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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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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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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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7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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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불꽃

DUMMY

안드레이는 죽고 나서 처음 들이는 제자, 이반의 불꽃이 궁금했다. 지금은 주군으로 모시고 있는 이반은 자신의 죽음에 마지막 고사리 손을 보탠 사악한 놈이었다.


‘왕국의 대마법사를 죽인자.’


하지만, 그의 죽음이 온전히 이반의 행위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독과 부상으로 살 수 있는 확률은 높지 않았다.


‘그래도 프리톨리아를 마셨다면···.’


아쉬움이 남았다. 성수를 마셨다고 온전히 회복되었을 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저 가능성. 헛된 희망이었다.


죽음이 더 빠르게 다가 왔을 지도 모른다.

프리톨리아는 그런 영약이었다.


완전한 상태에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소화해야만 하는.


안드레이는 영약을 자신의 마탑에서 복용하려 했다. 긴 명상을 마친 후에 정신과 마력이 완전히 회복되고, 제자들이 자신을 지키게 하려 했다.


스스로 갖혀있는 채로 어느 정도 영약을 소화시킬 때까지 기다리려 했다.


프리톨리아의 이명은 ‘백년의 영약’ 혹은 ‘마왕이 되는 지름길’이었다. 백년 동안 아주 조금씩 소화하지 않으면, 폭증한 마력과 스토어 신의 특징인 집착이 마법사를 죽거나 미치게 만든다.


지독한 영약이었다. 수많은 기사들 중에서 황금 기사는 절대적인 무력을 자랑한다. 왕국에도 오직 한명만이 있었고, 제국의 그 큰 영토에도 겨우 둘만 있을 뿐이었다.


정확한 때에 그 희소한 기사의 심장을 바쳐야만 사랑의 신 스토어는 자신의 아들 모한디스의 일부를 녹여 인간에게 선물로 주었다.


도스토리아 왕국에서 유일한 황금 기사였던 막심 리보니가 병으로 죽음에 이르렀을때,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왕을 설득해 죽기 전 심장을 꺼내어 마도구에 보관했다.


몬스터들을 포획했을때 중요한 재료들을 살아 있는 상태 그대로 보관해주는 검은 마탑의 마도구였다. 기사의 심장은 공물로 바쳐질때까지 살아있는 것 처럼 펄떡 펄떡 뛰었다.


영약을 소화하는 동안 인간의 절대자들은 스토어 신을 기억하고 모한디스의 희생을 경배해야만 했다.


그게 신이 이런 영약을 만든 이유였다.


제국의 표트르가 심장을 얻은 후로, 스토어신의 신도들은 엄청나게 폭증했다. 신의 힘도 그만큼이나 강해졌다. 안드레이는 왕국도 스토어 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점점 쇠약해지는 죽음의 신 레프만으로는 제국과 공국의 침략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죽어가는 마법사 앞에서 냉큼 성수를 마셔버릴 줄은···.’


이반은 사랑에 미친 스토어 신보다 더 지독한 놈이었다. 프리톨리아를 마시며 죽음의 신 레프가 준 영약을 또 마셔버릴 만큼. 그를 사랑하는 신이라면 누구라도 만나려 했다.


그런 이반이 영약을 소화하는 체로 피워 올릴 불꽃이 궁금했다. 붉은 색일까 아니면 자신과 같은 푸른 색일까.


‘다른 색일 지도 모르지···.’


왕국의 검은 마탑에는 재능 있는 제자들이 많이 찾아온다. 그들이 처음 피우는 불꽃들이 그들의 성장이 어느 정도가 될지 미리 알려주는 척도가 된다.


‘대부분이 그저 붉은색. 가끔씩 보라색이나 냉기를 품은 흰 불꽃을 피우는 자들이 나타나지. 저 아이의 불꽃은 어떤 색일까?’


소환수가 된 지금도 마법에 대한 지독한 갈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반에게 심상에 대해 알려주자, 이반은 눈을 감고 그 안으로 빠져 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는 자질이 있는 모양이야.’


