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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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벼락
작품등록일 :
2024.05.13 11:07
최근연재일 :
2024.06.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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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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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패밀리

DUMMY

이반은 안드레이가 만들어준 소파에 누워 팔배개를 하고 한참을 잤다. 소파를 만들어준 고마운 대마법사는 해골 안에서 쉬고 있었다.


“아우. 잘 잤다.”


그리고 이제 깬 참이었다.

누운 채로 입가에 흐른 침을 소매로 딱았다.


‘여기는 공기가 좋은지 잠이 잘 온단 말이지.’


해가 뜰 때 들어와, 정오가 지날 때까지 잠을 잔 셈이다.

아무 일 없이 누워서 뒹구니 하루가 금방이었다.

해는 서쪽으로 많이 가 있었지만, 하늘은 청색을 풀은 듯 파랗고, 구름은 우유를 부은 듯 하얬다.


입에서 노래가 저절로 흥얼 거렸다.


“아. 시팔.

하늘이 존나 파랗네.

루룰룰···.


파란 하늘을 보았니.

꿈과 희망이 가득한.

천사들이 사는 나라···.”


채럴 나뭇잎을 씹으며, 유일하게 가사를 알고 있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이반이 이 노래를 흥얼거린다는 것은.

기분이 좋다는 것이다.

이제는 좋은 친구 참 일병을 꺼낸다.


“난···찌루찌루의 파랑새를 알아요.”

“짹.”

“난···안델센도 알고요.”

“짹짹.”


이반이 고개를 돌려 참 일병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알아서 코러스를 넣어주는 모습이 갸륵했다.


“짹.짹.”

“귀여운 놈.”


입안 가득 공기를 불어넣고 참새에게 불어 본다. 드래곤의 똥 냄새가 참새 부리에 난 작은 콧 구멍으로 잔뜩 흡입 된다.


후-.


냄새를 맡은 참새가 파르르 떨더니 쓰러지며 흩어진다.


‘아직도 입에서 똥 냄새···. 이것도 공격 1점 정도는 되나. 그나저나 이 지독한 냄새는 언제쯤 없어지는 거지.’


생각해봐도 답이 안나오는 문제였다. 이 세상 누가 드래곤의 똥으로 만든 영약을 먹어 보았겠는가?


‘은근 개성있네. 이반 새끼···.’

꼬르르륵-.


다시 시작된 자뻑이었다. 자뻑은 배에서 부름이 찾아와야 멈췄다. 아침 잔뜩 먹고, 채럴 잎이나 씹다가 점심은 넘긴 셈이었다.


‘점심이란 점을 찍을 만큼 조금 먹어야 점심이지. 근데 점을 못 찍었잖아. 배고픈걸. 이제 슬슬 가볼까···.’


말도 안되는 논리와 비약 속에서 배고픔을 깨달은 이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툭. 툭.


옷에 묻은 흙과 지푸라기들을 털어낸다.


‘배도 고프고. 세뇨리타가 또 뭐 맛있는걸 해놨는지 궁금하네? 헤헷.’


엄마는 금화 1개로 한달은 꽤 맛있는 음식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값비싼 포도주를 먹는 것도 아니고, 양이 많고 부드러운 빵과 저렴하지만 맛이 괜찮은 각종 고기들은 파는 곳은 널려 있었다.


‘으···추워.’


해가 슬슬 기울면서 바람이 찼다.

저녁에 가까워 지는 것이다.


중세의 밤은 일찍 시작한다.

돈 없는 평민들이 집안에 불을 밝힐리는 없으니까.


‘초나 기름은 겁나 비싸니까···.’


귀족들 중에는 마도구로 저녁이 되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는 것도 사용한다고 한다.


‘모름지기. 중세에서는 귀족으로 살아야 해. 사람 취급이라도 받으려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반의 머리는 즐거운 상상으로 가득했다.


‘전쟁에 나가 공을 세워야 해. 왕국의 공주님을 구하는 건 어떨까? 그러면 자작이나 후작정도작위는 받을 수 있지 않겠어? 공주와 결혼이라도 시키려면 작위가 있는게 편하지. 왕을 장인 어른이라 불러야 하나? 크크큭’


안드레이의 마법을 보며 두려움에 떨던 새가슴 이반이 아니다.


공을 세우고 예쁜 공주와 결혼할 생각으로 머리 속이 가득했다.


‘난 절대 평민이랑은 결혼 안 할 거야. 피부가 하얗고 깨끗한 손을 가진 여자랑 해야지.’


귀족 여인들의 손은 여동생 안나의 손처럼 뽀얗고 하얗다. 얼마나 고생 하지 않고, 보살핌을 받았는지 아이 피부가 유지되는 것이다.


‘내 손도 이정도면 괜찮은데···.’


