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개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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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이레
그림/삽화
J이레
작품등록일 :
2024.05.12 00:18
최근연재일 :
2024.06.15 23:3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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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121,928

작성
24.06.0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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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조력자(2)

DUMMY

오후 5시.


어시장에 도착하자 경비가 입구 초입에 있는 과일 가게로 가 주인을 불렀다.


“박사장님~!”


과일 가게 박사장은 핸드폰으로 뭔가를 보고 있다가 경비를 보자 활짝 웃으면서 반겨주었다.


“아니 어르신! 이게 얼마만입니까? 잘 지내셨어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별 일 없지요~?”

“별 일 없.. 근데 뒤에 저 분은 누구..?”


박사장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경비에게 물었다.


경비가 박사장에게


“직장 동료입니다~.”


라고 말하자,


턱수염이 덥수룩한 옹골진 몸의 박사장이 내게 다가와 시선을 내 얼굴에서 때지 않은 채 손을 내밀며 말했다.


“박사장입니다.”


나도 손을 내밀면서 내 소개를 했다.


“라온.”


손을 놓으려고 하는데 박사장이 오히려 내 손을 꽉 붙잡으며 말했다.


“혹시 박씨랑 아시는 사이 아닌가요..? 저번에 같이 가시는 것 같던데..?”


내가 아무 말을 안하고 있자 박사장이 내 손을 더 꽉 잡으며 말했다.


“워낙 잘생기셔서 내가 기억하고 있었지~. 그 날 이후로 박씨가 없어졌다고 하던데 혹시 알고 계신거 없나~ 해서요?”


긴장된 순간, 경비가 박사장과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고 웃으며 말했다.


“두 분이 아시는 사이셨구나~? 그럼 얘기가 더 빠르겠네요~. 박사장님 혹시 우리 긴~밀히 얘기 나눌 공간 어디 없을까요~?”


박사장이 경비를 보며 내 손을 놓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아 예예. 있습니다. 손님이 오셨는데 제가 경우가 없었네요. 이 쪽으로 오시죠!”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박사장을 따라 경비와 내가 따라 들어갔다.


박사장의 뒤를 따라갈 때, 경비가 물었다.


“손은 괜찮으십니까~?”

“점장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참 다행입니다~. 이번에도 잘 섭외해보도록 합시다~! 화 내시면 안됩니다~?”


경비의 말에 한숨을 푹 내쉬는 사이, 가게 맨 안 쪽 끝에 있는 문에 도달하여 그 안으로 다같이 들어갔다.


문 안 쪽에는 5평 남짓한 크기의 사무실이 비치되어 있었다.


입구를 기준으로 오른쪽 측면에 사무용 책상이 놓여 있었고 중앙에 나무로 만든 작은 좌식 테이블이 놓여져 있었다.


좌식 테이블 주변에 엉성하게 놓여져 있는 플라스틱 의자들을 박사장이 대충 정리하면서 경비와 나에게 말했다.


“일단 앉으시죠. 뭐 마실거라도..?”

“저는 괜찮습니다~. 선생님도 괜찮으시죠~?”


나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경비와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박사장이 경비에게 물었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요 영감님?”

“허허, 다름이 아니라 혹시.. 일손을 좀 빌릴 수 있을까~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일손이라 하심은..?”

“..하회일가에서 3일 후에 제 일터에 방문한다고 하더군요~.”


이 말에 박사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박사장의 표정을 본 경비가 웃으며 말했다.


“아이, 박사장님도 참~! 그렇게 심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하회일가가 온다고 하는데 심각하지 않다니요. 일터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겁니까?!”


박사장의 물음에 내가 답했다.


“놈들이 내 신체를 원하길래 뺏기기 전에 방문해줬네.”


내 말에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박사장이 박장대소하며 박수를 치며 웃었다.


얼마나 웃는지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게 보였다.


그러면서 박사장이 말했다.


“하하하하핳! 내 인생에 이런 말도 안되는 말은 또 오랜만에 듣는구만! 하하하하핳! 덕분에 잘 웃었어~! 아~ 영감님! 이 친구 아주 재밌는 친구네요~? 재밌네 재밌어~! 하하하하핳!”


그런 박사장을 보며 경비가 웃으며 말했다.


“정말 말도 안되는 말이지요~? 그렇지요~? 허허.. 하지만 선생님 말이 맞습니다~. 놈들이 선생님의 신체를 노려서 어쩔 수 없이 선수를 쳤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경비의 말과 표정, 그리고 내 표정을 살핀 박사장이 농담이 아닌 걸 알았는지 이내 웃음을 거두고 경비에게 말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농담이 아니군요. 이 사람이 누구길래 하회일가에서 노린다는 말입니까? 이름이 같긴 한데 그 업계 1위 근무자 라온이라도 됩니까?”

