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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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모스
작품등록일 :
2024.05.1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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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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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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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

DUMMY


이반은 소환수들과 짧은 회의를 시작했다. 당연히 세명의 기사들과 안드레이가 참석했다. 참새 몇 마리는 정탐을 위해 하늘에 띄워 놓았다.


참새들도 회의에 참석시키고 싶었지만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하기에 못했다. 이반은 못내 아쉬웠다.


사실은 이반이 빠지는게 더 나을 수도 있었다. 이반이 삼천포로 빠지는 쓸데없는 이야기로 빈번하게 회의의 맥을 끊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내말이 틀렸다는 거야? 대장간 집 딸 사브리나가 볼로냐 제일의 미인이라는 말이. 주근깨는 조금 있지만, 백분을 바르면 깜쪽같다고···.”

“주군은 혹시 가슴과 엉덩이만 크면 다 좋아하십니까?”


평상시에는 조용하던 홀스가 주군의 말에 짜증을 내며 말을 한다. 일종의 돌려까기다. 이반의 여자 보는 눈이 너무 낮다는 거지.


“여인은 자고로 심성이 고와야지. 그저 가슴만 크면···. 한심한 놈들이로세···.”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안드레이의 말이다. 순간 여기 저기서 피식거리는 웃음이 피어난다.


“아니. 엉덩이는 별로 안 좋아하시는 건가 보오. 카츄샤. 카츄샤는 오리 궁둥이가 아닌가보지. 캬햐하.”


이반의 비꼼에 안드레이가 화를 내며 벌벌떤다. 재치꾼 토메르가 한 마디 더 거든다.


“아이고. 여보게들 그만 놀리시게. 어르신 혈압이 높아져 돌아가시면 어떻게 하나. 풋···.”


원래 화내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법이다. 안드레이는 죽일 듯이 토메르를 째려보자, 겁이난 토메르는 미하일 뒤에 숨는다.


“음음. 잠시만, 농담은 그만들 하시고, 주군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의견을 내어야 할 거 아닙니까? 그래야 저희도 잠에 들어 내일 다시 호출 받을 것 아닙니까?”


이반은 미하일의 말에 감동 받았다.


‘역시, 적색 기사는 공짜로 딴게 아니구나. 저게 리더십이지.’


믿는 다는 의미로 미하일의 어깨를 툭툭 쳤다. 신뢰의 표시다. 미하일은 그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내 생각엔 우리 세 기사들이 모습을 보이고 사라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금화는 어차피 주군이 회수 하신거고, 다시 흔적을 쫓을 사람은 없을 겁니다. 우리들만 마을 사람들 눈에 보였다가 조용히 사라진다면 아무도 찾지 않겠지요···.”


미하일의 말에 농담을 짓껄이던 것들이 자뭇 진지한 표정들로 바뀌었다.


“제 생각에도 그게 좋을 듯 합니다. 다만, 저희가 사라지고 찾지 못하는 것이 확실히 드러나야 합니다. 어설프게 보이지 않았다간, 추격대가 저희 흔적을 찾아 마을을 샅샅이 뒤질 겁니다.”


토메르의 말이었다. 이반도 토메르의 말에 공감했다. 지금 아빠와 첫째 형이 파묻고 있는 기사들의 시체는 추격대가 제대로 찾으면 못 찾을 것도 아니었다. 그 놈들은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 다니까···.


“아우스 형, 키릴로. 구덩이에 시체들을 묻고 나면, 똥이랑 오줌을 잔뜩 싸줘요. 추격대들이 냄새를 잘 맡는다고 하니까···.”


이제서야 기억이난 이반이었다. 그 말에 형제들이 바지춤을 주섬주섬 내리고 오줌들을 갈기기 시작한다.


쉭. 쉬···. 쪼르르···.


자식들의 오줌발이 시원치 않자, 아버지인 프라스코가 우람한 남자의 그것을 꺼내 쏟아내기 시작했다.


역시 육남매의 아버지였다.


콸콸콸콸콸···.


‘음. 소환수들이 소환 된 뒤에 처리 할 걸 그랬나. 표정들이 좋지 않네. ’


미하일, 토메르, 홀스.


세명의 기사들은 자신의 시체 위로 쏟아지는 오물의 향연을 말없이 지켜 보고 있었다.


사실 좀 비인간적 이었다.


“에헴. 굳이 보지 마라. 마음 아프다.”


이반이 시야를 가리고 그 앞에 섰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소환수 셋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회의를 이어 나갔다.


“그래서, 알리바이를 만들자는 얘기지.”

“알···리···바···이···?”


“음음. 그러니까. 예를 들어 오후 여섯시에 살인 사건이 일어났는데 나는 그 시간에 미하일과 술을 먹고 있었다면, 범인이 아닌게 되지. 살인자가 아닌 확실한 이유를 만드는 것을 알리바이라고 내가 말하는 거다. 설명하기 복잡하니까 앞으로도 이 말을 쓸 것이다. 알겠어?”

“네.”

“주군은 특이한 상상을 많이 하시는 분인가 보오. 새로운 말들을 만들어 내는 것을 즐기는 것을 보니···.”


