것 뿐. 가게는 상관없다. 그리고 애초에 나를 노린게 당신 아닌가? 나와 당신 사이의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하회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이내 말문을 열었다.


“..어찌됐든 ‘가게’의 힘을 빌렸다는건 변치 않는 사실.. 우리 쪽도 재정비가 필요하니 3일의 시간을 드리도록 하죠.. 3일 안에 폐점 준비를 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하회가 선심쓰듯이 말을 이었다.


“아~.. 만약 라온 당신이 3일 안에 나를 찾아와 용서를 구한다면.. 폐점은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잘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하하..”


소름끼치는 웃음 소리와 함께 모니터가 꺼졌다.


부점장은 달달 떨면서 내게 말했다.


“어.. 어쩌지 오빠..? 하회일가는 우리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그룹이 아닌데.. 내가 하회탈을 괜히 가져다달라고 해서..”

“차라리 잘 됐어. 하회탈이 없었으면 아무 대비도 없이 폐점됐을지도 모르는 일. 하회탈 안에 어떤 정보가 있는지 조사 부탁한다.”

“오빠는 어디가려고? 설마 지금 하회 본가로 가려고?!”

“..녀석은 내가 본가로 가도 가게 문을 닫게 만들거다. 점장한테 가보려 해.”

“소용없을거다 멍.”


녀석이 말했다.


“차라리 도망가라 멍. 아니 다같이 도망가자 멍! 하회한테서 빠져나오는건 불가능하다 멍. 그러니까 도망가자 멍!”


양이가 어이없다는 듯이 녀석에게 말했다.


“도망..? 도망이라고 했냥? 하! 우리 한 달 만에 놈들한테 잡힌거 기억 안나냥?”

“그건 먹을게 없어서 떠돌아다니다 그런거 아니냐 멍! 라온은 음식이 많다 멍! 그러니까 안잡히고 계속 도망다닐 수 있다 멍!”


이 말에 양이와 녀석이 나를 동시에 쳐다봤다.


녀석들이 하는 말이 어이가 없어서 한 손으로 얼굴을 비비면서 마른 세수를 하며 녀석들에게 말했다.


“지금 먹을게 문제.. 하.. 아니다. 양이라고 했던가? 내일 오전에 녀석이랑 같이 도망가라. 너희 가고 싶은 곳으로 가.”


내 말을 듣고 녀석이 말했다.


“라온이랑 부점장도 같이 도망가자 멍! 먹을 것만 있으면 계속 도망다닐 수 있다 멍!”

“우린 못 가.”

“왜 못 가 멍? 아 친구들 때문에 그러냐 멍? 그럼 다 같이 가면..”


이 말에 부점장이 갑자기 미친 듯이 웃으며 말을 뱉었다.


“하하하하! 친구? 친구라고 했니 아지야? 오빠 들었어? 친구.. 푸훗.. 우리가.. 킥..! 가게 식구들이랑 친구래! 하하하하!”


양이와 녀석이 긴장하며 부점장을 빤히 쳐다보자 부점장이 웃음을 멈추고 녀석들에게 말했다.


“너희 내가 재밌는 얘기 해줄까?”


부점장의 말에 내가 부점장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그 쯤 하지? 왜 이래?”


그러자 부점장이 답지 않게 어깨에서 내 손을 가볍게 치우며 말했다.


“왜 오빠? 어차피 얘네는 일주일도 안남았어~. 말해줘도 손해볼게 없다고. 안그래?”


이 말에 양이가 부점장에게 물었다.


“일주일도 안남았다는게 무슨 말이냥?”


그러자 부점장이 녀석들에게 얼굴을 바짝 가져다대며 말했다.


“너희 수명. 일주일도 안남았다고.”


부점장의 말에 양이가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냥! 우리 수명이 왜 일주일도 안남았냥!”

“시스템은 거짓말 안해. 저번에 아지 몸 조사하면서 확인했어. 넌 데이터박스 조사하면서 확인했고. 일주일 안에 죽어. 너희.”

“시끄럽다 냥! 네가 직접 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아냥! 아니면 네가 손 쓴거 아니냥? 이 몸도 네가 만들었으니까 수명도 네가 설정한거 아니냥?”


이 말에 부점장이 웃으며 내게 말했다.


“어머 달링, 얘 말하는거 봐~. 생명의 은인도 못 알아보고 정말 어이없다 너~?”

