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전용 배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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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독삼
작품등록일 :
2024.05.22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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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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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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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이민족 주문! (2)

DUMMY

게이트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말 그대로 문. 이세계로 통하는 통로이며, 들어간다 해도 이방인의 활동 범위엔 한계가 있었다.


다른 하나는 던전. 던전은 온갖 괴물들이 들끓는 좁은 공간이다. 보스 몬스터를 해치우면 던전이 닫히는데, 제때 닫지 못하면 던전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그 바람에 헌터들의 주 업무는 던전을 닫는 데에 있었다.


우리는 이것을 쉽게 게이트와 던전으로 구분해 불렀다.


이민족은 게이트에서 구해오는 것으로, 납치, 인신매매와 같았다. 호정 길드의 헌터는 허가 없이 게이트에 뛰어들어 약탈을 일삼았다.


무진은 귀하신 헌터님들이 잡아 온 이민족들을 이송하는 것. 목적지가 투기장이라면 운이 나쁜 쪽에 속했다.


화물 트럭을 몰고 G-E12 게이트 앞에 도착한 무진이 창문을 내렸다.


"수고들 하십니다."


무진은 흙바닥에 주저앉아 휴식을 취하는 헌터들에게 고개를 까딱거렸다. 만신창이가 된 헌터들은 무진은 본체만체하며 저들끼리 잡담을 이어갔다. 익숙한 무시였다.


운전석 문을 열고 나갔다. 게이트 앞에 기절한 이민족 열 마리가 한데 엎어져 있었다.


이민족들의 외형을 천천히 살핀 무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뭡니까. 인면조?"


사람만 한 덩치에 뻣뻣한 갈색 깃털. 조류의 몸뚱어리 위에 붙어있는 건, 부리 달린 대가리가 아닌 사람의 얼굴이었다.


주저앉아 담배를 뻑뻑 피우던 헌터 하나가 답했다.


"어. 생긴 건 이민족이 아니라 몬스터인데 말이야. 이것들은 어디로 가나?"

"투기장이요."

"투기장엔 처음 유통되는 거겠군. 좋아."


헌터는 양손을 비비며 흡족하게 웃었다. 무진이 눈동자만 굴려 헌터의 얼굴을 살폈다.


아. 투기장에서 거금을 벌어들였다는 놈이었다. 여전히 생명으로 돈을 따먹고 노는 모양이었다.


무진은 저 헌터가 싱글벙글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상품, 인면조들의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필요 이상으로 손상이 많다.


이런 상태로 투기장에 올라 봐야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아마 저 헌터는 인면조의 상대에게 돈을 걸겠지.


아무리 돈이 좋아도 그렇지. 형님이 지시한 상품 가치를 떨어뜨려서 되나.


무진은 피식 웃으며 헌터에게 말했다.


"꼬리가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주의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뭐?"

"아. 혹시 밟으라고 깔아두신 겁니까? 제가 또 큰 뜻을 몰라뵙고."


무진의 비아냥에 헌터는 피우던 담배를 집어 던졌다. 흙바닥에 부딪힌 담배가 사방에 불씨를 흩트리며 사그라들었다.


까딱하면 윗선에 불어버릴 수 있다는 경고였다. 그 의미를 제대로 알아들은 헌터가 발끈하며 자리를 박찼다.


"이 새끼가!"


놈이 당장이라도 무진에게 달려들 기세로 소리치자, 주변에서 구경하던 동료들이 당황해 그를 붙잡았다.


"그만해!"

"일반인 상대로 어쩌자는 거야?"


무진은 덤덤하게 그들을 응시했다. 달려들어도 괜찮았다.


잘못을 저지른 건 저쪽이다. 소란이 상부에 흘러들어서 손해인 것도 저 헌터다. 게다가 맞아봤자 얼마 아프지도 않을 테고.


헌터는 자존심이 상한 듯 한참을 시근덕거렸다. 그나마 상황 판단은 할 줄 아는지, 무진에게 달려들어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무진의 어깨를 세게 치고 지나갔다. 두 사람이 스치는 순간, 헌터가 작게 속삭였다.


"기어오르는 것도 좋은데, 사람 봐가면서 하자고."

"······."


다른 헌터들이 곤란한 기색으로 그를 쫓아갔다. 무진은 입을 꾹 다물고 그들의 뒷모습을 응시하다가, 조용히 입술을 달싹였다.


