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개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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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이레
그림/삽화
J이레
작품등록일 :
2024.05.12 00:18
최근연재일 :
2024.06.15 23:3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543
추천수 :
1
글자수 :
121,928

작성
24.06.15 23:30
조회
17
추천
1
글자
5쪽

소원

DUMMY

오전 11시.


적막해야할 나만의 방, 대기 중이던 손님들로 서늘한 파티가 시작된다.


진한 핏방울들이 사방으로 퍼지는 소리, 허공을 가르는 둔탁한 바람 소리, 살기 가득한 이들의 숨소리..


적막해야할 나만의 밤, 너 또한 단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한다.


변할 수 없지만 변하고자 큰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기계 팔 소리, 너에게 닿았으나 들리지 않는 나의 목소리, 요동치는 심장소리..


익숙한 총소리와 함께 너와 나의 눈높이가 같아지려다 이내 네가 눕는다.


닿지 않는 너의 목소리 대신 심장소리가 내 귓가를 맴돈다.


울며 다가오는 너를 쓰다듬고 싶건만, 어떻게 된 일인지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너의 이름을 말해주고 싶건만, 나의 목소리가 이제는 너에게 닿지 않는다.


아지야. 도망가. 양이랑 같이 도망가.


이 말이 닿지 않아 내게 달려오던 너도, 이내 깊은 잠에 빠진다.


..아지야.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우리 집 개냥이가 되지 않아도 되니 그저 이웃으로 만나주겠니..?


너는 귀여운 개가 될테고 양이는 사랑받는 고양이가 되겠지.


나는 너희들의 옆 집에 사는, 그저 그런 동네 아저씨가 될게.


너희는 너희다운 행복한 삶을 살아.


그런 너희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 나는 행복할테니.


다음 생이 있다면..


그저 그런..


평범한 삶을.. 살자




***




저벅, 저벅, 저벅


모든 것이 느려진 시간 속, 영감만이 평소의 걸음걸이를 유지하며 내게 다가왔다.


영감은 털썩 주저앉으며 울상을 지었다.


“아이고.. 선생님.. 이제 거의 다 됐는데.. 아이고..”


한탄하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영감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와 동시에 생전 느껴보지 못한 따스함과 강한 위압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


쓰러져있는 내 등 뒤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찾아온게 분명했다.


식은 땀이 온 몸에서 배어나오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굳어버린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그 ‘존재’가 내게 다가오는게 느껴졌다.


그 때, 영감이 그 존재를 향해 외쳤다.


“잠시만요~!! 기회를.. 기회를 한 번만 더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땅이 울리는 듯한 근엄하고도 위엄있는 목소리로 그 존재가 영감에게 물었다.


“기회는 이미 주어졌지 않은가? 생은 단 한 번 뿐인걸 자네가 모르진 않겠지.”

“압니다~. 알고 말고요~! 하지만 선생님의 생은 너무 가혹했습니다~. 본인이 선택한 순간이 단 한 순간도 없었단말입니다~!”

“그럴 리가. 손에 피를 묻히는 순간마다 이 아이는 선택할 수 있었다. 본인이 살생을 택한 것이지.”


영감이 무릎을 꿇고 존재에게 빌면서 말했다.


“그.. 그럼 제 남은 수명을 선생님께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기회를 한 번만 더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얼마 남지 않은 자네의 수명을 어디에 쓰겠는가? 그대의 죄책감을 줄이기 위해 이런 선택을 하려는건가?”

“예.. 예 맞습니다~! 저의 지난 죄를 사죄하고 싶어 그럽니다~! 점장에게 선생님의 데이터를 보여줬기 때문에 선생님이 이 길로 들어설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김씨일가와 하회일가의 수장이 됐는데도 조직을 이끌기는커녕 다 자유의 몸이 되게 해준 사람 아닙니까~?”


영감이 엎드리면서 존재에게 외쳤다.


“이 업계에서 많은 사람들을 봐왔지만, 유일하게 선생님만 본인의 정체성을 깨달아 변하셨습니다~! 이제 막 깨우쳐 변하셨는데~! 제발 기회를 주십시오~!”

“손에 피를 너무 많이 묻힌 아이다. 아이를 해친 자들도 보복을 위해 침입한 것이 아닌가?”

“그래도..! 그래도.. 어떻게 기회를 주실 수 없겠습니까..?”


무거운 침묵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침묵을 깬 건 내 등 뒤의 존재였다.


“라온.”


몸을 휩싸고 있는 위압감에 꼼짝도 못하고 있는 날, 존재가 한 번 더 불렀다.


“라온.”


떨어지지 않는 입을 가까스로 움직여 물음에 답했다.


“ㄴ..네.”

“기회를 준다면 뭘하고 싶은가?”


생을 다시 살게 된다면 하고 싶은 것.


그건 바로..


“지키지 못했던 것들을.. 지..지키고 싶습니다..”

“그래?”


존재의 대답과 함께 공간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네가 생각한 것 이상의 고통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해보겠느냐?”


영감을 바라보며 답했다.


“영감님의 성의를.. 받아보고 싶..습니다.”


공간의 흔들림이 더욱 커지면서 빛으로 휩싸이기 시작했다.


영감이 나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미안했습니다~. 나중에 뵙지요~.”

“감사했..습니다.”


영감님의 얼굴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빛이 공간을 가득 메운 기억을 끝으로,


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작가의말

'라온'의 마지막 이야기가 막을 내렸습니다. 혹 작품 관련해서 궁금한 점이 있으신 분들은 댓글 달아주시면 공모전 끝난 후, 후기에서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까지 읽어주신 독자분들 정말 감사합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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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추격 24.06.11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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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협력 24.06.06 1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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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조력자(2) 24.06.01 1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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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준비 24.05.18 28 0 12쪽
5 휴가 24.05.18 21 0 11쪽
4 근무 24.05.12 22 0 11쪽
3 부점장 24.05.12 23 0 10쪽
2 관찰 24.05.12 38 0 10쪽
1 만남 +1 24.05.12 10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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