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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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아S
작품등록일 :
2024.05.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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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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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조폭 마누라 저리 가라네.

DUMMY

시스템과 작별 인사를 하고. 눈이 살짝 부어있는 채로 경찰서 안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입구에서 태양과 마주쳤다.



“어? 왜 여기 있어?”


“네가 하도 안 오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서 찾아다녔지.”



태양은 노을의 붉어진 눈을 보고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괜찮냐?”



걱정스럽게 물어오는 태양의 말에 멋쩍게 웃으며 눈을 가리는 노을.



“괜찮지 그럼. 내가 감수성이 풍부하잖아. 대화하다 보니 감정이 좀 올라와서.. 하하..”



괜찮은 척하는 게 눈에 훤히 보일 정도여서 오히려 안쓰럽게 느껴졌다.

시스템을 기다려 오긴 했지만, 노을에게 돌려줄 수 있으면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얼굴에서 보였기 때문일까, 노을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지금 나한테 미안해하고 있지? 돌려줄 수 있으면 돌려주고 싶고. 그치?”


“어.. 뭐.. 원래 내 거가 아니니까..”


“그렇게 따지면, 나도 원래 주인이 아닐 수 있지. 나한테도 갑자기 나타난 거였으니까.”



태양을 보며 씩- 미소 짓고 말을 잇는 노을.



“그러니까 그런 생각 하지 마. ‘내’가 결정한 일이잖아. 너에게 주겠다고. 그리고 난 너한테 줌으로써 이렇게.. 목숨이 구해졌어. 누구 하나 손해 본 게 없는데 미안해할 일이 아니지.”



가만히 노을의 말을 돌이켜보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네가 후회가 없다면 됐어. 아니, 오히려 고맙지. 시스템을.. 항상 기다려 왔으니까.”


“어. 후회 없어.”



굳센 의지가 담긴 눈을 마주쳐 오는 노을. 태양은 그제야 미안한 마음이 가셨다.



“이민혁 형사님이 기다린다. 들어가자.”



이민혁 형사 자리로 이동하는데 현장에서 연행되어 온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이름.”


“그러니까. 누가 의뢰를 한 거냐고.”


“너희 본거지가 어디야?”



형사들의 호통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데 범인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끝까지 입을 안 열진 않겠지? 원장이 시켰다고 불었으면 좋겠는데.”


“형사님들이 다 알아서 하실 거야. 우린 믿고 기다리자고.”



노을의 불안을 말 한마디로 잠재우고 시선을 돌리는데 이번에는 경찰서가 제집이라도 되는 양 쩌렁쩌렁 큰 소리를 치는 사람이 보였다.



“아! 진짜! 전화 한 통만 하게 해달라니까!”


“안된다고! 여기가 너희 집 안방이야? 똑바로 안 앉아?”


“뭐 앉는 것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야! 아, 진짜. 여기 형사들 안 되겠네!”



오히려 형사에게 화를 내는 재성의 모습을 보는 태양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와.. 저놈 정신 차리려면 멀었네.”


“죽을 때까지 못 차릴 수도 있어.”


“신경 끄고 가자.”



눈이 마주쳐봤자 또 시비나 걸게 분명했기에 재성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이민혁 형사에게로 다가갔다.



“형사님.”


“아, 오셨네요. 일단 여기 앉으시겠어요?”



책상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조서 작성이 시작됐다.


노을은 피해자이기 때문에 거리낄 것이 없었고. 자신이 알고, 겪은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네, 다 됐습니다. 일단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서 쉬시고요. 추가로 더 들어야 할 내용이 있으면 전화하겠습니다. 그때 다시 나와주셔야 할 수도 있어요.”


“네. 얼마든지요. 형사님께서도 수고하셨습니다.”


“아! 죄송하지만 집에는 들어가지 마시고요. 범인들이 무슨 짓을 해놨을지 모르니 저희가 가보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이민혁 형사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아, 잠시만요.

네, 여보세요.”


- 이 형사님 병원에서 피의자, 하루 정도는 두고 경과를 봐야겠다는데요.


“어. 그래? 어쩔 수 없지.

대신 잘 감시해. 들어보니까 그 여자가 보통이 아니라더라.”



이민혁 형사에게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태양과 노을이 시선이 자연스럽게 집중됐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



전화를 끊는 그에게 서둘러 질문을 던졌다.



“형사님. 원장이랑 같이 있는 형사님에게서 온 겁니까?”


“네. 하루 정도는 병원에서 상태를 봐야 한다고 했다네요.”


“아.. 그럼 오늘 밤은 병원에 있겠군요..”



