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느낌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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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과몽
작품등록일 :
2024.05.14 13:06
최근연재일 :
2024.06.1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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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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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찬희의 첫사랑 (1)

DUMMY

기숙사 안팎은 온통 축제 분위기를 돋우는 형형색색의 장신구들과 이벤트를 알리는 홍보 포스터, 무대 장치들로 가득하다. 지금은 일년 중 유일하게 하루 동안 남학우들은 여학우들 방으로, 여학우들은 남학우들 방으로 출입할 수 있는 오픈 하우스 행사가 진행 중이다. 행사를 즐기기 위해 소란스럽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기숙사 전체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기숙사 로비에 있는 소파에 앉아 즐거워하는 그들을 보고 있지만, 쉽사리 그들이 뿜어내는 분위기에 동화되지가 않는다.

버스 정류장 앞에서 같은 학교 신입생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 신입생이 교통카드를 떨어뜨릴 확률은 또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신입생이 내 운명의 첫사랑이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드디어 그날이다. 기숙사 축제 마지막날··· 공학용 계산기로도 계산할 길 없는 확률을 확인하는 날···

승준이가 알려준 대로 준비를 하긴 했는데··· 괜찮을까? 너무 갑작스러운 건 아닐까? 축제로 들떠 있는 사람들과는 달리 그 시간이 가까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고민에 휩싸였다. 괜히 한다고 했나···?


“뭐하고 있어?”

“보면 모르냐? 그냥 앉아있지···”


심란한 마음에 기숙사 로비에 있는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머리가 복잡할 땐 이곳에 앉아있는 것만큼 괜찮은 일도 없다. 처음엔 은영이를 혹여나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찾던 곳이 이젠 내 안식처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소파에 앉아 안식을 취하고 있을 때 승준이가 내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떨리냐?”

“몰라! 괜한 짓을 버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왕 준비한 거 잘해봐!”

“···”

”준비는 다했지?”

“준비··· 준비한답시고 여기저기 부탁하긴 했는데···”

”오지랖 부려서 어디다 써먹을래? 이럴 때나 써먹지.”

“잘한 짓인지 모르겠다.”

“이미 판은 벌어졌어. 될 때까지 밀어붙여. 너 답지 않게 왜 이래?”


나 답지 않게···? ···왜 이렇게 움츠러드는 걸까? 처음이라 그런 걸까?


“남자 친구도 없다잖아! 그리고 찝쩍대는 애들도 많다잖아! 가만히 있다가 버스 놓친다. 놓친 후에 후회하는 것보다 부딪혀 보는 게 낫지, 안 그래?”


고백 이벤트를 준비하기 전, 승준이의 기숙사 룸메이트가 사회복지학과 1학년과 사귄다는 소식을 들었다. 승준이가 기숙사 룸메이트에게 부탁해 은영이에게 남자친구가 있는지, 혹시 좋아하는 남자는 없는지, 이상형이 어떤 사람인지 내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캐내기 위해 날 대신해 물어봐 주었다. 승준이의 룸메이트 여자친구가 은영이와 친한 사이는 아니라 세세한 정보까지는 들을 수 없었지만 남자 친구가 없다는 건 분명하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부쩍 찝쩍대는 애들이 많아 진 것 같다고 했다. 찝쩍대는 애들이 많다는 소리에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앞뒤 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남자 친구가 생기기 전에 서둘러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 좀 창피하고 말지 뭐! 이제 가야겠다.”

“어디 가려고?”

“이제 준비해야지.”


드디어 오후 6시가 됐다. 오픈 하우스 이벤트가 종료되는 오후 6시가 되면 기숙사 앞 광장에는 노래 콘테스트 행사가 열린다. 노래 콘테스트 행사의 시작과 함께 기숙사 지하에 있는 식당은 클럽으로 단장을 하기 시작한다.

휴대폰을 꺼내 기숙사 자취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는 룸메이트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탁한 것 좀 붙여주세요, 형!”

“어, 알았어. 잘되면 술 쏴라!”

“네··· 형··· 잘되든 안되든 술은 쏠게요. 고마워요.”


기숙사 방안에서 치장을 마친 나는 비장한 마음으로 기숙사 방문을 빠져 나왔다. 기숙사 로비까지 걸어 나오자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이거 몇 년 전에 했던 광고 아니야?”

“그건 은영이가 아니라 선영이잖아.”

“오늘 기숙사 식당을 클럽으로 바꾼다던데, 거기서 이벤트라도 하려나 봐!”

“아니면 누가 고백이라도 하는 건가?”


룸메이트 형이 약속한 대로 로비에서 식당까지 내가 부탁한 포스터를 가득 붙어주었다. 창피한 건지, 무서운 건지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승준이의 말을 듣고 내가 만든 포스터지만 차마 거기에 쓰여진 글자들을 쳐다볼 수가 없다.

클럽 안으로 들어서자 승준이와 테니스 동아리 동기들이 모여 앉아있는 테이블이 보인다. 모두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다는 듯 얼굴에 음흉한 웃음기가 가득하다. 실컷 즐겨라, 이것들아!

일찍 자리를 잡은 탓인지 식당 안은 아직도 사람들이 클럽으로 단장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클럽 안에 사람들이 절반쯤 들어찼을 무렵 본격적으로 DJ가 턴테이블 앞에 자리 잡고 음악을 선곡하기 시작했다. 쿵쾅거리는 비트 소리를 따라 내 심장 박동 소리도 더 크게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음악 소리와 술에 취하면 취할수록 클럽안은 사람들로 더욱더 북적거렸다. 하지만 은영이의 모습은 아직 어디에서도 보이지가 않는다.


