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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아S
작품등록일 :
2024.05.18 20:30
최근연재일 :
2024.07.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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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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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0. 꼭 오래오래 빵에 있어라.

DUMMY

카메라 안경을 벗어 손에 쥐는 노을을 바라보며 태양이 물었다.



“그래서 제대로 찍었어?”


“어. 마지막에 날 민 거는 원장이야. 빠져나가고 싶어도 절대 못 빠져나갈걸?”


“너 일부러 그랬지? 재수 놈이랑 감방 간다느니, 축하한다느니 그런 거.”


“어. 덕분에 마지막에 원장님이 직접 움직이게 했잖아.”


“그 말 들으면서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알기나 하냐?”



여전히 한 손에 꼭 쥐고 있는 스마트폰을 들어 보이며 노을에게 화가 난 듯 평소보다 높아진 목소리 말했다.

그 모습에 미안한 기색을 띠고 노을이 대답했다.



“네가 괜히 자극하지 말라고 했던 거.. 기억하고 있었는데. 알잖아. 내가 오늘 여기 직접 온 이유.”


“그래. 원장을 잡을 결정적인 증거를 잡겠다고 왔지. 후..”



치솟는 화를 다스리려는 듯 숨을 깊이 내뱉으며 감정을 조절하는 태양.



“그리고 있잖아. 이상하게 범인들을 마주하고 있을 때도, 저기 위에 아슬아슬한 곳에 서 있을 때도.. 하나도 안 무섭더라.”


“뭐? 감정이 둔해진 거야?”


“하하.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밑에 너도 있고. 경찰들도 있고. 그걸 알고 있으니까. 날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도 무섭지가 않더라.”


“대단한 강심장 나셨네요!”


“강심장은 아니야. 그저 너한테 고마울 뿐이지. 내가 이곳에 혼자 오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다 네 덕분이잖아.”


“고맙다는 말은 충분히 했어.”



노을은 여전히 자신에게 화가 나 있는 태양을 보며 생각했다.


미래의 나는 정말 무서웠겠지. 누르는 힘에 저항할 수 없는 무력감. 날 죽이겠다고 웃으며 말하는 사람에게 한방 되돌려 줄 수 없다는 비참함.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홀가분함만 느끼고 있으니..



“내가 친구는 참 잘 뒀단 말이야.”



노을의 말을 들은 태양은 작게 웅얼거리며 말했다.



“뭐.. 나도 친구는 잘 뒀다고 생각해.”



그 웅얼거림을 찰떡같이 알아들은 노을이, 구름을 벗어나 지상을 밝게 비추는 달처럼 환하게 웃었다.


태양과 노을의 우정이 한 층 더 깊어질 무렵, 8층에서는 현행범 진압이 한창이었다.


김진주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노을이 있었던 자리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들이닥치는 경찰을 보며 생각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고···.


분명 유유히 이곳을 빠져나가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고, 노을이의 보험금과 재산을 펑펑 쓰면서 재성이와 행복해질 일만 남았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온몸을 감싸는 싸한 느낌에 난간 쪽으로 다가가 아래를 바라봤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에어매트 위에서 움직이는 노을을.

발을 헛디뎠다간 추락할 아찔한 높이였지만 상황을 파악하느라 다른 감정은 느낄 새가 없었다.


저건 뭐야? 에어매트? 저게 왜.. 여기에 있어? 결국 노을이 저놈이 안 죽었다는 거야?


자신이 그리고 있던 것과는 180도 다른 상황에 김진주는 아연실색했다.



“이럴 수가..”


“거기! 위험하니까 이쪽으로 오세요.”



아슬아슬한 위치에서 멍하니 아래를 바라보고 서 있는 김진주를 발견한 경찰이 손짓하며 큰 소리로 불렀다.

하지만 꼼짝하지 않고 노을을 노려보고 있는데.. 귓가에 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홱-.

조금 전 형사의 외침에는 듣는 척도 안 하더니 재성의 목소리에는 재빠르게 고개가 돌아갔다.



“놔! 난 아니라니까! 그냥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고!”



재성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는 걸 보는 순간 정신이 들었다. 이대로라면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어찌해 볼 새도 없이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될 것이다. 이렇게 끌려갈 수는 없었다. 시간을 벌어야 했다. 자신과 재성의 인맥을 활용할 수 있는 시간.


하지만 이미 위도 아래도 경찰이 쫙 깔린 상황.

도와줄 누군가를 이곳으로 부르는 것은 불가능. 그렇다면 우선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경찰이 한 손에 수갑을 든 채로 김진주를 향해 걸어왔다.



“아, 거참. 이쪽으로 오라니까. 이제 아줌마만 남았어요. 어서 이거 차고 내려갑시다. ”



이제 몇 걸음만 더 다가온다면 저 수갑이 손목에 채워지겠지.

