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룡이 내게 집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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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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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3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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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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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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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의 종교쟁이(2)

DUMMY

생명과 치유의 신 레메디아를 모시는 교황청 중앙예배당에 종소리가 울렸다.


종소리와 동시에 교황실의 굳건하게 닫혀있던 문이 열렸다.


예복은 입은 레메디아 성기사단이 절도 있는 동작으로 교황의 행차를 알렸다.


넓고 장엄한 중앙예배당에 교황이 들어섰다.


레메디아 신을 상징하는 생명의 샘과 나무가 장식된 삼층관을 쓴 레메디아 교황은 백금색 융단을 지나 중앙예배당 중심을 향해 걸었다.


교황의 옆에는 이번 세대의 성녀가 함께했다.


성녀의 하늘을 담은 파란색 머리카락이 그녀의 허리에서 찰랑였다.


레메디아의 신도들은 숨죽이며 부복하며 기도하였다.


그들은 교황이 생명의 샘물에 다다를 때까지를 고개를 숙여 기다렸다.


레메디아 교단의 성지, 생명의 샘.


생명의 샘물의 뒤에는 거대한 백금색 레메디아의 조각상이 서 있었는데, 그녀의 손에서 흘러나온 물이 흘러 생명의 샘으로 이어졌다.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샘물은 마치 천상의 은하수처럼 반짝였다.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샘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빛이 예배당을 따스하게 감쌌다.


교황은 중앙예배당의 정중앙에 있는 샘 앞에 서서 백금색 레메디아 동상을 바라보았다.


그 앞에서 선 교황은 두 손을 높이 올려 기도문을 외웠다.


“생명과 치유의 여신이신 레메디아시여.

이 세상 만물의 근원이시며, 모든 생명체를 자비로 감싸주시는 거룩한 분이시여.

당신의 가호 아래 우리 모두가 평안과 건강을 누리게 하시옵시고, 생명의 축복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소서.

모든 상처를 감싸고, 모든 병을 치유하시며, 우리 영혼에 평안을 주시옵소서.

레메디아의 뜻에 따라 솟아오르는 이 신성한 생명의 샘으로 우리 영혼을 치유하고 정화해 주소서.”


교황의 기도문이 끝나자, 레메디아 여신의 동상에는 눈부신 백금색 빛이 터졌다.

그리고 그 신성한 빛은 맑고 투명한 샘물 위로 쏟아졌다.


빛이 내려앉는 순간, 샘물 속으로 스며든 빛은 마치 생명을 얻은 듯 맑고 찬란하게 빛났다.


찬란한 빛의 장관에, 중앙예배당에 모인 신도들이 숨죽여 이 경이로운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 신성한 순간만큼은, 예배당은 성전 속 그려진 천상의 한 부분이 됨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예배당에 있는 모든 이들이 레메디아의 신성한 힘과 자비로운 축복을 온전히 느꼈다.


교황의 예식 끝나자, 신도들은 줄을 맞추어 신성력과 치유력이 깃든 생명의 샘에 다가갔다.


그래서 그들은 휘청이는 교황을 보지 못했다.


성녀 아르카디아가 서둘러 교황을 가렸다.

그리고 교황 안셀모를 부축하며 교황 안셀모가 편히 쉴 수 있는 교황실로 천천히 걸어갔다.


“허허. 아르카디아님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이 노구로는 한계인가 봅니다.”


젊었을 적 화려한 외모였음이 분명한 교황은 어느덧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노쇠해졌지만, 눈에서는 그 세월이 빚어온 현기로 가득했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세요. 이렇게 정정하신데요. 아직 창창하신 분이···.”


아르카디아가 말갛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과는 달리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하늘색 눈을 보며 교황은 그저 웃었다.


“성녀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부디 레메디아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길 바랄 뿐입니다.”


교황 안셀모의 말에 아르카디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성자와 성녀는 한 세대에 그 신을 대리하는 단 한 명뿐인, 선택받은 자들이다.

그들은 항시 언동을 조심해야 했다.


