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느낌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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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과몽
작품등록일 :
2024.05.14 13:06
최근연재일 :
2024.06.1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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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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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1,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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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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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2. 꿈이겠지···?

DUMMY

“승ㅈ··· 정···”

“승주ㄴ··· 괜ㅊ··· 정··· ㅊ···”

“승준아··· 괜차··· 정신··· ㅊ··· ㄹ···”


점점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크게 들려온다.


“승준아, 괜찮아! 정신 좀 차려봐!”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흐렸던 시야가 점점 밝아지자 익숙한 얼굴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어떻게 된 거지?”

“갑자기 쓰러졌잖아! 기억 안나?”

“쓰러졌다고?”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살폈다. 몇몇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들어온다··· 왜 이렇게 낯설지? 왜 내 주위를 에워싸고 서있는 거야?


“여기가 어디야?”

“어디긴! 테니스 코트지!”

“테니스 코트?”

“훈련하다가 쓰러졌잖아!”

“훈련?”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훈련···? 불현듯 운동복 차림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테니스 코트다. 브러시로 깔끔하게 정리된 마사토, 그 위를 하얀색 석회가루로 라인을 반듯하게 그어 놓은 클레이 코트··· 어떻게 된 거지?

테니스 코트 밖으로 뛰쳐나갔다.

여긴······

속이 울렁거린다. 머리가 어지럽다. 부랴부랴 머리를 부여잡고 자리에 주저 앉았다.


“왜 그래? 많이 아파?”


찬희 목소리다. 날 따라 나온 모양이다. 고개를 들어 찬희의 얼굴을 바라봤다.


“너! 어떻게 된 거야?”


찬희다. 하지만 찬희가 아니다. 이 모습은··· 이 모습은···


“너, 얼굴이 왜 이래?”

“내 얼굴이 뭐?”

“왜 이렇게···”


며칠 전에 만난 찬희의 모습이 아니다. 머리는 언제 갈색으로 염색을 한거지? 찬희의 이런 모습을 본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맞다!


“20살때랑 똑같아!”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맞아! 신입생 때랑 똑같아!”

“어?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20살이잖아! 낮술 마셨냐? 왜 그래?”

“20살···?”

“그래! 20살! 너도 20살이잖아!”

“나도 20살···?”


20살이라니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주변을 살펴봤다. 다시 봐도 동아리 방 건물 옆에 테니스 코트가 있다. 이럴 리가 없는데··· 테니스 코트가 왜 여기 있지? 분명 복학했을 때 테니스 코트가 학교 후문 옆으로 이전했는데··· 그것도 클레이가 아니라 인조잔디로··· 도대체 테니스 코트가 왜 여기 있는 거야?


“테니스 코트가 왜 여기 있어?”

“어? 그게 무슨 말이야?”

“테니스 코트··· 후문 쪽으로 이전했잖아!”

“이전···? 후문···? 무슨 소리야?”

“우리 복학했을 때 이전했잖아?”

“누가 복학을 했다는 거야? 우리 신입생이야!”


20살···? 신입생···? 찬희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니, 받아 드려지지가 않는다···

꿈을 꾸고 있는 건가···?

···그래 꿈일 거야!

찬희가 손바닥으로 내 이마를 짚었다.


“열은 없는데··· 안되겠다. 오늘 훈련은 여기서 그만 접고 기숙사로 올라가서 좀 쉬어라.”


분명 집에서 술을 마시다 잠이 들었는데··· 아닌가? 다리 위에서 떨어졌는데··· 그것도 아닌가?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정말 꿈인 걸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낮술이라도 했냐? 웬 헛소리를 그렇게 해?”

“낮술?”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술 냄새! 이 자식, 대낮부터 술이나 처마시고! 밥부터 먹자!”

“술 냄새···? 밥···?”

“잔소리 말고 따라와. 오늘 콩나물국이래!”


어떨 결에 찬희를 따라 기숙사 지하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었는데··· 기숙사 로비, 식당, 매점 모두 내가 기억하는 그 모습 그대로다. 얼떨결에 찬희를 따라 식판을 들고 줄까지 서고 있다. 줄 끝에 익숙해 보이는 여자 한 명이 눈에 들어온다. 누구였더라···? 찬희가 어색하게 그 여자와 인사를 한다. 찬희하고 아는 사이라면 나하고 아는 사이일 확률이 높은데···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찬희에게 말을 걸었다.


“저 사람 누구지?”

“누구?”

“저기 배식대 앞에 서있는 여자! 너랑 조금 전에 인사했잖아! 분명 아는 사람 같은데 기억이 안나.”

“네가 쟤를 어떻게 알아!”


찬희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귀까지 물들였다.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어! 너 첫 여친이잖아!”

“야! 조용히 안 해! 누가 누구 여자 친구라는 거야?”

“맞잖아!”

“조용히 말해! 이제 겨우 인사를 텄을 뿐이라고! 여자친구는 아니야! ···뭐 ······되면 좋겠지만···”

“너 대학교 1학년때 사귀었던 여자 친구잖아! 그래서 나랑 같이 입대도 연기하고 2학년 1학기 마치고 군대 갔잖아! 기억 안 나?”

