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 전용 배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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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삼
작품등록일 :
2024.05.22 06:38
최근연재일 :
2024.05.28 02: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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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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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8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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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알바생 (1)

DUMMY

딸랑-!


사무실에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최호정과 임성기가 연달아 사무실에 찾아온 이후 순철이 사비를 들여 단 종이었다.


그런다고 쳐들어오는 사람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순철은 임성기가 피우는 소란을 늦게 알아차렸다는 게 못내 미안한 모양이었다.


1342 딜리버리에는 사무실이 존재하나, 형식적인 건물일 뿐 출입하는 손님은 없다. 이름만 '사무실'인 직원 숙소라 봐도 무방했다.


소파에 드러누운 무진이 종소리를 무시하고 핸드폰만 붙잡고 있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외출했던 백구가 돌아온 거겠지. 백구 놈은 꼴에 개라고 산책에 목숨을 걸었다.


무심하게 핸드폰을 바라보는 무진의 귀에 낯선 여성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안녕하세요!"

"······?"


무진이 서둘러 일어났다. 어찌나 당황했는지 누운 자세를 고쳐 앉는 걸 삐끗할 지경이었다.


소파 등받이를 꽉 붙잡은 무진이 현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긴 머리를 가지런하게 하나로 올려 묶은 여자가 해맑게 웃고 있었다. 다소곳이 두 손을 모은 그녀가 무진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새로 일하게 된 강소율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예······?"


새로 일하게 된?


머리에 물음표를 잔뜩 띄운 무진이 묻기도 전에 여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알바 구하느라 정말 힘들었는데, 이렇게 일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에요! 피해 끼치지 않도록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소율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부를 밝혔다. 그녀는 당장 일을 시작하고 싶다는 듯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잠깐, 잠깐!"


무진은 손바닥을 펼쳐 내밀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려는 소율을 막았다.


수상한 여자였다.


요즘 세상에 어떤 아르바이트생이 저런 포부를 밝히나. 게다가 저 눈빛은 뭐란 말인가. 최면술사에게 '일하는 게 좋다'는 세뇌를 당하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눈빛이었다.


그리고······ 알바 같은 거 구한 적 없다고!


무진은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물었다.


"자, 잘못 찾아오신 것 같은데요. 주변 다른 가게······."


무진은 말을 하다 말고 인상을 찌푸렸다. 사무실 주변 최소 3km는 다른 영업장이 없다.


대체 뭐지?


혼란에 빠진 무진을 구원한 건 순철이었다.


종을 단 게 무색할 정도로 늦게 여자의 침입을 알아챈 순철이 방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이, 이, 일찍 왔구나!"


순철은 허둥지둥 그녀에게 달려갔다. 소율은 활짝 웃으며 순철에게 고개를 기울였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마, 마실 거라도 줄까? 날도 더, 더운데 고생했네."

"에이, 고생이라뇨! 이래 봬도 국토대장정까지 완주해 본 몸이라고요!"


소율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장난스럽게 대꾸했다.


화기애애한 둘을 지켜보던 무진이 작게 헛기침했다.


"큼, 크흠! ······형."

"어, 왜 무, 무진아?"

"잠깐 얘기 좀 할까?"


무진은 순철에게 손짓하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순철을 질질 끌고 방으로 들어가는 무진을 보며, 소율은 어리둥절하면서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방문을 탁 닫은 무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 대체 무슨 상황이야?"

"새, 새로 들어온 아르바이트 새, 생이야. 무진이랑 나이도 비, 비슷한 것 같은데. 잘 지내면 좋겠다."

"새로 들어왔다고. 뭔데. 마약 생산직? 단순 배달? 국토대장정이면 뭐, 오지에 사는 사람까지 고객을 늘릴 생각이래?"

"무, 무슨 소리야! 소율이는 지, 진짜 착한 친구야. 절대로 그런 나, 나쁜 짓 시키면 안 된다."


순철이 기겁하며 말했다. 그런 순철의 말에 무진은 더욱 크게 기겁했다.


"제정신이야? 우리가 뭐 떡볶이 전문점이냐고. 살다 살다 쓰레기장에서 냄새나지 말라는 소리를 다 듣네!"

"너무 그,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응? 이, 일반 배달 업무도 많잖아."

