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전용 배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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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독삼
작품등록일 :
2024.05.22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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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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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2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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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이민족 주문! (1)

DUMMY

뭐든지 배달합니다. 뭐든지.


부아앙-!


한적한 도로에 배기음이 울렸다. 탑박스에 동물 꼬리 모형이 부착된 오토바이가 빠르게 도로 위로 쏘아졌다.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때리며 재킷이 펄럭거렸다. 무진은 공기를 가르듯 내달리며 핸들을 꽉 붙잡았다.


주문은 두 건, 모두 퀵이었다.



후미진 주택가에 오토바이가 끽 멈춰 섰다.


무진은 검은 멀티스카프를 코까지 올리고 허름한 빌라 안으로 들어섰다. 손에는 택배 상자가 들린 채였다.


복도를 걷는 대로 센서 등이 탁탁 켜졌다. 몇몇은 고장이라도 났는지 작동하지 않았다. 무진이 내심 혀를 찼다. 주문할 돈으로 적금이나 들 것이지.


108호 앞에 멈춰 선 무진이 손가락으로 가볍게 현관문을 두드렸다.


"1342 퀵입니다."


낮은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문을 두드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현관문이 벌컥 열렸다. 문틈으로 피로한 기색의 여성이 고개를 내밀었다.


색색 내뱉는 숨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시원하게 토라도 갈긴 건지 여자의 옷은 오물로 더러워져 있었다. 핏발 선 눈이 무진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했다.


무진은 고개를 슬쩍 내리며 물었다.


"물건 주문하셨죠?"

"······."


눈 밑이 시커멓게 죽은 여자는 대꾸도 없이 손부터 뻗었다.


무진의 손에 들려 있던 작은 택배 상자가 홱 낚아채졌다. 택배를 챙긴 여자는 불안한 눈으로 무진을 흘기다 현관문을 쾅 닫아버렸다.


고막을 찢을 듯한 타격음 후 서늘한 적막이 복도에 내려앉았다. 무진은 108호 앞에 멈춰선 그대로 잠시간 가만히 서 있었다.


성격하고는.


무진은 무표정하게 뒤돌아 걸었다. 손님의 태도 하나하나에 기분 나빠할 짬은 아니었다. 저 여자를 향한 감정이 불쾌함보다는 한심함에 가깝기도 했고.


터덜터덜 빌라를 빠져나간 무진이 다시 오토바이에 올랐다. 다음 목적지는 꽤 부유한 동네였다.


이번 배달 건은 직전의 여자와 정반대의 느낌이었다.


가로등 아래, 일회용 플라스틱 통이 든 비닐봉지를 손목에 건 무진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귓가에 쾌활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퀵 맞으시죠? 여우 귀 오토바이. 맞네, 맞아."


배송지를 길 한복판으로 설정한 덕에 직접 만나서 전달해야 했다.


머리를 노랗게 탈색한 남자가 활짝 웃으며 무진에게 다가왔다. 빙글빙글 웃는 낯짝은 척 보기에도 어린 태가 났다.


무진은 말없이 비닐봉지를 건넸다. 남자는 봉지 안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기울였다.


"물건은 정확히 어디 있는 거예요?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는데. 빼놓고 오신 건 아니죠? 명색이 '1342 딜리버리'인데."


남자는 깐죽거리며 내용물을 뒤적거렸다. 일회용 용기와 단무지가 부딪혀 달그락 소리를 냈다.


물건이라는 게 고작 비닐봉지 안을 뒤진다고 찾아질 리가 없었다. 저 애송이가 정말 몰라서 묻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 속을 긁는 건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무진은 그런 남자를 말 없이 지켜보다가, 야구 모자의 챙을 깊게 눌러 내렸다.


"······떡볶이. 맛있게 드십쇼."


쓸데없는 도발에 대꾸하는 대신 무진은 고개를 까딱거렸다. 손님과 분쟁을 빚을 필요는 없다.


최소한의 예의는 차리고 뒤돌던 무진의 왼쪽 어깨가 덥석 붙잡혔다.


무진을 붙잡은 남자는 손아귀에 힘을 주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사람이 물었으면 대답을 해야지."


하.


무진은 신경질적으로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왜 사람들은 친절하게 얘기할 때 들어먹질 않는 걸까. 그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숨 소리에 노란 머리의 남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놈인가?


