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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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아S
작품등록일 :
2024.05.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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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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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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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굿 아이디어지.

DUMMY

할아버지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두 사람은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여기서 안 사고, 나진시에 가서 산다고?”


“어, 나진시에 아웃렛 큰 거 있거든. 거기서 애들 옷 사서 택시 타고 들어가자. 가면서 치킨이란 피자 넉넉히 주문하고.”


“그러자. 옷 한 두벌도 아닌데, 렌트를 했으면 모를까 차도 없는데 그 짐을 다 들고 가기는 아무래도.. 힘들지.”



차에 대해 생각하던 태양은 중요한 사실을 생각해 내고는 노을에게 물었다.



“맞다. 너 차는 왜 안 타고 다니냐?”


“다음 주에 찾으러 가기로 했어. 지금 사는 곳은 주차하기도 마땅찮아서 이사한 다음에 찾으려고.”


“하긴. 너나 나나 지금 사는 곳은 골목길이라 차 갖고 다니기 어렵지. 더군다나 초보운전이니까. 차 긁고 다니기 딱 좋지.”


“어. 지금 동네에서 차 끌고 다니면 며칠 안 돼서 공업사 들어가 있을 거야.”



객관적인 시선으로 스스로를 파악하고 있는 노을의 합리적인 이유였다.


차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원장이 끌고 다니던 모습이 잠깐 떠올랐지만 이내 지워버렸다.



“그래. 나랑 사투 끝에 쟁취한 옵션 빵빵한 애마인데, 조심히 다뤄야지.”


“크큭. 옵션. 다시 생각해도 웃기네. 왜 그렇게 기를 쓰고 반대한 거야?”


“내가 친히 인터넷에 검색까지 해서 ‘하면 후회하는 것들’을 알려줬는데도 네가 똥고집 부렸잖아. 나중에 후회할 네 모습이 눈에 훤해서 뜯어말리고 싶었을 뿐이야.”


“첫 차잖냐. 평소 로망을 다 실현해 보고 싶었어. 아직도 삐친 거 아니지? 차 나오면 제일 먼저 시승시켜 줄게.”


“하! 삐치긴. 그런 적 없거든! 시승은.. 좋긴 한데. 너 면허증 딴지 얼마 안 됐잖아. 널 믿고 타도되겠냐?”


“당연하지! 강사님이 나한테 운전 잘한다고 칭찬을 얼마나 하셨는데!”


“강사님들은 웬만하면 다 잘한다고 해줘. 자신감 갖고 운전할 수 있도록. 너 강사님 구할 때 도로 연수 회당 얼마. 이런 식으로 구했지? 수강생을 붙잡기 위한 일종의 립 서비스였던 셈이지.”


“아니거든! 나 진짜 베스트 드라이버라니까!”



두 사람은 아웅다웅하며 나진시에 도착했고. 아웃렛에서 양손 무겁게 쇼핑도 마쳤다.


택시를 타고 보육원으로 향하는 길.



“네. 그렇게 가져다주세요. 음료수도 부탁드린 수량대로 잘 챙겨주시고요. 네. 감사합니다.”



잊지 않고 아이들을 먹일 치킨과 피자도 주문 완료.



“치킨, 피자에. 새 옷까지. 애들 좋아하겠네.”


“기뻐해 줬으면 좋겠다. 지난번에 애들 옷 다 해진 거 보니까 영 마음이 안 좋았거든.

앞으로 올 때마다 종종 옷이랑 신발 사서 오려고. 한참 예민할 나이대의 애들도 있으니까. 비싼 브랜드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깔끔하게 하고 다니게 하고 싶어.”


“그래. 애들은 새 옷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거야.”



노을은 아이들 옷이 담긴 종이가방을 바라보며 어렸을 때를 회상했다.



“나 어렸을 때 위에 형들 옷 물려 입는 게 그렇게 싫었어. 물려 입는 옷은 꼭 그렇게 티가 나더라. 아직 덜 컸는데도 형들이 작아서 못 입는 거 소매 접어서 입고, 밑단 접어서 입고. 머리가 좀 크고 나서는 불평불만이 없어졌지만. 보육원에 온 지 1, 2년 됐을 때까지는 참.. 싫었었지..”



태양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나도 어렸을 때는 옆집 형 거, 윗집 형 거. 자주 물려 입었어.

아이들은 아무래도 금방금방 크니까. 그 잠깐을 입히기 위해 새 옷을 사기보다는 아는 집에 또래 애가 있으면 옷 자주 가져다 입고 그랬지. 뭐.”


“하하. 맞아. 보통 애들도 그랬을 텐데. 아마 난 아빠 엄마를 잃는지 얼마 안 됐을 때니까. 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 봐.

