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츨링과 밥상머리 교육(2) (수정)

시린 빛이 감도는 얼음으로 둘러싸인 동굴에서는 살을 에는 냉기가 흘렀다.
“하-.”
이안은 얼어붙은 바위에 등을 기댄 채 앉아 한숨을 쉬었다.
한숨은 하얀 김이 되어 공중으로 흩어진다.
이안의 옆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달린 두개골과 뾰족한 발톱이 남아있는 발굽, 거대한 갈비뼈 등이 뒤엉켜 있었다.
“이제 좀 만족하는가?”
이안은 제 곁에 산처럼 쌓여 있는 기괴한 형태의 뼈들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대답은 이안에 앞에서 튀어나왔다.
자신의 작은 몸을 꼬리로 감싸고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해츨링이 크게 하품하다가 커다란 눈을 끔벅이며 이안을 바라보았다.
귀여운 하품을 하며 조그마한 이빨들을 살짝 드러내고 있는 해츨링의 입가에는 아직 먹다 남은 음식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아직 더 먹을 수 있어.]
해츨링은 볼록하게 튀어나온 배를 통통 두드리면 은안을 빛냈다.
-도대체 저 쪼그마한 해츨링 몸속에 얼마나 많은 몬스터가 들어가는 거냐?
아르바토로메우스의 말에, 해츨링이 먼저 무어라 말하기 전에 이안이 입을 열었다.
“이전에 말했잖아. 해츨링 몸은 효율이 높지 않다고. 거의 극악 수준이지. 비대한 정신에 비해 미성숙한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작은 일에도 많은 열량을 소모해. 거기다가 성장에도 많은 영양분이 소모되니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이안의 말에 해츨링은 하얀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안이 편을 들어주자, 기분이 좋아졌는지 해츨링의 짧은 꼬리가 살랑였다.
이안은 노르딕의 인생 역작인 사치스러운 방한복의 모자를 벗으며 말했다.
“그래도 안돼. 식탐은 좋지 않아.”
이안은 반지에서 사막에서 잡았던 스콜피온 킹의 꼬리까지 꺼냈다.
이제 그의 반지 속 아공간은 아무리 털어도 몬스터 먼지 한 톨조차 나오지 않았다.
좌우로 살랑이던 해츨링의 꼬리가 축 처졌다.
[히잉···.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야 한다.]
해츨링이 꼬리가 아래위로 움직이며 얼음 바닥을 탕탕 내리쳤다.
“쯧! 떼를 써도 안 되는 건 안 돼. 그러면 먹을 거 안 준다?”
해츨링의 꼬리가 이안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멈췄다.
[먹는 것으로 협박하지 마라.]
말과는 달리 해츨링은 두렵다는 듯 짧은 꼬리로 제 짤막한 몸을 감쌌다.
이안은 전생부터 나름 미식가였고 전생의 자취부터 시작된 길고 긴 요리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래서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다니까. 모든 것의 시작은 밥상머리에서 시작된다고. 절제심을 길러야지. 안 그러면 훌륭한 어덜트 드래곤이 못 된다?”
[흥!]
이안의 말에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뀐 해츨링이 짧은 목을 뻣뻣하게 들었다.
[너는 참 이상한 말을 하는구나. 드래곤은 그 존재만으로도 완벽하다. 그런 드래곤에게 왜 절제심이 필요한가? 세상 모든 것이 내 아래고, 내 것일진대.]
위엄있어 보이려는 해츨링의 의도와 달리 조그마한 콧구멍으로 바람을 뿜으며 가분수 머리를 드는 모습은 그저 하찮을 따름이었다.
-쯔쯔. 쬐그만 해츨링일진대 광오하구나. 이래서 드래곤이란 족속이란···.
[쬐그만? 족속? 저 버릇없는 종복에게 따끔히 딱밤을 놓거라.]
-어디서 어린 것이 못된 것만 배워서는! 그게 얼마나 아픈 줄 아느냐!!
한 마리는 지고한 드래곤, 또 한 개는 자칭 대현자.
이안은 둘의 유치한 대화를 들으며, 쌓여 있는 뼈에 대고 속삭였다.
