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전용 배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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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삼
작품등록일 :
2024.05.22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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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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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이민족 주문! (3)

DUMMY

노래의 주인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아이인지 노인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목소리는 그런 현대인의 상식과 동떨어진 구석이 있었다.


어딘가 서글픈 노랫소리는 무진을 유혹하는 듯 이끌었다.


침이 바싹 말라왔다. 무진은 허리춤에 찬 검집에 손을 가져다 대며 속도를 높였다.


숨이 턱턱 차올랐다. 쉬지 않고 움직여서도, 두려워서도 아니었다. 심장을 간지럽히는 흥분과 기대. 그것에 무진은 숨이 가빠왔다.


필요하다면 전투 불가로 만들어야 하겠지만, 검은 뽑지 않을 생각이었다. 무진은 가능한 팔팔한 상태로 녀석을 투기장에 데려다 놓을 것이다. 이건 그 재수 없는 헌터 놈에게 선사하는 복수이기도 했다.


―아아아······.


노랫소리가 점차 커졌다. 이제 무진은 달리고 있었다.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음 지은 무진의 모습은 야차와 같았다.


춤을 추는 듯한 벽화가 빠르게 지나갔다. 더는 숨길 생각이 없는 뜀박질 소리와 구슬픈 노랫소리가 한데 뒤섞였다.


좁은 길목 끝에 다다르자 탁 트인 공간이 펼쳐졌다.


무덤 속의 무덤. 구 형태로 들어낸 공간 속 야트막한 언덕이 솟아 있었다.

아마도 묘의 주인일 것이라 추정되는 언덕은, 세 갈래로 갈라진 두꺼운 조류의 발을 떠받치고 있었다.


―아아아-!


애달픈 진혼곡이 순식간에 찢어질 듯한 비명으로 변모했다.


인면조는 날카롭게 비명을 내지르며 묘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한차례 헌터들의 공격을 감내해야 했던 인면조는 충분히 분노한 상태였다.


그뿐인가.


무덤 곳곳에서 저마다 슬픔을 노래하던 인면조들이 단번에 무진을 주시했다. 그 수가 족히 서른을 넘어가니, 준비했던 부적 두 장으로는 턱없이 모자랐다.


"부적을 더 써올 걸 그랬나."

"그러게 평소에 준비 좀 하라니까······."


주머니 속에서 백구가 투덜거렸다.


"시끄러워."


무진은 백구에게 짧게 일갈했다. 위기감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어투였다.


―아아악!


한때는 무덤의 정령이었을 인면조들이 살의를 품고 달려들었다. 무진은 허리띠를 풀어 검집의 고정을 풀었다.


무진은 뽑지 않은 검집을 손에 감아쥐었다. 빠르게 가까워지는 인면조와 눈을 맞추며, 그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웃었다.


위령제가 사냥터로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인면조는 지키는 존재지, 무언가를 공격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아무리 떼로 달려든다 해도 빈틈이 너무도 컸다. 지키는 동시에 침략하는 삶을 살았던 무진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한 마리가 입을 마귀처럼 벌리고 달려들었다. 인간으로 친다면 꽤 빠른 속도였고, 새로 친다면 둔한 정도였다.


무진은 검집을 묵직하게 휘둘렀다. 옆구리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이민족이 붕 날아갔다. 놈은 묫자리를 깔아뭉개며 몸을 발작적으로 떨었다.


한눈팔 시간은 없었다.


오른쪽에 두 마리. 무진은 발돋움 몇 번에 후방으로 거리를 벌렸다. 공간이 벌어지자 떨쳐내는 건 쉬웠다.


마찬가지로 아가리를 쩍 벌린 놈들이 나가떨어졌다.


'쪼아댈 부리도 없는 것이······.'


화를 내는 건 이해한다만.


동족이 죽을 정도로 맞아 산채로 끌려가는 걸 본 놈들이다. 아마도 무진이 죽일 만큼 밉겠지.


놈들의 흉흉한 시선에 무진이 검집을 고쳐 잡았다.


남은 놈들은 열. 우선 전부 눕히고 묘를 뒤진다. 인면조의 전투력이 낮은 덕에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려갔다.


반 이상이 나가떨어지는 동안 무진은 털끝 하나 상하지 않았다.


놈들은 멈칫하며 저들끼리 시선을 주고받았다. 몬스터가 아닌 인간으로 분류된 만큼 지능이 있는 모양이었다.


무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떼로 덤비겠네.'