"갑자기 왜 그래. 직원 늘릴 만큼 일이 많은 것도 아니잖아. 제발 이해가 가도록 설명해 줘."

"그게······."


순철은 불편한 낯으로 눈을 굴렸다. 무진은 그의 앞에서 팔짱을 끼고 버텼다.


아무리 곤란해한다고 해도 들을 건 들어야겠다. 분명히 무슨 일이 있다.


한참 동안 우물쭈물하던 순철이 슬쩍 말을 꺼냈다.


"그, 그게··· 말하지 말라고 해, 했는데······."

"형. 나 입 무거운 거 알잖아."

"아, 알지······."


순철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끝내 실토했다.


"사실은 말이야··· 혀, 형님이 직접 부탁했어. 조, 조카라고 했나······? 휴학한 대, 대학생인데 아르바이트를 부탁했다고."


말을 하면서도 순철은 힐끔힐끔 무진의 눈치를 살폈다. 단호한 태도의 무진이 넘어가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는 게 느껴졌다.


순철의 설명을 모두 들은 무진이 양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부드럽게 미소 지은 무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 뭐야. 난 또 뭐라고. 길드장님 부탁이면 어쩔 수 없지."


바로 납득한 무진에 순철의 표정도 맑게 갰다.


"그, 그렇지? 싸우지 말고 자, 잘 지내봐."

"엉. 강소율이라 했나? 신입이랑 인사 좀 하고 올게."

"그래!"


순철은 눈에 띄게 안심하며 무진을 보내주었다.


최대한 발랄한 표정을 유지하던 무진은 순철에게서 뒤를 돌자마자 정색했다. 그는 바깥을 볼 수 없도록 문을 닫은 후 소율에게 다가갔다.


무진과 순철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소율은 허락도 없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무진은 그녀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여전히 소율은 방싯방싯 웃고만 있었다. 저렇게 길게 웃음을 유지하는 것도 수상하다. 무진은 내심 경계심을 높이며 괴황지를 꺼내 들었다.


"뭐 하시는······?"


소율은 손바닥에 종이 한 장을 올려 한자를 써 내리는 무진을 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진을 빤히 응시했다.


무진은 오로지 부적을 쓰는 데만 집중하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이야, 반갑다! 잘 왔어! 나도 잘 부탁한다!"


성의라곤 쥐뿔도 없고 목소리만 큰 인사가 사무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


부적을 완성한 무진이 곧바로 소파에 그것을 붙였다.


遮音(차음). 부적이 붙어있는 동안 소파에 앉은 이들의 대화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작업을 마무리한 무진이 곧바로 돌변했다.


"최호정이 보냈다고. 정체가 뭐냐?"

"네······?"


으르렁거리며 묻는 무진의 질문에 소율이 눈을 깜빡거렸다. 맹한 척하긴. 무진은 코웃음 치며 경고하듯 읊었다.


"아르바이트니 뭐니, 허튼소리는 집어치우고. 빨리 털어놓는 게 좋을 거야. 어디 가서 인내심 길단 소리는 못 듣는 편이거든?"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아르바이트생 맞아요!"


드디어 소율의 웃음이 멈췄다. 그녀는 억울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호정 삼촌이 시급 세게 주겠다 해서 오케이 한 건데!"

"삼촌···? 진심이냐?"

"······대체 왜 아닐 거라 생각하는 건데요? 본인이 맞다는데 혼자서만 자꾸!"

"그야······."


무진은 말끝을 흐렸다. 그는 소율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머리를 하나로 대충 질끈 묶고, 평범한 추리닝을 걸쳤다고 속을 것 같냐.


지원서를 내면 어느 쇼핑몰에서나 피팅 모델로 일할 수 있을 법한 얼굴로, 알바 구하느라 힘들었다는 말을 잘도 했다.


푹신한 소파에 앉았으면서 몸을 기대지 않는 저 꼿꼿한 자세는 뭐란 말인가. 따로 훈련을 받은 몸인가?


무엇보다 흉터. 긴 옷을 입은 소율의 몸 여기저기에 미처 가려지지 못한 흉터가 남아 있었다.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무진이 검지로 소율을 콕 가리켰다.


"넌 최호정과 DNA를 조금도 공유하지 않아."

"······."

"거짓말을 하고 있든가, 최호정과 강소율 중 하나가 돌연변이든가 할 텐데. 네 생각은 어떠냐?"


