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심판

27 심판
"그럼. 배구협회의 지석민 이사를 이신우 코치님과 네가 고소하는 거야?"
"그렇지. 그리고 박미경은 리올에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할 거야."
"와! 정말 대박이야. 일이 이렇게 되는구나! 이런 것을 사필귀정, 인과응보라고 하는 것이 맞지? "
유진이 귀국하여 친구들과 반갑게 만나 그동안 얘기를 주고받았다.
한창 프랑스에서 플레이오프가 뜨거웠던 4월 초 한국은 미투운동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조석민은 여론을 의식한 빠른 재판으로 위계에 의한 성폭행, 추행, 협박 등으로 징역 5년의 판결을 받았다.
3, 4위 간의 V 리그 플레이오프에서 경기 전적 1 : 2로 패한 CB 팀의 이신우 수석 코치는 고진욱 소장의 연락을 받았다.
"그럼 이것이 박미경이 만들어 올린 영상이라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시작은 이 영상입니다."
그리고 투서 사건의 경위를 풀어 놓았다.
"어느 날 배구 협회 이상기 대리가 우연히 박미경의 SNS를 보고 내용이 심각하여 지석민에게 보고합니다."
그 당시 강원여고 배구부의 이 감독님을 비방하던 영상과 내용의.
지 이사는 박미경의 아버지를 만나 박미경의 프로팀 입단을 조건으로 이신우에 대한 익명의 투서를 교육청과 협회에 쓰게 한 사실.
그리고 재활이 영원히 불가능한듯한 유진의 배구협회 선수등록 기록도 삭제를 지시하고.
"왜! 지석민은 왜 그런 일을 한 것입니까?"
"이 감독님에 대한 지난 수년간의 자격지심이 비틀어져 원망이 된듯합니다.
최종 목표는 감독님을 배구계에서 추방시킬 계획이었고 얼마 전까지는 성공적이었죠."
"아시다시피 박미경은 동방에 입단했습니다. 지석민과 동방 생명의 조석진은 외사촌지간입니다.
"아! 그럼. 유진의 일도 그렇게...." 옆에서 같이 듣던 서이서는 놀라 신음을 터드렸다.
"배구 협회의 직원에게서 모두 확인한 사항입니다."
그리고 이신우와 지원, 수진에 대한 협박은 박미경의 SNS와 연관되어 있다는 부분도 함께 말했다.
2년 전 강원여고 투서 사건의 내용을 들은 이신우는 미경 또한 제자로서 최선을 다해 가르쳤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머리를 감싸며 괴로워했다.
"어떻게 미경이가 그럴 수 있지. 이서 씨. 내가 그렇게 나쁘게 했을까?"
"아니 신우 씨 잘못이 아니에요. 유진이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를 생각해 보세요.".
고진욱은 이신우에게 그동안 조사한 또 다른 지석민의 배구협회 비리를 말해주었다.
남자 배구 선수들의 군입대 면제를 위해서 뇌전증 등의 허위진단서를 발급하는 의사를 소개하며 양쪽으로 돈을 받는 브로커 역활.
국가대표 선발 시 뒷돈을 받고 후보선수로 등록시킨 것.
임의로 선수 신분을 삭제한 것 등이며 조만간 그의 비리를 언론과 검찰에 제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이신우는 지석민과 박미경의 아버지를 허위사실 유포,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다.
"그럼 이신우 감독님이 CB 팀 감독이 되시는 거야?"
"아직 안 되셨어. 하지만 멀지 않아 되실거야. 실적도 있고, 황 감독님은 지금도 거의 활동을 안 하시니."
"지원이는 한 시즌 해보니 어땠어?"
"힘들어. 체력이 부족해. 리그가 단축되지 않았다면 퍼졌을 거야."
"그러는 진아. 너는 프랑스 리그를 완전히 들었다 놓았다 하던데."
"하하하.. 그 정도까지는 .."
변호사 사무실에서 김 변호사와 유진은 마주 앉았다.
지난 3월 초 항소심 1차 변론이 있었고 다음 변론일이 3일 뒤에 있을 예정.
"진아. Z 은행이 재판부에 판결을 빨리 해야 한다고 계속 압박하고 있어."
"국가기관이 회사의 완전 정상화를 막고 있다며."
"보내 드린 유진 산업 횡령과 도박 증거는 어때요?"
"이번 변론기일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리고 검찰에 고소도 그날같이 진행할 거야."
"조진우 이사를 조사해야 하니, 시간상으로 상당히 효과가 있을 거야."
"판결에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글쎄다. Z 은행 측에서 개인적인 일탈로 몰아갈 것이지만 우리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은 확실하지."
"향후 진행은 어떨 것 같아요?"
"새로운 증거와 조사로 항소심 판결은 연말쯤 가능하지 싶다. 상고를 한다면 새로운 사실이 없으면 내년 상반기에 상고심도 결정될 가능성이 커."
"제일 확실한 것은 그 안에 Z 은행의 내부 문제점을 찾아내야 해."
