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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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아S
작품등록일 :
2024.05.18 20:30
최근연재일 :
2024.07.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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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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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찾았어! 방법!

DUMMY

처음엔 기운이 없던 아이들도 노을이 온 후로 점점 활기를 되찾았기에 아이들은 보육원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는데 역시 큰 애들은 달랐다.


노을은 수많은 말을 떠올렸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 끝에 조금은 어설픈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별일 없을 거야.”


“원장님이 며칠째 오시지 않아. 우리끼리 이야기해 봤는데 보육원이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추측하고 있어.. 맞아?”


“오빠, 정말 여기 없어진대?”


아이들은 김진주가 구속된 상태라는 것을 모르니,

원장이 오지 않는 이유가 보육원 폐쇄로 인한 것은 아닐까, 예상하고 있는 듯했다.



“아니야. 원장님은 사정이 생겨서 못 오시는 거야. 여기엔 새로운 원장님이 오시게 될 테고.. 하늘 보육원은 문제없이 돌아갈 거야.”


“다른 원장님이 오는 건 확정된 거야? 난 싫어! 그냥 원장님이 다시 오시면 안 돼?”


“다시 오시긴 힘들 거야.”


“도대체 원장님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건데? 곤란하신 거면 우리가 도와드려야 하는 거 아냐?”



서홍석. 유난히 원장을 잘 따르던 녀석. 원장에게 큰일이 생겼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언제나 철저하게 가면을 쓰고 위선자 행세를 해왔으니. 원장을 나쁘게 생각하는 아이보다 좋아하는 아이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었다.

자신조차도 태양이 아니었다면 지금껏 그 가면에 속고 살았을 테니..


아이들에게 살인미수범이라는 원장의 실체를 말해줄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계속 좋은 사람으로 남게 할 수도 없었다. 그랬다가는 이 애들이 원장과 접촉하게 될 경우 또 그 간교한 말솜씨에 넘어가 이용당할지 모른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태양이 대신 운을 뗐다.



“너희 모두 원장님을 좋아하지?”


“그럼요. 엄마 같은 분이신걸요.”


“늘 저희를 위해 최선을 다하셨어요. 좋아하는 게 당연하죠.”


“커서 사회복지사가 될 거예요. 그래서 여기서 원장님 도와드리는 게 꿈이에요.”



대답을 들을수록 한숨이 나올 것 같았다. 맹목적이다 싶을 만큼 원장을 좋게만 보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는 시선으로 노을을 바라봤다.


노을 역시 고민이 많은 눈치. 하지만 결심을 굳히고 입을 열었다.



“잠깐 앉자.”



아이들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자리에 앉았다.

노을은 아이들의 얼굴을 돌아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내가 지금부터 하는 얘기가 너희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올 거야. 믿지 못할 수도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얘기를 하려는 건.. 너희가 이용당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야. 상처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고.”


“무슨 얘긴데 그래?”


“원장님이 나쁜 일을 많이 했어. 그래서 여기에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거야.”


“나쁜 일? 원장님이? 무슨 오해가 있는 거 아니야?”


“도대체 무슨 나쁜 일은 했는데?”


“수사 중인 일이라서 자세히 말해줄 순 없는데, 오랫동안 교도소에 가 있으실 거야.”


“뭐? 말도 안 돼!”


“형은 아무렇지도 않아? 어떻게 그렇게 덤덤하게 말할 수가 있어? 우리 중에서 형이 원장님 가장 좋아했었잖아.”



홍석이가 노을에게 원망을 담아 말했다.



“형은..”



원장한테 죽을 뻔했거든.

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노을은 무어라도 말하기 위해 입을 벙긋거렸지만, 태양이 더 빨랐다.



“노을이가 원장님을 정말 잘 따랐다는 건 너희도 알지?”



아이들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노을이가 원장님이 경찰 수사를 받는다는데, 이렇게 가만히 있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그 이유가 뭐냐고요!”



역시 사춘기.

홍석은 씩씩거리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홍석아, 진정해. 너 너무 흥분했어.”


“나는 원장님이 걱정돼 죽겠는데! 자꾸 말을 빙빙 돌리잖아!”



버릇없이 구는 홍석에게 노을이 한 소리 하려는데 태양이 말렸다.

홍석에게 원장의 존재가 얼마나 클지 짐작이 되었기에 버릇없이 구는 것에 불쾌함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아이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원장이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는 밝힐 필요가 있어 보였다.



