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전용 배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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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독삼
작품등록일 :
2024.05.22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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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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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7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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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 물건: 헌터의 시체 (4)

DUMMY

방에 틀어박혀 책을 팔랑팔랑 넘기던 순철이 손등으로 이마를 훔쳤다. 손등에 번들번들한 땀과 기름이 묻어나왔다.


"왜 이리 더, 덥지······."


순철은 중얼거리며 책을 덮었다.


공기가 후끈한 게, 초여름의 날씨는 아니었다. 소파에서 몸을 일으킨 순철이 바닥에 발을 얹었다.


"앗 뜨거!"


절절 끓는 바닥에 순철이 벌러덩 뒤로 넘어갔다. 소파에 퍽 파묻힌 순철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발이 델 정도로 뜨거운 바닥에 순철이 까치발을 들었다. 이 정도 난방은 한겨울에나 하지 않나. 방을 벗어난 순철이 무진의 방문을 똑똑 두드렸다.


"무, 무진아?"


그를 부르자마자 안에서 응답이 들려왔다.


"네, 형. 들어오세요."


듣기로는 멀쩡한 목소리였다. 생각보다 아프지 않은 걸까. 순철은 의문을 품으며 방문을 잡아당겼다.


어두컴컴한 방 안 침대에 무진이 꼼짝없이 드러누워 있었다.


무진은 힘없이 고개를 돌려 순철을 보았다. 눈 밑이 시커멓게 죽은 모습에 순철이 기겁했다.


"무, 무진아! 괜찮아?!"

"아, 네. 괜찮아요."


무진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걱정 끼치지 않으려 드는 무진의 태도에 순철이 눈썹을 축 늘어뜨렸다.


땀이 삐질삐질 흐르는 순철의 이마를 확인한 무진이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많이 더우셨죠. 오한이 들어서 그만······."


무진이 말꼬리를 흐렸다. 그에 순철이 펄쩍 뛰며 손사래를 쳤다.


"네, 네가 왜 미안해! 어, 어디 보자. 겨울 이불을 꺼, 꺼내야겠다."

"아 아니, 아뇨!"


한술 더 뜨는 순철에 무진이 황급히 소리쳤다.


"이제 오한 안 들어요! 보일러를 이렇게 뗐잖아요!"


여기서 겨울 이불까지 덮으면 쪄죽는다. 무진이 침을 꿀꺽 삼켰다.


다행히 순철은 순순히 물러났다.


"그렇구나. 배, 배고프지? 죽 끓여 놨어."

"아. 부탁드립니다."


무진은 누운 채 양손을 합장하듯 맞붙였다. 장난스러운 무진의 태도에 순철은 한결 안심하며 방 밖으로 나갔다. 여전히 살금살금 까치발을 든 채로.


"휴······."


순철이 나가자마자 무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무실의 뒤편, 후미진 곳에는 낡은 화목 보일러가 설치되어 있었다. 보일러의 철문 안에는 나무가 아닌 것이 활활 타올랐다.


임성기의 피가 묻었던 모자부터 던전 속 늪지대에서 오염된 신발까지.


이내 무진의 앞에 죽 그릇이 놓아졌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적절히 데운 죽에서 고소한 향이 퍼졌다.


무진은 순철에게 고개를 까딱여 감사 인사를 전한 후 숟가락을 들었다.

순철은 무진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방문을 닫아주었다.


핸드폰을 꺼낸 무진은 죽을 씹으며 인터넷 창을 켰다. 메인 뉴스에 떡하니 던전 소식이 걸려 있었다.


[D-D801 던전 클리어했으나 사상자 확인돼······]

[호정 길드의 단독 클리어. 축배 드는 가운데 헌터의 사망 소식 알려져]


무진은 아무 기사나 클릭해 스크롤을 쭉쭉 내렸다. 임성기 없이도 깔끔하게 던전을 닫고 나온 모양이었다.


눈동자를 굴려 기사를 읽어가던 무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내 그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그러게.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니까······."


임무 수행 중 사망한 헌터는 안타까운 이야기처럼 포장되어 입에 오르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달랐다.


[사망한 임 씨는 B급 화염계 헌터로, 평소 성격이 급하고 부주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D-D801 던전은 호정 길드의 단독 클리어인 만큼 완벽한 팀워크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임 씨의 돌발 행동은 길드원 전체를 공포로 몰고 갔다.]

