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전용 배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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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독삼
작품등록일 :
2024.05.22 06:38
최근연재일 :
2024.05.28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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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5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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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 물건: 헌터의 시체 (2)

DUMMY

살짝 열린 입술 틈으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무진은 일방적인 폭력에 몸을 맡기며 시간이 빨리 지나길 바랐다.


쓸데없는 곳에 힘을 빼는구나.


자신의 시신이 의뢰된 줄도 모르고 그깟 푼돈 잃은 분풀이나 하고 있으니, 무진으로서는 한심할 따름이었다.


임성기는 이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무진을 두드려 팼다. 화끈거리는 통증이 얻어맞은 상처 탓인지, 불로 지져진 탓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무차별적인 주먹질은 소란을 듣고 뛰쳐나온 순철에 의해 마무리됐다.


"왜, 왜 이러십니까!"


순철은 황급히 뛰어가 웅크린 무진의 몸을 덮었다.


무릎을 끌어안고 멍하니 누워있던 무진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순철은 거의 울 기세로 임성기에게 애원했다.


"이, 이러지 말고 마, 마, 말로 합시다! 예?"

"쯧······."


임성기는 숨을 거칠게 내뱉으며 몸을 뒤로 물렸다. 척 보기에도 엉망이 된 무진은 당분간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 상처가 깊었다.


임성기는 손을 툴툴 털며 경고하듯 씹어 뱉었다.


"한 번만 더 장난질해 봐. 그땐 얻어맞는 정도로는 안 끝날 거다."

"······."


무진은 고개를 툭 떨어뜨리며 몸에 힘을 풀었다. 그 모습을 보며 임성기가 얼굴 가득 비웃음을 띄웠다. 하여간에, 깜냥도 없는 것들이 꼭 기어오른다니까.


던전 클리어 임무가 주어진 이상, 임성기도 언제까지고 배달 사무실에 머무를 수가 없었다. 그는 바닥에 가래침을 찍 뱉으며 뒤돌아 나갔다.


하여간 재수 없는 새끼. 왜 길드장은 저 헌터 이름도 못 다는 놈의 편의를 봐주는 건지 모를 일이었다. 생각해 보면 저놈이 끼어들어서 잘되었던 일이 없었다.


임성기는 성난 발걸음으로 쿵쾅쿵쾅 걸어 갔다.


놈이 뒤돌자마자 고개를 번쩍 들어 올린 무진이 눈을 시퍼렇게 빛냈다.


"상놈도 아니고, 남의 집에 침을 뱉어······?"


무진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 목소리를 들은 순철이 화들짝 놀라며 무진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무, 무, 무진아! 괜찮아?! 나는 너 크, 큰일 난 줄 알고······!"

"아. 아야. 아프다······."


순철의 걱정에 무진은 곧바로 태세를 바꿔 드러누웠다. 이 정도 구타로는 끄떡 없다는 걸 순철이 알아선 안 됐다.


씨알도 안 먹힐 최악의 연기력이었지만, 순진한 순철은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불쌍한 무진이. 순철은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조, 조금만 기다려. 화상에 좋은 여, 연고가 있을 거야."

"끄응. 부탁해."


순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둥지둥 자리를 떴다.


"퉷."


홀로 남은 무진은 입 안에 고인 침을 찍 뱉었다. 피가 섞인 타액이 바닥에 철퍽 떨어졌다. 무진이 임성기 헌터를 두고 상놈이니 뭐니 지껄일 처지가 아니었다.


그래도 내 집에서 내가 뱉는 건 괜찮지 않나?


***


이번 임무는 무진이 단독으로 움직일 예정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온몸을 꽁꽁 싸맨 무진이 창문을 통해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무진이 애플리케이션에 찍힌 위치를 찾아가는 동안, 백구는 사무실에 남아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형. 무진이 자요. 아픈 애 깨우지 맙시다."

"뭐라도 먹어야 빠, 빨리 낫지."

"회복엔 잠이 최고라니까? 죽은 저녁에 먹으라고 하자."

"그, 그래도······."

"아이참. 몇 번을 말해야 해? 그릇 내놔요!"


백구는 순철의 퉁퉁한 손에 들린 사기그릇을 빼앗았다.


살인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완벽한 증인이다. 절대 방에 무진이 없다는 걸 순철이 알아서는 안 됐다.



무진이 D-D801 던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모든 헌터가 진입한 후였다.


무진은 손목을 들어 아날로그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3시 10분. 헌터들이 진입한 게 한 시간 전이니, 지금쯤 게이트 앞에 남아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멀티 마스크를 눈 아래까지 바짝 올렸다. 재킷 안에 손을 넣어 물건을 확인한 무진이 망설임 없이 게이트로 뛰어들었다.


골이 잠깐 울리는가 싶더니, 이내 바지가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


불쾌한 감각에 눈을 찡그렸다. 무진의 라이더 팬츠가 사타구니까지 물에 푹 잠겨 있었다.


늪지대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게이트가 늪에 바로 꽂혀 있을 줄은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해루질용 체스트 웨이더를 입고 올 걸 그랬다.


무진은 천천히 늪을 가로질렀다. 발이 푹푹 빠지는 탓에 속도가 나지 않았다.


두 발로 걷는 것보단 엎드려 기어가는 게 빠를 판이었다. 늪에 얼굴을 박는 데에 거부감은 없었다. 다만 무진에게는 늪에 몸을 던질 수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부적······.'