안드레이가 묘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이반은 그냥 모른척 했다. 안드레이가 말을 이어갔다.


“던전 같은 곳에 들어가는게 좋겠어. 들어갈 때 길드 관리인에게 기록을 남기게 되고, 돌아오지 못하는 것도 판정을 받아 사망 처리 하게 되니 누구도 문제 삼지 않을거야.”

“던전? 그렇지. 그러면 되겠다. 여기 볼로냐에서 던전이 하나 있어. 그걸 이용하자.”


이반이 안드레이의 등을 칭찬의 의미로 두들기자, 미하일이 약간은 부러운 눈빛을 보였다.


“좋아. 내일 동이 트면 마을의 던전으로 가서 너희 셋이 먼저 들어가는 거야. 그리고 내가 따라 들어가는 거지. 그리고, 나올 때는 나 혼자만 나온다면 알리바이가 생기는 거지. 어때?”

“어? 저희들만 들어가면 안되나요? 굳이 주군께서 들어가실 필요가?”


홀스는 머리는 큰게 왜 저렇게 멍청한지. 핀트 안맞는 이야기를 한다.


“멍청아. 던전 안에서 미아가 되어 사라지고 싶으냐? 소환수의 마력이 무제한이야? 내가 들어가서 적절히 회수해줘야 될거 아니야?”

“아. 그렇군요.”


홀스가 이제서야 이해한 듯 머리를 긁적인다. 역시 이반의 지능은 중세에서는 그래도 평균 이상은 가는 듯 했다.


“좋아. 계획은 세웠으니 너희 셋은 이제 그리모어로 돌아가···!”


세명의 기사들이 무릎을 꿇자, 이반은 셋을 회수하여 해골 안으로 들였다. 안드레이 혼자만 멀뚱이 남았다.


“나는?”

“스승님···.”

“갑자기···?”

“마법 가르쳐 주세요.”


때마침, 세뇨리타가 간단히 먹을만 한 저녁 거리를 가져왔다. 그래도 덜 딱딱한 빵과, 스프에 넣으려던 소세지들이다. 소세지들은 화롯불에 칼집을 내어 구워서 아주 따뜻했다.


한 손엔 빵을, 다른 한 손엔 소세지를 들고, 천연덕스럽게 입안에 집어넣고 우적 우적 씹으며, 이반은 설명을 이어갔다.


“내일 던전에 들어가려면 마법사라는 것을 증명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제가 길드가 있읍니까 뭐가 있습니까?

마탑에서 자격증을 준것도 없어요.

그냥 나는 내 몸뚱아리 하나 뿐이라니까.


거기다, 해골에서 시체들을 꺼내는 순간, 흑마법사나 마녀는 아닌가, 아니면 마족으로 오해 받기 십상이라니까요.


그러니, 간단한 마법이라도 하나 해야 입장을 시켜 줄 거라구요.”


이 긴 대사를 입안에 빵과 소세지를 가득 넣고 꾸역 꾸역 이야기 하는 이반이었다.


“전혀 마법을 못해? 그런데 어떻게 그리모어를 받았어?”

“···. 화롯불에 껍질 콩을 구워먹다가···. 그냥 주더라구요.”


안드레이는 황당한지 말을 잃고 눈동자가 다시 흔들렸다.


“정신, 정신 차리세요.”


이반이 빵과 소세지를 손에 쥔체로 유령이 된 마법사를 흔들어 댔다.


“음음. 괜찮아. 이 손 놓으라고.


내가 볼카츠 가문에 천재로 태어나서 갖은 영약을 먹으며 귀한 마법서를 수없이 읽고 연습해서 마탑주가 된게 30년이 걸렸어.


사람들은 그런 나를 역대 최단시간에 마탑주가 된 천재 마법사라고 말했다고. 그런데. 뭐? 껍질콩을 구워먹다 마법사가 되었다고. 이런. 이런. 이런.”


이반이 생각하기에 안드레이는 이반의 막타에 죽지 않았어도, 혈압이 높아 뇌출혈로 쓰러졌을 것 같다고 생각 했다.


“아. 네에. 네에. 어쩌겠어요. 신이 저를 이뻐하는데. 아무거나 최단시간으로 익힐 수 있는 마법 하나 주세요. 명령하기 전에 좋은 말로···.”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있는게 없나?”


조금은 진지해진 안드레이가 하는 말이다.


“해골 그리모어인 메멘토로 소환수들 호출하는 것이랑 입에서 검은 안개 내 뿝는거. 딱 두개 할 줄 알아요. 근데 두가지 다 속된 말로 보기 좋아 보이는 마법은 아니잖아요.”

“마법을 배우지 않고도 마법을 사용하는 존재라···. 신의 가호는 인간의 노력을 허무하게 하는구나···.”

“쓸데 없는 이야기 말고, 자. 뭣 부터 시작해 볼까요.”


이반이 양손을 곱게 모으고 손바닥을 싹싹 비비며 장사를 시작하려 한다.


“내가 제자들의 수준을 확인 할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있지. 그것을 알려주마.”

“그게 뭔데요?”

“손에서 피우는 불꽃.”