“은영이, 안 오는 건 아니겠지?”

“올 거야! 오늘 룸메이트 형이 여기서 기숙사 자취위원회 회식 한다고 했단 말이야. 은영이도 참석한다고 했어.”


승준이의 물음에 살짝 불안하긴 했지만, 형의 말을 믿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화려한 조명과 시끄러운 음악에 몸을 맡기고 춤을 췄던 사람들이 하나 둘 테이블로 돌아온다. 이제 블루스 타임이 된 모양이다. 그때였다. 잔잔한 음악으로 분위기를 바꾼 DJ가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지금부터 이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은영이라는 이름을 가지신 분들은 모두 스테이지 앞으로 나와주세요!”


이건 계획에 없던 일인데··· 어떻게 된 걸까?


“망설이지 말고 나와주세요!”


모두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축제분위기에 흠뻑 취해서 한 명··· 친구들에게 떠밀려서 한 명··· 그렇게 아홉 명의 은영이가 스테이지 앞으로 모였다. 그 사이에 내가 찾고 있던 은영이도 끼어 있었다.


“여기 앞에 은영이라는 이름이 쓰여진 홍보물로 도배가 되어있던데, 이 분들 중에 그 이름의 주인공이 계실까요?”


아홉 명의 은영이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나요? 그럼, 지금부터 그 은영이가 누구인지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앞에 나와 있는 은영이가 내 은영이다, 라고 생각되시는 용기 있는 남성분들은 앞으로 나오셔서 은영씨와 블루스 타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노래가 흘러나온다.

‘은영이에게’

···내가 부탁한 노랜데?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내가 계획한 건 이게 아닌데··· 일이 생각보다 더 커진 것 같다.


“찬희야! 뭐해? 나가!”


승준이가 재촉한다.


“너무 떨려··· 못 나가겠어!”

“그러다 딴 놈이 나오면 어떡하려고 그래?”


딴 놈? 찝쩍대는 놈들··· 안돼! 본능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거 가지고 나가!”


승준이가 테이블 밑에 미리 준비해 두었던 꽃다발에서 장미 꽃 한송이를 뽑아 내게 건넸다. 비장한 마음으로 장미 꽃 한송이를 받아 든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은영이를 향해 걸어 나갔다.


“은영아!”

“어? 찬희야!”

“이거···”


은영이에게 장미 꽃 한송이를 건넸다. 그리고···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 은영이의 허리를 어색하게 두 팔로 감싸 안았다.

···다행이다.

음악이 끝날 때까지 은영이와 불편한 몸짓을 이어 나갔다. 숨소리 조차 조심스러웠다. 내 입술 앞으로 은영이의 하얀 얼굴이 보인다. 어두운 조명 아래서도 은영이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혹시나 심장 소리가 들릴세라 이미 가늘게 내쉬는 숨조차도 더 조심스러워졌다.

노래가 끝나고 DJ의 짖궂은 이벤트까지 마무리되자 자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이대로 뒤돌아간다면 예전과 달라질 게 없다. 어쩌면 지금보다 좀 더 어색하게 인사하는 사이가 될지도 모른다.


“은영아, 휴대폰 좀···”

“휴대폰···?”


아직도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은영이가 어떨 결에 휴대폰을 내게 건넸다. 휴대폰을 건네받은 나는 내 번호를 누른 뒤 통화 버튼을 눌렀다. 내 휴대폰에 은영이 폰 번호가 뜬다.


“이따 연락할게!”


자리로 돌아오자. 친구들이 극성스럽게 반겨주었다. 친구들의 아우성에도 시선은 오로지 은영이에게 집중됐다. 은영이도 같이 온 사람들의 극성스러운 반응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듯 보였다.

시간은 흘러 밤 11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한 시간쯤 뒤면 클럽이 문을 닫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야 하는 자정이 된다. 시간이 별로 없다.

은영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잠깐 나올 수 있어?]

[어, 어디로 가면 되는데.]

[테라스 카페테리아에서 보자.]

[어, 알았어.]


은영이보다 먼저 클럽을 나와 1층에 있는 테라스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아직도 한낮에는 가만히 있어도 이마에 땀 방울이 맺힐 정도로 덥게 느껴졌지만 밤 기온은 온전한 가을의 모습이다.

기숙사 밖 카페테리아 앞에도 포스터가 붙어있다. 여기까지나··· 여전히 포스터에 쓰여진 글자들은 쑥스러워 읽을 수가 없다.

학교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기숙사. 기숙사에서도 전망이 탁 트인 1층 야외 테라스 카페테리아에 서있으면 학교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완벽한 보름달은 아니지만 밝게 떠있는 달이 고요한 학교의 밤풍경과 어우러져 꽤 낭만적이다. 분위기는 이정도면 충분 한 것 같다.


“찬희야!”


은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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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스며든다. 24.05.31 30 0 10쪽
20 20. 기차안에서 24.05.30 38 0 10쪽
19 19. 본능적으로 24.05.29 43 0 9쪽
18 18. 첫눈에 반하다. 24.05.28 58 0 10쪽
17 17. 신입생으로 리부팅 (2) 24.05.27 68 0 10쪽
16 16. 신입생으로 리부팅 (1) 24.05.24 7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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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찬희의 첫사랑 (1) 24.05.23 84 1 10쪽
13 13. 다시 20살···? 24.05.23 88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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