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2)

꽉 조여두었던 후드 끈을 느슨하게 하며 유민준도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올렸다.
유민준이 눈을 끔뻑였다.
거대 천막과 비견될 만큼 몸집이 큰······저런 건 뭐라고 불러야 할까.
냥냥이의 머리와 발인데 등에는 견고해 보이는 비늘이 있고.
세 개의 긴 악어 꼬리 끝에는 모닥불을 달아둔 것처럼 보였다.
음······파X리라던가 리X몽이 생각나는 지점이다.
허공에 떠 있는 탓에 훤히 발바닥도 보였다.
분홍색 젤리가 영락없는 고양잇과다.
그럼 고양이 키메라? 같은 건가.
최대한 저 생물이 뭔지 납득해 보려고 익숙한 동물들을 떠올리며 고민하는 찰나 도진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베야즈. 베야즈의 핏줄, 도진혁입니다.”
「감히 새끼 여우 따위가 내 잠을 깨웠군.」
“······위대한 존재께서는 어째서 이런 곳에 계십니까.”
그런데 슥 보니 도진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일개 미물이 궁금한 것도 많구나.」
“······죄송합니다. 수면을 방해하고자 한 의도는 조금도 없었으니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잔뜩 예의를 차리는 도진혁을 보며 유민준은 눈알을 도르륵 굴렸다.
뭐랄까.
이상하게도 위험하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크기는 아까 그 짐승보다 큰데도 말이다.
오히려 강당에 있을 때보다 위화감도 덜했다.
왠지 편안하다는 느낌도 든다.
게다가 얼핏 도진혁이랑 아는 사이 같아 보였다.
서로 대화가 가능한 걸 보니, 마음도 편했다.
이윽고 허공에 있던 짐승은 천천히 땅에 내려와 발을 디뎠다.
이러나 저러나 올려다 봐야 하는 크기인 건 변함이 없었다.
유민준은 개의치 않고 후드를 벗어 탈탈 모래를 마저 털어내고 있었다.
부산스러운 유민준 쪽으로 고개를 돌린 붉은 눈동자가 잠시 멈칫했다.
「너는······. 누구지. 이름을 밝혀라.」
물방울 모양의 검은 동공을 감싼 붉은 빛에 이채가 돌고 있었다.
마치 값비싼 루비처럼 반짝거리는 눈이라고 생각했다.
“나?”
가만 생각해 보니 저 도진혁이 덜덜 떨 정도면 연배가 좀 있는 녀석인 듯싶어, 어색하게 존댓말을 더했다.
“······요? 저 도진혁 친구 유민준인데. 그쪽은 누구세요?”
태연하게 제가 누구냐고 물어오는 유민준을 보며 청목후는 어이가 없었다.
자는 중에 아는 냄새가 나는가 하더니만.
새끼 여우와 함께 나타난 요괴 선인은 어딘지 모자란 듯했다.
그나마 기감은 저 새끼 여우가 더 좋은 건가?
「유민준?」
“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녀석은 뻔뻔하게 답을 기다리는 표정이었다.
청목후는 코웃음을 쳤다.
제 존재감도 느끼지 못할 만큼 하찮은 급의 어린 요괴란 생각에서였다.
「하. 요즘 어린 요괴 선인들은 참으로 건방지군. 나는 스스로 존재하는 자들, 위대한 후(犼)의 제왕이었던 자다.」
유민준.
그런데 이름이 귀에 익숙하다.
청목후가 고개를 기울였다.
“안녕하세요 후 씨. 일단 저는 요괴 선인이 아니에요.”
근엄한 목소리가 되돌아왔다.
「후 씨라니. 나는 청목후다.」
“예 뭐, 목후 씨. 반갑습니다.”
유민준은 시원스럽게 입매를 끌어올려 미소지었다.
어르신들 앞에서 자주 빙긋빙긋하는 게 습관이기도 했고,
아무리 인간이 아닌 존재여도 웃는 얼굴에 침 못뱉겠지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기왕이면 초면에 밝은 표정이 좋지.
“근데 저. 초면에 실례지만 마침 계시니 질문 좀 드릴게요. 혹시 여기 얼마나 계셨나요?”
실실 웃는 유민준을 한번, 그리고 다시 청목후를 한 번 보았다.
도진혁은 사색이 되어 청목후의 안색을 살폈다.
청목후의 불꽃 흩날리는 눈썹이 꿈틀댔다.
얼핏 유민준을 보며 눈가를 좁히는 듯 보이기도 했다.
어떻게 여기에 청목후가 기거하고 있는 걸까.
학교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 건가?
아니면, 이 미로에 유폐라도 시킨 건가?