소율은 침착한 표정으로 두 손을 맞잡았다. 언뜻 보기엔 다소곳해 보이는 자세였지만, 손끝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손에 힘을 주었다.


소율은 다시 한번 미소를 꾸며내었다.


"둘 다 아니에요. 제가 삼촌이랑 얼마나 닮았는데요."

"그런 거짓말은 스스로에게 미안하지 않나?"

"전혀요. 삼촌이 얼마나 좋은 분이신데요. 앞으로도 쭉 닮고 싶은 사람이랍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농담인 것 같은데, 그렇다기엔 재미가 없었다.


무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태도로 보아 사실을 털어놓지 않을 모양이었다.


호정이 직접 지시한 사항인 만큼 저 여자가 1342 딜리버리에 출근하는 건 정해진 일이다. 더 캐물어 봐야 소용없다 판단한 무진이 손을 내밀었다.


"정 그렇다면, 그래. 잘 부탁한다. 무진이라고 불러라."

"······네. 저도 잘 부탁드려요."


두 남녀가 가식적으로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무진은 내심 중얼거렸다.


'배달 일이 얼마나 혹독한지 알게 해주마.'


그렇게까지 일하고 싶다면야, 거부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무진은 머리에서 '신입 굴리기' 리스트를 쭉쭉 뽑아내며 맞잡은 손을 흔들었다.


그때, 강아지 한 마리가 쫄래쫄래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어? 왜 문이 열······."


소율이 열어둔 문으로 뛰어 들어온 백구가 말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낯선 여자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이다.


아무런 소리도 못 들었는데?! 망연자실한 백구의 눈에 소파에 떡하니 붙은 부적 한 장이 들어왔다. 어쩐지 개의 청력으로도 안 들리더라······!


한편, 무진와 악수하던 소율의 입이 점차 벌어졌다.


"방금 강아지가······."


말을?


소율의 질문이 완성되기 전에 무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헛기침하며 소파에 붙여뒀던 '遮音' 부적을 뜯어 갈기갈기 찢었다.


"크흠! 왜 문이 열려있나?! 나, 날도 추운데!"

"아. 무진 씨가 한 말이었어요? 난 또 뭐라고."


어색한 연기 덕분에 위협적으로 굴던 무진의 권위가 단번에 박살 났다. 소율은 어깨를 으쓱하며 벌렸던 입술을 닫았다.


춥긴 커녕 후덥지근한 날씨였지만, 소율은 더 의심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어색한 무진의 말투와 그 내용보다, 개가 말을 한다는 게 더 믿기 힘들었으니까.


"사무실에서 개도 키우는 줄 몰랐네요. 다음 출근부터는 간식이라도 챙겨와야겠어요."

"······벌써 가게?"

"사장님이 오늘은 인사만 하고 가도 된다고 하셨어요."


소율은 사장님이 허락했는데 네가 어쩔 거냐는 듯, 약간 재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무진은 할 말을 잃고 소율을 어처구니없게 쳐다보았다.


"그럼 내일 봐요!"


소율은 코를 찡긋하며 손을 흔들었다.


"······."


그녀가 유유히 사라진 후에도 멍하니 서 있던 무진이, 이내 와작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백구, 이 도움 안 되는 새끼야!"

"왜 나한테 지랄이야? 손님이 있으면 미리 말을 해달라고오오!"


둘의 언성이 높아지자, 방에 틀어 박혀있던 순철이 또 한 번 놀라 뛰쳐나왔다. 사무실을 떠들썩하게 하는 소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 같았다.


***


1342 딜리버리 사무실을 빠져나온 소율의 걸음이 점차 빨라졌다. 그녀는 따라붙은 눈이 없는지 확인하고는, 멀찍이 주차된 카니발에 올라탔다.


긴장한 낯으로 운전대를 꽉 쥐고 있던 남자, 한경무가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한경무는 옆좌석에 올라타는 소율을 바라보며 빽 소리쳤다.


"강 형사님! 괜찮으십니까!?"


고막을 찢을 듯 우렁찬 목소리에 소율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는 손바닥으로 경무의 팔뚝을 짝 내리쳤다.


"위장 중엔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경무는 얼얼한 팔뚝을 붙잡으며 울상을 지었다.


한경무는 형사 생활 1년 차, 아직도 어리바리한 신입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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