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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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4.05.14 12:57
최근연재일 :
2024.06.0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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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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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엘프vs 드워프(02)

DUMMY

다른 사람들은 엘프가 아닌 드워프를 택했다. 나 덕분에 어머니를 구한 마법사 하나를 제외하고는.


“당신. 혹시나 해서 묻는건데. 내가 당신의 어머니를 구해줬다는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엘프 진영을 택한 건 아니지?”


혹시나 그런 마음 때문에 엘프진영을 선택한 것일까 싶어 물었을 때. 마법사는 흠칫 놀랐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의 생각을 내게 말해주었다.


“물론 강율님에게 받은 은혜를 갚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에요.”


흔들림 없는 눈으로 날 마주 보는 것으로 보아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 그거면 됐어.”


“더.. 안 물어보세요?”

오히려 내가 그것으로 질문을 끝내자 놀란 듯 되묻는 마법사.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지.”


내 말이 끝나자마자, 어째서인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진 그녀.


그녀는 곧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제 이름은 이수민. 마법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엘리멘탈이라는 종족을 택했어요. 이 종족은 불이나 물. 바람. 등과 같은 자연 에너지를 다루는 종족이죠.”


그녀는 눈을 감고 지팡이를 들어 무언가를 불러냈고, 그것은 아까 영상에서 보았던 정령의 미완성체처럼 보였다.


“ 영상에서 보여줬던 정령들이랑 비슷하죠? 그래서 엘프들이 이것에 대해 알고 있을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렇군. 내 종족은 인간이다. 이번에도 잘 부탁하지. 이수민.”


***


이강율이라는 남자. 그는 모든 이들이 인간임을 포기하고 생존하기 위해 다른 종족을 택했음에도 그는 인간을 택했다.


그는 멋진 사람처럼 보였다. 아니 어쩌면 우리 엄마와 그 시민들을 사상자 없이 돌려보냈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를 잘못 판단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번 시험이 끝나기 전에 은혜를 갚아야 해. 그 이후엔 저 사람을 만날 수 없을지도 몰라.’


수민은 다른 종족들에 비해 너무나 보잘것없고 연약해 보이지만 자신이 보았던 어떤 사람들보다 강한 남자의 뒷모습을 말없이 눈에 담으며 그를 뒤쫓았다.


***


“자아. 그러면 다들 편도 갈렸으니 그들을 불러볼까요?”


탁.


편이 갈린 것을 지켜보던 카드니엘.


그녀는 특유의 미소를 우리에게 보이며 손가락을 튕겼고, 그러자 서로 정반대의 출구에서 두 개의 문이 생겨났고 어느새 우리들은 각자 선택한 진영에 따라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문에서 누가 나올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문은 종족들의 특징을 그대로 옮겨 재현해 놓았다.


왼 쪽에서는 초록빛의 나무로 만들어진 듯한 문이 생겨났다.


거대한 한 그루의 나무로 시작한 문은 우드득 소리를 내며 번식했고, 순식간에 여러 그루의 나무로 변했고, 그 나무들은 또 다시 나무들을 만들어내며 우리가 서 있는 공간 자체를 숲으로 만들어내었다.


“역시. 엘프답군. 한 순간 숲을 만들어내다니.”


나의 탄성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던 중. 어느새 시야에는 여러 명의 모습이 어렴풋하게 잡혔다.


“엘프들이 오고 있어요. 강율씨.”


수민의 긴장된 목소리는 우리 모두의 감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이윽고 마주 볼 수 있게 된 그들의 모습.


그들은 열 다섯명이었고, 하나같이 큰 키와 긴 팔. 기다란 귀를 가진 그들의 등 뒤에는 커다란 활과 화살이 가득한 화살통이 묶여 있었다.


“겨우 셋인가. 우리 쪽으로 쏠리는 것을 예상했는데. 의외군. 그 땅딸보들이 우리를 이길 일이 없을텐데.”


열 다섯의 엘프 중 가장 화려한 활을 가진 이가 앞으로 나와 의아함을 표했고, 그 말투에는 모두를 깔보는 오만함이 깔려있었다.


***


엘프들의 정반대 오른쪽에서는 철과 망치가 나타나 망치 스스로 문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캉캉캉.