촤르륵~.


안드레이가 오른손의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내려 놓자, 손바닥의 중심에서 불꽃이 피어 난다.


처음에는 붉은 색의 촛불 크기였다가 이내 청색의 사람 머리만한 불이 손 위에서 일렁거린다.


“젠장. 마력이 일천하여 이제는 이 정도 불꽃 밖에 못 피우는 구나. 한심하다. 한심해···.”


끙. 끙. 끙.


이반이 그 모습을 따라해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고 힘을 준다.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저 손바닥에 피가 몰려 붉게 변화했을 뿐···.


“뭐하는 거냐. 요란스럽게···.”

“아니. 뭐 방법을 가르쳐 주셔야···.”


이반이 투덜댄다.


“자. 지금부터 하는 말을 마음 속에 염두해 두거라. 내 손안에 뜨거운 불이 있다는 것을 상상하고, 또 상상해라. 그것을 심상이라고 한다. 더 자세하게 생각하면 할 수록 마법이 제대로 구체화 될 것이다. 완전한 심상은 실제와 다르지 않지. 심상이 완전해지면 각성된 마력은 심상을 표현한다. 심상을 현실로 옮기는 것 그게 마법의 시작이자 끝이다. 해보거라.”


‘하던 가락이 있어서 그런지, 선생질을 잘 하는 구만···.’


제자의 속마음은 비아냥이었지만, 그것을 바깥으로 드러낼만큼 멍청하지는 않았다.


“네. 스승님.”


곧바로 스승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반이었다.


심상이라. 심상은 이반이 잘 하는 것 중에 하나였다. 지루한 수업시간에 손에 쥔 스마트폰 없이 상상만으로 하는 게임은 시간이 절로 갔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바로 게임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심상 속 전략이 그대로 수행되었다. 현질을 줄이기 위해서는 심상 훈련이 꼭 필요했다.


‘좋아. 난 다 잘한다고···.’


언제나 의욕만은 충만했다. 불꽃을 생각한다. 불꽃을. 마법의 기적이 내리던 그날. 껍질콩을 불 안에 던지고 기적을 받았다. 처음 들인 소환수는 참새였다. 그 참새도 그 불꽃으로 죽였다.


‘그러고 보니 인연이 많네.’


불꽃이 일렁인다.

불꽃이 일렁인다.

뜨겁다. 뜨겁다.

불탄 나무 조각을 검게 그을리며 하얗고 붉은 빛을 타버린 재와 함께 내뱉었다.


이반의 심상은 끝을 모르고 달리고 있었다.


툭. 투툭···.


이반의 오른쪽 손바닥의 가운데에서 뭔가 움찔거리는 기운이 느껴진다.


이반은 아직도 심상 안에 빠져있었다.


불꽃에 내가 비춰 흔들거렸다.

일렁이는 불꽃이 이반의 마음과 같았다.


흑야에 적화라.


손바닥에서 불이 솟아 올랐다.


촤르르르륵···.


거의 일미터는 가까운.


불기둥이 솟았다.


이반도 놀랐고, 안드레이도 놀랐다.


안드레이는 서둘러 이반의 마력을 흩어버려야만 했다.

그 불꽃의 색을 세상에 보여서는 안되기 때문이었다.


작가의말

선호작과 추천은 글을 쓰는 기쁨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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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죽음의 천사 24.06.20 19 1 12쪽
36 죽음의 천사 24.06.19 22 3 12쪽
35 죽음의 천사 24.06.18 21 3 12쪽
34 죽음의 천사 24.06.17 28 3 13쪽
33 마을의 대마법사 24.06.14 35 3 12쪽
32 귀환 24.06.13 33 3 13쪽
31 신을 만나다 24.06.12 33 3 14쪽
30 정령을 부리는 왕 24.06.11 25 2 12쪽
29 반란 24.06.10 25 3 12쪽
28 네프 언덕의 전투 24.06.07 31 2 11쪽
27 물리력 강한 마법사 24.06.06 32 3 13쪽
26 건틀릿이 생겼다 24.06.05 29 2 11쪽
25 드래곤의 목상 24.06.04 33 2 11쪽
24 백인대장 케톱 24.06.03 34 2 13쪽
23 드래곤의 현신 24.05.31 35 2 11쪽
22 마력을 늘리는 법 24.05.30 36 4 13쪽
21 내 몸을 지켜라 24.05.29 36 2 13쪽
20 사악한 눈길 24.05.28 39 3 11쪽
19 강속구를 던져라 24.05.27 39 4 12쪽
18 주술사 카흐만 24.05.24 45 2 15쪽
17 고블린을 죽여라 24.05.23 50 5 12쪽
16 용인족 드라칸 24.05.22 52 3 13쪽
15 파이어 볼 24.05.21 66 3 12쪽
14 볼로냐 던전 24.05.20 70 3 12쪽
13 볼로냐 던전 24.05.20 75 2 12쪽
12 볼로냐 던전 24.05.19 89 2 14쪽
11 검은 불꽃 24.05.18 95 1 12쪽
10 검은 불꽃 24.05.17 111 3 12쪽
» 미하일 24.05.16 11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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