사람이란 자신이 본 것만을 겨우 상상한다. 그러기에 심상에 빠져 아무리 상상력을 높인다고 한들 경험한 수준을 벗어나는 생각을 하기 어렵다.


이반은 생각보다 깊게 심상 속으로 빠져 들었다. 주위의 생각은 잊은채로, 집중했다.


‘저 정도로 집중력이 강하면서 왜 평상시에는 주의가 산만할까?’


좋아하는 것은 미치도록 집중한다. 이것은 주의력 집중 장애의 특성 중의 하나였다. 안드레이는 그런 지식을 알지 못했다.


마침내 이반의 오른손 위에 마력이 모이기 시작하며 움찔 거렸다.


‘흐흠. 가르쳐 준대로 이제는 불꽃을 피우려는구나.’


타닥 타탁.


손 위로 전격이 튀어 오른다.


‘전격? 고작 불꽃에?’


안드레이는 궁금해졌다. 번개와 친밀한 마력을 소유한 것일까? 물론 그런 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불꽃 보다는 전격을 뿌리는 게 편했다. 하지만, 작은 불꽃이라면 번개를 사용하는 마법사들도 바로 뽑아낼 수 있었다.


손 바닥 위에 얕은 전격이 타닥 거리더니, 폭발하듯 불기둥이 솟았다. 안드레이가 보여준 불꽃 보다도 강하게 그리고 더 높이.


‘오오. 역시 영약을 소화하는 중이라 그런지 마력이 상당하네.’


처음은 붉은 불꽃이었다. 모닥불에 피어오르는 불꽃이 아니라, 화산 지대에서 지하에서 분출해 낸 마그마가 지표면을 뚫고 솟아나는 액체화 된 용암같은···.


‘상당히 뜨겁다. 심상 수준이 높다는 거지. 집중력도 강하고. 천재 수준에 살짝 발을 걸치는 걸수도 있겠어.’


안드레이는 입학 시험에서 불꽃이 아니라 작은 태양을 꺼냈었다.


둥근 구 형태의 뜨거운 불꽃이 감아돌며 빛과 열을 발산했다. 자신의 어릴때 수준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제자의 성취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허허. 가르칠 맛이 없지는 않네···.’


교수들은 좋은 제자들이 대학원에 진학할 때, 원서들을 보며 흐믓함에 잠긴다. 제자가 빛이 날때, 교수들은 더 빛나게 되길 마련이다.


이제 가르침을 끝내고 다가가려 하던 안드레이는 이상함을 느꼈다. 뜨거운 용암의 불기둥이 끝이 아니었던 것이다.


불기둥의 밑둥에서 검은색의 불꽃이 기둥을 천천히 맴돌며 올라온다.


언듯보면 안개와 비슷했다.


다른 점이라면, 검은색이 불사르는 것이 빛이라는 것이었다. 불기둥의 색이 어두워지며 주변의 모든 빛을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이반의 주변으로 용암의 열기가 열풍이 되어 번졌다.


빛을 불사르는 검은 불꽃.


불꽃의 색은 시전자의 마력의 성격과 양에 따라 다르다. 보통의 붉은 불꽃은 그저 불일 뿐이다. 더 높은 온도가 될 수록 불꽃은 청색 혹은 백색을 띈다.


안드레이는 검은 색의 불꽃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마탑주로 오랜 세월을 지낸 경험 많은 마법사 안드레이는 저 불꽃을 멈춰야 한다는 온몸의 신호를 받았다.


‘저것은 위험하다.’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안드레이는 열폭풍 속으로 들어갔다. 이반의 뒤를 돌아 목을 잡고 경추 신경에 약간의 마력을 방출했다.


수면 마법의 일종이었다.


이반은 완전히 심상에 빠져, 안드레이가 다가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저, 손바닥으로 마력을 방출해 심상 속의 불꽃을 구현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경추 신경에 몰려든 마력은 이반의 긴장을 풀어주며 집중된 마력을 흐트러지게 했다.