무언가의 봉인이라도 잘못 건드린 건가.
도진혁은 머리가 복잡했다.
후(犼)는 한낱 요괴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도진혁은 청목후가 유민준의 태도를 문제 삼지 않길, 혹은 교수님들이 이 사태를 눈치채고 와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청목후가 입을 열었다.
「나는 이곳에 꽤 오래 있었다.」
“그 오래가 얼마나 오래인지는 모르겠는데, 마침 잘됐네요.”
「그런데. 네 녀석, 무척 낯이 익은데······.」
유민준은 손으로 턱을 쓸어내렸다.
잠시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위대한 존재라면서 왜 하필 이런 데 오래 있었던 건가 싶었다.
하지만 주거의 취향은 존중해주는 게 예의다.
아무리 좋게 봐도 이 공동은 누나 유민하가 글램핑장을 거하게 차려놓은 정도 그 이상도 아니었다.
이러나저러나 유민준은 잘됐다 싶었기에 질문을 던졌다.
집단지성을 끌어모을 수 있는 기회였다.
“혹시 여기서 가끔 지내던 인간 보신 적 있나요?”
도진혁은 해맑은 유민준을 보며 숨이 막혔다.
아무렇지 않게 유민준이 청목후에게 말을 걸 수 있는 건 역시 인간이기 때문인가 싶었다.
거만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있던 청목후가 머리를 내려 유민준의 얼굴 가까이 다가왔다.
주름진 청목후의 미간 사이를 보며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최악의 경우, 유민준을 들고 뛰는 데까지는 뛰어봐야 할지도.
뛴다고 도망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숨을 깊게 내쉰 도진혁은 굽혔던 몸을 천천히 피고 일어나 유민준 쪽으로 다가갔다.
경계하듯 그의 옆에 섰다.
그러나 온갖 경우의 수를 생각하던 도진혁이 무색해졌다.
청목후는 푸르릉 콧바람을 불더니 헛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크흠. 흠. 에이. 설마.」
공간에서 기의 흐름이 크게 요동쳤다.
언제라도 베일 듯 날카롭던 기운이 빠르게 갈무리되는 걸 도진혁은 느꼈다.
유민준이 여상하게 말했다.
“왜 설마예요? 보신 적 있으세요? 이 물건들 주인 말이에요.”
「······물건의 주인과 무슨 사이지?」
심지어 눈에 띄게 청목후가 당황했다.
도진혁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마른침을 삼켰다.
아까 전 모래바람 탓에 떨어뜨린 노트 하나를 주워 들며 유민준이 말했다.
“유민하라고 아세요? 여기 이거 짐, 다 저희 누나 건데.”
「누······나, 라고?」
사자 같은 얼굴이 더욱 바짝 유민준에게 다가왔다.
“그, 너무 가까운 데요. 목후 씨.”
「익숙하다 했더니만.」
“? 일단 좀 개인 공간은 지켜주실래요. 좀 부담스러운데.”
가까이 붙어있던 도진혁을 밀어내며 청목후는 유민준을 놓고 빙글빙글 돌았다.
냄새를 맡으려 청목후가 코를 들이밀 때 도진혁은 한입이면 유민준이 사라질까 겁이 났다.
몇 번을 킁킁거리며 고개를 기우뚱했다.
애써 도진혁이 청목후의 얼굴을 제 몸으로 가로막았다.
“떨어져 주십시오. 청목후 님.”
잔뜩 긴장한 기색을 내비치는 도진혁을 보다가 멋쩍게 유민준이 머리를 쓸어 넘겼다.
혹시 이 청목후는 인간식으로 치면 약간 성질 괴팍한 할머니라도 되는 건가.
상당히 도진혁이 눈치를 보는 게 느껴졌다.
손까지 떠네.
하지만 그리 위협적일 거란 감이 들지 않아, 유민준은 제 냄새를 맡는 청목후의 얼굴을 밀어냈다.
“그래요. 목후 씨. 아무리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다지만, 좀.”
다행인가?
곧이곧대로 한발짝 떨어져 주었다.
붉은색 눈은 빤히 유민준을 응시했다.
「그랬던 거였어.」
왜, 잊고 있었을까.
청목후는 유민하의 말을 떠올렸다.
[-‘내 동생이 반드시 여기에 찾아올 거야.’]
입버릇처럼 했던 말.
[-‘기억하지? 내 동생이 올 거라고 했던 거. 그때까지, 잘 지키고 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했던 말까지.
잠시 유민하와 함께했던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사람 머리통보다 더 큰 붉은 눈이 유민준을 향해 일렁거렸다.
영문을 모르는 두 사람은 당혹스러웠다.
