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리그 A 23/24 시즌 (6), 탈출

31 리그 A 23/24 시즌 (6), 탈출
유진의 테러가 있은 지 한 달, 니스는 13승 2패의 전적으로 마르세유에 이어 리그 2위를 기록하며 리그 A 전반기 경기를 모두 마쳤다.
곧이어 파리 스포츠 스타디움 시작된 올스타 경기.
니스의 팬들은 크리스와 올가가 올스타로 선정되어 유진이 참여하지 못하는 올스타전의 아쉬움을 달랬다.
관계자 자리에 앉아 있는 유진의 얼굴이 카메라에 비치자, 관중석에서 커다란 함성과 박수 소리가 나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드는 유진.
"유진 선수. 올스타 경기에는 참여를 못 하지만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에 나왔습니다. 관중들이 정말 좋아합니다. 조만간 코트에서 뛰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관중석에서 더 큰 함성이 들렸다.
"관중들에게 하트를 날립니다. 유진 선수에게 저런 면이 있군요. 경기에서 항상 진지한 면만을 보여 주었는데요. 하하하. 보기 좋습니다."
"부상 전까지 리올 발리볼 랭킹과 올스타 투표에서 1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올스타에 출전했으면 MVP는 거의 확실했을 텐데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게 되었습니다."
2024년이 시작되었고 유진은 상처가 거의 회복되면서 서서히 운동을 시작하였다.
"유진. 16, 17라운드는 하위 팀들과 경기들이니 충분히 쉬고 18라운드 '낭트'전부터 출전하도록 하지."
"좋아요. '낭트'면 복귀하기에 아주 멋진 상대가 될 것 같아요."
필리프는 유진의 빠른 복귀를 누구보다 바라지만 경기보다는 유진의 완전한 회복과 전반기 마지막 낭트에 당한 일격의 완벽한 복수도 원했다.
후반기의 시작인 16라운드 셍트티엔 경기와 17라운드 모나코 경기를 세트스코어 3 : 1로 모두 승리한 니스.
"현재 마르세유, 니스, 파리 세 팀이 한 경기차 밖에 나지 않는 상황으로 순위 경쟁이 아주 치열합니다."
1월 17일 낭트를 상대로 하는 18라운드 경기가 벌어지는 니스 아레나.
"유진 선수가 드디어 오늘 스타팅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거의 두 달 만에 경기에 출전하는군요."
코트에 들어가 위치를 잡기 전 유진은 선수들을 모으고 손을 내밀었다.
"좋아. 지난 경기 복수도 하고 니스의 수비가 어떤지 한 수 가르쳐 주자. 자 Go."
"Go, Go, Go, 니스."
최근 5연승 중인 기세의 낭트와 유진이 복귀해 베스트 멤버가 된 니스. 두 팀은 경기 초반 서로 강한 공격과 수비로 맞대결하였다.
리그 수비 1, 2위 팀답게 상대의 강한 공격에 대한 수비가 잘 이루어지며 1, 2세트 한세트씩을 두팀이 나누어 가져갔다.
세트스코어 1 : 1인 상황에서 시작된 3세트.
"다시 페인트, 유진 선수 연타에 이어서 페인트까지 성공시킵니다. 피에르 씨. 유진 선수의 눈에는 상대 코트의 빈 곳이 다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상대 선수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강타와 연타, 페인트를 섞어서 상대를 공략합니다. 정말 노련한 선수입니다. 강타에 대한 수비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정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1, 2세트 가끔 나오던 유진의 공격이 3세트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낭트의 수비진들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작전타임과 선수교체로 분위기를 바꾸려고 시도하는 낭트.
하지만 잘 되던 리시브마저 흔들리며.
"올가 선수 서브에이스. 낭트의 5번과 6번 사이를 지나갑니다. 점수를 벌리는 니스."
리시브가 제대로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시도한 낭트의 오픈 공격들 마저 크리스와 유진의 블로킹에 막히자, 경기는 급속히 니스 쪽으로 기울었다.
경기는 3, 4세트를 연속으로 이긴 니스가 3 : 1로 승리하며 끝났다.
....
"유진 선수, 2달 만에 복귀전을 치렀습니다. 지금 심정을 말씀해 주세요."
"그동안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잘 메워준 팀원들이 정말 고맙고, 저의 회복을 응원해 주신 많은 팬들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크리스와 클로에가 MVP 인터뷰 중인 유진의 뒤로 다가왔고, 2달 만의 복귀라 경기 후의 일들에 대해 깜빡한 유진은 물벼락을 피하지 못했다.
흘러내리는 물을 닦으며 웃고 있는 선수들을 보며 유진은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오랜만에 나온 니스 선수들의 물놀이를 마지막으로 니스와 낭트의 경기 중계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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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팀장. 도대체 조사는 제대로 하고 있어요? 3개월이 다 되어 가는 데 왜 아직 정보 유출자를 찾지 못합니까?"
"일을 안 하는 건지, 무능한 건지. 내가 행장님에게 얼마나 쪼이는지 알아요? 보름 내에 색출해 가져오세요. 아니면 사표를 가져오던지."