[이에 동료 헌터 방 씨는 "헌터로서 자질이 의심되는 사람이었다.", "모든 헌터는 기초 훈련부터 받아야 할 것."이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여론은 완전히 임성기를 비난하는 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기사의 마무리 역시 가관이었다.


['호정 길드'의 길드장 최호정 씨는 길드원의 사망에 깊은 애도와 유감을 표했다. 장례식은 예우에 걸맞게 치루되, 비밀리에 진행될 것으로 전했다.]


청부 살인을 의뢰한 놈이 장례식까지 맡아 치른단다. 아무튼 임성기도 참 인복이 없어. 무진은 혀를 끌끌 차며 남은 죽을 쭉 들이켰다.


빈 그릇을 아무 데나 치워둔 무진이 '1342 딜리버리' 앱을 열었다. 그는 최신 배송 건에 뜨는 암살 의뢰를 눌렀다. 애플리케이션 내 채팅 기능으로 최호정과의 채팅을 개설했다.


[배달원: 물건 받으신 거 같은데]

[배달원: 배송 완료 확인 부탁드릴게요~]


곧바로 읽음 표시가 떴다.


답장은 따로 돌아오지 않았다. 물끄러미 무진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채팅창이 팟 꺼졌다. 배송 의뢰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이는 최호정이 배송 완료를 확인했다는 뜻이었고, 그렇다는 건······.


"들어왔다!"


경쾌한 알람 소리와 함께 핸드폰 상단바에 입금 표시가 떴다. 무진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이천이다, 이천.


싱글벙글 웃은 무진이 핸드폰을 멀리 던져버리고 기지개를 쭉 켰다.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


최호정은 대낮의 밝은 카페에서 한 여성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딸랑, 하는 종소리와 함께 수려한 외모의 여성이 들어왔다.


잠깐 두리번거리던 여성은 금방 호정을 알아보고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조금 불편한 표정으로 호정의 맞은편에 앉았다.


"무슨 일이시죠? 장례식으로 바쁘신 줄 알았는데요."


까칠하고 퉁명스러운 물음에 호정은 씩 웃었다. 입술 틈으로 금니가 번쩍이며 드러났다.


"주문부터 하고 오지. 날이 꽤 더운데."

"본론부터 말씀하시죠."

"여긴 1인 1음료일세."

"······."


할 말을 잊은 여성이 벌떡 일어났다. 성큼성큼 카페를 가로지른 여성은 카운터로 가 아무 음료나 주문했다.


이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온 여성이 팔짱을 꼈다.


호정은 카페라테를 한 모금 들이킨 뒤 입을 열었다.


"자네들이 우리 길드를 탐탁지 않아 하는 건 알고 있네."

"······그런데요?"

"내 딴에도 참, 억울해. 길드를 키우려 순수한 마음으로 밤낮없이 일했는데, 돌아오는 건 터무니없는 의심이라니."


호정의 말에 여성이 발끈했다. 그녀는 테이블을 쾅 내려치며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이미 증거는 충분해요! 칠장산에서 발견된 이민족 시체가 몇 구였는지는 아세요? 마약 소지 혐의로 입건된 이가 비밀을 지켜줄 거라 진심으로 믿으신다면, 그래요. 순수한 마음까지는 인정해 드리겠습니다."

"이런. 너무 열 내지 말게. 형사들은 참 딱딱하단 말이야."


호정은 진정하라며 손을 위아래로 휘저었다. 여성 형사는 신경질적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켰다.


"증거가 충분하다면 왜 체포하지 않나?"

"······."

"그런 거짓말로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말게. 아마 결정적인 증거가 필요한 거겠지."


짜증 나지만 진실이었다. 온갖 범죄의 증거는 차고 넘쳤지만, 그것들과 호정 길드의 연관성만큼은 찾지 못했다.


마약 중독자의 자백도 받아는 뒀다. 하지만 중독자의 증언이 결정적인 열쇠가 될 수는 없었다.


그마저도 최근 중독자들끼리 자백이 엇나갔다. 사실상 무용한 자백이라 봐도 무방했다.


호정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본론을 꺼냈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여태 자네들을 오해하고 있었더군."