아르카디아는 교황실 안으로 들어와 문이 닫힌 것을 확인하고 입을 뗐다.


“이건 손녀가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이에요.”


아르카디아와 안셀모는 비록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서로가 생각하는 마음은 각별했다.


핏덩어리로 버려진 아르카디아를 거두어들인 것이 당시 추기경이었던 안셀모였다.


교황은 저를 부축한 아르카디아의 손에 손을 얹었다.


“성녀님 제 농이 지나쳤나 봅니다.”


아르카디아는 저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는 안셀모의 손을 바라보았다.


몇 년 전까지도 생기 가득했던 손은 주글주글한 노인의 손이 되었다.


신성력은 그저 주어지는 무한한 힘이 아니었다.


레메디아의 신성력은 생명에 관한 권능, 그 대가로 레메디아의 성직자들은 자신의 생명을 바쳐야 했다.


의식 때마다, 신성력을 바치는 레메디아의 교황에 자리는 그 영광만큼 큰 희생이 뒤따랐다.


아르카디아의 푸른 눈이 어두워지자, 안셀모는 손을 떼 자기 허리를 짚으며 허리를 폈다.


“아이고, 레메디아님께서 어서 제 뒤를 점지해 주셔야 하는데, 아직도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니 어쩌겠습니까. 더 버텨야지요.”


그러고서 교황은 자리에 앉았다.

아르카디아는 교황의 안색을 살폈다.

다행히 핏기 하나 없던 교황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저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아르카디아의 시선에 교황은 헛기침하였다.


“크흠, 그것보다, 레메디아님께서는 아직 아무런 말이 없습니까?”


“네. 신탁 이후로는 아무런 말씀이 없으세요.”


따스하던 교황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흐음···. 던전이 소멸하였다는 사실은 잘 알고 계시지요?”


“네.”


“저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용사 카리온은···.”


아르카디아는 교황의 뒷말에 집중했다.

최초로 던전을 소멸시킨 용사.


“호색한입니다.”


“네?”


“그것도 여자를 아주 밝히게 생겼다고···.”


호색한이면 호색한인 거지, 그렇게 생겼다는 무슨 말인지 아르카디아는 교황의 말이 종잡을 수 없었다.


아리송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 아르카디아를 보며, 교황은 아르카디아가 들리지 않게 작게 말했다.


“이런 미친놈들이, 내가 그렇게 안 된다고 했는데···.”


“네?”


교황이 저에게 무슨 말을 한 건가 싶어 아르카디아가 교황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하아-. 디아.”


교황은 길게 한숨을 쉬고서 성녀를 불렀다.


“네. 할아버지.”


아르카디아는 그런 안셀모를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그들이 성녀가 아니고 교황이 아니었던 시절, 그들은 서로를 그렇게 불렀었다.


“나는 너를 그 놈에 근처로도 보내고 싶지 않다. 그런데 이것들이 작당모의를 하였더구나.”


안셀모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그게 무슨?”


살기마저 흐르는 안셀모에 아르카디아가 놀라 물었다.


“크흑, 테라베인 제국의 황제 그 개새끼가···.”


아르카디아는 제 귀를 의심했다.


서대륙을 호령하는 테라베인 제국의 황제를 개새끼라 불러서가 아니라, 제 앞에서는 기침도 조심하는 안셀모가 욕을 했기 때문이다.


안셀모를 옆에서 보좌했던 사제가 안셀모가 추기경이었던 시절, 정확하게는 아르카디아를 키우기 전에는 걸레를 물었었다는 사제의 말을 들은 적이 있긴 했었지만 설마 했었다.


안셀모는 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입술에서는 피가 흘렀다.


‘도대체 어떤 말을 하였기에···.’


아르카디아는 마른침을 삼켰다.


“크흑···! 너를!!”


안셀모는 고개를 떨구고서야 말을 이었다.


“그런 놈에 파티원으로 보내 달라···.”


안셀모의 어깨가 잘게 떨렸다,

긴장감으로 뻣뻣했던 아르카디아의 몸에 힘이 빠졌다.