“하늘의 분노를 담은 붉은 섬광이여, 태초의 순수한 힘을 청하노니 이 세상을 정화하소서. 메테오.”
이안의 영창에 해츨링이 짧은 다리를 움직이며, 도도독 다가왔다.
[마법 아티팩트구나. 그것도 메테오가 발동되는···.]
화이트 해츨링은 귀여운 눈망울과 달리 탐욕이 그득한 시선으로 이안의 반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왜 몬스터의 뼈 따위를 태우는데, 메테오를 사용하는 거지? 마나로 태우면 간단한 것을?]
이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순진무구해 보이는 화이트 해츨링이었지만, 드래곤이었다.
이안이 마법을 쓰지 못하는 해츨링이라는 것을 안 순간, 이 평화로운 힘의 균형은 바로 무너질 터였다.
때마침 아르바토로메우스의 말이 치고 들어왔다.
함께 한 역사가 있는 만큼 이제는 이심전심인 건가.
-그건 이 해, 아니 이 드래곤이 마나 저···. 끄아아악!!
“알바, 너는 진짜 학습 능력이 없는 거냐? 그런 주제에 대현자? 지금 일부러 나 멕이려고 그러는 거지?”
[멕인다? 멕인다. 처음 듣는 말이구나. 무슨 뜻이지?]
해츨링은 맑은 은안을 끔벅이며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이안을 우러러보았다.
이안은 서둘러 헛기침하였다.
“크흠-.”
어린아이 앞에서는 찬물도 조심히 먹어야 한다던데···.
이안은 그래서 아이라는 존재가 껄끄러웠다.
그는 말을 돌리기로 했다.
“그런데, 아까 알바가 광오하다고 한 건 부정하지 않는 거냐?”
[드래곤은 세상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 하등한 존재들이 우리를 이해할 수 있을 리 없잖은가.]
이안의 왼손이 잘게 떨렸다.
-저, 저런 어린 해츨링이!!
이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르바토로메우스에게 말했다.
"알바, 진정해. 네가 얼마나 살았을지는 몰라도, 쟤보다는 많이 살았잖아."
조금 전과는 다른 의미로 왼손 약지가 부들부들 떨렸다.
[갑자기 왜 그러느냐? 또 왜 그렇게 불길하게 웃느냐?!]
아르바토로메우스의 딴지에도 이안은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서 말했다.
"알바, 세상에 나쁜 드래곤은 없다.”
-그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이 세상에 착한 드래곤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는 드래곤과 얽히지 말라고 하더니, 갑자기 오크가 기사도를 읊는 소리를···.
“그건 다 어릴 때부터 밥상머리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드래곤들이고."
그렇게 말한 이안이 화이트 해츨링을 바라보았다.
푸른빛 속에서 섬뜩해 보이는 이안의 미소를 보며, 어린 화이트 해츨링은 본능적으로 비늘을 곤두세웠다.
[교육? 드래곤에게 교육은 필요 없다.]
마치 하악질 하는 고양이같은 해츨링의 하찮은 몸짓에 비해, 이안은 마치 포식자가 먹잇감을 내려보듯 짙은 회색 눈동자가 위험하게 번뜩였다.
“이 솜털도 가시지 않은 해츨링이 배부르고 등 따시니까 이제 와서···. 이래서 비늘 있는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말이···.”
해츨링은 비늘이 곤두섰으나, 마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이안과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해츨링. 아니. 그러고 보니 우리 서로 이름을 말하지 않았잖아. 너 이름이 뭐야?”
[흥! 내 이름을 알려줄 것 같은가. 먹을 것을 조금 주었다고 해서, 나를 얕잡아 보는 것이냐?]
해츨링의 비늘이 파들파들 떠니, 비늘이 맞부딪히며 위협적인 소리를 만들어냈다.
래곤은 용언을 쓰는 존재. 그렇기에 존재의 이름은 단순한 호칭에 그치지 않는다.
이름에는 존재를 가둘 수 있는 힘이 담겨 있었다.