수직으로 우뚝 솟았던 불기둥이 밀도를 잃고 형태를 무너 뜨린다. 이반이 수면 상태에 빠지며, 앞으로 넘어지려 했다. 안드레이는 이반을 감싸 안아 안전하게 자리에 눞혔다.


드르렁-. 색색. 드르렁. 색색.


안드레이의 제자는 잠이 들었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도 모른체로 깊은 잠이 들었다. 안드레이의 마법은 금방 끝이 났으므로 깨어야 정상이었지만, 지금의 수면은 아이가 피곤한 탓이었다.


‘소환시간이 다 되었어.’


안드레이는 적당한 나무 판자를 주어와서 마력으로 글씨를 적었다. 일종의 편지 혹은 쪽지였다. 이반이 일어나면 보아 주기를 바라면서···.


‘다시 소환 될 때는, 던전 안일 지도 모르겠다.’


인성은 나쁘지만 훌륭한 제자가 생긴 탓인지, 해골로 소환되는 안드레이의 얼굴에서 작은 웃음이 일어났다.


이반은 동이 틀때 까지 전혀 깨지 않았다.


“아야.”


‘누가 내 볼을 꼬집었지? 적인가? 들켰나?’


눈을 뜬 이반은 번쩍 상반신을 일으켰다. 눈 앞에 희고 뽀얗고 앙증맞은 엄지와 검지가 다가와 뺨을 잡고 늘어뜨린다.


“우우우. 지지. 지지.”

귀염둥이 안나가 이반의 뺨을 잡고 놀고 있다.


“홉빵. 지지. 지지.”

“크흡. 젖냄새.”


안나는 이미 젖을 뗀지 오래 되었는데, 아직도 그 냄새가 난다. 몰래 막내 동생인 카레라 것을 빼어 먹는지도 몰랐다.


이반은 안나의 얼굴을 잡고, 뺨에 얼굴에 문지른다. 거친 피부에 안나가 놀래 울음을 터뜨린다.


“지지. 지지지. 우앙앙.”

“크크. 이건 벌이다. 감히 서열 1위인 둘째 오빠의 뺨을 꼬집다니···.”


그 모습을 쿠조프가 한심하게 쳐다 보고 있었다.


“쿠조프. 넌 뭐를 그렇게 뒤지고 있나?”


이반의 가방에 손을 넣고 있던 쿠조프는 살며시 손을 빼며 배시시 웃는다.


“손이 좀 차가워서. 헤헤헤. 아침 먹어. 엄마가 가져다 주래. 그리고, 다 해결하기 전까지는 집에 오지 말래. 없는 셈 치겠다고···.”


쿠조프가 바닥에 놓인 음식을 다시 들어 이반에게 준다. 쟁반에는 따뜻하게 김이 오르고 있는 소세지 스프와 구운 감자가 올라간 오일 파스타가 놓여 있었다.


“오오. 드디어 해줬구나. 소세지 스프.”


세뇨리타가 이반이 원하던 중세식 부대 찌개를 드디어 만들어 줬다. 고추가루가 들어갔다면 금상 첨화겠지만, 매운 약초와 파프리카 가루가 잔뜩 들어가서 요리의 매운맛을 담당하고 있었다.


“헤헷. 아쉬운대로.”


이반은 오일 파스타를 스프 안에 투하한다. 면사리 대신이다.


막 먹으려는 차에, 동생 두명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이반이 먹는 것을 쳐다 보고 있었다. 파스타를 포크에 잔뜩 감아 한입 먹고 있던 이반에게 이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왜? 뭐?”


안나와 쿠조프의 손이 살포시 포개지며 바닥을 위로 한 채로 이반에게 다가온다. 용돈을 달라는 표시이다.


‘이래서 사람이 돈 많은 거 표시하면 안돼. 하나같이 보태주는 사람은 없고 뜯어가려고만···. 아니. 이거 안나가 이런 꾀를 낼리는 없고. 형이 시킨거구먼. 직접 오기는 미안하니까.’


