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마법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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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벼락
작품등록일 :
2024.05.13 11:07
최근연재일 :
2024.06.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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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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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정령을 부리는 왕

DUMMY

고블린 왕의 정령들은 대단했다. 여러겹의 돌로된 훼오리가 휘몰아 쳤고, 하늘에서는 산사태처럼 흙비가 쏟아져 내렸다. 이곳이 지옥이었다.


거대한 바위나 흙 더미 안으로 죽은 고블린들의 손과 발이 여기 저기 솟아 있었다. 반란군 군단장인 뮤란도 오른쪽 팔과 다리가 돌에 뭉게진체 쓰러져 있었다.


“뮤란, 뮤란, 땅바닥을 뒹구는 네 모습을 보니 부모된 자로써 기분이 좋아졌어.”

“크으윽. 지랄맞은 아버지시여···.”


고블린 왕은 발을 크게 들어 공을 차듯 뮤란을 걷어찼다.


왕은 뮤란이 자신의 아들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기억 난듯 했다.


이제서야 굳이 아버지 역할을 하려는 듯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저 수많은 자식들 중 하나의 존재를 지우려는 것처럼 보였다.


왕의 아들은 마치 다리를 다친 개처럼 비명을 지르며 뒹굴었다. 네프 언덕 위에는 살아 남은 고블린들의 비명이 여기 저기서 들렸다.


비명을 지르지 못하는 고블린들은 이미 고통과 출혈로 심장이 멎었거나, 비명을 지를 성대가 찢어진 것일 뿐이었다.


왕이 다시 지팡이를 들어 명령하자, 지옥에서 살아남은 고블린들에게 다시 지옥을 불러오는 돌벼락이 솟구쳤다.


콰콰쾅. 콰콰쾅. 콰콰쾅.


고블린 왕 아드윈은 사지에서 승리한 기쁨에 잔뜩 흥분했다. 밀려오는 고양감은 노랗게 변한 눈을 충혈 시켰다.


잔뜩 튀어나온 혈관들 몇 개는 과용한 마력 사용 탓인지 피가 터져 나왔다.


왕의 얼굴에는 문신한 것 처럼 붉은 피가 흘러 내렸다. 하지만, 그는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쾌락의 흥분이 그를 잠식하고 있었다.


죽은 시체들의 피 냄새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다.


쿵, 쿠콰광. 콰쾅. 과과과아.


바람의 정령이 만들어낸 강풍에는 죽음의 냄새가 가득했다. 상처에서 쏟아낸 피가 하늘 높이 솟구쳤다가 마치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왕은 붉은 피를 맞으며 전장의 지휘자처럼 금빛 지팡이를 휘둘렀다. 휘두르는 지점마다 땅이 솟구쳤다.


끼이익-.


그때 뮤란의 눈이 빛났다. 왕의 뒤에 있는 드래곤 목상에서 삐걱이는 소리가 들린 것이었다.


목상에서 조용히 문이 열렸다. 정확히는 드래곤의 얼굴 밑의 목 부위에서 목 울대를 형상화한 나무 조각이 문처럼 바깥으로 움직였다.


‘목상 안에 누군가 있다. 누구든지 제발 저 미치광이 왕을 죽여다오.’


뮤란은 그속에서 누구라도 저 고블린 왕을 죽일 존재가 나오기를 소원했다. 죽음과 살육에 미쳐 날뛰는 고블린 왕은 그들의 종족 가운데에서도 가장 미치광이였다.


열린 비밀 문 안쪽에서 장신의 인간이 나타났다. 뮤란은 그를 유심히 지켜 보았다. 사실 그것 이외에는 뮤란은 그저 죽음의 신이 데려갈 시간을 기다린 것 밖에는 할 것이 없었다.


고블린 종족이 보기에도 미남인 노인이 나타났다. 손에 들린 검은촛대를 들고 무엇인가를 말했다.


그 소리는 조용했지만, 삽시간에 전장에서 가장 크게 울려 퍼졌다.


“사일런스. 전장의 소리를 불 살라라.”


검은촛대의 불꽃이 연속적으로 켜지더니, 언덕 위의 모든 소리가 촛대로 빨려 들기 시작했다.