얼마 전 이사실에 불려 가 무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나온 정우성 팀장과.
횡령 자료의 내부 유출을 조사하고 있었지만, 실마리가 쉽게 잡히지 않아 오늘도 밤샘 작업을 하는 Z 은행 서버 보안팀.
"팀장님. 이거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정우성은 팀원이 보여주는 로그 기록과 data 수집 정보를 살폈다.
"이게 뭔가요? 투자팀의 투자 모형 설계를 위한 과거 은행의 투자 자료 수집. 여기 자료들은 한 번씩 다 확인한 것으로 아는데. 그리고 기한이 지나 폐기한 자료 아닌가요?"
"네. 자료를 수집하면서 Copy만 한 것이 아니라 Merge도 했는데 그 병합된 일부 data가 대출 자료라는 로그입니다.
"저 자료들 확인한 사람이 누굽니까?"
"추 대리입니다."
불려 온 추 대리는 모든 자료들을 전부 다 오픈하여 확인했다고 말했지만, 파일들을 오픈 하고 마지막 부분까지 확인했냐는 팀장의 질문에.
처음에는 그렇게 하다 자료가 너무 많고 이상이 없어서 뒷부분 자료들은 처음만 확인하고 마지막 부분 확인은 건너뛰었다고 이실직고하였다.
"폐기된 자료들 복원한다면 얼마나 걸립니까?"
급하게 서둘면 일주일이라는 팀원의 말에 고개를 젓는 정 팀장.
"그렇게 급하게 일을 처리하니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까? 급하게 말고 두번 세번 확인해도 좋으니 확실하게 복원해 가져 오세요."
그렇게 조금의 실마리를 가지고 밤 늦게 퇴근한 정우성은 자신을 기다리는 아내와 함께 꿈나라에 빠진 초등학생 아들 민우를 보며 한숨을 크게 쉬었다.
"휴!"
"여보. 몇 달째 계속 늦어요. 민우가 기다리다 잤어요. 그 은행 여론도 안 좋고, 일도 많고, 차라리 다른 자리를 알아보는 게 어때요?"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어."
정우성은 한창 커가는 민우를 보면 고개를 저었다.
곧 CEV 챔피언스 리그 마지막 6라운드 경기가 이탈리아의 코넬리아노에서 있었다.
유진이 빠져 있던 5라운드 홈경기에서 니스는 이탈리아 시리에 A1 리그의 절대 강팀 이모코에게 3 : 1로 패했다.
"니스는 12월에 있었던 챔피언스 리그 4라운드, 5라운드 2번의 경기에서 패해 3승 2패입니다. 현재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 경기에서 패하면 D조 3위로 16강 진출이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상대는 이미 16강이 확정된 D조 1위. 이전 챔피언스 리그의 우승팀 '이모코'입니다."
빈틈도 찾기 힘들고 범실도 거의 없는 상대에게 고전하는 니스.
1세트 21 - 25, 2세트 25 - 23, 3세트 20 - 25. 세트 스코어 1 : 2로 지고 있는 가운데 21 - 22로 4세트가 진행 중이다.
"이모코의 미셀. 중앙 파이프 공격이 성공합니다. 미셀 선수 벌써 24득점 째입니다."
"현재 프랑스 대표팀에서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동 중인 미첼 선수와 유진 선수는 예전 인연이 있죠?"
"네. 지난 2018년 U18 배구 월드컵 때의 인연이죠. 그때 4강에서 만나 유진 선수의 한국이 프랑스를 이기며 결승에 진출했었습니다."
"후일담이지만 미셀 선수가 분해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 미셀 선수가 많이 성장했다고 한 TV프로에서 얘기했죠."
몰리의 리시브에 이어 중앙으로 파고 드는 유진의 강력한 이동 공격이 성공하며 다시 동점.
다음 클로에의 서브를 잘 받은 이모코의 빠른 A퀵 공격을 손끝에 건드리는 크리스.
공이 튀어 사이드라인을 넘어가자, 유진이 마지막에 몸을 날리며 받아 올렸다.
"이모코의 블로킹. 올가 선수의 오픈 공격이 막힙니다. 로제 네트 앞에서 어택 커버로 공을 살리고 클로에 빠르게 레프트 토스. 유진 직선 C퀵 성공합니다."
"정말 정신없이 빠른 공격을 성공시키는 니스."
4세트 마지막 역전을 성공시키며 25 - 23으로 끝내 승부를 5세트로 가져가는 니스.
이미 1위를 확정해 부담이 없던 이모코는 주전 선수들을 교체하며 5세트를 치렀고 경기는 세트 스코어 3 : 2 니스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두 선수가 서로를 안아 주는 군요. 두 선수 그동안 교차점이 없었죠."
"네. 유진 선수는 프랑스, 미첼 선수는 이탈리아 리그에 계속 활동했고, 챔스 리그에서도 두 팀이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잠깐이지만 어린 시절의 인연을 만난 유진과 미셀은 기뻐 서로 안아주며 상대의 건투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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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팀의 류정범 이사가 진행한 투자 모형 자료에서 조 이사의 횡령과 연관된 대출 자료 일부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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