무진은 늘 주머니에 여분의 괴황지를 넣어 다녔다. 따로 방수되는 재킷이 아닌 탓에 상반신은 물 밖에 둘 수밖에 없었다.


물에 젖은 부적은 그냥 종이 쪼가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쓰인 부적은 즉시 효능을 잃고, 젖은 괴황지 위에 글귀를 새겨 넣는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살짝 물이 튀는 정도는 괜찮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늪이 '살짝' 정도로 무진을 봐주진 않을 것 같았다.


결국 무진은 느리고 조심스럽게 헌터를 찾아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헌터 무리를 찾아 동향을 파악한다. 던전의 환경이나 몬스터의 종류는 중요하지 않았다. 무진의 임무는 던전 클리어가 아닌 임성기 헌터의 암살이었으니까.


공식적으로 무진은 던전에 출입한 적 없다. 지금부터 무진의 모든 행동은 실제로는 행해진 적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니 던전 속 무진의 모습을 누구에게도 들켜선 안 된다. 아. 단 한 사람, 임성기 헌터 빼고.


"후······."


쉬지 않고 물을 갈라 나아가던 무진이 버거운 숨을 내뱉었다. 역시 이동하는 게 쉽지 않았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감싼 덕분에 더욱 힘에 부쳤다. 습도는 높지, 발은 푹푹 빠지지, 뜨거운 태양이 물을 지글지글 달구기까지 했다.


묵묵히 걷던 무진이 문득 허벅지를 긁었다. 무언가 기어오르는 듯한 촉각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천천히 고개를 내린 무진이 험상궂게 얼굴을 구겼다.


착각이 아니었다. 뱀 한 마리가 무진의 다리를 타고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씹!"


무진은 짧게 욕설을 내뱉으며 주먹으로 뱀의 대가리를 꽉 붙잡았다. 이내 기다란 뱀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뱀이 물에 처박혀 울리는 풍덩 소리를 배경음으로 무진이 재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보호할 보. 생긴 것도 복잡한 '護'를 오른손 검지를 이용해 왼손바닥에 미친 듯이 새기기 시작했다. 이런다고 뱀이 막아질까 싶긴 했지만.


속도를 조금 더 높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임성기 헌터님, 오늘따라 유독 신경질적이네요."

"못 들었어? 어제 투기장에서 왕창 잃으셨댄다."

"어휴. 그러게 적당히 좀 하시지. 괜히 분위기만 흐리고, 이게 뭐야."


나이가 꽤 있는 헌터와 갓 성인이 된 듯 어린 헌터가 뒷담을 하고 있었다.

무진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아무리 그래도 던전 안에서 담배는 좀 아니지 않아요? 어휴. 이러다 우리까지 죽어나가는 거 아닌지 몰라."

"그러게. 이곳 몬스터라면 후각도 예민할 텐데······."

"임성기 헌터님이랑은 좀 떨어져 있어야겠네요."


어린 헌터가 샐쭉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가만히 대화를 엿듣고 있던 무진이 입을 동그랗게 말고 소리 없이 감탄했다.


인망이 어찌나 두터운지, 이렇게 일을 알아서 돕는구나.


두 헌터의 잡담은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선배. 어떤 몬스터가 나오는지 알아요? 전 아직 실체를 못 봐서."

"아. 못 봤어? 참, 넌 북쪽으로 탐사했지. 출몰 몬스터는 '모켈레 음벰베' 한 마리뿐이야."

"모켈······ 네?"


거리가 먼 탓에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당혹스러워하는 어린 에스퍼의 표정은 아마 무진과 같을 것이다.


모켈레······ 엄멤메? 음메음메? 생김새를 가늠할 수 없는 괴상한 이름이었다.


"모켈레 음벰베. 아프리카 지역 발 몬스터. 나름 유명한데. 던전 규모가 작아서 클리어가 어렵진 않을 거야."

"온순한 편인가 봐요?"

"······그렇다는 말은 아니고. 포악하긴 하지만 쪽수로 충분히 커버 가능한 정도거든."

"그렇구나······ 아, 그 소식 들으셨어요?"


또 대화가 다른 곳으로 튀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대체 몇 번이나 주제가 바뀌는 걸까.


더 알아낼 정보다 없다 판단한 무진은 늪지대 위로 삐죽 튀어나온 수풀 뒤로 몸을 숨겼다. 이제 임성기 헌터만 찾아내면 된다.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리겠는데.'


호정 길드는 비슷한 순위의 길드에 비해 저력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게다가 무진이 아는 길드장이라면 아슬아슬하게 던전을 클리어할 정도의 인원을 파견했을 터. 홀로 떨어진 동료를 따라 산책을 나설 정도로 여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물건'은 현재 집중력은 떨어지고 폭력성은 높아진 상태다. 던전에서 사고사하기 딱 좋은 상태 아닌가.


이제 임성기만 찾으면 됐다. 무진은 주먹을 불끈 말아쥐며 눈알을 굴렸다.



던전 진입 후 40분.


임성기를 찾아내긴 했으나, 일을 시작할 타이밍을 잡기가 애매했다.


아무리 정신머리가 빠져있는 놈이라고 해도 헌터는 헌터인 모양이었다. 임성기는 자리를 비울 때도 동료들이 주시할 수 있는 범위로만 돌아다녔다.


무진은 짧게 혀를 차고는 팔짱을 꼈다.


사냥이 시작되기 전에 처리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사냥 이후에 움직일 수밖에 없겠다.


쉬울 것만 같던 의뢰가 복잡해지는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오늘은 분량이 조금 짧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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