소리가 불려 올 때마다, 촛대의 불이 커졌다 작아졌다. 왕이 터뜨리는 돌 벼락 소리들도, 고통에 몸 부림 치는 고블린 병사들의 비명 소리들도 한줄기 바람이 되어 그 촛대 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윽고, 네프 언덕에서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당황한 고블린 왕이 무어라 입술을 움직였지만, 그 소리는 정령에게 전달되기도 전에 마법사의 촛대로 빨려 들었다.


그저 위잉 거리는 바람 소리만이 간간이 들렸다. 어떤 만들어진 조음도 왕이 바닥을 두들기는 반발음도 소리로 만들어지기 전에 없어졌다.


그리고 노인의 뒤에서 어려 보이는 인간 하나가 기묘한 자세로 고블린 왕을 바라 보았다. 인간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오른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었다. 검게 보이는 털실 같기도 했지만, 자세히 보니 참새 같았다. 하지만, 흔히 보이는 참새는 아니었다. 검은 색에 마력이 넘실 거렸다.


‘저것으로 무얼 하려는 게지?’


뮤란은 그저 젊은 인간을 지켜 보았다. 그의 뒤로 인간 기사들과 드라칸들이 보였다.


‘다 죽은게 아니었나?’


그제서야 함정을 판 것이 자신만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뮤란의 얼굴에 쓰린 미소가 잠시 머물렀다 사라졌다.


죽기 전의 여흥처럼 인간을 바라 보았다. 노인 마법사는 그저 전장의 소리를 불사르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소리가 사라진 네프의 언덕은 가을 밤의 초야처럼 춥고 구슬펐다.


어린 인간은 오른쪽 다리를 살짝 접으면서 들어 올렸다. 그리고, 머리 위로 양손을 들어 올리더니, 올린 다리를 앞으로 내딛으며, 어깨 너머에서 무엇인가를 앞으로 힘차게 뻗어냈다.


마력이 실린 검은 참새가 휘두른 팔에서 벗어나 던져졌다. 참새는 빛처럼 빠르게 날아왔다.


“우워. 우워···.”


고블린 왕은 무엇이 던져 진 것인지는 몰랐지만, 그게 무엇이 되었든 위험하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고블린 왕은 입술을 필사적으로 움직였지만 두 정령들에게 말이 전해지는 일은 없었다.


주인을 지키려는 왕의 정령들은 목표를 잃고, 아무 곳에서나 돌폭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일어나는 돌 폭풍은 조용했고, 이반이 던진 것은 그 폭풍의 돌개 바람들을 요리 조리 빠져 나가며 순식간에 왕에게 달려 들었다.


푸드득.


부지런히 움직이던 왕의 입술에서 말이 아니라 붉은 피가 쏟아 졌다. 왕은 전신이 붉은 피에 젖어 있었지만, 그 피보다 더 붉은 피가 입과 복부에서 쏟아져 나왔다.


왕은 놀라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배를 쳐다봤다. 그의 복부에는 마치 먹을 뭍혀 어탁을 찍어 놓은 듯이 지나간 새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다.


그 새겨짐은 배를 지나 등을 뚫었고, 그 안은 허공 뿐이었다.


화살처럼 날아온 새는 왕의 복부를 완전히 터트려 버렸다. 고블린 왕 아드윈은 공허한 복부를 손으로 만졌지만, 이내 기운을 잃고 힘없이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다.


저 멀리에서 만족한 마법사가 촛대를 거두는 것을 보았다.


다시, 전장에 소리가 찾아왔다.


병사들의 비명 소리들이 악령의 고함처럼 들려왔다. 살아있든 죽어있든 움직이는 모든 존재들은 귀마개를 벗어 던진 것 처럼 갑자기 커진 소리의 크기에 웅성거렸다.


웅성거림 안에는 왕의 신음 소리도 있었다.


“크으윽.”


왕이 애지 중지 하던 금 지팡이를 놓치며, 바닥으로 엎어졌다. 억울한 그의 눈은 감겨지지 않은 체로, 마력을 한계까지 사용하다 터진 핏줄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죽음 곁에서, 저 멀리에서 달려오는 어린 인간의 신난 모습이 그에게는 마지막 기억이었다.