“지금 그거 가지고 그러는 거예요?”


“그거 가지고라니!! 그 새끼 관상이 딱 보아도 남의 마누라도 뺏을 관상이었단 말이다!! 그런 놈에게 어찌 너를···.”


안셀모의 눈이 붉게 충혈되며 눈물이 맺혔다.


노년의 뜨거운 눈물을 보며, 아르카디아는 지끈지끈해지는 이마를 짚었다.


어린 시절부터 과보호했던 안셀모였다.


어찌나 과보호였으면, 안셀모가 성녀가 된 아르카디아 때문에 레메디아님께 백일기도를 드려 교황이 되었다는 웃기지 않는 이야기도 교단 내에서 돌았다.


사실 그 말은 상당한 신빙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르카디아는 알지 못했다.


“잘 알아들었으니, 저는 그럼 이만 가볼게요.”


아르카디아는 더 볼 것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교황실을 나섰다.


“안 된다. 디아!! 차라리 제국과 수교를 끊···!”


안셀모가 난리 칠 것을 예상했다는 듯 사제들이 교황실로 들어가 안셀모를 저지했다.


“이거 놔라. 이 개새끼들아!! 차라리 전쟁을 벌였으면 벌였지!! 네 놈들은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착한 우리 디아가 그런 돼먹지 않은 새끼 옆에···.”


성녀 아르카디아가 떠난 교황청은, 날뛰는 교황 안셀모를 막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한동안 교황청 문을 닫았다.



***


이안은 용병 길드 안에서 한가롭게 제 손에 쥐어진 두둑한 돈주머니의 돈들을 세었다.


휘파람까지 불며 돈을 세고 있는 이안이 아니꼬운 아르바토로메우스의 목소리가 이안의 머리를 울렸다.


-탐욕적인 해츨링 같으니라고!! 그건 네 보수가 아니지 않느냐!!


던전 공략에 별로 공헌하지 못한 이안의 보수는 몇 푼 되지 않았다.


하지만 홀로 언데드 몬스터 웨이브 그것도 언데드화된 고블린 킹까지 처치한 하루의 보수는 용사 카리온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금액을 차지했다.


“하루 돈이, 내 돈이고. 내 돈은 내 돈이지.”


이안의 뻔뻔한 말에 길드 내에 있던 용병들 모두가 이안을 째려보았다.


한 사내는 제 옆에 있는 할버드에 손을 갖다 대기까지 했다.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있던 하루가 머리를 들며 그 사내를 째려보았다.


사내는 손에서 할버드를 놓으며, 안쓰러운 시선으로 하루를 쳐다보았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다른 용병이 작게 중얼거렸다.


“이안 저 새끼는 무슨 복으로 하루님의···.”


하지만 예민한 하루의 청각에는 그 말이 선명하게 들려왔고, 혼잣말한 사내를 째려보았다.


사내는 날카로운 하루의 시선에 딸꾹질하였다.


그제야 주변을 정리했다고 생각한 하루는 다시 머리를 테이블에 기대었다.


이안의 기초 근육 훈련에 이어, 발라드로스의 열정적인 선교활동으로 정신 공격까지 당한 하루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다.


당시 그 선교 지옥에서 하루를 구해낸 건 브룩스였다.


하루는 처음으로 브룩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 감사함은 브룩스가 이안을 대하는 태도를 보며 경계로 돌아섰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안은 다 센 돈을 다시 돈주머니에 넣고서 꽁꽁 싸맸다.


“하루, 이제 일어나자.”


이안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하루도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그 돈으로 수인 소녀 장비를 사주려는 게냐?


어쩐지 아르바토로메우스가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안은 딴지를 걸려다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의 발걸음이 크레토스의 중앙광장을 지나 골목길로 향하자 다시 아르바토로메우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호오, 이 길은 ‘잠든 드래곤의 횃불’이 있던 골목 아니더냐? 암시장으로 가려는 거구나. 좋다. 이번에는 내가 친절히 좋은 물건을 감별해 주지.


