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리그 A 23/24 시즌 (2), 재판

31 리그 A 23/24 시즌 (2), 재판
[유진. 인종비하 발언을 듣다.]
[유진. 인종비하 발언에 3연속 서브에이스로 답하다.]
스트라즈부르와의 경기가 끝나자 스포츠 뉴스는 어제 배구 경기장에서 있었던 인종비하 발언으로 도배가 되었다.
축구경기장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여자 배구 경기장에서 최초로 일어난 것이다.
프랑스 리그 A 협회는 스트라즈부르에 경고를 주며 재발 방지를 요구하였고 스트라즈부르 역시 유진에게 심심한 사과를 표시했다.
다음 홈 경기를 위해 니스로 돌아온 유진을 위해 프론트는 니스 스포츠 매거진의 기자 애슐리와 인터뷰를 제의했다.
"안녕하세요. 니스의 유진입니다."
"안녕하세요. 니스 스포츠의 애슐리 기자입니다. 유진 선수. 바로 전 스트라즈부르전에서 관객으로부터 심각한 모욕을 받았습니다. 먼저 이 사건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유진 선수. 당시 상황이 어떠했나요?"
"정확히 말씀드리면 동양인을 비하하는 발언이었습니다. 제가 서브를 넣기 위해 B 코트 서브존으로 ..."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일부 사람들로 인해 이곳의 많은 사람들이 오해받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곳 프랑스는 힘든 시기를 보낸 저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고마운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입니다...."
"제가 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곳에서 배구를 할 것이며, 이곳을 사랑할 것입니다."
그 인터뷰는 곧 채널 1 뉴스의 전파를 타고 프랑스와 세계 곳곳으로 방송되었다.
[리올. 시대착오적인 인식을 가진 일부 사람들을 규탄한다. 유진은 우리의 소중한 동료.]
[나이키 유진을 응원하며 새로운 운동화. 유진 슈즈 광고를 발표.]
[XXX. 인종비하는 사라져야 하는 이 시대의 적이다.]
....
[경찰. 경기장을 황급히 떠난 30대 백인 남성을 추적 중.]
여러 매체에서 유색 인종비하를 규탄하고 유진을 지지한다는 단체들의 성명과 유명인들의 지지 선언들이 나왔다.
소피와 마리아, 친구들과 한국의 여러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지만, 유진은 담담하게 웃으며 '자신은 괜찮다.'라고 대답했다.
소피는 밤늦게 찾아와 지금은 자신의 방이 되어버린 곳의 침대에서 곤하게 자는 유진의 얼굴을 이전처럼 말없이 바라보았다.
4년 전 길 잃은 새 같았던 아이가 이제 니스를 감싸는 커다란 날개를 가진 새가 되었지만,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부모와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직 보여 가련하기도 하고 굳세게 모든 것들을 헤쳐 나가는 모습에 너무 대견스럽기도 하여...
세상에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또 지나가듯 유진 역시 다음 홈 경기를 위해 동료들과 다시 훈련을 시작하였다.
3라운드 '몽펠리에'전.
유진이 아레나 스타디움 경기장을 들어서는 순간.
관중석에서 유진을 응원한다는 많은 플래카드와 핸드폰 플래시들이 켜지며 엄청난 함성의 노래가 터저 나왔다.
"유진. 벨이 팬카페 화원들과 네 응원송을 만들었데." 어안이 벙벙한 유진에게 클로에가 옆에서 알려 주었다.
"고마워. 정말"
유진은 노래를 들으며 가슴이 다시 따뜻해져 와 활짝 웃으며 동료들과 두 손을 들고서 노래가 끝날 때까지 관중들과 함께 흔들었다.
하지만 경기의 흐름은 니스의 공격진만큼이나 강력한 몽펠리에의 실바와 빅토리아, 센터들의 공격에 수비하기가 쉽지 않아 어렵게 흘러가고 있었다.
"다시 성공하는 빅토리아의 직선 C퀵, 두 팀 강력한 공격을 연속해서 성공시킵니다. 피에르 씨 두 팀의 화력이 꺼질 줄 모릅니다."
"네. 한 점 차 승부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여기서 나오는 범실 하나, 수비 성공 하나가 경기 승패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
"실바의 스파이크 서브. 로제의 안정된 리시브를 클로에 토스, 유진 안쪽으로 들어가며 개인 시간차 공격. 성공합니다. 다시 동점."
경기는 세트스코어 2 : 2로 5세트 끝까지 이어졌지만, 실바의 마지막 크로스 강스파이크를 다이빙으로 받아내는 유진의 수비가 두 팀의 승부를 갈랐다.
"오늘 경기는 니스가 몽펠리에를 세트스코어 3 : 2로 이기며 끝났습니다. 오늘 경기는 니스에는 아주 중요한 경기였죠?"
"네. 그렇습니다. 지난 사건으로 자칫 분위기가 어수선할 뻔한 니스가 강팀을 만나 승리함으로써 그런 분위기를 깨끗이 씻어냈다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팀이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경기 전 관객들의 행사도 대단했죠?"
"아주 보기 좋았습니다. 선수들을 위한 관객의 마음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지금 오늘 경기 MVP 인터뷰가 준비되었습니다. 코트를 연결합니다."