왕이 죽었을 때까지, 뮤란은 아직 살아 있었다. 고블린들은 단검에도 쉽게 죽음을 당했지만, 의외로 질긴 생명력을 자랑했다.


뮤란은 한 팔과 한 다리를 움직여 지렁이처럼 기어 갔다. 그에게는 갖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퍼덕거리며 앞으로 몸을 끌고간 후에야 왕의 시체에 가려했다.


그가 가지고 싶은 것은 바로 고블린의 왕관이었다. 금으로된 왕관에는 여러 보석들이 줄이어 박혀져 있었다.


반짝거리는 그 왕관이 눈에 들어왔다.


뮤란은 시체들 사이를 기어서 왕에게 다가왔다. 이윽고 죽은 왕의 머리에서 왕관을 들었다. 그에게 남은 한 손도 그리 완전 하지 않았다.


긁히고 베인 상처에 근육이 떨렸다. 왕관은 지금의 뮤란이 한손으로 들기에는 무거웠다. 그래도 그는 그 왕관을 들어 자신의 빛나는 머리 위에 올려 놓았다.


“케륵, 뮤란, 이제 나도 왕이 된···.”


기쁨도 잠시, 뮤란이 왕이 된 것을 선언하기도 전에, 토메르가 순식간에 달려와서 검을 휘둘렀다. 토메르의 검술은 빠르고 정확했다.


왕관을 쓴 체로 뮤란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깨끗하게 잘린 목에서 피가 울컥 거리다가 쓰러졌다.


토메르는 피가 잔뜩 묻은 왕관을 살짝 집어 소매에 닦아낸 후, 이반에게 건냈다. 왕관을 다시 놓쳐버린 뮤란의 머리는 많이 허전했다.


이반은 왕관을 잽싸게 그의 가방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탐욕에 번들거리는 눈으로 황금 지팡이를 들며 환호성을 쳤다.


“이제 이건 내꺼다.”


던전 10층의 보스가 사라지자, 이반과 소환수들의 모습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뒤늦게 달려온 드라칸들과 케톱의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이반과 소환수들은 빛으로 변해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이반은 남은 소환수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들을 바라보는 드라칸과 고블린 소환수들은 점점 희미해졌다.


이반과 소환수들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차원을 통과했다. 처음에 홀스가 벽을 잘 못 두드려 바닥이 무너지며 끝없이 하강했던 차원의 유영을 이제는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그래도 한번 겪어 봤다고 익숙하네.’


뭔가 알 수 없는 투명한 물질의 저항을 느끼며, 이반과 소환수들은 서로 손을 잡고 부력을 가진 채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들이 이렇게 손을 잡고 올라가는 이유는 안드레이가 목상 안에서 미리 주의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만약에 던전 10층의 주인을 잡고 우리가 소환된다면, 반드시 손을 잡고 같은 곳으로 귀환해야 한다. 만약에 한명이라도 다른 곳에 소환된다면 그게 20층이 될 수도 있고 지하 100층이 될 수도 있어. 왜냐면 그곳이 차원의 틈이기 때문이지. 내려오는 것은 10층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 같다만, 올라가는 길에는 또다른 열린 틈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

“홀스는 괜찮아. 손을 놓고 혼자 올라오도록.”


미하일과 토메르가 키득 거렸다.


“주군, 제 배에 구멍도 뚫으셨지 않습니까? 어떻게 퉁 치시죠.”


이반이 홀스의 배에 슬쩍 주먹을 가져다 대었다.


“퉁 쳐줄까?”


홀스가 슬쩍 뒤로 물러났다. 다시 구멍이 나기는 싫은 것이었다.


“알았어. 농담이다. 농담. 하여튼 다시 차원의 틈에 들어가게 되면 다들 손을 잡도록 하자.”


다행히, 아무도 손을 놓치지 않고 차원의 바다 안을 떠오르고 있었다. 원래의 곳으로 귀환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지하 층으로 다시 들어갈지는 모르는 것이었다.


올라가는 곳곳에서 균열이 있고 그곳에는 세계의 단편이 보였다.


부력이 일정한 흐름에 균열쪽으로 다가갔다.