근접하는 놈부터 때려눕힐 수밖에 없는 무진이었다. 한꺼번에 달려든다면 몇몇 희생은 있을지언정, 무진을 제압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무진은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어깨를 풀었다.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서로 눈치만 살피는 탐색전이 이어졌다. 무진은 가만히 몸에 힘을 풀고 있다가,


팟!


땅을 박차고 튀어 나갔다. 그가 향한 곳은 인면조 무리가 아니었다.


―아아아!


인면조들은 멀어지는 무진을 향해 비명을 내질렀다. 다급히 비산한 그들이 다소 경황없이 무진의 뒤를 쫓았다.


재빠르게 발을 놀린 무진이 좁은 통로로 몸을 던졌다.


사람 하나가 다니기에 충분하지만, 둘은 어려운 폭과 높이다. 한 놈씩 덤비라고, 한 놈씩.


통로에 진입하자마자 뒤를 돈 무진이 검집을 고쳐 잡았다. 검집 끝을 제대로 겨냥했다. 이내 무진을 따라 들어갔던 인면조 한 마리가 통로 밖으로 퍽 내팽개쳐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놈들은 쉽사리 통로에 진입하지 못하는 듯했다. 덩치는 산만 하더니, 간은 콩알만 한 것들이었다.


무진은 고개를 기울여 통로 밖을 응시했다.


"안 들어올 거야?"


따분한 기색으로 물음을 던졌다. 인면조들이 알아들었을지는 모를 일이었다.


통로 밖에서 서성거리던 놈이 주춤주춤 다가오는 게 보였다. 옳지. 무진은 검집을 꽉 붙들었다.


그 순간, 뒤편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여유롭던 무진의 얼굴에 한 줄기 당황이 스쳐 지나갔다.


'아차.'


멍청한 짓을 했다. 놈들은 게임 NPC 같은 것이 아니었다. 정해진 구역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는 소리다.


돔 속에 있는 개체가 전부라고 치부해 버린 건 명백한 무진의 실수였다. 사냥감에게 역으로 내몰릴 줄이야.


기척이 느껴지자마자 뒤를 돌았으나, 한발 늦었다.


무진은 팔뚝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검집을 툭 떨어뜨렸다.


"크윽······!"


뒤에서 몰래 다가온 인면조가 뭉툭한 치아로 팔을 콱 깨물었다. 무진은 곧장 남아 있는 팔로 놈의 머리에 주먹질했다.


퍼억, 퍽!


무덤을 울릴 만큼 커다란 타격음이 울렸다. 인면조는 쓰러지기는커녕 더욱 세게 무진의 팔을 물어뜯었다. 역시 보통 각오로 숨어있던 놈이 아니다.


무진은 다시 한번 주먹을 들어 올렸고, 동시에 놈도 움직였다.


세 갈래로 갈라진 발이 바닥을 짚고 달렸다. 무진의 몸이 뒤로 밀려나며 기우뚱했다. 하여간 속도만 조금 늦다 뿐이지, 힘은 무지막지한 놈들이었다.


강제로 통로 밖으로 꺼내진 무진이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그러는 동안에도 물린 팔뚝은 여전히 붙들린 채였다.


―아악-!


기다렸다는 듯 남아 있던 인면조가 노래했다.


짜증 나게 됐네.


무진은 땅에 머리를 두고 누운 채로 가만히 미간을 찌푸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재킷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가 들썩거렸다.


한숨을 푹 내쉰 무진이 작게 중얼거렸다.


"빨리빨리 나오라고, 제발······."


인면조들이 일제히 무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무진의 재킷 주머니에서 아주 작은 삽살개가 튀어나왔다.


삽살개는 억지로 잡아 늘이듯 빠르게 부피를 늘렸다. 순식간에 무덤을 꽉 채울 만큼 커진 개가 주둥이를 벌렸다.


"컹! 컹컹!"


낮고 위협적인 짖음이었다. 백구의 목청에 인면조들이 주춤했다.


고막을 때리는 개 짖음에 무진이 씩 입꼬리를 올렸다.


책임감도, 의욕도, 정신머리도 없는 개새끼와 동업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무진은 백구를 믿지는 않아도, 백구의 개인기인 '개지랄 떨기'만큼은 신뢰했다. 개인기 이름은 백구의 동의 없이 무진이 멋대로 붙였다.


백구는 쉴 틈을 주지 않고 땅을 박찼다.


푸른 안광을 남기며 붕 날아오른 백구는 날갯짓하는 인면조 한 마리를 물고 곤두박질쳤다.


무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적대적인 인면조 무리가 물러난 사이, 무진이 무릎을 세워 팔뚝을 문 개체에게 휘둘렀다. 턱을 정통으로 맞은 놈이 마침내 입을 벌리며 저 멀리 나가 떨어졌다.