"예에, 살펴 가십쇼-."


존경이라곤 쥐뿔도 담겨있지 않은 인사말이 흘러나왔다.


헌터들이 모두 돌아갔다.


홀로 남은 무진은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냈다. 찰칵 소리와 함께 엎어진 인면조들이 핸드폰에 저장되었다.


1342 딜리버리 어플의 채팅 기능을 통해 사진을 전송했다. 수신자는 당연히 최호정이었다.


그래도 이민족을 죽사발로 만들어 둔 덕에 무진의 고생이 덜었다. 녀석들이 투기장에 도착할 때까지 정신을 차릴 일은 없어 보였으니까.


"이천만 원 꽁으로 먹겠네."


고마운 일이었다. 그러니 부디 고맙고도 멍청한 헌터 놈이 제 충고를 새겨듣기를 바랐다.


무진은 휘파람을 불며 쓰러진 인면조를 한 마리씩 트럭 화물칸에 옮기기 시작했다.


무언가 일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건 세 마리를 옮긴 후였다.


"······뭐야. 이거 왜 이래."


모든 인면조가 축 늘어져 있었지만, 네 번째 놈은 유독 생기가 없었다.


얼굴을 굳힌 무진이 인면조를 땅에 내려놓았다. 역시나, 녀석은 숨을 쉬지 않았다. 인면조의 날개를 잡아당겨 그 아래를 살핀 무진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닭튀김을 만들어놨네."


화염계 헌터였나. 죽은 인면조는 멀쩡한 부위 없이 몸 전체가 노릇하게 구워져 있었다. 이쯤이면 살아있는 게 이상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이천만 원을 힘들이지 않고 꿀꺽하겠다는 무진의 꿈이 파스스 흩어졌다.


무진은 욕설을 중얼거리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휑한 전화번호부의 첫 번째 연락처를 클릭한 무진이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짧은 발신음 후 전화가 연결되었다.


상대방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무진은 신경질적인 투로 입을 열었다.


"백구야. 좀 와줘야겠다."


***


무진의 연락을 받고 한달음에 달려온 백구는 인면조 사체 두 구를 보곤 이마를 짚었다.


"이게 다 뭐야! 젠장. 맨날 수습은 우리 몫이지······."


하나여도 머리 아픈데, 둘이라니. 백구는 하나밖에 없는 손으로 눈을 덮은 머리를 벅벅 긁어댔다.


골치 아픈 건 무진도 마찬가지였다. 죽은 놈이 둘이라는 건 인면조들을 모두 트럭에 옮긴 후에 알아차렸으니까.


쭈구려 앉은 무진에게 백구가 물었다.


"게이트······ 들어가야겠지?"

"다른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

"······."


백구가 짜증스럽게 고개를 흔들었다. 영락없이 게이트로 들어가야 할 판이다.


무진과 백구가 맡은 일은 1342 딜리버리. 1342 딜리버리는 의뢰받은 물건을 어떻게든 고객에게 가져다 놓아야 했다.


물건이 훼손된다면 새로 구해서라도.


백구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누구의 짓인지는 뻔했다. 임성기. 호정 길드의 화염계 헌터이며 지독한 도박 중독자. 아니, 사기꾼이라고 칭하는 게 옳겠다.


누구는 이민족을 상처 없이 멀끔하게 배송하려 애쓰는데, 누구는 신나게 이민족을 두들겨 패다니.


호정파의 최하층인 1342 딜리버리는 헌터들이 저질러놓은 일을 덤터기 쓰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배송 실수라고 막무가내로 떼쓰는 걸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결국 1342 딜리버리가 훼손된 상품을 직접 구하게 된 것도 모두 무능한 헌터들 탓이었다.


무진은 아무 말 없이 품속을 뒤적거렸다. 2B-12 게이트로 들어가는 건 결정되었으니, 게이트 밖에 남아 있을 인면조 여덟 마리를 잘 묶어둬야 했다.


무진이 꺼낸 것은 괴황지 세 장과 미리 개어놓은 경면주사였다. 그는 붓에 붉은 경면주사를 묻혀 괴황지에 거침없이 부적을 써 내렸다.


한 장에는 속박을 의미하는 '縛', 남은 두 장에는 '氣絕'. 그냥 기절이라고 적었다.