결국 경찰서 대신 병원을 선택한 것이 옳았다는 듯, 하룻밤의 시간이 김진주에게 주어졌다, 그 사실이 못내 불안한 태양과 노을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두 사람의 안색을 살피던 이민혁 형사가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형사들이 붙어있으니 별다른 일은 없을 겁니다.”



어떤 말을 들어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겠지만, 자신들의 염려를 덜어주고자 노력하는 형사의 모습에 괜찮은 척을 해야 했다.



“네. 혹시라도 일이 생기면 저희한테도 꼭 연락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배웅하는 이민혁 형사를 뒤로하고 두 사람은 경찰서 밖으로 나왔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일단 일단락됐네.. 후..”


“그러게. 한고비 넘긴 느낌?”


“우리 집이나 가자.”


“귀찮지 않겠어? 난 그냥 모텔이나 갈까 했지.”


“모텔은 무슨. 그냥 우리 집으로 가. 여분 이불도 있으니까, 거실에 깔고 자면 되지.”


“그럼 나야 고맙지. 얼른 가자. 진짜 피곤하다.”


아침부터 움직인 노을도.

시간을 되돌아온 태양도.

유난히 긴 하루에 피로가 쌓일 만큼 쌓여있었기에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고. 그 마음이 그대로 반영되어 발걸음은 저절로 빨라졌다.



***



택시를 타고 잠깐 눈을 감았다 뜬 것 같은데, 어느새 도착한 집 앞.



“아이고. 둘 다 많이 피곤했나 봐. 타자마자 잘도 자네.”



계산을 위해 지갑을 꺼내는데 웃으며 건네오는 택시 기사의 한마디.



“아.. 네. 좀 피곤했나 봐요. 자면서 시끄럽게 코 골고 그러진 않았죠?”


“안 그랬어. 둘 다 예쁘게도 자더구먼.”


“하하. 다행이네요. 여기요.”


“그래요. 조심히 들어가요.”


“네. 기사님도 안전 운전하십쇼!”



부아앙-.


택시가 떠나는 소리를 들으며 두 사람은 건물로 들어섰다. 문 앞에 다다르니 택배 박스가 보였다.



“어? 택배 왔네.”


“내가 들게. 넌 문이나 열어.”



[띠리릭-]


번호 키를 누르고 들어선 집안.



“택배는 거기 내려놔.”


“오늘만 벌써 두 번째 와서 그런지 너네 집이 우리 집 같고 그러네.”


“그러냐? 다행이네. 경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집에 못 갈 텐데 편하게 지내.”


“에이. 길어질지도 모르는데. 불편을 끼칠 순 없지.”


“잔말 말고, 내 말대로 해. 내 마음 편하자고 그러는 거니까.”



자신을 배려하는 태양의 말에 노을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거 아냐? 우리 저녁 안 먹었다.”


“아. 맞다. 저녁 먹을 정신이 없었으니까.”


“치킨 시키자.”


“너 아르바이트하는 가게?”


“당연하지. 이 동네에서는 거기가 넘사야.”


“너 오늘 갑자기 쉬었는데, 배달시켜도 괜찮아?”


“대타 구해서 연락드렸었으니까 괜찮아. 아니.. 좀 죄송하긴 한데, 사장님께서 이해해 주실 거야.”



시간을 되돌아와 정신없는 와중에도 아르바이트가 신경 쓰였던 태양은 쉬겠다고 연락했을 때의 사장 목소리가 떠올랐다.



“일이 생긴 거면 어쩔 수 없지. 어디 아프거나 그런 건 아니지? 아픈 거면 참지 말고 병원에 가라.”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는 태양.



“내가 진짜 인복 하나는 좋다니까.”


“어? 뭐?”


“아냐. 그래서. 치킨 괜찮아?”


“좋지. 나도 요즘은 거기 치킨밖에 안 먹어.”


“오케이!”



태양은 앱을 이용하지 않고 일부러 가게에 전화를 걸어 사장님과 간단히 대화를 나누고 치킨 두 마리랑 생맥주를 시키고 컴퓨터 앞에 앉으며 말했다.



“안경으로 찍은 거부터 보자.”



안경을 분리해 USB를 건네는 노을.



“잘 찍혔겠지?”


“네가 증거 남기겠다고 그 무모한 짓까지 했는데.. 잘 찍혔을 거야.”



데이터를 복사해 컴퓨터에 저장시키고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의 시작은 건물 내부의 모습. 노을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부터였다. 이윽고 8층에 다다랐을 때.

네 명의 검은색 정장을 입은 체구가 좋은 남자를 뒤에 두고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김진주. 그리고 그 옆에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삐딱하게 서 있는 재성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원장님이셨네요.”