손을 들어 바라본다. 팔뚝은 검게 그슬렸지만, 손 만은 하얗고 손가락이 길죽하다. 손 바닥에는 굳은살도 많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일하기 싫어서 요리 조리 도망다니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는 걸 좋아했기 때문이다.


‘공주도 좋아하겠지···.’


또 상상에 빠졌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은지 입가에 호선이 그려진다.


‘꼭 결혼 할 거야.’


올해 들어서 백번째 지키지 못할 결심을 하는 순간이다.


‘흐흥’


이거 또 행복한 걸.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즐거웠다.


“짹짹짹짹···.”


일 드론 하나를 정찰 용도로 띄워 놨었는 데, 참새가 호들갑을 떨며 되돌아 왔다.


“왜? 집에 뭔일 있어?”


평상시에도 소환수들을 다루면서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주변도 살피면서 사용 시간을 늘리기에는 참새만한 게 없었다.


“짹짹짹짹···.”


손 바닥 위에서 마구 쫗아댄다.


이쪽으로 가서 탁탁탁.

저쪽으로 가서 배를 깔고 눕는 시늉을 한다.


“야. 너. 연기 많이 늘었다.”


이반이 감탄한다. 말로 해주면 좋으련만 그러면 귀여운 맛이 없지.


‘하여튼 집에 뭔 일이 있는 거구먼.’


평상시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닌, 짐승들이 다니는 길로 숨어 들었다.


오래된 썩은 나뭇잎과 말라죽어 뿌리만 남은 나무들 사이로 요리 조리 다람쥐처럼 뛰어 갔다.


얼마 후, 집 뒤에 있는 커다락 나무를 보고 조용히 숨어든다.


여기는 은폐 엄폐가 되는 곳이었다. 이반은 집 주변을 살펴 볼 수 있었지만, 아래 쪽에서는 그저 솟은 바위와 나무 밖에 볼 수 없었다.


사계절 푸르른 나뭇잎들이 이반의 모습을 감추어 줬다.


‘어디 보자. 무슨 일인데 참새가 짹짹거리냐!’


번쩍거리는 갑주를 입은 기사 세명이 보인다. 빌리치 패밀리를 집앞 마당으로 몰아 가고 있었다. 기사들의 인장이 빛나서 색을 알 수 있었다.


‘청색 기사 둘에 적색 기사 하나···.’


한번도 이 주변에 기사들이 온 적은 없었다.

화전따위나 일구는 가난한 평민 집에 눈 씻고 찾아봐야 가저갈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반항할 수 있는 어른들은 포승줄로 포박되어 있었다. 엄마인 세뇨리타가 주방에서 일을 하다 나온 듯해 보였다. 앞치마를 입은 체로 앉아 있었다.


‘뭘 만들다 잡혀 오셨을까?’

저녁 식사에 나올 요리들이 궁금했다.


아빠인 프라스코는 이미 몇대 맞은 듯, 눈 두덩이가 부은 상태로 손이 뒤로 묶여 있었다.


‘에이 쌈도 못하면서 뎀볐구만···.’


그 옆에는 형제 자매들인 첫째 형 아우스와 동생들인 키릴로, 쿠조프, 안나, 카레라도 부모님 주변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현대 기준으로 대가족이었겠지만, 중세 시대에는 자식이 일곱명이라는 게 대단한 수치는 아니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새끼를 많이 낳으면 돈을 더 버는 시대였다. 신분이 높은 분들도 마찬가지였다. 백작도 부인을 여럿 두고 많게는 몇 십명까지 싸질렀다.


‘왕들도 마찬가지지. 용의 노래라는 소설에도 나오잖아. 대장간에서 일하는 놈도 왕의 자식이고 길가던 거지도 왕의 자식이고.’


어떤 면에서는 인간이든 짐승이든, 평민이든 귀족이든 아이 낳는 것에 관해서는 평등하다고 말 할 수 있었다.


쓸데 없는 생각에서 다시 시선이 가족들로 향했다. 옹기 종기 앉아 있는게 불쌍해 보였다. 저러는 이유가 뭘까?


‘뭐지. 나 몰래 반역이라도 했나?’


이반은 도데체 영문을 몰랐다.


그때였다.

일행의 대장으로 보이는 적색 기사가 반짝이는 것을 하나를 꺼내서 프라스코에게 보여줬다.


금화였다.


‘금화, 저거 내가 준거 같은데.’


역시 시골 마을에서 고품질의 금화를 사용한게 뒤를 잡힌거였다. 은화였다면 찾지 못 했을텐데.


‘조심하지 못했네.’


원인과 피드백이 빠른 이반이었다.


아빠가 머리를 땅에 박으며 조아리고 있었다.

기사가 검을 꺼내 엄마에게 위협했다.


엄마는 무언가를 고해 바치는 듯 했다.


이반에게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눈치로 알수 있었다.


‘내가 줬다고 바로 말했겠지.’


둘째 아들을 지키겠다고 남편과 나머지 자식들을 죽게하는 것은 하수다.