아빠 엄마가 있었다면 새 옷 새 신발 사줬을 텐데. 하는 생각 말이야.”



늘 밝게만 보이는 노을의 가슴 깊숙한 곳에 묻어둔 상처의 일부를 엿본 것 같았다.

덤덤하게 이야기하려 하지만 얼굴에 슬픔이 비치는 것을 보며, 그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고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것 같아서 태양은 마음이 쓰였다.



“그럴 수 있지.”


“비록 피는 안 섞였지만, 동생 같은 애들이니까. 애들은 그늘 없이 자라줬으면 좋겠어. 내가 신경 쓰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구름이 꼈을지도 모르겠지만.”


“구름이 껴서 그늘이 졌으면 햇볕이 잘 들도록 해서 그늘의 크기를 줄이면 되지. 그리고 상처가 있으면 약을 잘 발라줘야지. 빨간약이든, 연고든. 발라서 상처를 아물게 해야 하지 않겠어? ”


“어? 상처? 설마 애들이 그렇게까지 많은 슬픔을 겪었을까?.. 아.. 얘기 듣고 보니 또 걱정되네.”



아이들 걱정에 금세 표정이 어두워지는 노을을 보며 태양이 손가락을 들어 노을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너 말이야. 너.”


“나? 나 뭐?”


“너한테도 구름. 그늘. 상처. 다 있는 것 같아서. 그런데 넌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 것 같으니.. 이 형님이 걱정돼서 한 말이다. 인마.”



생각지 못한 부분을 찔러오는 태양의 말을 들으며 놀라서 말했다.



“내가 너를 진짜 편하게 생각하긴 하나 보다. 나름 잘 감추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얘기한 거 네가 처음이야. 내 상처를 내보인 것도 네가 처음이고. 그리고 형 드립은 그만두고.”


“그만두긴. 네가 잊을만하면 또 꺼낼 거다.”



노을은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시스템이랑 마지막에 대화할 때 알았는데, 내가 부모님 돌아가신 후에 기억을 일부 잊고 있더라. 그냥 커가면서 기억이 흐려진 줄 알았는데. 당시의 상실감이 너무 커서 스스로 기억을 지운 거였어.”



태양은 별다른 호응 없이 가만히 노을의 이야기를 들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상처는 아무래도.. 부모님을 잃은 거겠지. 당시에는 울고 자고만 반복했던 것 같아.

이후로 한동안 부정적인 사고에 휩싸인 채 살았으니까. 타인에게 받은 상처, 내가 스스로 낸 상처. 그 상처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거지. 그 상처에 약을 발라줄 생각도 못 하고.. 나 자신을 지키는 데 급급했거든.

정신적으로 성장한 후로는 차라리 모르는 척 사는 게 편하다는 걸 깨닫고 그냥 덮고 살았고.

지금에 와서 그 상처들을 보듬으려고 해도..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어.”



이미 오래 지나버려서 당시의 상처를 어떻게 해야 아물게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 태양은 생각을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나도 정확한 방법은 잘 몰라. 그런데 덮어 둔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게 아닌 거잖아. 그렇다면 반대로 가끔이라도 이야기를 해보면 어때? 부모님이 살아계셨을 때의 추억들, 그리고 사고 났던 즈음의 기억들. 처음에는 생각할 때마다 괴롭겠지. 그럴 때는 같이 소주 한 잔 마셔줄게.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그때를 떠올려도 아프지 않은 날이 올 거다. 그렇게 상처에 딱지가 앉고 새살이 돋을 거야.”


“하하. 너 오늘 말발 죽이는데? 꽤 그럴듯해.”


“그럴듯한 게 아니라. 굿 아이디어지.”


“그래. 무작정 덮어놨던 기억을 이제는 꺼내봐도 되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같이 술 한 잔 마셔줄 친구 놈도 옆에 있으니까.”



태양을 바라보며 씩 웃으며 말하는 노을의 얼굴이 한결 편해져 있었다.



***



모처럼 진지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보육원.


뒷자리에 있는 것 외에도 트렁크에 한가득 실려있는 종이가방을 부지런히 꺼내고 있는데, 태양은 뭔가 허전하다 싶어 보육원 안쪽을 바라보았다.



“지난번처럼 아이들이 뛰어오면서 반겨줄 줄 알았는데, 오늘은 밖에 나와 노는 애들이 없네?”



태양의 말에 트렁크의 짐을 모두 꺼낸 노을이 택시 기사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는 대답했다.



“그러게. 몇 명은 나와서 놀고 있을 줄 알았더니. 애들도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겠지. 들어가 보자.”



종이가방을 모두 챙겨 들고 보육원 안으로 들어서는데, 조용히 각자 할 일을 하던 아이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노을이 형!”