작전을 깨달은 이반은 두 동생들을 골려줄 생각에 저절로 웃음이 났다.


배꼽 아래로 부터 숨을 모으고 모아, 가득찬 공기를 드래곤의 브레스처럼 동생들을 향해 뿜어냈다.


뿌—우우움. 캬.


마무리는 상쾌한 소리로. 아직 남은 드래곤의 똥내음이 동생들을 향해 퍼져갔다. 마치 독가스처럼.


“우웩. 우웩.”

“컥컥.”


쿠조프는 그래도 남자라 그런지, 코를 잡고 켁켁거렸다. 안나는 얼굴이 빨개지고 귀여운 토를 하기 시작했다.


“요놈들 누굴 속이려고.”


고개를 돌려 저 멀리 보니, 헛간 옆 장작 더미 뒤로 아우스 형이 고개를 빼끔 내밀어 상황을 살피는게 보였다.


이반은 기쁜 마음으로 팔을 들어 주먹 감자를 만들어 줬다. 빼꼼 내민 아우스 형이 뒤를 돌아 집안으로 들어간다. 축 처진 어깨가 슬퍼 보였다.


“배신은···.”


“죽음이다.”

“주끄미다.”


주먹을 쥐어 두 동생들의 앙증맞은 주먹들과 부딛힌다. 그리고, 가방에서 은화 하나씩을 꺼내 그 주먹에 쥐어줬다.


“이건 가지고만 있어. 아우스 형이나 아버지가 뺏으려고 하면, 둘째 형이 꼭 복수하겠다고 전해주고.”


“응.”

“끙.”


두 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돈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리고, 이반이 자리에서 일어나 쿠조프를 데리고, 집과 산이 맞다은 경계선에 위치한 오래된 오동나무로 다가간다.


얼마나 오래 산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무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아버지 프라스코는 이 나무가 백년은 당연히 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는 안 돼 보이는데. 기껏해야 오십년 정도 아닐까?’


작가의말

선호작과 추천은 글을 쓰는 기쁨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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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죽음의 천사 24.06.20 20 1 12쪽
36 죽음의 천사 24.06.19 23 3 12쪽
35 죽음의 천사 24.06.18 22 3 12쪽
34 죽음의 천사 24.06.17 29 3 13쪽
33 마을의 대마법사 24.06.14 36 3 12쪽
32 귀환 24.06.13 34 3 13쪽
31 신을 만나다 24.06.12 34 3 14쪽
30 정령을 부리는 왕 24.06.11 27 2 12쪽
29 반란 24.06.10 26 3 12쪽
28 네프 언덕의 전투 24.06.07 32 2 11쪽
27 물리력 강한 마법사 24.06.06 33 3 13쪽
26 건틀릿이 생겼다 24.06.05 30 2 11쪽
25 드래곤의 목상 24.06.04 34 2 11쪽
24 백인대장 케톱 24.06.03 35 2 13쪽
23 드래곤의 현신 24.05.31 36 2 11쪽
22 마력을 늘리는 법 24.05.30 37 4 13쪽
21 내 몸을 지켜라 24.05.29 37 2 13쪽
20 사악한 눈길 24.05.28 40 3 11쪽
19 강속구를 던져라 24.05.27 40 4 12쪽
18 주술사 카흐만 24.05.24 46 2 15쪽
17 고블린을 죽여라 24.05.23 51 5 12쪽
16 용인족 드라칸 24.05.22 53 3 13쪽
15 파이어 볼 24.05.21 67 3 12쪽
14 볼로냐 던전 24.05.20 71 3 12쪽
13 볼로냐 던전 24.05.20 76 2 12쪽
12 볼로냐 던전 24.05.19 90 2 14쪽
11 검은 불꽃 24.05.18 96 1 12쪽
» 검은 불꽃 24.05.17 113 3 12쪽
9 미하일 24.05.16 11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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