"······예?"

"생사람을 잡는 줄로만 알았는데, 아니었지 뭔가! 정말로 우리 길드에서 불법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말일세."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꾸는 호정에 여성이 인상을 찌푸렸다. 저건 또 무슨 수작인지.


호정은 형사가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히 풀어 말했다.


"이번에 던전 공략 중 사망한 헌터 말일세. 캐보니 물밑으로 온갖 더러운 짓은 전부 하고 다녔더군."


품을 뒤적거린 호정이 사진 몇 장을 꺼냈다. 그는 모든 사진을 한 번에 보여주는 대신 한 장씩 뒤집어 깠다.


가장 먼저 내민 사진은 임성기 헌터의 사진이었다.


불법 투기장에서 열광하는 모습, 마약에 취해 드러누운 모습, 민간인을 죽을 정도로 패놓고 그 위에 올라타 포즈를 잡는 모습까지.


사진을 살피던 형사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호정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을 이었다.


"나도 참, 길드장으로서 부끄러운 일이야. 아랫것들이 무슨 짓을 저지르도 다니는 줄도 몰랐으니. 이래선 호정 길드의 질 나쁜 소문에 반박할 수도 없지 않나."

"······모르셨다고요."

"그래. 전혀 몰랐지. 나도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몰라."


호정은 카페라테를 한 모금 더 홀짝였다.


"이참에 나름대로 조사를 해봤다네. 임성기 헌터는 외부인과 은밀한 거래를 일삼고 있더군."


호정은 남은 사진을 내려놓았다.


사진 속 남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 싸매고 있었다. 살결 하나 드러나지 않는 복장에 여성의 짜증이 깊어졌다. 대체 뭘 보라는 건지.


여성은 사진을 가져가 한 장씩 넘기기 시작했다.


오토바이를 탄 남자의 모습, 택배며 배달 음식을 손님에게 넘겨주는 모습······.

사진을 넘기던 여성의 손이 우뚝 멎었다.


"이 사람은······."


검은 차림의 남자가 노란 머리 남자에게 가로등 아래 배달 음식을 건네주는 사진이었다. 여성은 그 노란 머리 남자를 알았다.


최근 마약 복용 혐의로 구금되었다가, 막대한 보석금을 내고 집으로 돌아간 청년이 아닌가.


검거 당시 마약에 취한 남자의 곁에는 먹다 만 떡볶이가 놓여 있었다.


여성이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표정을 살핀 호정이 씩 웃었다.


"알아보는군?"

"모를 리가요."

"통 흔적을 남기지 않더군. 정보를 캐내는 데에 애 좀 먹었다네. 어때. 저놈을 캐볼 생각은 없나? 이건 길드장으로서 하는 부탁이기도 하네."

"······."


여성은 사진을 내리며 최호정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형사의 감이 그녀에게 경고를 보냈다. 최호정을 믿지 마.


이번 만남이 호정의 꼬리 자르기라는 확신이 들었다. 여성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꾹꾹 누르며 툭 내뱉었다.


"사진이 참 잘 찍혔군요. 마치 의도하고 촬영한 것처럼요."

"으하하!"


여성의 말에 호정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호정은 검지로 그녀를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태도야. 형사란 모름지기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하는 직업이지. 내 그러니 다른 형사도 아닌 자네를 부른 게 아니겠나?"

"······칭찬이군요. 감사합니다."


여성은 어깨를 으쓱하며 사진을 모조리 챙겼다.


어찌 됐든 다른 방도가 없었다. 수사가 벽에 부딪혔다고 느껴질 때쯤 최호정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어떤 미끼든 물어보고 생각한다. 여성은 그리 생각하며 호정의 손을 잡았다.


잠시 후, 여성이 먼저 카페를 빠져나갔다.


빈 잔을 눈앞에 두고 생각에 잠긴 호정이 테이블을 툭툭 두드렸다. 이내 전화기를 꺼낸 호정이 전화번호부를 뒤져 '박순철' 이름을 찾아냈다.


잠깐의 수신음 끝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 여, 여보세요······.>


잔뜩 주눅 든 목소리가 흘러 들어왔다. 최호정은 몸을 뒤로 젖히며 입을 열었다.


"전화는 처음인가? 날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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