“역~시 박사장님! 예나 지금이나 촉이 좋으시군요~? 이 분이 업계 1위 근무자, 라온님입니다~!”


그 말에 박사장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경비에게 물었다.


“그렇습니까~? 이 사람이 업계 1위 라온이라고요?”

“허허 업계 룰상 얼굴을 본 적이 없으시겠지만 그 분이 맞습니다~.”

“..뭐, 영감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근데 영감님 어쩌죠? 저는 못 도와드릴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경비가 박사장에게 말했다.


“아 사장님~, 우리 지난 시간 들었던 정이 있지 않습니까~? 조건이라도 들어보시고..”

“아니요 영감님, 조건이 문제가 아니라.. 이 놈 자체가 문제입니다. 제가 빚지고는 못 살아서요.”


이렇게 말하며 박사장이 본인 뒷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내 머리에 겨누며 말했다.


“내가 우리 식구 건드는 놈은 못 참거든. 박씨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일 했는 줄 알아? 이제야 퇴직해서 사람답게 살고 있었는데! 네놈이지? 박씨 딸내미 생일날 박씨 데려간게?”


내가 아무 말 안하고 가만히 박사장을 노려보고 있자 박사장이 실소를 하며 말을 이었다.


“아무 말 안하는거 보니 맞구만. 그 날 이후로 박씨 집안이 어떻게 됐는줄 알어?! 자네도 근무자면서 그러는거 아니여!”


무거운 긴장감 속에 박사장이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었다.


“협상 결렬이여~?”


경비가 말릴 새도 없이 ‘탕’하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졌다.


박사장이 방아쇠를 당기기 바로 직전,


권총을 들고 있는 박사장의 오른손을 빠르게 쳐내 머리에 총알이 박힐 위기에서 벗어났다.


총알은 빠르게 날아가 내가 앉은 소파 바로 뒤의 벽면에 박혔다.


박사장이 내게 다시 총구를 들이밀려고 했을 때는 그의 손에 총이 없었다.


내게 총을 빼앗겨 당황해하는 박사장이 나를 보며 말했다.


“허.. 허참 업계 1위라는게 거짓말은 아니었나보구만? 그래서 이제 어떡할건가? 그 총으로 날 쏘려구?”

“못 할 것도 없지.”


박사장에게 총구를 겨누자 옆에 있던 경비가 손으로 총을 감싸며 박사장과 내게 말했다.


“아이고, 이거 살벌해서 어디 말이라도 꺼내겠습니까~? 그만하시지요 그만~.”


내가 경비를 쳐다보자 경비가 내게 조용히 속삭였다.


‘여기서 박사장을 죽여봤자 선생님께 득 될게 없습니다~. 박씨일가 수장이 왜 ’사장‘이라고 불리겠어요~? 이 시장이 다 박사장겁니다~. 상인들도 박사장 사람들이구요~. 이미 총소리가 났으니 상인들이 밖에 모여들었을겁니다~. 이쯤 하시지요~.’


경비의 모습을 보고 박사장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영감님 말 듣는게 신상에 좋을거야~? 아니면 우리랑 전쟁 한 번 할랑가?”


박사장을 노려보며 그의 총을 천천히 책상 위에 놨다.


박사장이 웃으며 본인의 총을 가져가려고 손을 뻗을 때,


내 손을 박사장 손 위에 올려 꽉 움켜쥐며 말했다.


“목숨도 빚졌으니 거래 하나 하지.”


박사장이 손을 빼려고 했으나 본인의 힘으로 쉽게 빠지지 않자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거래? 난 내 식구 건든 놈이랑 거래 안하는데, 이거 어째?”

“일적으로 처리한 것 뿐, 아무 감정 없었네.”

“일? 누가 근무자 아니랄까봐 말하는 것도 영 마음에 안드는구만~?”

“그럼, 여기서 담판짓길 원하나?”


박사장이 잠시 머뭇거리자 경비가 그 틈에 박사장에게 말했다.


“선생님이 괜히 업계 1위가 아닙니다~? 오더로 내려온 횟감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낚으시고 일처리를 깔끔하게 하셨었으니까요~. 박사장님이 선생님하고 지금 겨루시면 박씨일가 손해가 상당할겁니다~. 박사장님 오래 사셔야지요~? 딸린 식구들이 많지 않습니까~?”


박사장이 우리 둘을 쳐다보다가 말문을 열었다.


“내용이나 말해보드라고. 어떤 조건을 걸겨?”

“하회일가와의 일을 마친 후, 내 목숨을 거둬갈 기회를 주겠네.”


내 말에 박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와하하하, 이 친구 참 재밌는 친구네요 영감님? 그 약속 감당할 수 있으려나~?”

“그래서 할텐가?”

“근디 나가 자네 뭘 믿고 거래를 한데? 도망갈 수도 있는거 아녀?”