코트에서는 경기 MVP 인터뷰를 위해 아나운서와 유진이 마주해 먼저 경기 승리에 대한 소감이 오갔다.
"유진 선수. 마지막으로 앞으로 각오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니스 팬들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없으면 팀 니스 역시 없습니다. 여러분과 우리는 하나가 되어 우승을 위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꼭 기대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물총까지 준비한 크리스와 선수들의 물세례를 받으며 유진의 인터뷰는 끝났다.
이어진 4라운드 '디종'전, 5라운드 '리옹'전, 6라운드 '렌'전.
그 사건 이후 유진을 중심으로 더 단단해진 팀워크가 바탕이 되어 니스는 10월 한 달간 6승 무패를 기록하였다.
그리고 CEV 챔피언스 리그 1라운드, 2라운드 모두 승리하며 팬들을 기쁘게 했다.
문제를 일으킨 30대 백인 남성은 이미 프랑스 프로 축구 리그앙 리그에서도 문제를 일으켜 축구 경기장 출입 금지를 당한 전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채 2주일이 지나기도 전에 잡혔고 벌금과 함께 영원히 리그 A 경기장 출입을 금지당했다.
이 사건을 기화로 프랑스 스포츠계는 물의를 일으켜 출입 금지당한 사람에 대해서 타 스포츠 경기장의 출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새롭게 신설하게 되었고 곧 이 규정은 유럽의 다른 나라로 펴졌다.
11월이 시작되자 김 변호사로부터 재판의 세 번째 심리 기일이 끝났다는 메일이 도착했다.
『 진아.
11월 2일 3차 기일은 잘 끝났다.
이번 심리 상황은 예상한대로 Z 은행에서 방대하고 다양한 자료들을 재판부에 제출하였지만, 우리가 마지막에 제출한 Z 은행 횡령의 증거들 역시 재판부에서 중요한 증거로 인정받았다.
은행 측에서 정말 당황하더구나.
너도 그것을 봤어야 하는데. 하하하.
그리고 S 일보의 경제부 박 기자에게도 자료를 전달해서 횡령 사실을 1면에실었고 그 기사의 링크를 보낸다.
https://se.o...y.xx.xxx/123....
검찰에 고발장도 넣었다. 당분간 은행 놈들 정신없을 거야. 그래야 허튼수작 못 하지.
지금은 우리 쪽으로 약간 유리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여서 다음 판결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 항소심의 판결 기일은 한 달하고 일주일 뒤로 결정되었다.
ps 경기 잘 보고 있다. 항상 몸 조심하기를 바란다.
』
****
"이게 어떻게 된 상황입니까? 김 이사. 보안을 강화해서 우리 은행 자료들은 안전하다며."
Z 은행장실에 모인 몇몇 이사들은 은행장의 분노 섞인 고성을 듣고 있었다.
"은행장님. 2급 열람 권한 이상을 가진 내부 누군가가 유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내부에 쥐새끼가 있다는 얘기잖아. 그게 누굽니까? 잡아야지."
"서버 보안팀에서 접속 기록과 data 열람 자료들을 뒤지고 있어 곧 찾을 수 있습니다."
"은행 운영이 어렵겠지만 서버의 과거 Data 접근을 재판이 끝날 때까지 막으세요. 그리고 서류로 작성된 자료도 열람 금지하고."
행장은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누르며 신문들을 탁자에 던졌다.
펼쳐진 1면에는 기사들이 보였다.
[Z 은행 수백억 횡령 정황. 검찰 수사 돌입], [또다시 터진 은행원의 무도덕성], [우리의 자산은 과연 안전한가?],...
"압수수색이 이틀 뒤에 있을 겁니다. 이틀 벌었으니 그동안 넘길 자료들만 추려 넘기세요."
"조 이사 횡령 자료만 넘기겠습니다."
"그놈을 이사라 부르지 마세요. 그놈이 예전에 만든 유진 산업 자료는 다 없앴지요?"
은행이 유진 산업을 삼킨 것은 조 이사의 작품이었다.
"네. 그쪽 자료는 다 확인했습니다. 남은 것은 없습니다."
"이 이사는 매체들 단속하세요. 더 이상 이런 기사 실리지 않게."
"알겠습니다."
"이사님들 제발 정신 똑바로 차립시다. 모두 조가 놈의 개인 일탈입니다. 이것은 진실입니다. 우리의 실수는 그런 일탈을 알지 못한 것밖에 없습니다. 알겠습니까? 알겠습니까?"
은행장은 강조하듯이 탁자를 여러 번 내리쳤다.
"네. 알겠습니다."
"수고했으니 모두 나가 보세요. 민 이사만 남고"
김 이사를 필두로 다른 이사들이 나가자.
"니스의 일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
한동안 말이 없던 은행장의 무심한듯한 목소리가 앞에 앉은 민 이사를 향했다.
"일을 실행할 적당한 인물을 구했습니다. 다른 명분도 있고 해서 우리가 관계한지 모를 것입니다."
"절대 우리가 드러나서는 안 되네. 이중 삼중으로 일을 처리해야 돼."
"우리와의 사이에 중간 연락책을 두 명이나 두었습니다. 그들은 누가 의뢰한지 알지도 못합니다."
그후로도 행장과 민 이사, 둘만의 은밀히 대화가 계속 오갔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