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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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아S
작품등록일 :
2024.05.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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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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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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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초코케이크였다.

DUMMY

“... 진짜?”



노을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임을 본 수찬의 시선이 태양에게로 옮겨졌다. 태양 역시 고개를 끄덕여 네가 들은 게 맞는다며 재확인 시켜줬다.



“하..!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더니! 어떻게 그 두 사람이!”


“주위를 완벽하게 속여온 거지. 속은 탐욕으로 시커먼데. 겉은 멀쩡하게 봉사를 위해 사는 사람 행세를 했으니.”



태양의 말을 이어 노을이 그동안 자신의 신세에 대해 한탄하듯 털어놓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원장님한테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었더라. 날 의지가 없는 인형처럼 만들어서.. 어느새 원장님 뜻대로 내가 모으는 돈을 죄다 갖다 바치고 있었어.

나는 그걸 태양이가 짚어주기 전까지 전혀 몰랐어.”



노을의 말이 상식을 한참 벗어나는 것이기에 수찬은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원장님이 그러더라. 난 그 두 사람한테 돈줄일 뿐이래. 하하.. 끝내 날 죽이고 내 생명 보험금까지 노리는 과격한 수를 쓸 줄은 몰랐지만, 이렇게 본색을 드러내 줘서 고마울 뿐이야. 드디어 두 사람에게 죄를 물을 수 있게 됐으니까.”



후련하다는 듯 웃으며 말하는 노을을 보고는 태양에게 말했다.



“노을이 얘기 들어보니 네가 큰 역할 했다.

수고했어. 잘했다.”



수찬의 인사를 들으며 태양은 기분이 묘했다.


분명 노을이가 정신 차리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일 텐데..


미래에서 시간을 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자신을 향한.. 그 시간을 같이 보냈던 미래의 수찬이 하는 격려의 인사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결국 해냈구나. 수고했어. 잘했다.


어쩐지 그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태양은 울컥하는 마음을 삼키고 뿌듯함을 한껏 드러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어. 나 해냈어. 노을이는 무사해.



“맞아! 태양이가 큰일 했지!”



노을은 옆에서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아줘서 고맙다! 이야기도 끝났고, 늦었지만 점심 먹으러 가자! 비싼 거!”


“뭐 먹을래? 내가 쏜다!”


“근데 솔직히 비싼 거는 안 먹어봐서 뭐가 있는지도, 뭐가 맛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맛집이나 가자.”



모처럼 비싼 음식을 먹을 기회를 미련 없이 거부하는 수찬. 태양과 노을은 마주 보며 어깨를 으쓱이고는 물었다.



“서울까지 왔는데 그냥 맛집으로 되겠어?”


“야. 나 서울 자주 온다니까! 걸핏하면 촌놈 취급이네! 이 자식이!”


“하하. 아니 촌놈 취급이 아니라. 내가 비싼 거 사준다고 해서 일부러 시간 내서 왔는데 뽕 뽑고 가야 하지 않냐는 거지.”


“비싼 거 살 돈으로, 그냥 자주 사줘. 질보단 양! 서울 자주 올게.”



비싼 음식 타령 좀 그만하자는 의미로 툭- 내뱉은 수찬의 말을 노을이 덥석 받았다.



“좋아! 앞으로 1년 동안 같이 밥 먹으면 무조건 계산은 내가 한다!”


“뭐? 1년? 야야! 됐어. 그냥 한 말을 죽자고 받아들이네!”



노을의 통 큰 선언에 수찬은 기겁했지만.

노을의 재정 상태를 알고 있기도 하고. 또, 자신이 시스템에게 투자 정보를 얻으면 공유할 예정이었기에 앞으로도 노을의 주머니 사정을 걱정할 일이 없을 것임을 아는 태양은 가볍게 받아들이며 말했다.



“오! 좋은데? 나도 해당하는 거지?”


“하하. 당연하지!”


“야! 태양이 너까지! 인마! 노을이 너 돈 모을 생각을 해야지. 그동안은 돈 모을 새도 없이 죄다 뺏겼다며!”



역시 인성 미남 장수찬! 노을이 한 말을 잊지 않고 있었다가 친구를 위하는 마음에 소리를 버럭 지른다.



“수찬아. 노을이 저 자식 기분 좋아서 저러는 거야. 거의 평생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노을이를 속박해 왔던 원흉들이 드디어 잡혔잖냐. 그러니까 너도 그냥 어울려 줘. 말만 저렇게 하겠지. 정말 1년 내내 자기가 계산하겠냐.”



계산할 거다. 한노을 저놈은 그런 놈이니까.


하지만 수찬의 걱정을 덜어주고 이 상황을 가볍게 넘기기 위해 태양은 그럴듯한 말을 꺼냈고, 수찬도 수긍했다.



“맞아. 저 자식 기분 좋아서 허풍 떠는 건데, 내가 너무 진지했네. 그래! 그래라! 그래서 오늘은 뭐 사줄 거야?”



수찬이 말한 조건은 하나. ‘맛집’.