영상에서 들었던 소리보다 더욱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지며 무언가가 하나 둘 갖춰지고 있었다.


“오 설계도가 보인다.”


라는 말과 함께 만들어져가는 그 문을 보자 참을 수 없었던 듯 바람을 때리는 돌은 문을 만들고 있던 망치를 잡아 문을 완성해나가기 시작했다.


“천직이 드워프였던건가. 아니면 나도 저렇게 되려나,”


같이 드워프 진영을 택한 검이 그렇게 말할 정도로 망치와 함께 만들어내고 있는 문에는 검과 창. 혹은 투구와 같은 무기들과 용광로와 철과 같은 그들을 나타내는 것들로 문이 꾸며지고 있었다.


이윽고 완성된 문은 화약이 터지듯 거대한 폭음과 함께 열렸고, 거대한 폭음에 깜짝 놀란 이들을 맞이한 것은 작지만 다부지다는 표현이 어울릴만한 드워프였다.


“크하하하. 우리를 택한 건 당신들인가? 우리 종족으로 변화를 택한 이가 자네로군. 자네가 만들어낸 문의 모습. 잘 보았네. 꾸준히 성장한다면 우리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올 수도 있겠어. 크하하.”


엘프들과 같은 열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드워프들은 다른 이들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그들의 관심은 같은 드워프인 바람을 때리는 돌에게만 가 있었다.


“다들 이게 뭐하는 짓이냐? 다른 이들은 보이지 않는 것이냐!”


다행히 그들 중 하얗고 가장 긴 턱수염을 가진 드워프가 나와 신이 난 드워프들을 중재하기 시작했고 그들은 그제야 다른 이들에게 호의를 보이며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하얀 수염을 가진 이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의 이름은 불을 제련하는 땅. 부족하지만, 이들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지. 그래도 셋이나 그들이 아닌 우리를 택해주었다니 이거 꽤나 기분이 좋구만.”


그들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으로 보아 맞붙게 될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신들이 맞붙게 될 종족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게 제 착각입니까?”


강율이 빠지자 무리의 대장은 자연스레 검에게 넘어간 듯 검이 앞으로 나와 그 드워프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자네가 이 무리에서의 대장처럼 보이는군. 좋은 검이로구만. 그래. 우리와 싸울 것은 엘프. 그 위선자들이지.”


위선자라는 단어를 입에 담자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종족을 마주했다는 사실에 기뻐하던 모든 드워프들은 입을 모아 엘프들을 욕하기 바빴다.


“그 귀쟁이 놈들은 한시라도 빨리 다 죽여버려야 합니다!”


위선자라는 단어를 가진 의미를 알고 있는 일행들의 이목은 그를 향했다.


“처음 시작은 그저 그런 어린 아이들..,”


***


엘프가 있음에도 결국 일행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은 나의 것이었다,


나는 우리가 처한 상황과 지금 엘프들이 마주할 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드워프들과 나를 향한 냉소였다.


“드워프? 그들이 어찌 우리를 이길 수 있겠는가. 그대들은 그저 관객이나 되게.”


이것은 대장으로 보이는 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듯 모두 똑같은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 사태가 터지고 난 후 겪은 사건들은 모두 책과 대중매체들을 통해 얻은 지식들은 현실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지금 눈 앞에 있는 존재들은 내가 책에서 본 엘프. 그들과 똑같았다.


화가 나면서도 웃음이 지어지는 이유는 뭘까.


***


“하지만 당신들이 진다면 우리도 죽게 된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그들에게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고 말했지만 귓 등으로도 들어가지 않은 듯 같은 말만 엘프들은 반복했다.


“알게 뭔가? 그리고 우리는 드워프들과의 전투에서 늘 이겨왔어. 그놈들의 질긴 회복력만 아니었다면 언제고 멸망했을 종족이지. 그대들은 운이 좋은 줄 알도록. 아무것도 안 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테니.”


이런 이들은 결국. 그 상황이 되어서야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인지하고 자신을 원망하며 죽어간다.


원래라면 그런 이들을 혐오하며 통쾌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문제라면 내가 이들의 편이라는 점이었다.