떨어뜨린 검집을 찾으러 갈 필요는 없었다.


무진은 맨몸으로 그것에게 달려들었다. 꽉 쥔 주먹에 뼈가 도드라졌다. 이내 주먹이 아래로 내리꽂혔다.



먼지로 더러워진 옷을 툭툭 털어낸 무진이 주머니에서 부적을 꺼냈다. '氣絕'이라 적힌 부적이 꼬깃꼬깃해져 있었다.


"다 구겨졌네······."


무진은 아쉽다는 듯 중얼거리며 괴황지를 약간이나마 폈다.


그 모습을 본 백구가 툴툴거렸다. 이미 사람 형태로 돌아와 무덤 내부를 환히 밝히고 있던 백구였다.


"적당히 했어야지. 얼마나 멀미 난 줄 아냐?"

"그럼 진작 튀어나오든가. 팔 하나 날아갈 뻔했잖아."


치악력이 어찌나 센지, 그대로 팔이 뜯겨 나가는 줄 알았다.


무진은 다 구겨진 부적을 쓰러진 인면조 중 가장 가까운 놈 둘의 이마에 붙였다.


쓰러진 채 바르작거리던 인면조가 부적을 붙이자마자 축 늘어졌다. 남은 놈들은 그냥 내버려 둔다. 나름대로 신성인 이민족이니, 때려눕힌 타격쯤은 금방 회복할 터였다.


부적을 붙인 두 놈을 통로 가까이 두었다. 작업을 마친 무진이 팔에 흐르는 피를 슥 닦아냈다.


"백구야. 다시 개로 변해봐."

"뭐? 왜?"

"저것 좀 파게."


무진은 든든하게 웃으며 다 무너진 묘를 가리켰다.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긴 백구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저게 뭔데? 이민족 마릿수만 채우면 되는 거잖아."

"등신아. 머리가 안 돌아가냐? 이 정도 크기의 무덤이라면 분명 고가품을 함께 매장했을 거라고. 우리가 꿀꺽하자."

"무, 무덤?"


그때까지도 이곳이 무덤일 거라고 상상하지 못한 백구가 뜨악했다. 남의 무덤에서 행패를 부리다니. 이거야 원, 동티나도 할 말이 없었다.


무진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을 이었다.


"최소 귀족. 어쩌면 왕족일지도 모르는데······. 못해도 금관 정도는 같이 묻지 않았겠냐."

"금······!"


백구의 눈이 번쩍 뜨였다. 동티? 그런 건 금괴 앞에서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뭣하면 용한 무당 하나 찾아가서 굿이라도 받으면 그만이었다.


예컨대, 굿판도 돈이 있어야 벌인다.


백구는 침을 질질 흘리며 무덤 위로 뛰어들었다. 관용적 표현이 아니었다. 어느새 나타난 거대한 삽살개의 주둥이에서 끈적한 침이 줄줄 떨어지고 있었으니까.


삽살개는 하나뿐인 팔로도 빠르게 땅을 파헤쳤다. 어떻게 중심을 잡고 있는지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무진은 흙이 튀지 않는 위치에 쭈그려 앉아 대기했다.


땅 파는 소리를 배경음 삼으며 물어뜯긴 팔을 힐끔 내려다보았다. 피는 금방 멎었으나, 인간의 잇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쯧."


무진은 코에 주름을 잡으며 짧게 혀를 찼다. 상처가 금방 아물 것 같지 않았다.


'뭐······. 살점이 떨어져 나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가.'


악착같이 들러붙던 인면조 놈을 걷어찰 때만 해도 무진은 각오를 했다. 관절을 제대로 때리면 입을 열겠지만, 조금만 빗나가도 물린 부위가 절단되었을 터였다.


무진은 한숨을 삼키며 올렸던 재킷 소매를 끌어 내렸다. 배달원 일을 하면서 이런 상처는 비일비재했다. 배달원이란, 이처럼 목을 교수대에 반쯤 걸쳐놓고 수행하는 직업이다.


오늘은 유독 고단했다.


무진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뻐근한 눈을 지그시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땅속에 콕 틀어박힌 백구가 소리 질렀다.


"나왔다!"


드디어 매장된 관이 드러났다.


움푹 팬 공간 위로 거대한 개의 앞발이 턱 얹어졌다. 마구잡이로 자란 갈대같은 백구의 꼬리가 팔(8)자를 그리며 붕붕 휘저어졌다.


무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사냥을 끝냈으니, 이제 도굴을 할 차례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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