“노을이는 너희들이 받을 충격을 걱정해서 최대한 말을 아끼고 싶겠지만, 이제 너희도 다 컸으니까 이 정도 충격은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원장은 많은 죄를 저질렀지만 대표적인 두 가지만 말해줄게.

첫 번째는 보육원으로 들어온 후원금을 횡령했다는 거야. 횡령 알지? 너희들을 위해 써야 할 돈을 자기 사리사욕을 위해 갖다 썼어. 너희는 몰랐겠지만, 너희를 위해서 노을이가 몇 년째 거금을 기부하고 있었거든.”



태양의 말에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은 놀란 눈으로 노을을 바라봤다..



“야, 그 얘긴 뭐 하려 해.”



자신이 후원하고 있었다는 말을 하는 태양에게 노을이 핀잔을 주었다.



“그게 뭐 어때서. 그러는 너는 왜 말을 안 하는 거야?”


“그냥, 원장님이 비밀로.. 아..”


“참나. 안 끼는 곳이 없네. 보육원 아이들에게 네 영향력이 커지는 걸 막고 싶었나 보다.”


“하..”



노을과의 대화에서도 심상치 않은 흐름을 느낀 아이들은 가만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있었다.



“두 번째는.. 원장이 노을이를 해치려고 했어. 그걸 현장에서 걸려서 바로 체포된 거야. 현행범에 빼도 박도 못할 증거까지 있어. 교도소에서 오래오래 있게 될 거야. 그러니까 여기로는 다시 돌아올 수 없어.”



계속 이어진 태양의 말을 들으며 아이들은 놀라움을 넘어 경악하고 있었다.



“그게 진짜예요?”


“원장님이요? 노을 오빠, 진짜야?”



홍석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고, 다른 아이들은 노을에게 사실을 확인하고자 했다.

어수선함 속에서 태양이 말을 이었다.



“너희가 그렇게 믿고 따르던 원장이 그런 사람이란걸..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거야.

하지만 여기서 너희들이 가장 큰형, 누나잖아. 바뀐 원장님이 오시거든 너희가 많이 도와드려. 그게 보육원이 빨리 안정되는 길일 거야.”



태양의 말에 생각이 많아지는지 아이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홍석은 믿고 따르던 원장의 모습에 많이 놀랐는지 유난히 더 기운 빠진 모습이었다. 노을은 그런 홍석을 바라보며 원장 말이라면 무조건 믿고 따르던 자신의 옛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홍석아. 궁금한 게 생기면 언제든지 형한테 전화해. 하고 싶은 말이 생겨도 전화하고 알았지?”



홍석은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같이 온 친구들과 자리를 떠났다.



“진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할 거야. 옆에 친구들도 있으니 기운 차리겠지.”



나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노을에게 태양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래. 그러겠지. 자, 다시 거실로 나가자.”



정리를 마무리하고 다시 거실로 나가보니, 현수를 비롯한 어린아이들이 그대로 거실에서 놀고 있었다. 평소에는 거실에서 놀지 않는 아이들이 왜 이러지 싶어서 노을이 물었다.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각자 방에 가거나 놀이방에서 놀지.”



현수가 다가와 노을과 태양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형 올 때까지 기다렸어. 형들도 이리로 와서 놀자.”



아이들 틈바구니에 앉아 같이 놀아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노을에게 달라붙는 아이들의 수가 늘어갔다.

보통 저녁이 되기 전 노을이 집에 돌아간 탓이었다.


곧 노을이 간다고 생각했는지 아이들은 아쉬움 가득한 시선으로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보다 못한 태양이 노을에게 말했다.



“슬슬 이야기해 줘. 애들 울겠다 야.”


“오늘은 형 여기서 잘 거야. 그러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노을의 얘기에 아이들은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진짜? 진짜로 진짜?”


“하하. 그래. 진짜로 진짜.”


“앗싸! 형 오늘 나랑 같이 자. 내 옆에서 자!”



가장 크게 기뻐하는 건 역시 현수였다. 하지만 현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른 아이들도 노을의 옆자리 사수하기에 가세했다.



“오빠. 내 옆에서 잘 거지?”


“아냐. 형은 나랑 잘 거야.”



이대로 두었다가는 누구 하나 울거나, 단체로 울거나 어쨌든 눈물 바람이 휘몰아칠 것이다. 노을은 재빨리 말했다.



“형은 친구랑 공부방에서 잘 거야. 다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자기로 약속해!”


“왜에! 형이랑 잘래!”


“나도 공부방에서 자면 안 돼?”