이제껏 저에게 보이지 않던 호의에 이안이 작게 중얼거렸다.


“언제는 우리 하루라고 하더니.”


‘우리 하루’라는 말에 터벅터벅 걷던 하루의 고개가 빠르게 올라왔다.


“하루, 뒤!”


이안의 말에 하루는 서둘러 세차게 움직이고 있는 자신의 꼬리를 잡았다.


-너는 드래곤이 맞는 게냐? 내가 언제 우리 하, 하···. 라고 했느냐. 수인 소녀라고 했지.


“그게 그거지. 아무튼 내가 널 뭘 믿고 감정을 맡기겠냐. 저주 걸린 거나, 쓸데없이 돈만 비싼 고물을 고르겠지.”


-그건 네가 쓰는 물건에 한해서···. 끄아아아!!


“아주 매를 번다. 벌어. 오는 말이 고우면 가는 딱밤이 곱다는 말 모르냐?”


-망할 해츨링! 무슨 말도 안 되는!!


아르바토로메우스에게 딱밤을 먹인 뒤 만족스럽게 웃던 이안의 얼굴이 굳어졌다.


하루가 무슨 일인가 싶어 앞장서려 하자, 이안이 거칠게 하루의 몸을 잡아끌어 제 품에 안고서 골목 뒤로 숨었다.


이안의 품에서 하루의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빠르게 뛰었다.


이안이 여전히 하루를 품에 안고서 고개만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골목에 있는 찰랑이는 파란 머리를 보았다.


어둡고 냄새나는 골목 한구석에서, 청초한 미모의 여성이 바닥에 널브러진 부랑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티끌 하나 없는 새하얀 피부 위로, 하늘을 담은 듯한 파란 머리카락이 은은한 빛을 내며 반짝였다.


그녀가 입은 백금으로 마감한 새하얀 옷에는, 레메디아를 상징하는 생명의 샘과 나무가 수놓아져 있었다.


레메디아 교단의 성녀임이 한눈에 띄었다.


하늘색 긴 머리카락과, 레메디아 교단.

이안은 확신했다.


“이런 젠장, 성녀가 왜 이곳에 있는 거야?!”


레메디아 교단의 성녀 아르카디아는 오물이 깔린 골목 바닥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친 이들에게 온전히 정성을 쏟았다.


그녀의 백옥같은 손에서 백금빛 광채가 피어올랐고, 그 빛이 닿은 이의 상처들이 아물었다.


"와아, 너무 예쁜 빛이야!"


주위로 빈민가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빛을 밝히라’라는 성전의 문구가 있었지만,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곳을 찾는 성직자는 없었다.


평소에 보기 힘든 신비로운 광경에 어린 눈동자가 빛났다.


아르카디아는 미소를 머금고 아이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백금빛 광채가 아이들 주위를 환하게 밝혔다.

아이들은 신기한 듯 그 빛에 손을 대보고는 탄성을 질렀다.


그 훈훈한 모습을, 이안은 마치 못 볼 꼴을 봤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그 순간 아르카디아가 이안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 무슨!!”


아르카디아가 눈을 찌푸리며 서둘러 제 눈을 가렸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인상을 쓰고 있던 레메디아 교단의 사제가 놀라 아르카디아에게 다가왔다.


이안이 서둘러 몸을 숨겼다.


“성, 아니 아르카디아님 무슨 일입니까?”


저를 걱정하는 사제의 말에 아르카디아가 되물었다.


“사제님은 보지 못하셨습니까?”


“무엇을 말씀입니까?”


그 말에 눈을 뜬 아르카디아는 무언가에 홀린 듯 이안이 있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르카디아님, 먼저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저를 붙잡는 성기사를 뿌리치며 아르카디아가 중얼거렸다.


“광휘, 태양보다 눈 부신, 신성한 백금색 빛으로 둘러싸인···.”


분명 레메디아님을 알현하였을 때, 눈이 멀 것만 같은 그 찬란한 빛이었다.