“하. 그렇단 말이지? 좋아. 그 자신감 하나는 보기 좋네. 하지만 그쪽 자신감 하나만 믿기에는 걸린 게 너무 커서. 나는 나 혼자 움직일게.”


그랬기에 나는 그들에게 혼자 다닌다고 말했다.


오히려 잘 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엘프는 차라리 자기들끼리만 싸우고 싶은 듯 일행 모두를 내가 데려가길 바라는 눈치였지만 그러고 싶진 않았다. 저들은 지금 내게도 짐이었기에.


“이쪽은 보시다시피 엘프고, 다른 한쪽은 원소술사인데 댁들의 정령에 관심이 있다네? 그런데 난 댁들한테 관심도 없고 그렇다고 당신들이 하라는 것처럼 가만히 있기엔 내 성격상 좀이 쑤셔서.”


일행을 데려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챈 엘프는 대놓고 나를 조롱하기 시작했다.


“네 녀석 혼자 뭘 어쩌겠다는거지? 보아하니 아무런 능력도 갖추지 못한 버러지 같은데?”



“ 글쎄.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그 말을 남기고 뒤도는 내게 여러 가지 안 좋은 말들이 쏟아졌지만, 나의 관심사는 그게 아니었다,


과연 그들은 내가 예상한대로 행동할 것인가. 아니면 예상을 뒤엎고 준비하려는 것이 쓸모없어질지. 그게 지금의 내 유일한 관심사였다.


***


【자 이제 무대에 두 종족들이 올라왔군요. 엘프와 드워프들은 오래전부터 대립하던 이들. 서로가 서로에게 쌓인 앙금이 수도 없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이들은 오늘 조금 다른 양상의 전투를 벌입니다. 바로 이 지구의 원주민들을 편으로 받아들이고 싸우는 것. 과연 이 원주민들 중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앞으로 작전시간. 10분 드립니다. 부디 저와 다른 이들을 즐겁게 만들어주세요!】


확성기와 경기장 전면에 달린 전광판을 통해 경기장을 울리는 신이 난 카드니엘의 모습과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발걸음을 계속 옮겼다.


아무의 시선도 닿지 않는 곳을 찾아서.


“당신은 무슨 생각인거죠? 강율씨? 엘프들과 함께 있지 않다니. 그 오만한 이들이 당신의 개인행동을 허락할 리 없을텐데?”


모든 이들의 시선이 멀어졌다고 생각해 발걸음을 멈추었지만, 나를 따라온 한 사람의 그림자는 내게 말을 걸었다.


“그러는 당신은 여기까지 무슨 일이죠? 당신은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입장 아닌가요?”


“중립? 하하하.. 아직도 지구에서나 통용될 법한 룰을 생각하고 계시네요. 저희는 진행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뿐, 누군가의 편을 들지 말라는 조항을 가지고 있진 않거든요. 뭐 판을 뒤집을 정도로 크게 사고만 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


굳이 말을 섞을 필요를 찾지 못해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제게도 숨기려는 거라면 알았어요. 저도 저 멀리서 다른 사람들 구경이나 할게요. 아. 기대된다. 당신이 무슨 방법으로 엘프들을 설득시켜서 저 드워프들을 죽일지.”


이윽고 내 상황을 이해한 것처럼 다소 섬뜩한 말과 함께 날개를 펄럭이면서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 카드니엘.


“방법? 그런 좋은 말보다는 꼼수라는 말이 어울리겠지.”


나는 그녀가 듣지 못할 정도의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허릿춤에 멘 검으로 나의 손바닥에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주르륵. 주륵.


날카로운 날이 손바닥을 찔러서 가르는 소리는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멈추었다.


‘일단 재료는 이 정도면 준비가 된 것 같네.’


나는 피가 뚝뚝 흐르는 내 손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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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04. 악연의 종지부(2) +1 24.05.27 16 0 11쪽
13 04. 악연의 종지부 24.05.24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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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03. 엘프와 드워프(03) 24.05.22 13 0 12쪽
» 03.엘프vs 드워프(02) 24.05.21 16 0 12쪽
9 03.엘프vs드워프(01) 24.05.20 17 0 11쪽
8 02.선택(03) 24.05.19 20 0 11쪽
7 02. 선택(02) 24.05.18 20 0 11쪽
6 02.선택 24.05.17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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