유진은 얼마 전 자신과 만나 조 이사의 Z 은행의 내부 횡령 정황을 찾은 것 같다며 기뻐하던 류정범 씨를 떠올리며 말했다.
"네. 알아요. Z 은행 내부는 지금 조사중이에요. 은행 내 자료들이 너무 많아 얼마간의 시간이 더 필요해요."
3일 후 서울고등법원 춘천 원외재판부 민사 1부 401호 재판정.
"...."
"Z 은행 조진우 이사의 유진 산업에 대한 횡령 및 배임의 증거를 제출합니다."
"재판장님. 아직 검찰 조사도 하지 않은 증거를 저희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아닙니다. 오늘 오후 조 이사에 대한 고발이 이루어졌으며 유진 산업에 대한 검찰의 압수 수색이 진행 중입니다."
"증거는 인정합니다. 단 검찰의 수사에서 동일한 증거를 확보했을 시에 한합니다."
"...."
"그럼, 이것으로 변론 준비 기일을 마치고, 다음 변론기일은 검찰의 수사를 감안하며 2달 뒤인 7월 2일 오후 4시 이곳 401호에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김 변호사는 유진과 함께 법원을 빠져나오며 하늘을 보았다.
"휴. 처음으로 우리 생각대로 진행되고 있어. 여기까지 오는 것만도 해도..."
'할아버지 이제 한걸음 제대로 걸었어요.'
유진 역시 오래전 재판정을 함께 나와 이곳 춘천지법 건물을 분한 듯 쳐다보는 할아버지를 기억했다.
"변호사님. 조금만 더 수고해 주세요."
"그래. 이제 길어야 1년이야. 열심히 해야지."
Z 은행 조진우 이사는 유진산업 박 부장은 함께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긴급하게 소집된 Z 은행 이사회.
"조 이사가 아직 그 짓을 계속하는 것을 아무도 몰랐습니까?"
은행장이 모두를 돌아보았다.
"내부가 아니라 유진산업에서 일어난 일이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아. 그때 전 이사장의 조카만 아니었다면 끝을 내었어야 했는데."
"...."
"모두 내부 단속하시고 폐기한 자료들과 관련된 것들을 다시 확인하세요."
고진욱은 사무실을 찾아온 유진에게 배구협회 지석민과 박미경 등의 현재 상황을 전해주었다.
고발과 고소를 당한 지석민은 죄질이 나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바로 구속되어 재판을 앞두고 있었다.
『배구 협회. 육성 지원금을 둘러싼 비리로 얼룩져, 병역 비리의 온상』
『선수와 의사 사이에서, 병역 브로커 배구 협회 이사의 결탁』
이종훈 기자의 스포츠 선수의 병역 비리와 배구협회 전횡에 대한 특종이 다시 신문 1면을 장식했다.
이후에 관련된 사건들이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어 관련자들 역시 중하게 판결받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리고 사태가 엄중하다고 판단한 정부에서 병역 비리에 가담자들에게 엄중한 처벌을 있을 것이라는 대통령의 회견까지 있었다.
대통령의 기자회견 후 한국의 체육계 전체가 병역 비리와 협회들의 전횡에 대한 조사들로 떠들썩하였다.
스포츠 전 종목에 걸쳐 병역 비리와 선수와 감독 선정에 대한 협회 비리가 수사되었고 그 결과 선수들과 관련 협회 관계자들이 재판을 받거나 다시 군대에 가야만 했다.
박미경의 아버지 또한 배구협회 비리와 연루되어 재판을 앞두고 있어 회사에서 퇴사 처리되었고,
미경 역시 입단이 조석진과 관련 있다는 이유로 동방 생명팀으로부터 방출되었다.
리올이 한국 인플루언스를 고소한다는 뉴스가 나오자 곧 미경의 SNS 및 개인방송은 수많은 악풀과 저격으로 폐쇄되었다.
"음 그리고 최근에 이걸 찾았어요." 고진욱이 유진산업의 서류 2부를 유진에게 건넸다.
"이게 뭔가요?"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11년 전 유진산업의 원재료 선정 서류입니다.".
유진이 자세히 살펴보고는 "그런데 같은 서류 같은데 왜 이 부분에서 두 개가 다르죠".
한 부는 당시 재료 담당 박은래 과장이 러시아, 캐나다, 노르웨이 등 업체들의 원재료 선정에 관여해서 러시아 수산업체에 불리한 사항들을 제거하고 조작한 서류이며 다른 쪽은 원본 서류라고 얘기하였다.
그리고 당시 박 과장이 러시아 수산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은행거래 내역을 찾았다며 유진에게 마저 보여주었다.
'이따위 인간 때문에 아버지가...'
유진은 말없이 한참을 그 서류들을 노려보다 화장실로 가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고진욱과 동료들은 붉어진 눈으로 돌아온 유진을 안타깝게 쳐다보며 다시 대화를 이어 나갔다.
몇 가지 일을 더 처리하던 중에 강릉항의 니콜라 씨에게서 보트가 준비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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