부적 쓰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무진은 그저 글귀를 옮겨 적고는 붓을 갈무리했다.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縛' 부적을 트럭 화물칸에 착 붙였다. 이것으로 화물칸 속 인면조들은 깨어나더라도 트럭을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무진은 기절 부적을 주머니에 대충 욱여넣으며 말했다.


"들어가자. 가능한 한 빨리, 딱 두 마리만 데리고 튄다."

"씨······ 귀찮은데."


백구는 투덜거리면서도 무진의 뒤를 따랐다.


게이트는 꼭 공간을 베어내고 남은 상흔 같았다. 길쭉하게 찢어진 내부는 암흑만 존재할 뿐,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풍경에 반타 블랙 물감을 쭉 그은 듯 이질적인 게이트 앞으로 성큼 다가갔다.


무진은 팔을 들어 망설임 없이 게이트 안으로 손을 뻗었다. 팟! 게이트 앞에 서 있던 시커먼 복장의 남자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무작정 들어가 버린 무진에 백구가 서둘러 발을 놀렸다.


"야! 같이 가야지! 제발 말 좀 하."


백구가 소리치며 게이트 안으로 뛰어들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꾀죄죄한 인상의 남자가 게이트로 빨려 들어갔다. 뱉다 만 문장이 메아리조차 남지 않았다.



고오오오······.


게이트가 연결된 곳은 실내였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고요한 공기에, 텁텁하고 후덥지근한 냄새가 올라왔다.


깜깜한 사방에 무진의 안광이 번뜩였다. 빠르게 암적응한 눈이 주변 풍경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무진의 구두 아래에서 축축한 흙이 으스러졌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벽화였다.


동굴?


천천히 풍경을 읽어내던 무진이 곧바로 장소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아니. 동굴이 아닌 무덤이다.


무덤으로 이어지는 게이트라니. 흥미가 생겼다.


성인 남성이 여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길목에 돌벽을 장식한 벽화라니. 규모로 보아 어느 왕실의 고분이 아닐까, 짐작했다.


잘만 하면 돈이 될 만한 유물이 있을지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무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이제야 팔자에도 없던 게이트 탐사를 할 마음이 생겼다.


그즈음 무진의 뒤 게이트에서 머리가 덥수룩한 남자가 툭 튀어나왔다.


"하고 가라고!"


뱉다 만 문장이 이제야 이어졌다.


게이트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다니. 철딱서니 없는 백구의 행태에 무진이 혀를 끌끌 찼다.


"시끄러워. 목소리 죽이고 따라와."

"어우, 씨. 너무 어두운데?"


백구는 어두컴컴한 사방에 멈칫하더니,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뒤집었다.

이내 푸른 불꽃이 허공에 떠올랐다.


"이제 좀 보이네. 와. 이게 다 뭐야?"


백구는 푸른 불꽃을 이리저리 옮기며 벽화를 구경했다. 그 꼴을 지켜보던 무진의 이마에 힘줄이 불끈 돋았다.


"제발, 좀!"


개새끼 아니랄까 봐 조심성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무진의 분노에 백구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백구가 판단하기에 과한 쪽은 무진이었다. 조심성이 많아도 너무 많다고 해야 하나. 이민족 몇 정도는 힘들이지 않고 처리할 수 있으면서 뭐 저리 조심스러운지 모르겠다.


백구는 손을 휘저어 푸른 불꽃을 흐트러뜨렸다. 다시 온 사방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무진에 비해 밤눈이 어두운 백구는 무덤 속을 이동할 다른 방법을 찾았다.


백구의 몸이 줄어들며 몸에 털이 뒤덮였다. 외팔의 인간은 어디로 가고, 그 자리에 다리가 하나뿐인 하얀 삽살개가 자리 잡았다. 그것도 손가락 크기의 초소형 삽살개가.


삽살개는 무진에게로 뛰어들어 그의 주머니에 몸을 숨겼다.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네가 알아서 가라."


묵직해진 재킷 주머니에 무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최선이라는 걸 알지만, 백구 놈의 이동 수단이 되는 건 역시 짜증 났다.


무진은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기척을 숨기고 이동했다. 길을 따라 걸을 뿐인데 점점 땅 깊은 곳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빛바랜 벽화가 길게 이어졌다.


얼마나 걸었을까.


―아아아아······.


무진의 귓가에 기이한 노랫소리가 파고들었다.


작가의말

저녁에 한 편 더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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