"이게 어디서 한숨을······. 한두 푼 하는 물건도 아니고, 확인은 제대로 하고 갑시다?"

"······."


제 딴에는 위협적인 말투라 생각했겠지만, 무진이 듣기엔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무진은 오른손을 둥글게 말아 쥐고 엄지로 손바닥에 글자를 새겼다. 泄. 인을 새길 땐 획순을 정확하게 지키는 게 중요하다. 엄지가 여덟 번 손바닥을 스쳤다.


빠르게 인이 완성되었다. 무진은 설(泄) 자를 새긴 오른손을 천천히 들어, 남자의 손등 위로 턱 덮었다.


허무하리만큼 쉽게 남자의 손이 어깨를 떠났다. 무진은 힘들이지 않고 그의 손을 떼어내며 입을 열었다.


"떡볶이 맛있게 드시라니까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모자며 멀티스카프로 꽁꽁 싸맨 얼굴 틈으로, 무진의 눈이 둥글게 휘었다.


"윽······!"


효과는 곧장 나타났다.


순간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남자가 황급히 제 배를 감싸 안았다. 꾸르륵. 배에서 심상치 않은 진동 소리가 들렸다.


꾸륵, 꾸르륵······.


소리가 잇따라 새어 나오며 남자의 얼굴이 점점 더 볼만해졌다. 남자는 허둥지둥 물건이 든 비닐을 끌어안았다.


"이, 일단 가는데! 물건에 이상 있기만 해봐요!"


그런 와중에도 삿대질을 잊지 않으며 남자가 멀어졌다. 어기적어기적 걷는 걸음만 봐도 상당히 화장실이 급해 보였다. 큰소리칠 에너지로 화장실을 찾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무진은 더 관심을 두지 않고 오토바이 위로 뛰어올랐다. 배달이 끝났으니 본부로 귀환할 차례였다.


***


'호정'은 대한민국 헌터 길드 16위에 발을 걸친 길드다.


대한민국 헌터 길드가 100개가 되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16위는 그리 높은 순위가 아니었다. 다만 호정 길드의 자금은 1위인 '묵시록' 길드와 맞먹을 수준이었는데, 세간에서는 호정이 불법적인 일로 자금을 유통한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돌았다.


무진은 그런 호정 길드의 비공식 일원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심부름꾼, 따까리.


서울 한복판에 세워진 길드 사옥 대신 경기도 외곽 공업 단지로 향했다. 공단에서도 유독 인적이 드문 곳. 무진의 목적지는 그곳이었다.


버려진 듯한 컨테이너가 관리되지 않은 수풀 속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오토바이를 끽 세운 무진이 모자를 벗으며 컨테이너 쪽으로 걸었다.


보안이라곤 쥐뿔도 없는 컨테이너의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가장 먼저 무진을 반긴 건 우중충한 조명이었다. 이어 매콤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어. 무진아. 왔냐?"


한쪽에서 커다란 냄비를 휘젓고 있던 중년 남자, 박순철이 씩 웃었다. 입술이 말려 올라가며 듬성듬성 빠진 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무진은 얼굴을 가리고 있던 멀티스카프를 내리며 터덜터덜 순철에게 다가갔다.


순철이 끓이고 있는 것은 떡볶이였다. 그는 떡볶이를 한 국자 퍼 올리며 물었다.


"오늘 되게 맛있게 됐는데. 하, 한 그릇 할래?"


말을 더듬으며 떡볶이를 권한 순철이 헤벌쭉 웃었다. 무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됐어. 떡볶이 별로 안 좋아해."

"그, 그래?"


순철은 들어 올렸던 국자를 다시 냄비 속에 담갔다. 그는 식칼을 들고 대파 한 줄기를 썰기 시작했다. 도마 위에 흩어지는 얇게 잘린 대파의 크기가 일정했다.


능숙하게 칼질하며 순철이 친근하게 물었다.


"오늘 일은 어땠어? 빨리 끄, 끝났는데."

"두 건밖에 없었어. 하나가 진상이었던 것 빼면, 뭐."

"진상? 해, 해코지라도 당한 거야?!"


순철은 본인이 큰일이라도 당한 양 펄쩍 뛰었다. 허공에 휘둘러지는 눈먼 식칼에 무진이 두 손바닥을 펼쳐 순철을 진정시켰다.