초조함에 더는 생각하기를 포기한 김진주는 결심을 마쳤다.


여기서 뛰어내리자! 아직 매트는 그대로 있어. 뛰어내려도 죽지 않을 거야. 그대로 기절한 척해서 경찰서로 연행되는 것만큼은 피해야 해.


뛰어내리기 전, 아들을 바라보는 김진주.

경찰에게 끌려가지 않으려 악을 쓰며 버티던 김재성은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고. 그렇게 모자의 눈빛이 마주쳤다.


나도 재성이도 살려면 이 방법뿐이야. 하루만 시간을 벌면 돼. 그럼, 위에서 이 일을 잘 무마해 줄 거야.


그동안 노을의 퀘스트로 만들어 온 재성의 인맥과 온갖 뇌물로 다져놓은 자신의 인맥이면 이런 사건 따위는 금세 무마될 것이다.


김진주는 재성에게 엄마가 해결할게. 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그대로 뛰어내렸다.



“어..? 어?!”


“엄마!!”



놀란 경찰의 목소리와 엄마를 찾는 김재성의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



태양과 노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매트가 출렁이며 큰 소리를 내었다.



펑-.



놀라서 바라본 매트 위에는 김진주가 누워있었다.



“뭐야? 뛰어내린 거야?”


“그런 것 같은데.. 왜 뛰어내렸지?”



갑작스러운 큰소리에 경찰과 소방대원들도 몰려왔다. 경찰이 위에 올라가 상태를 확인하고는 말했다.



“정신을 잃은 것 같습니다. 구급차 불러야겠는데요?”



경찰서가 아닌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태양이 노을에게 말했다.



“야, 일부러 저러는 거 같지?”


“당연하지. 꿍꿍이가 있을 거야.

하.. 그렇다고 병원으로 보내자는 걸 반대할 순 없잖아.”


“쯧. 어쩔 수 없지. 동행하는 경찰한테 잘 말해두자.”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려는데 건물 안에서 범죄자들이 연행되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을 잊지 않겠다는 듯이 태양은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꼼꼼히 확인했다.


미래에서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던 놈들.. 분명 보통 놈들은 아닐 거야.


그리고 그 줄의 끝에는 재성이 있었다. 그는 자신을 연행하는 경찰에게 소리치며 화를 내고 있었다.



“우리 엄마 어떻게 됐냐니까! 당장 얼굴 보여줘!”


“이 새끼가 어디다 대고 반말이야! 싸가지없이. 그리고 넌 바로 경찰서로 갈 건데 얼굴을 보긴 뭘 보여줘. 조용히 하고 저기 타.”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전화만 하면 너 같은 건 바로 모가지야! 알아?”


“범죄자 새끼 주제에 목청 한번 크네. 시끄러워! 얼른 들어가!”



그렇게 형사에게 밀려 봉고차에 올라타려던 재성은 노을을 발견하고 지금까지 낸 목소리는 큰 축에 끼지도 못한다는 듯 버럭- 소리치며 악다구니를 써댔다.



“야! 너 이 새끼! 네가 이런 거지! 경찰을 불러? 그런다고 내가 눈 하나 깜짝할 것 같아? 이 은혜도 모르는 새끼! 내가 가만 안 있을 거야!”



피식 웃고는, 재성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며 노을.



“아, 은혜라.. 아까 위에서 하려다가 못한 말이 있는데, 마주친 김에 해야겠다.

내가 네 덕에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고 했지? 그래 그 말을 부정하지는 않을게. 어렸을 때 네가 나 대신 다친 거. 지금도 고맙게 생각해. 그래서 내가 10년 넘게 네 뒤치다꺼리 다 해줬잖아. 돈도 원하는 만큼 갖다 바쳤잖아. 그만큼이면 할 만큼 한 것 같은데?”


“하! 어림없는 소리! 너 때문에 난 평생 한쪽 눈을 못 보게 됐는데. 너도 평생 나한테 봉사해야지!”



노을은 끝까지 자신을 기만하는 재성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 이제 눈 보인다며. 수술받고 왔다며. 그것도 다 내 돈으로 한 거 아니야? 그럼 나는 할 만큼 한 거지. 너는 염치가 좀 있어라.”


“그.. 그걸.. 네가 어떻게..”


“재성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넌 지금 살인미수 공범이야.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겠어?”


“살인미수는 무슨! 나는 모르는 일이야! 너 혼자 뛰어내렸잖아! 없는 말 지어내는 것도 죄야!”