특히 도진혁은 행여 저 청목후가 유민준을 공격하기라도 할까, 조마조마했다.
커다란 붉은 눈에 물기가 고이기 시작했다.
이내 소리 없이 눈물을 뚝뚝 흘린다.
떨어진 눈물은 마석으로 변해 댕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도진혁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유민준의 옆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지금······청목후가 눈물을······?
펑 소리와 함께 청목후는 사사삭 몸집을 줄이더니, 리트리버만 한 크기로 작아졌다.
이내 바닥으로 몸을 낮추더니 앞발에 얼굴을 묻는다.
몸이 들썩이는 걸 봐서는 흐느끼는 것 같았다.
침착함이 유민준의 가장 큰 장점이긴 했다.
“······???”
하지만 지금 유민준은 적지 않게 당황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었다.
거대한 키메라가 누나의 이름을 듣고 눈물을 쏟더니, 갑자기 강아지만 해진다?
평범한 인간이 쉽게 볼 수 있을 광경은 아니었다.
「민하냐. 약속을 지켰구나냥. 흐어엉.」
유민준은 뒷머리를 벅벅거렸다.
뭐야 저 키메라.
말투도 바뀌고.
갑자기 먁먁거리며 너무 서럽게 울어 어찌할 도리를 찾지 못했다.
도진혁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자연에 가까운 존재인 후(犼)는 본디 자연을 거스르는 존재라며 인간을 싫어했다.
그런데 어떻게 청목후가 지금처럼 인간을 그리워하며 우는 걸까.
***
유민준은 분명 남산을 오를 때만 해도 이 학교에 다닐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녀봐야 한다는 기분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아까 전, 침실로 쓰던 것 같던 천막 안에서 청목후는 작은 상자를 하나 내주었다.
상자는 예루리의 집에서 보았던 것과 같았다.
피를 조금 먹이니, 상자가 열렸다.
안에서 편지와 USB가 나왔다.
새로운 단서였다.
편지에는 많은 것들이 쓰여 있었다.
무슨 볼X모트도 아니고, 청목후의 진명은 함부로 부를 수 없다고 했다.
청목후를 유민하는 야 아니면 너라고 불렀단다.
누나는 나를 만나거든 부르기 편한 이름을 새로 지어달라고 떠넘겨두기까지 했다.
목후 씨, 라고 부르기도 좀 그렇고.
작명엔 원래 재능이 없는지라 임의로 ‘모쿠모쿠’라는 이름을 붙였다.
“어, 모쿠 너 정말 내가 안고 나오니까 나올 수 있구나.”
청목후 혼자서는 맨 처음 입구 쪽에 있던 환술로 형성된 바위를 지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하지 않았냥! 미나냥이 날 위해 짜준 방어 마법진이다냥.”
새끼고양이만큼 몸집을 줄인 청목후를 안고서 유민준이 킥킥댔다.
“방어 맞아? 가둬둔 거 아니고?”
억울하다는 듯 젤리 달린 앞발이 허우적댔다.
“아까 민하냥의 편지도 전해주지 않았냥! 네게 전해줄 상자를 지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냥!”
“이런 걸 인간들은 농담이라고 해.”
청목후가 고개를 저었다.
“민하냥과 넌 얼굴만 판박이구냥······농담은 그런 게 아니다냥.”
어안이 벙벙한 채로 도진혁은 현재 상황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
후(犼)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인간인 유민준에게 청목후는 친절했다.
동굴 안에 있던 모든 물건을 유민준의 아공간에 옮기는 것까지도 청목후는 손수 도왔다.
인간의 시간으로 치면 40여 년을 살면서 청목후의 인간형까지 본 건 저도 손에 꼽았다.
궁금한 게 많긴 했지만, 당연히 먼저 물을 순 없었다.
몇 가지는 민준이 알아서 질문해준 덕에 해소된 것도 있었다.
1. 미로는 마치 한 권의 책처럼 같지만 다른 차원이 겹치는 실제 공간이다.
직접적으로 학교 측에서 밝힌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알려진 바로는 거대한 환영 공간 법술이라고 했으니, 새로운 사실을 안 셈이다.
2. 청목후는 절경이 있다는 소문에 미로에 구경 왔다가 여의보주를 도둑맞아서 갇히게 되었다. 문제는 도둑맞았을 당시의 기억이 띄엄띄엄해, 범인이 누군지 모른다.
도대체 어느 누가 후(犼)의 보주를 훔칠만한 실력이 있는 걸까?
게다가 기억을 잃다니, 이게 가능한 소리인지.
3. 청목후는 오래전부터 혼자 그 동굴에서 지냈는데 유민하와 만난 뒤, 친구가 되었다.