하루를 이끌고 급하게 골목을 벗어난 이안이 한숨을 쉬었다.


“하-, 젠장! 아까 눈이 마주친 것 같은데···.”


이안의 품에서 벗어난 하루는 아직도 뛰는 심장은 진정시키려 애썼다.


이안은 그런 하루를 붙잡았다.


하루는 이상하게 이안의 얼굴을 쳐다볼 수 없었다.


“하루 내 말 잘 들어!!”


하루는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상을 사는데 절대로 피해야 할 게 딱 두 가지가 있어. 평생 안 마주치는 게 최고고. 재수가 없어 마주쳤다면 죽기 살기로 무조건 도망가. 그들과 엮인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도 몰라.”


엄숙한 이안의 말에 하루는 떨리는 제 마음을 다잡고 이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내 말을 꼭 명심해!! 내가 다른 명령을 내렸다고 해도 이들과 마주쳤다면, 내 명령은 무시하고 곧장 도망가. 알겠지?”


자신의 명령보다도 우선시하라는 말이 하루에게 크게 다가왔다.


하루는 결의에 찬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안은 그런 하루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저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 이것만큼은, 꼭 명심해 둬. 그중 하나는 드래곤이고.”


-맞는 말이긴 한데, 해츨링이 잘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구나.


이안은 제 머릿속에 들려오는 아르바토로메우스의 비웃음은 무시했다.


“또 다른 하나는···”


그렇게 말한 이안은 주변을 살피며 하루의 귓가에 얼굴을 갖다 댔다.


“히익-!”


하루의 얼굴에서는 열기가 올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지만, 이안은 신경 쓰지 않고 예민하게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안전하다고 판단된 뒤 작게 속삭였다.


“이세계의 종교쟁이들.”


하루는 이안의 말에 발라드로스 추기경을 떠올리고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에게 그렇게 잘못된, 아주 편협한 신념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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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폭군의 창 아래(1) 24.07.09 17 0 14쪽
48 해츨링은 참지않긔(4) 24.07.08 16 0 16쪽
47 해츨링은 참지앉긔(3) 24.07.07 15 0 17쪽
46 해츨링은 참지않긔(2) 24.07.06 19 0 14쪽
45 해츨링은 참지않긔(1) 24.07.05 17 0 17쪽
44 해츨링과 밥상머리 교육(2) (수정) 24.07.04 18 0 17쪽
43 해츨링과 밥상머리 교육(1) 24.07.03 20 0 16쪽
42 폭군의 창(3) 24.07.02 23 0 15쪽
41 폭군의 창(2) 24.07.01 21 0 15쪽
40 폭군의 창(1) 24.06.30 27 0 16쪽
39 검과 거래 24.06.28 25 0 16쪽
38 노르그렌과 드래곤의 숨결(3) 24.06.26 28 0 12쪽
37 노르그렌과 드래곤의 숨결(2) 24.06.25 23 0 13쪽
36 노르그렌과 드래곤의 숨결(1) 24.06.24 25 0 13쪽
35 혹한의 설산 아래에는(4) 24.06.23 23 0 13쪽
34 혹한의 설산 아래에는(3) 24.06.22 24 0 17쪽
33 혹한의 설산 아래에는(2) 24.06.21 27 1 19쪽
32 혹한의 설산 아래에는(1) 24.06.20 28 1 14쪽
31 이세계의 종교쟁이(3) 24.06.19 25 1 14쪽
» 이세계의 종교쟁이(2) +1 24.06.18 26 1 16쪽
29 이세계의 종교쟁이(1) 24.06.17 32 1 13쪽
28 최초로 던전이 무너진 날 24.06.16 29 1 12쪽
27 크레토스 미궁의 생존자들 24.06.15 32 1 13쪽
26 저주받은 소, 축복받은 자 24.06.14 28 1 16쪽
25 미노타우르스의 미궁(4) +1 24.06.13 32 1 14쪽
24 미노타우르스의 미궁(3) 24.06.12 27 1 14쪽
23 미노타우르스의 미궁(2) (수정) 24.06.11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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