영상을 보며 태양이 말했다.



“이야. 저러고 기다린 거야? 조폭 마누라 저리 가라네. 안 무서웠냐?”


“계단 올라갈 때부터 무섭진 않았어. 그냥 혹시나 했던 사람이 역시나 눈앞에 있으니까, 기가 막혔을 뿐이지.”


“그런데 진짜 궁금하네. 알리바이에 이용된 그 건물에서 어떻게 여기로 온 거지? 분명 CCTV에는 밤늦게 건물을 빠져나간 모습밖에 없다고 했었는데..”



원장이 어떻게 CCTV에 찍히지 않고 이동할 수 있었을지 생각하던 태양은 이내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분명해. 그 건물이 평범한 건물이 아닌 거야. 경찰도 찾을 수 없는 비밀통로가 있을 거야.”


“이번에는 현장에 있는 걸 경찰들이 다 봤잖아. 그러니까 알리바이고 뭐고 뭘 준비했든 다 무용지물이 된 거지.”


“그러게. 그럼 건물에 관련된 비밀은 묻힐 수도 있겠다.”



이어서 영상을 계속 확인하는 두 사람.

영상을 보며 태양은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하고. 걸쭉한 욕을 내뱉기도 하고. 노을이 하는 말에 통쾌해하며 크게 웃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노을이 담고자 했던 모습이 화면에 비췄다. 원장이 노을을 직접 밀어버리는 모습이었다.



“드디어 잡았다.”



환희에 찬 듯한 노을의 목소리. 그리고 영상이 속도감 있게 밑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이어졌다.

에어매트에 착지하는 모습을 끝으로 영상을 멈춰놓고 태양이 입을 열었다.



“정말.. 고생했다.”


“하하. 금방 마지막 장면. 그거 찍은 거 생각하면 고생도 아니지.”


“야, 난 네 시선으로 추락하는 장면만 봐도 오금이 저리는데, 가만 보면 참 대담한단 말이야.”


“나 아까 한 말 반쯤은 진심이었어. 나중에 번지점프나 하러 가자.”


“뭐? 이 미친놈.”



기가 막힌 노을의 말에 저절로 욕이 나왔다. 그리고 뭐가 그렇게 좋은지 욕을 먹고도 웃어젖히는 노을을 향해 한마디 더 하려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딩동-



“어? 치킨 왔나 보다.”


“야, 상 펴.”



태양이 지갑을 챙겨서 문을 열었다. 같이 아르바이트하는 형이 배달을 왔다.



“배달 왔습니다. 이놈아.”


“하하. 감사합니다. 이걸로 계산해 주세요.”



태양이 내미는 카드를 리더기에 긁으며 건네오는 걱정 섞인 질문.



“별일 있는 건 아니지? 갑자기 쉬어서 사장님이 걱정 많이 했어.”


“네. 일이 좀 있었는데. 해결됐어요. 걱정하지 마시라고 전해주세요.”


“그래. 그럼 됐다. 자, 카드. 맛있게 먹고. 가게에서 보자.”


“조심히 가세요.”



맛있는 냄새가 풍기는 치킨 봉지를 재빠르게 상에 올려놓는 태양.



“아, 냄새 맡으니까 더 배고파졌어.”


“나도. 진짜 냄새 장난 아니다. 배에서 꼬르륵거리기 시작했어.”


“크큭. 그래서 내가 두 마리 시켰지. 1인 1닭!”


“잘했어!”



두 사람은 일사불란하게 치킨을 세팅하고 잔에 맥주를 따르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닭 다리를 하나씩 들고 뜯기 시작했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전투적으로 먹어 치운 치킨 두 마리.

상 위에는 격렬했던 두 사람의 먹방을 증명하듯 튀김 부스러기와 뼈만 가득했다.



“진짜 잘 먹었다.”


“먹어도 먹어도 땡기는 맛이야. 지금 추가로 시켜 먹기에는 배부르고. 내일 또 먹을까?”


“또? 내일은 수찬이 비싼 거 사주기로 했잖아.”


“맞다! 그럼 비싼 걸로 점심 먹고, 저녁에 치킨 먹자.”


“뭐? 크큭”



그렇게 치킨. 치킨. 부르짖고 있는데 문득. 노을을 스치는 찝찝함. 무언가를 잊고 있는 듯한 감각에 노을은 잠시 입을 다물고 그게 무엇인지 기억을 되짚어봤다.


뭐지? 굉장히 중요한 걸 잊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더니 이내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아!! 맞다!! 네 생일!!”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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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 완전 개꿀! 24.07.11 5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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