“오빠 우리 방에서 같이 자자!”



될 수 있으면 동생들이 하자는 대로 해주고 싶었지만, 자신이 퇴소한 후에 입소한 몇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자신과 자겠다고 하는 상황. 이대로 두었다가는 싸움이 날지도 몰랐기에 아이들을 향해 노을이 최후의 한마디를 외쳤다.



“다들 나랑 잔다고 하니, 어떡하지? 공부방에는 그렇게 많이 못 들어가는데.. 어쩔 수 없지. 형은 그냥 가야겠다.”



노을이가 간다고 하는 말에 아이들은 재잘대던 그대로 얼어붙었다.

태양이가 옆에서 중재에 나섰다.



“현수야, 어떡할래? 노을이 형 간다는데? 같은 방에서 자는 게 아니더라도. 같은 집에서 자는 걸로 만족하는 건 어때? 그럼 자고 일어나서도 노을이 형이랑 또 놀 수 있을 텐데.

다들 어떻게 생각해?”



태양의 말에 다들 그게 좋겠다며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내일 아침에도 노을이 형이랑 놀래요!”


“맞아! 아침에 밥도 같이 먹을 거야!”



노을이 고맙다는 듯 태양을 한번 쳐다보고는 아이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 알았어. 그럼 내일 아침밥도 같이 먹고 또 같이 놀자.”



**

[퀘스트 발생!]

오늘 아침은 내가 요리사!


하늘 보육원에 사는 아이들은 요즘 통 기운을 차릴 수 없었다. 엄마처럼 믿고 따르던 원장의 갑작스러운 부재와 보육원이 폐쇄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는 아이들은 다른 곳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지는 않을까, 어른에게는 말 못 할 고민을 안고 지내왔다. 오랜만에 찾아온 큰형 한노을이 보육원의 존속을 확인시켜 주었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는 현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있는 상태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자. 맛있는 음식엔 위로의 힘이 담겨있다. 정성이 가득 담긴 아침을 함께 먹으며 아이들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 주어라!


성공: 포인트 +3

실패: 24시간 먹는 음식 칼로리가 3배로 계산됨.

**



노을의 뒤에서 상황이 정리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데 눈앞에 떠오르는 퀘스트 창.

내용을 빠르게 훑은 태양은 한숨이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요리? 나보고 요리를 하라고? 그것도.. 25인분을?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이 대략 20여 명. 거기에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들과 노을과 자신까지 하면 25인분을 준비해야 했다.


평소 라면이나 끓여 먹던 흔한 자취생 1에 불과한 태양은 퀘스트 내용을 다시 한번 읽으며 아연실색에 빠졌다.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빠르게 노을에게 SOS를 보냈다.



“얘기 다 끝났으면, 잠깐만.”


“응?”



조용히 이야기할 곳을 찾아 태양이 밖으로 나가자 노을도 뒤따랐다.

11월 초. 제법 쌀쌀한 저녁 날씨에 태양이 달아올랐던 머리를 좀 식힐 겸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



“갑자기 왜?”


“너 요리 좀 하냐?”


“나? 그냥 평범한 자취생이지.”


“그치? 하.. 큰일 났네.”


“왜 무슨 일인데.”


“방금 퀘스트가 떴는데.. 내일 아침에 요리해서 애들 먹이래..”


“뭐?!”


“나는 기껏해야 혼자 먹을 김치볶음밥이나 만들어봤지. 애들 먹일만한 요리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 너한테 도와달라고 하려고 했더니..

너도 요리 못하면 퀘스트 어떡하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 두 사람.

그때, 노을이 기가 막힌 사실을 깨달았다는 듯 손가락을 튕기고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아! 맞다! 야, 찾았어! 방법!”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작, 댓글,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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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 최하급 체력 물약을 섭취하였습니다. 24.07.22 27 0 13쪽
66 66. 보은 2단계 클리어. 24.07.21 30 0 12쪽
65 65. 보송보송한 감촉은 못 참지. 24.07.20 47 0 13쪽
64 64. 기특한 아들들. 24.07.19 41 0 13쪽
63 63. 애프터 1000 기능 오픈. 24.07.18 42 0 12쪽
62 62. 10점 만점에 10점. 24.07.17 4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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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신났네. 신났어. 24.07.15 5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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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56. 완전 개꿀! 24.07.11 51 0 12쪽
55 55. 괜히 진상이 아니지. 24.07.10 5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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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 착한 호구. 강호구! 24.07.05 6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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