“오빠!”



문 앞에 종이가방을 내려놓고는 두 팔 벌려서 달려오는 아이들을 안아주는 노을.



“모두 잘 지냈지?”


“아니. 형 보고 싶어서 못 지냈어!”


“방금 누구야? 현수야? 좋아! 현수는 옷 하나 더 줄게!”



노을의 말을 들은 아이들이 너도나도 노을 바라기가 되어 애정의 말을 날렸다.



“형! 형! 나는 꿈에서도 형이 나왔어!”


“나는 일기에 오빠 보고 싶다고 매일 썼어!”



웃으며 동생들이 하는 말을 듣던 노을이 큰 소리로 외쳤다.



“하하, 좋아! 다들 옷 하나씩 더!”



사실 처음부터 두 벌씩 준비해 왔었기에 부담 없이 지를 수 있는 약속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순식간에 노을에게서 떨어지며 종이가방을 향해 달려들었고.

노을의 곁에 서 있던 태양을 발견하고 아는 척을 해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중에는 함께 원장실 탐방에 나섰던 현수도 있었다.



“어? 노을이 형 친구!”


“안녕하세요! 거기에도 옷 있어요?”


“형. 그거 저 주세요!”


“나 이 형 이름 알아. 태양이 형이야!”



아이들이 아는 척을 해오자 태양도 기분 좋게 웃으며 인사를 받아 주었다.



“그래. 현수! 형 이름 기억하네? 여기에도 모두 옷이야. 노을이가 너네 주려고 하나하나 정성껏 골라온 거야. 자 들어가서 펼쳐보자.”



태양이 아이들을 이끌고 들어선 거실은 이미 난장판이었다.

노을이가 들고 왔던 종이가방은 여기저기 내동댕이쳐 있었고, 옷은 죄다 꺼내져서 널브러져 있었다.



“얘들아, 순서 지키자. 각자 사이즈에 맞게 입어야지. 막 가져가면 안 된다.”



김진주의 빈자리를 선생님들이 돌아가면서 지키고 있었는데, 오늘 당직 선생님은 노을이 퇴소 후 들어온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소란스럽게 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니에요. 요즘 애들 기운이 별로 없었는데, 오랜만에 웃는 모습 보니까 좋네요.”


“아이들 먹을 치킨이랑 피자도 시켰어요. 넉넉하게 시켰으니까, 저녁은 준비 안 하셔도 될 겁니다.”


“정말요? 오늘 저녁은 좀 편하겠네요. 알겠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가 들렸는지 몇 아이들이 쪼르르 달려와 노을에게 매달리며 물었다.



“형, 치킨이랑 피자? 진짜야?”


“언제 와? 지금 오면 안 돼?”



그 소란스러움에 다른 아이들도 몰려들었고. 노을은 흥분한 아이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얘들아, 이따가 치킨이랑 피자가 왔는데, 이렇게 지저분하면 바로 먹을 수가 없겠지? 그럼 여길 치우느라 음식은 식어갈 텐데. 우린 차가운 치킨이랑 피자를 먹어야 할지도 몰라. 그게 따뜻한 것보다 맛있을까?”



아이들이 그제야 진정하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정말 노을의 말대로였다. 이대로라면 여길 치우느라 음식을 늦게 먹게 생겼다.



“그러니까, 얼른 자기 옷 찾아서 정리하자. 자, 초등학생까지는 이쪽으로 서서 선생님 말씀에 따라서 옷 받아 가자.

그리고 중, 고등학생은 형 쪽으로 와.”



과연, 치킨과 피자의 힘은 위대했다. 따듯한 음식을 먹겠다는 일념 아래 아이들은 한눈팔지 않고 각자에게 맞는 옷을 받아 갔다.

옷장에 정리까지 모두 마칠 때쯤, 주문한 음식이 도착해 아이들은 다행히 기다림 없이 따뜻한 치킨과 피자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배부름에 뒹굴뒹굴하고 있을 때, 태양과 노을은 간단하게 보육원 청소를 시작했다. 구석구석 쓸고 닦는 것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일이라 당장 눈에 보이는 지저분한 곳을 정리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정리가 끝이 보일 무렵, 보육원에 있는 아이 중에서는 가장 큰형, 누나일 법한 아이 셋이 노을에게 다가왔다.



“노을이 형 바빠? 물어볼 게 있는데..”



노을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 이제 다 했어. 뭐가 궁금한데?”


“우리 보육원.. 어떻게 되는 거야?”



질문을 하는 아이도 그 옆에 서 있는 두 아이도 얼굴이 진지했다.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현 상황에 대해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도움을 요청하고자 태양은 바라봤지만, 태양도 난감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 어쩐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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