그러자 경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제가 보장하지요~. 저희도 꽤 오랜 시간 봐온 식구 아닙니까~?”


박사장이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영감님, 그 말 책임지셔야 할 겁니다~? 아무리 식구라도 거짓말은 용서 못해요~?”

“아이고, 당연한 말씀을~.”

“3일 정도야 참을 수 있으니.. 거래하지! 3일 동안 잘 부탁하드라고~?”


박사장의 손을 놔주고 사무실을 나왔다.


가게 입구에 도달해 시장 입구를 보자 바리게이트가 내려져 있는게 보였다.


그리고 가게 입구 주변으로 상인들이 모여들어 있었는데,


손에는 각종 날붙이들을 들고 있었다.


도끼눈을 뜨고, 나와 영감을 쳐다보고 있는 상인들을 향해 박사장이 외쳤다.


“별일 아니여~! 다들 가서 일 봐! 시장 입구도 다시 열고!”


상인들이 머뭇거리며 움직이지 않자 박사장이 소리를 질렀다.


“아 얼른 가서 일하랑께! 돈 벌어야지! 가 얼른!”


박사장의 호통에 그제서야 상인들이 본인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서서히 열리는 시장 입구를 향해 갈 때 박사장이 경비와 나를 향해 소리쳤다.


“3일 후에 보드라고! 영감님 길 잘 살펴가십시오~!”


영감이 박사장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난 후,


열린 시장 입구로 그 곳을 빠져나왔다.


오후 6시.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다.




***




시장에서 나와 부점장에게 가고 있는 차 안에서 옆 좌석에 앉은 경비에게 물었다.


“뭐 하는 자인가?”


경비가 뭘 물어보는지 모르겠는 표정으로 내게 되물었다.


“뭘 말입니까~?”

“뭐 하는 자길래 김씨일가, 박씨일가와도 안면이 있는건가?”

“아~ 그거 말씀이십니까~? 이제 제게 흥미가 생기신겁니까~? 이거 참 영광이군요 선생님~ 허허.”


경비가 웃음을 멈추고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횟집에 오기 전, 마담, 박사장하고도 일을 같이 했었습니다~. 저 나름 경력직입니다~?”


이번에는 경비가 내게 물었다.


“그거 말고 저한테 묻고 싶으신게 있으시지요~?”


하여튼 눈치 빠른 영감 같으니라고.


차마 쳐다보기가 낯부끄러워 운전대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이렇게 잘해주나?”

“예? 잘 안들립니다~?”

“왜 이렇게 잘해주냐고?”

“예~에? 아이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잘 안들리..”

“됐네.”


고얀 영감 같으니라고.


내 반응이 재밌는지 영감이 한참을 웃다 말했다.


“선생님의 이런 반응이 처음이라 이 늙은이가 괜히 놀리고 싶어지는군요~ 허허허. 그게 궁금해지셨습니까~?”


내가 대답을 안하고 있자 영감이 자세를 고쳐 앉고 차 앞 유리를 응시하며 말했다.


“딱히 선생님이라서 잘해드리는건 아닙니다~. 저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등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도움을 줬습니다~.”


내가 영감을 슬쩍 쳐다보자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정확히는 제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줬습니다~. 그리고 일 하면서 기다리고 있는거죠~.”

“기다리다니?”

“본인의 정체성을 깨달을 시기를요~.”

“정체성?”


갑자기 뭔 말이야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영감이 말했다.


“라온 선생님은 온전히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고 계신가요~?”

“온전히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니?”

“보통 만들어진 존재는 산모 뱃속에 있을 때부터 만들어지는거 알고 계시지요~?”

“나는 아니라는 말인가?”

“선생님은 3살 때부터 만들어졌습니다~. 청각은 어릴 때부터 원래 좋았지요~. 점장님이 선생님의 데이터를 보고 보육원에서 몰래 빼와서 지금의 선생님을 만든겁니다~.”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영감을 쳐다봤다.


“그 얘기를 지금 하는 이유는?”

“사람을 죽이는게 선생님의 정체성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오히려 살릴 수도 있겠지요~?”

“그게 대체 무슨..”


영감에게 물으며 부점장이 있는 건물로 시선을 옮기자


돌연 ‘쾅’하는 소리와 함께 부점장이 있는 건물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


차에서 급히 내려 건물 앞으로 달려가자 지하에서부터 시꺼먼 연기가 새어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영감이 뒤따라오며 내게 말했다.


“아이고.. 다들 안에 있을 텐데.. 일단 소방차는 불렀습니다~. 5분 정도면 도착할..”


영감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연기가 자욱한 지하로 뛰어들어갔다.


영감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 소리를 무시한 채


폭발에 휘말렸을 부점장과 녀석들의 소리에 집중하며


까만 연기 속을 뚫고 들어갔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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