"별일 없었다니까. 손님이 갑자기 배탈이 나는 바람에 진상 짓도 끝까지 못 부렸어. 진짜야."

"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한숨을 푹 내쉬며 어깨를 늘어뜨린 순철이 남은 일을 마저 했다.


일회용 용기를 꺼내 바닥에 여러 겹으로 밀봉된 '물건'을 깔았다. 테이프를 짝 뜯어 용기 바닥에 물건을 잘 붙인 뒤, 완성된 떡볶이를 옮겨 담았다. 세심하게 썰어둔 대파를 뿌려 뚜껑을 닫으면 끝.


비닐봉지에 떡볶이 용기를 넣는 것까지 묵묵히 지켜본 무진이 입을 열었다.


"형. 그냥 고추장 푼 물에 떡만 담가도 된다니까."


조리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진 않았지만, 순철이라면 육수부터 제대로 우렸을 게 분명했다. 단무지를 꽉 움켜쥔 순철이 멋쩍게 웃었다.


"그, 그래도 큰돈 쓰신 분들이니까······ 맛있게 먹으면 조, 좋지."

"그런 약쟁이 놈들이 떡볶이나 먹으려고 주문한 줄 알아?"

"나, 나도 알아. 나도 안다, 무진아."

"······."


순철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형을 보며, 무진은 말을 잇는 대신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10여 년 전, 순철은 나름대로 자리 잡은 음식점 사장이었다.

아내가 막대한 도박 빚을 지고 자살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적법한 절차로 빌린 돈이라면 순철이 갚지 않을 방법이 있을 터였다. 그러나 아내가 손을 댄 곳이 하필이면 호정 길드였다. 하필이면.


물론, 방법이 있었다고 해도 저 답답할 만큼 착한 형이 아내의 빚을 떠안지 않았으리란 보장도 없었다.


아내를 도박판에 앉힌 것도, 감언이설로 꿰어 산하 대부업체와 연결한 것도 모두 호정의 짓이었다.

순철 역시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묵묵히 호정을 위해 일했다.


무진은 튀어나오려는 한숨을 꾹 누르며 손을 뻗었다.


"줘. 배달하고 올게."

"아, 아니야. 이건 백구 몫. 그, 너, 너는······."


순철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이내 순철은 힐끔힐끔 무진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따로 할 일이 있다던데······."


말을 전하는 것만으로도 미안해 죽겠는지, 순철의 얼굴에 죄책감이 가득 퍼졌다.


무진은 숨을 들이마시며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때맞춰 딩동, 경쾌한 알림 소리가 울렸다.


전원 버튼을 누르자 핸드폰 상단바에 익숙한 택배 모양 아이콘이 떠 있었다. 무진은 비공개 메시지로 온 알림을 눌렀다.


[1342 딜리버리]


로고가 크게 뜨며 어플이 켜졌다. 무진은 지문을 인식해 어플 잠금을 풀었다. 곧장 화면에 배달 건이 떴다.


[의뢰자: 호정

이민족 열 마리. 투기장으로 이송.

경기도 파주시 XX동 G-E12 게이트

20-.]


'호정 길드'의 대가리이자, 다르게 말하면 '호정파'의 보스, 최호정. 그가 직접 지시한 의뢰였다.


무진의 눈이 최하단의 문장에 꽂혔다. 20-. 무진에게 떨어지는 수당을 의미했다.


금액을 곧이곧대로 적지는 않았으나 꽤 직관적인 표기법이었다.


'2-'는 이백, '20-'는 이천. 이민족 이송과 같이 위험이 따르는 일은 천 단위의 큰돈을 받을 수 있었다.


무진은 핸드폰을 재킷 주머니에 찔러넣고 멀티스카프를 올렸다.


순철의 걱정 어린 시선이 닿았다. 무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하게 말했다.


"돈 벌고 올게."

"어, 어어······. 무, 무진아! 맛있는 거 해둘게!"


안절부절못하던 순철이 외쳤다. 무진은 순철을 돌아보며 씩 웃었다.


"좋아. 고기 먹자. 삼겹살로."


그 대답을 끝으로 무진은 성큼성큼 컨테이너를 빠져나갔다. 순철의 걱정과 달리, 무진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자그마치 이천만 원이다. 이런 거금이라면 오히려 환영이다.


돈만 주면 뭐든지 배달합니다.


음식부터 택배, 우편, 마약, 인간, 이민족까지.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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