“너 아까부터 왜 그래? 예지력이라도 생긴 거냐? 우리 1학년이라고! 입학한지 이제 1달 밖에 안 지났다고!”


1달···? 1학년···?


“안되겠다, 빨리 먹고 방으로 가자.”


찬희와 급하게 밥을 욱여넣고 기숙사 식당을 빠져 나왔다.


“몇 호인지는 알고 있지?”

“몇··· 호···?”

“뭐야?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린 거야? 예지력에 기억상실증에 대단하다, 대단해!”

“···”

“무섭게 왜 이래? 정말 기억 안 나···? A동 403호잖아! 내 옆 옆방! ···내가 405호잖아!”

“···”

“진짜 어디 아픈 거 아니야? 병원, 안 가봐도 되겠어?”

“···두통이 좀 있기는 한 것 같은데··· 딱히··· 아픈 곳은···”

“아무래도 이상해··· 열쇠는 있지?”

“열쇠?”


다행히 테니스 코트를 나올 때 찬희이가 챙겨준 가방안에서 열쇠가 나왔다.


“이거 맞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방문이 열리자 이층 침대 2개와 책상 4개가 보인다. 4인실 기숙사 방안··· 기억난다. 전적으로 엄마의 취향을 반영한 침구 세트가 세팅된 오른쪽 위층 침대.


“어떤 게 네 침대인지는 기억나냐?”

“어, 저거!”

“그나마 다행이네. 그럼 안심하고 가도 되겠지?

“자고 일어나면 괜찮지 않을까?”

“그래,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라!”

“알았어.”

“푹 쉬어, 간다.”


침대에 눕는 걸 확인한 찬희가 방문을 닫고 나갔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보지만 아직 자기엔 이른 시간이라 잠이 오질 않는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머리속이 복잡 해진다. 다리 위에 있었던 일도 꿈인 걸까? 맞다. 스마트 워치! 왼쪽 손목을 쳐다봤다. 스마트 워치가 없다. 손목에 차고 있던 게 아무 이유도 없이 사라질 리가 없지. 그럼 이건 분명히 꿈이다. 빨리 자야겠다. 자고 일어나면 분명 머리를 쥐어짜는 숙취가 현실을 자각시켜줄 것이다. 다시 눈을 감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었다.


“벌써 훈련 끝났어?”


끼익하는 문 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벌써 자는 거야?”


눈을 떠야 하는 걸까? 아니면 무시하고 자야 하는 걸까?


“어디 아프냐?”


친근한 목소리다. 얼마만에 들어보는 목소리지···? 이름이 뭐였더라···? 한학기 동안 같은 방에서 함께 지냈던 의예과 신입생··· 의예과 신입생 치고는 취미 생활이 과격했던 오토바이 매니아··· 그럼에도 항상 친절하고 배려심 많았던 독실한 크리스찬··· 둘 다 집이 멀어 주말에 같이 기숙사 방을 지키던 일이 많았던 룸메이트··· 이름이··· 우··· 우··· 우택이!


“우택아!”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상체를 일으켜 세우며 큰 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어? 어···”


반가운 기색이 너무 지나쳤나 보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처럼··· 혼자 왜 이리 반가워?”

“아, 아니야.”

“이 시간에 왜 침대에 누워있어? 어디 아파?”

“아, 아니··· 아파!”


몇 년 만에 보는 거지? 너무 반가웠다. 그럼에도 대화를 길게 하면 실수를 할 것 같아 아프다고 말해버렸다.

룸메이트로 지낸 건 고작 해봐야 5개월도 채 되지 않았지만 항상 머리속에 맴돌았던 친구다. 내가 가지지 못한 재능을 모두 가진 친구였지만, 그의 겸손한 인성에 시기, 질투보단 동경하고 싶은 친구로 여겼다. 한때는 우택이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적어도 그의 친구로서 어울리는 사람이라도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래서 우택이 앞에선 사소한 실수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어디가 아픈데?”

“두통이 좀 있어서...”

“두통? 약 먹었어? 나 두통약 가지고 있는데.”

“아, 아니야. 괜찮아. 좀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아파서 어떡하냐? 그럼 내가 비켜줄게 푹 쉬어.”

“수업 끝나고 들어온 거 아니야? 방에 있어도 돼.”

“괜찮아! 어차피 과제도 해야 되고 책도 좀 봐야 해서··· 도서관 가면 돼.”

“···정말 있어도 괜찮은데.”

“신경 쓰지 마. 빨리 나아야지!”


다신 한번 절로 감탄하게 만드는 친구라는 걸 느꼈다.

우택이가 나가고 다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자고 일어나면 꿈이 깨겠지···? 왠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꿈이 아니라 정말 20살로 돌아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물론 혹독한 군생활과 취업 준비가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래도 정말 20살로 돌아가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점점 잠으로 빠져든다. 잠시였지만 정말 반가웠다, 나의 20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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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꿈이겠지···? 24.05.22 9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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