“그럼 우리가 일주일 안에 죽는지 안죽는지 네가 어떻게 아냥!”

“그게 내 일이니까~. 나는 고치고 예측하는데 특출나도록 만들어졌으니까~!”


녀석이 부점장에게 물었다.


“만들어졌다니? 너희도 우리랑 같은거냐 멍?”

“같으면서 다르지~. 너희는 태어나고 나서 만들어진거고 우리는 태어나기 전에 만들어진거지.”


부점장이 수술대 옆에 있는 의자에 풀썩 앉으며 녀석에게 물었다.


“너는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 없니? 로봇 몸으로 개조 한 것도 아닌 달링이 어떻게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건지?”


녀석이 우물쭈물하자 부점장이 말을 이었다.


“우리 업계에서 일하고 싶으면 두 가지 조건 중 한 가지가 충족되어야 해. 조직 내에서 ‘태어난 존재’거나 모종의 이유로 추후에 ‘만들어진 존재’여야 하지. 달링이랑 나는 조직 내에서 태어난 존재. 조직에서 필요로 한 분야를 위해 만들어지고 태어난거야~. 선척적으로 이 일을 하려고 만들어진 사람인데, 다른 애들이 아무리 신체 개조를 하고 실험을 해도 어떻게 이길거야? 애초에 게임이 안되는거지~.”


부점장이 의자에 등을 기댄채로 말을 이었다.


“너희가 언제 죽을지 어떻게 아냐고 물었지? ‘태어난 존재’든 ‘만들어진 존재’든 인위적으로 몸에 손을 대는 순간 수명은 정해지게 되어있어. 옛날에는 아는게 불가능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리고 이런 쪽으로 박식한 나같은 사람은 다 알게 되어있다고~.”


녀석이 혼란스러운 듯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라온, 저 말이 진짜냐 멍? 나랑 양이 얼마 못 사는게 맞냐 멍?”

“부점장이 그렇다고 하면 맞는거다.”

“근데 양이는.. 양이는 다시 살아난지 얼마 안됐는데 왜 얼마 못사냐 멍? 말이 안된다 멍!”


녀석의 물음에 부점장이 대신 대답을 했다.


“데이터박스는 수명을 연장해주는 장치가 아니라고 했잖아~. 대상의 데이터만 보관을 해주는거지. 애초에 너랑 양이 수명이 비슷했으니까 너랑 비슷하게 죽는게 맞지. 어떤 몸을 들고 와도 이건 변하지 않아요~.”


부점장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출입문을 열며 녀석들을 향해 말했다.


“그러니까, 아까운 시간 여기서 낭비하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도망가서 남은 시간이라도 행복하게 지내다 가~. 아 얼른~!”


양이는 충격을 받았는지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고 녀석은 울먹이며 내게 말했다.


“그.. 그러면 너희도 같이..”

“우리가 그럴 사이는 아니지 않나?”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생명을 살려준 은인임에는 확실하다 멍! 그러니까 같이..”


부점장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아~ 아까 내가 하는 말 뭘로 들었어~? 우리는 조직에서 필요로 한 분야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했잖아~. 애초에 만들어진 존재인데 도망갈거 대비를 점장이 안해놨겠어? 달링이랑 나는 어차피 못 가니까 너희라도 빨리 도망가서..”


부점장의 말이 끝나기 전에 녀석과 양이의 목뒷덜미를 잡아 출입문 밖으로 던졌다.


“문 닫아.”


내 말에 부점장이 출입문을 빠르게 닫았다.


복잡한 표정의 부점장을 향해 물었다.


“..왜 그랬나? 규정 위반인걸 모를리 없는데.”


부점장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누구한테도 할 수 없는 얘기잖아 달링..? 한 번쯤 다른 사람.. 아니 다른 존재한테라도 털어놔보고 싶었어~. 이번 건은 비밀~. 알지~?”


부점장이 기합을 다지듯 손뼉을 치며 외쳤다.


“자~! 그럼 이제 폐점을 막을 대책을 함 세워볼까?”


작가의말

기다려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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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협력 24.06.06 15 0 13쪽
13 폭발 24.06.04 15 0 10쪽
12 조력자(2) 24.06.01 18 0 13쪽
11 조력자(1) 24.05.30 18 0 11쪽
» 폐점 24.05.29 17 0 13쪽
9 복원 24.05.25 20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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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점장 24.05.12 23 0 10쪽
2 관찰 24.05.12 3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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