노을은 안경을 만지작거렸다. 위에서 있었던 일들이 모두 찍혔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김진주가 다음 수를 꾀하고 있는 지금, 이 영상 증거는 비장의 한 수가 되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이. 세상일이 다 그렇게 네 뜻대로 흘러가진 않을 거야. 그리고 잘못을 했으면 미안한 척이라도 해야 할 거 아냐.

지금 수갑 차고 끌려가는 주제에 그렇게 당당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재성의 무례한 언행에 보다 못한 태양이 끼어들었다.



“너! 네가 나타난 뒤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네가 저 새끼 꼬드긴 거지? 이 재수 없는 자식!”


“하하. 재수 놈은 너지. 꼭 오래오래 빵에 있어라. 넌 사회에 나오지 않는 게 세상을 돕는 거야.”


“이익!!”



뭐가 그렇게 분하고 억울한지 태양을 향해 달려들려는 것을 옆에 있던 형사가 제압해 차 안으로 구겨 넣었다.


그렇게 봉고차 문이 닫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민혁 형사가 다가왔다.



“한노을씨. 괜찮습니까?”



얼굴을 보자마자 걱정의 말부터 해오는 이민혁 형사의 모습에 노을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걱정 끼쳐 죄송합니다.”


“정말 걱정 많이 했습니다.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해서 에어매트를 준비하긴 했는데, 진짜로 떨어지실 줄이야..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태양이 이때다 싶어 끼어들었다.



“형사님 더 혼내 주세요. 이 자식 일부러 범인 자극해서 안 떨어질 수도 있던 걸 떨어진 거예요.”



태양의 말에 대번에 눈빛이 사나워지며 노을을 몰아붙인다.



“한노을씨. 지금 이 말이 사실입니까? 무슨 이유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범인들이 흉기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어쩌려고 그러셨습니까?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지도 모른다는 말입니다!”



노을이 무슨 생각으로 김진주를 자극했든 이민혁 형사의 말이 틀린 게 없었기에 태양은 옆에서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까 자신이 혼을 내려다가 실패했기에 이 기회에 제대로 혼이 나고 다시는 무모한 짓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죄송합니다..”



노을은 가타부타 변명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숙였다.



“범인들을 얼마나 잡고 싶어 하시는 줄은 압니다. 하지만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위험에 맞서지 마세요. 죽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네, 명심하겠습니다.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그렇게 혼내는 시간이 마무리될 무렵, 태양은 잊고 있던 게 생각났다는 듯 노을에게 소리쳤다.



“맞다! 보육원이랑 수찬이네 식당!”


“아!!”


“형사님, 범인 일당들 잡아야 할 것 같은데.. 경찰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금 주변에서 잠입 중일 겁니다.”


“네, 경호를 부탁한 쪽에 연락해서 경찰에 협조 부탁한다고 말해놓겠습니다.”



이민혁 형사와 잔당들을 어떻게 잡을지 간단하게 의견을 나누고 의뢰를 맡긴 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일이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지 공유해 주었다. 그들은 선뜻 경찰과 협조해서 범인들을 잡겠노라고 했고, 태양은 노을의 뜻에 따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잔금에 조금 더 금액을 얹어서 입금해 주겠노라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민혁 형사의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주위를 둘러보던 태양의 눈에 매트 위에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듯 누워있는 김진주가 들어왔다.



“경호하는 쪽에서 인원 파악을 다 끝내 놓은 덕에 빠르게 제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네. 다치는 사람 없이 잘 마무리되면 좋겠네요. 그런데 원장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일단 병원으로 보내서 상태를 보고, 이상이 없으면 경찰서로 연행할 예정입니다. 그전까지는 형사 두 명이 붙어 있을 거고요.”



설명을 듣던 태양이 걱정을 내비쳤다.



“워낙 영악한 여자라 뛰어내린 것도 다른 계산이 서서 일 겁니다. 끝까지 경계를 늦추시면 안 됩니다. ”


“네. 감시를 소홀히 하지 말라고 당부하겠습니다.”



잠시 후 요청한 구급차가 도착해 김진주를 싣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단번에 끝장낼 수 있었던 원장을 바로 앞에서 놓친 기분이 들어 두 사람의 기분은 찝찝하기만 했다.



“우선 같이 서로 돌아가시죠.”



봉고차는 범인들을 태우고 갔기 때문에 경찰서까지는 노을이 타고 왔던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택시를 향해 걸어가던 태양이 뒤를 돌아 건물 주위를 둘러보고는 밝게 미소 지었다. 폴리스 라인이 둘린 사건 현장이었던 이 장소가 지금은 그냥 ‘평범한’ 폐건물이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태양의 마음을 벅차게 하기에 충분했다.



“야, 안 오고 뭐 해?”


“어. 가.”



태양은 노을의 부름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달려갔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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