그렇다면 딱 하나 떠오르는 곳은 있었지만, 지금 시간에 가기엔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킨집은 저녁에 가고, 한우나 먹자.”


“한우? 결국 비싼 거냐..”


“크큭. 안 비싸. 우리 학교 근처에 있는 식당인데, 가격도 맛도 합리적이야. 딱히 맛집은 아닌데 보통은 하니까, 나쁘지 않아. 점심은 거기서 먹고. 저녁은 맛집으로 가자.”


“그렇다면야 뭐. 그래 그러자. 솔직히 지금 배가 너무 고파.”


“맞아. 벌써 3시가 넘었어. 한우가 부른다! 가자!”



***



“한우로 배 채우기는 처음이다. 야, 그렇게 싼 것도 아니던데?”



한우집을 나오면서 수찬이 말했다.



“내가 언제 싸다고 했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했지. 진짜 비싼 한우집에 비하면 여기는 합리적인 게 맞아.”


“그런가? 그런데 뭐, 이미 먹고 나왔으니까. 가격 따윈 상관없지!”


“우리 이제 뭐 하냐?”



노을은 그동안 같이 어울릴 친구가 없었고. 태양은 그동안 아르바이트하느라 바빠서 놀 시간이 없었다.

친구끼리 놀 때는 뭘 하는지 모르는 두 사람이 멀뚱하니 수찬만 바라보았다.



“참 나, 도대체 평소에 뭐 하고 사는 거냐.”


“평소에? 봉사활동? 이것저것 투자하면서 돈도 벌고?”


“난.. 아르바이트?”



두 사람의 대답을 들은 수찬은 기가 막힌 듯 입을 헤 벌렸다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청춘이 아깝다! 청춘이! 보통 밥 먹고 친구들끼리.. 게임방에 가거나, 당구 치러 가거나 그러지?”


“겨우? 뭐야. 대단한 거 하는 줄 알았더니. 별것도 아니네!”


“대단한 거 할 거 뭐 있나. 그냥 평범하고 소소하게 노는 거지. 그래서 뭐 할래?”


“커피나 마실까?”


“난 책이나 읽고 싶다.”


“뭐?.. 너네 I냐?”


“그게 뭐야?”


“MBTI!”


“어.. 과 애들이 말하는 건 들어본 적 있어.”


“나도. 그런데 해본 적은 없는데?”



대화를 나눌수록 둘의 사회생활이 걱정되는 수찬이었다.



“커피도 책도 됐어! 코인 야구장이나 가자! 몸으로 움직이는 재미를 알게 해주마!”



***



수찬의 강권에 못 이겨 근처 코인 야구장에 오게 된 세 사람.



“너네 야구는 좀 하냐?”



은근히 무시하는 듯한 말투에 태양이 발끈했다.



“하! 야, 내가 책 읽는 걸 좋아해서 정적인 것처럼 보이나 본데. 나 운동신경 끝내줘.”



이어 노을도 한껏 목소리를 키우며 답했다.



“내가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으면서 몸으로 헤쳐 나간 일이 한두 개겠냐? 내가 몸을 얼마나 잘 쓰는데!”



I가 분명해 보이는 두 사람의 호언장담에 수찬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기하자! 셋 중에 가장 못 친 사람이 다음 코스 쏘기”


“다음 코스? 뭔데?”


“밥이든, 술이든. 뭐가 됐든!”



사내라면 내기 앞에서 움츠러들 수 없는 법! 세 사람은 투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30분 후.



“하하하. 뭐야. 장수찬. 네가 꼴등이네!”


“그러게. 우리를 그렇게 무시하더니. 장수찬 씨. 한마디 하시죠?”



태양과 노을은 한마음 한뜻으로 수찬을 놀렸고 수찬은 폭발했다.



“이거 뭐야! 말도 안 돼!! 두 사람 코인 야구장 처음이라며! 거짓말이지? 인정 못 해! 한 판 더해!”


“크큭. 야, 벌써 세 판 째잖아. 인정해.”



2등도 아닌 꼴찌라는 사실에 씩씩대며 NO 인정! 을 외치던 수찬이 다른 아이디어를 냈다.



“그래! 이건 내가 졌다 치고.”


“야야! 졌다 치고 가 아니라 진 거지.”


“그르. 즈따즈쓰.”



이를 악물고 마지못해 인정하고는 말을 이었다.



“2차전 해!”


“또? 이제 야구 질려.”


“고작 10분 쳐놓고는 질리기는! 그리고 2차전은 야구 말고 다른 거 해야지! 근처에 사격장 있더라. 총 쏘러 가자.”


“뭐? 총? 음.. 나는 콜! 내가 또 군대에서 만발만 쐈지!”



그렇게 태양이 허풍을 떨며 수찬의 의견에 콜을 외쳤고.



“나 사격도 처음인데? 잘할 수 있으려나.. 일단 가보자!”



노을도 걱정을 내비치긴 했지만 동의했다. 그렇게 세 남자의 2차전은 사격으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사격장에 도착한 지 겨우 10분 후.