일행은 필사적으로 손과 발을 흔들어 거기서 멀어지려 했다.


그 균열 안에는 알수없는 불길들이 뒤덥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로 말은 할 수 없었지만, 마음은 일치했다. 죽도록 팔다리를 흔들어 그곳을 벗어났다.


토메르가 입을 뻐끔 거리며 고갯짓을 했다. 저 위쪽 차원의 틈에서 던전의 입구가 보였다.


처음에 홀스가 벽을 쳐서 부순 곳이었다. 그곳이 보이자, 일행은 다시 팔다리를 흔들며 그 곳으로 몸을 움직였다. 중간에 껴있던 홀스가 팔을 놓쳤다.


순간 당황한 몸짓으로 아래로 가라 앉았다.


‘아 또 저러네. 멍청이 자식.’


이반이 재빠르게 팔을 주욱 뻗으며 마력을 집중하자 검은 뼈의 갑주가 건틀릿이 되었다.


건틀릿의 끝을 낙시 바늘처럼 구부리게 해서, 흘러 내려가는 홀스의 쇄골에 박아 넣었다.


바늘에 걸린 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며 딸려 올라온다. 토메르가 나머지 팔을 붙잡고 드디어 차원의 균열로 발을 집어 넣었다.


푸아아악.


이반과 소환수들이 빨려 솟구쳐 올라갔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정신을 들어 고개를 돌리니, 던전의 갈림길 끝에 있었던 마지막 그 곳이었다.


“와우. 돌아 왔다. 돌아왔어. 아유. 개고생했네.”

“으윽, 으윽, 으윽, 아유. 좀 빼 주십쇼. 주군.”


이반이 홀스에 쇄골에 박힌 갈고리를 계속 당기며, 팔을 흔들었다. 홀스는 아프다고 계속 비명을 지르면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홀스가 쳐서 눌러졌던 벽돌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일행은 한명도 빠진 사람 없이 모두 던전으로 귀환했다. 모두 지친듯이 벽에 기대어 서로의 귀환을 축하했다.


다른 탐험대를 위해 저곳에 표시를 해주어야 겠다고 이반은 생각했다.


그래서, 단검을 꺼내서 번쩍 일어나 그 곳에 글씨를 새겼다. 글씨를 다 새긴 이반은 만족한 듯 씨익 웃었다.


[보물을 찾으려면 이곳을 강하게 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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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죽음의 천사 24.06.20 11 1 12쪽
36 죽음의 천사 24.06.19 1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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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죽음의 천사 24.06.17 20 3 13쪽
33 마을의 대마법사 24.06.14 27 3 12쪽
32 귀환 24.06.13 26 3 13쪽
31 신을 만나다 24.06.12 25 3 14쪽
» 정령을 부리는 왕 24.06.11 20 2 12쪽
29 반란 24.06.10 20 3 12쪽
28 네프 언덕의 전투 24.06.07 26 2 11쪽
27 물리력 강한 마법사 24.06.06 24 3 13쪽
26 건틀릿이 생겼다 24.06.05 23 2 11쪽
25 드래곤의 목상 24.06.04 27 2 11쪽
24 백인대장 케톱 24.06.03 27 2 13쪽
23 드래곤의 현신 24.05.31 31 2 11쪽
22 마력을 늘리는 법 24.05.30 32 4 13쪽
21 내 몸을 지켜라 24.05.29 33 2 13쪽
20 사악한 눈길 24.05.28 34 3 11쪽
19 강속구를 던져라 24.05.27 33 4 12쪽
18 주술사 카흐만 24.05.24 38 2 15쪽
17 고블린을 죽여라 24.05.23 44 5 12쪽
16 용인족 드라칸 24.05.22 48 3 13쪽
15 파이어 볼 24.05.21 60 3 12쪽
14 볼로냐 던전 24.05.20 67 3 12쪽
13 볼로냐 던전 24.05.20 69 2 12쪽
12 볼로냐 던전 24.05.19 84 2 14쪽
11 검은 불꽃 24.05.18 86 1 12쪽
10 검은 불꽃 24.05.17 101 3 12쪽
9 미하일 24.05.16 10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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