이건 유민하가 무척 특별한 인간이었다는 것 말고는 달리 생각할 방도가 없었다.
대체로 후들은 생리적으로 인간을 배척하니까.
4. 청목후는······.
머릿속으로 표를 만들어 성실하게 정리하던 도진혁에게 유민준이 말을 건넸다.
“혼자 왜 그렇게 심각해?”
세 사람(?)은 모쿠모쿠가 지시하는 대로 미로의 수호자가 있는 방향을 향해 곧장 나아가는 중이었다.
도진혁은 꼭 시험 전날 밤 게임 하다 들킨 사람 같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다. 잠시 생각하느라.”
“음침한 새끼 여우 녀석, 무슨 생각 중이었는지 어서 대답해라냥!”
작은 고양이 같은 게 저런 냥냥대는 말투로 먀아악대는 게 그다지 위협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곧장 대답했다.
“······청목후님 덕에 손쉽게 출구를 찾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 중이었습니다.”
“모쿠. 넌 얠 알지도 못하면서 왜 음침하다 그래. 말이 좀 심하네.”
“······청목후님께서 하시는 말씀에 전 이견이 없습니다.”
이 새끼가 편을 들어줘도 못 주워먹네.
“모쿠. 너무 막 뭐라고 하지 말자. 오키? 너도 자꾸 쫄타지 말고.”
“흐응.”
새침하게 모쿠모쿠가 어깨에 올라타 자리를 잡았다.
내가 눈을 흘기자 뭔가 언짢다는 듯 꼬리 세 개를 탁탁였다.
얘 혹시 꼰대인가.
오래 살았다더니.
유민준은 한숨을 내뱉고선 도진혁에게 물었다.
“도진혁. 얜 널 왜 자꾸 새끼 여우라고 부르는 거야?”
“그건······내가 백호(白狐)족의 어린 개체이기 때문이다.”
음. 여우가 본체다. 뭐 그런 소리인가.
나는 대충 흘려들으며 빠르게 납득했다.
원래도 난 깊게 생각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미 벌어진 일이라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수밖에 없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사건건 하나하나 다 놀라고 그러다 보면 인생이 피곤해진다.
유민준은 이왕 하늘 대학교에 다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니, 도진혁의 신상 정보에 관해서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생각이 들었다.
도진혁은 대체로 질문에 상당히 친절하게 대꾸하는 편이었고, 대답하기 싫은 질문에는 침묵을 지켰다.
대화를 조금 나누다보니 예능에서 보았던 것과 확실히 다르다.
그치. 뭐, 티브이는 티브이니까.
어쨌든.
인간 세상에서 모델 일을 하게 된 것도 하늘대학 입학 가산점 때문이었단다.
활동할 땐 신비주의 컨셉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듣자 하니 HAN 엔터도 인간이 아닌 게 운영하는 모양이다.
유민준이 본 도진혁은 대체로 과묵하긴 한데, 뭐든 약간 FM대로 하는 느낌이었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그랬다.
“아. 그러면 너는 인간 나이로 치면 마흔 정도 된 거고?”
“그래. 우리 일족은 10년 주기로 성장한다.”
“그러면 형······이라고 해야 하나?”
“형은 무슨 형! 인간 나이로 치면 같다냥!”
모쿠모쿠의 말을 떠나서, 도진혁도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프로필 나이는 올해 스무 살이다.”
“그래, 도진혁아. 어차피 같은 신입생 동기끼리 편히 지내자.”
유민준은 도진혁이 프로필 나이를 운운하는 걸 보며, 새삼 그가 연예인이 맞긴 하구나, 생각할 뿐이었다.
***
“어차피 안 먹힌다냥! 손으로 잡으라냐앙!!”
집토끼만 한 초록색 점액질 덩어리가 무척 빠르게 움직였다.
도진혁의 채찍은 무용지물이었다.
모쿠모쿠가 말한 곳에 도착한 직후 빠르게 도진혁이 낚아챘었지만, 미로의 수호자는 생채기 하나 없이 미끄러져 도망쳤다.
그런데 답답하면 가슴을 치는 건 종족 불문 비슷한가 보다.
포실한 앞발로 모쿠모쿠는 제 가슴을 쳤다.
“어휴!!! 저렇게 굼떠서 어디에 쓰냥.”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 나로선 대단해보였다.
심지어 눈으로만 쫓아가기도 힘든 터라, 한마디 했다.
“그. 모쿠모쿠? 나는 더 굼뜬데.”
“민준냥은 괜찮다냥.”
내 생각이지만, 둘이 왔으면 아마 못 잡았을 거 같다.
셋이라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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