“오예! 1등!”



1등은 태양에게로.



“아.. 아쉽다. 한 판 더 할래? 나 이제 적응된 것 같은데?”


“처음 해보는 놈이랑 동점.. 동점이라니..”


2등은 공동으로 차지했다..



“장수찬 군. 실력 좀 키워야겠는데? 실내 파인 나한테 졌잖아. 노을이한테도 결국 못 이겼고.”



태양이 살살 긁어대자 수찬이 분노의 샤우팅을 터트렸다.



“야! 다음 주에 또 해! 나 다음 주에 또 올 거야! 두고 봐! 그땐 내가 박살을 내주마!”


“강태양! 그만 놀려! 초딩이냐? 장수찬 너도. 또 오는 건 좋은데 박살은 무슨! 과몰입은 안 좋다!”



노을이 중간에서 중재에 나섰지만, 이미 충분히 과몰입한 두 사람에게는 들릴 리 만무했다.



“도전은 언제든지 받아줄게. 연습 많이 하고 와라. 너무 쉽게 이기면 재미없잖아.”


“아오! 두고 보자 진짜!”


“헤헹. 두고 보자는 놈 하나도 안 무섭네요.”



점점 유치해지는 두 친구를 보던 노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만하고. 이제 소화도 다 됐겠다. 다시 배가 좀 고파지는 것 같지 않냐?”


“어. 살짝 출출한데?”


“맛집 가자! 아까 고기 먹으면서는 일부러 술을 안 먹었더니 술 당긴다!”



만장일치로 다음 목적지가 정해지고 세 사람은 맛있는 안주와 술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



‘매일 함께닭’


딸랑-.



“사장님. 저희 왔어요.”



가게 문을 열며 반갑게 인사를 전하는 노을.



“어젯밤에 올 줄 알았는데 결국 배달시켜 먹더니. 오늘 오려고 그랬구나?”



노을이 책을 맡기며 했던 말을 기억하고 건네는 말에 노을이 웃으며 답했다.



“어제는 일이 좀 생겨서 못 왔어요. 대신 오늘 신나게 먹고 놀다가 가겠습니다!”


“그래. 나도 서비스 빵빵하게 주마!”



노을과 사장님이 하는 말을 듣고 태양이 끼어들었다.



“서비스요? 왜요? 저 와서요?”


“하하. 너는 오늘 쉰다더니 친구랑 놀려고 그랬구나?”


“네. 자주 쉬어서 죄송해요.”


“괜찮아. 그동안 네가 너무 안 쉬긴 했지. 매일 일만 했잖아. 그만큼 몰아서 쉬는 거로 생각하고 있어.”



실제로 태양은 가게 휴무일을 빼고는 명절 연휴에도 쉬지 않고 일을 했었다. 그 나이대에 누려야 할 즐거움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일만 하는 태양이 늘 안타까웠던 사장은 오히려 자주 쉬는 요즘을 더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



“늘 감사합니다. 사장님.”


“하하. 됐다 됐어. 얼른 앉아.”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손님으로 가득 찬 가게 안을 둘러보던 수찬은 과연 맛집이구나 생각하며 어서 먹고 싶은 마음에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



“골고루 시킨다? 여기 치킨은 종류 안 가리고 다 맛있어.”


“어. 뭐든. 빨리만 시켜.”


“난 잠깐 편의점 좀.”



자리에 앉자마자 노을이 일어서며 말했다.



“편의점? 왜?”


“좀 필요한 게 있어서. 금방 갔다 올게. 주문은 알아서 해.”



노을이 자리를 비우고.

태양은 주문 후 냉장고에서 술을 꺼내왔다.



“생맥도 금방 나올 거니까 마시고 싶은 걸로 편하게 마시자.”



기본으로 나오는 마카로니로 심심한 입을 달래며 가볍게 첫 잔을 마시고, 두 번째 세 번째 잔도 비울 때쯤. 프라이드치킨이 먼저 나왔다.



“야, 냄새가 장난 아니다.”



흥분하는 수찬의 앞접시 위로 닭 다리를 놓아주는 태양.



“맛도 장난 아닐걸? 먹어봐. 여기가 우리 동네 최고의 맛집이다.”



나머지 다리 하나는 노을의 접시 위에 놓아주고는 태양은 날개를 뜯으며 말했다.



“프라이드가 기본이거든 기본! 근데 이 기본이 이렇게 맛있으면 나머지는 얼마나 맛있겠냐. 너 앞으로 여기 치킨 자주 생각날걸.”



대화를 나누며 치킨을 먹고 있는데. 양념치킨을 서빙하는 직원 뒤로 자리를 비웠던 노을이 보였다. 한 손에는 케이크 상자를 또 다른 손에는 종이가방을 들고 있었다.



“어? 웬 케이크야?”


“어제가 태양이 생일이었거든. 어제 못한 축하 오늘 하려고.”



노을은 씩 웃으며 케이크를 상자에서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초코케이크였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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