엄마는 현명한 여자였다.

세뇨리타라면 당연히 이반을 포기하고 나머지 가족들을 구할 것이었다.


‘잘했어. 엄마.’


이반은 세뇨리타의 행동을 이해한다. 엄마는 자식들 모두를 사랑하니까. 당연히 이반도 그 안에 포함되었다.


첫째 형 아우스가 손을 들어 산속을 가르켰다. 그러면서 무어라 말을 하는 듯 했다.


‘내가 산에 갔다고 꼰질르는구만. 그렇게 안봤는 데 의리없이 치사한 놈.’


세뇨리타와 아우스의 행동은 비슷했지만, 이반은 엄마의 행동은 용서했지만, 아우스의 행동에는 가슴 깊이 적개심이 피어 났다. 이반에게 사람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었고, 싫어하는 데에도 마찬가지 였다.


선임격인 적색 기사가 하늘을 한 번 보고는, 청색 기사들에게 무어라 지시했다.


‘아무래도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네.’


지금까지 평탄한 삶을 살아온 이반에게 최대의 위기가 닥쳤다.


‘짱구를 좀 굴려보자. 내가 도망을 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식구들을 죽이겠지···.’


바로 답이 나왔다.

기사나 마법사나 사람을 살리는 것보다 죽이는 게 훨씬 쉽다.


증거인멸.

살인멸구.


분명히 그렇게 할 놈들이다.


화전민따위 죽든 말든 누가 상관하랴.


‘가족을 다 구할 필요 있나? 세뇨리타랑 키릴로, 안나만 구할까?’


첫째 형이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니다.

맞다. 바로 꼰질르는 모습이 싫어서 그런거다.


‘어떻게든 구해보자. 한명이라도 죽으면 꿈에 찾아 올 지도 모르니까.’


말은 그렇게해도 가족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이반이었다. 물론, 마법사를 꿈에서 만난 이후로 원한 사는 일을 조심하고 있기는 했다.


사람이 둥글 둥글 하게 살아야지.


‘지금 내 수준으로 기사들을 죽일 수 있을까?’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본능적으로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해골에 넣어두면, 보디가드 역할은 해 줄 것 같은데···.’


은근히 수집 욕구가 있는 이반에게 레프의 그리모어는 잘 맞았다. 만약에 검이나 창을 사용하는 재능을 받았다면, 노력하기 싫어서 그냥 땅이나 일구며 살았을 것이다.


‘자. 되는 방향으로 생각해 보자. 긍정적으로···. 나한테는 비장의 무기 안드레이가 있다. 그의 마법이라면 한번에 세명 정도의 기사들은 식은죽 먹기지.’


다행히 쿨타임도 지났다. 여섯 시간 정도 지나면 안드레이를 호출 할 수 있었다.


‘낮잠을 오래 잔게 개꿀인걸.’


행운의 신 루키아가 이반의 오수를 길게 한 것이다. 이반은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 안드레이의 마력이 온전치 않아, 공격 거리와 범위가 길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


이반은 생각에 잠겼다.


‘근처로 가야 하는데···. 몰래 근처까지 가지 않는다면 실패할거야. 저놈들이 흩어져서 공격에서 살아남은 자가 생기는 것도 문제고.’


해골을 만지작거리다, 이반의 눈이 번쩍 떠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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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마을의 대마법사 24.06.14 27 3 12쪽
32 귀환 24.06.13 26 3 13쪽
31 신을 만나다 24.06.12 26 3 14쪽
30 정령을 부리는 왕 24.06.11 20 2 12쪽
29 반란 24.06.10 20 3 12쪽
28 네프 언덕의 전투 24.06.07 26 2 11쪽
27 물리력 강한 마법사 24.06.06 24 3 13쪽
26 건틀릿이 생겼다 24.06.05 23 2 11쪽
25 드래곤의 목상 24.06.04 27 2 11쪽
24 백인대장 케톱 24.06.03 27 2 13쪽
23 드래곤의 현신 24.05.31 31 2 11쪽
22 마력을 늘리는 법 24.05.30 32 4 13쪽
21 내 몸을 지켜라 24.05.29 33 2 13쪽
20 사악한 눈길 24.05.28 34 3 11쪽
19 강속구를 던져라 24.05.27 33 4 12쪽
18 주술사 카흐만 24.05.24 38 2 15쪽
17 고블린을 죽여라 24.05.23 44 5 12쪽
16 용인족 드라칸 24.05.22 48 3 13쪽
15 파이어 볼 24.05.21 60 3 12쪽
14 볼로냐 던전 24.05.20 67 3 12쪽
13 볼로냐 던전 24.05.20 69 2 12쪽
12 볼로냐 던전 24.05.19 84 2 14쪽
11 검은 불꽃 24.05.18 86 1 12쪽
10 검은 불꽃 24.05.17 101 3 12쪽
9 미하일 24.05.16 10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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