서로의 이름을 안다는 것만으로, 서로에게 목숨을 맡긴다는 의미였다.
“그렇다고 너를 계속 해츨링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거잖아. 나는 이안. 이안이라고 불러.”
[이안? 이안···.]
이안이 이름을 알려주자, 해츨링은 작은 입으로 이안의 이름을 불렀다.
차분한 목소리와는 달리 기분이 좋은 건지 해츨링의 꼬리가 좌우로 흔들렸다.
-이렇게 보면 드래곤도 영락없는 짐스···. 끄아아악!!
“알바, 나잇값 좀 해. 애 상처받는 말 좀 하지 말라고···. 잠시만! 혹시, 너 이름 없냐?”
정상적인 해츨링이라면 레어에 굶주린 채 방치될 리가 없었다.
이안의 시선을 오해한 해츨링이 꼬리를 바닥에 내리치며 말했다.
[그럴 리 없잖은가. 어떤 모자란 드래곤이 자신의 이름을 안 만들겠느냐.]
이안으로서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드래곤은 자신의 이름을 직접 짓는 건가?
[그렇다.]
이안의 이름은 이안이 알 속에 있을 때, 생물학적 어머니인 드래곤이 지어준 이름.
그녀는 자신이 저를 보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건가?
그래서 자신에게 마지막 선물로, 이름을 준 걸까?
이안이 과거에 생각에 빠지려고 할 때, 아르바토로메우스가 상념을 깨웠다.
-호오. 재밌군. 그러면 보호자도 이름을 모를 수 있는 건가?
이안은 커진 회색 눈동자가 아직 솜털도 가시지 않은 해츨링의 입만을 주시했다.
해츨링은 이안의 시선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했다.
[알려주지 않는다면 당연히 모르겠지.]
쾅-!
이안이 지팡이를 바닥에 세게 내리찍으며 얼음 바닥에 균열이 생겼다.
해츨링은 이안의 괴력에 놀라지 않았다. 그저 반짝이는 그의 오른손 팔찌에 이끌리듯 다가갔다.
“알려주지 않아도 되는 거였어?! 망할!!”
이안이 머리를 감싸쥐고 절규하는 동안, 해츨링은 이안의 팔찌에 냄새를 맡았다.
[킁킁-, 이 팔찌는 무엇이냐? 메테오 반지에는 거대한 마나가 느껴지는데, 이 팔찌에는 마나가 느껴지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아티팩트지?]
해츨링의 물음에도 이안은 대답을 하지 않고 백금발을 쥐어뜯었다.
“광룡이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내 입으로 말한 내가 미친 드래곤이지!!”
[광룡? 드래곤이 미칠 수도 있는 건가?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린 건가?]
해츨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르바토로메우스는 눈앞에 두 해츨링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흐음. 역시 드래곤은 애미 애비도 없는 호로···. 끄아아악!!
“제발 넌 좀 닥쳐라. 애한테 못하는 말이 없···.”
[나는 괜찮다. 나에게는 보호자가 없으니. 의미적으로는 딱히 틀리지 않았다.]
“아···.”
-아···.
해츨링의 가벼운 말에, 얼음동굴은 적막에 휩싸였다.
이안은 아르바토로메우스에게 강한 딱밤을 먹였다. 평소였다면 아프다고 난리 쳤을 아르바토로메우스는 죄악감에 신음을 삼켰다.
[갑자기 둘이서 왜 그러느냐?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
“···. 혼자서 이곳에 깨어난 거냐?”
[그렇다. 알에서 깨어났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알에서 깨어난 지 얼마나 지났어?”
[날짜를 세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이곳에서는 밤낮의 개념이 없다.]
“그러면 이제까지 뭘 먹었던 거야?”
[알에서 깨어났을 때, 저기 저 레어 한 면이 몬스터들로 꽉 차 있었다.]
해츨링은 옛 생각에 들떴는지 꼬리를 살랑였다.
[그런데, 너처럼 요리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만약 너처럼 요리할 줄 알았다면 더 맛있게 먹었을 텐데 아쉽군. 처음 먹었던 건 서리 거인이었는데···.]
차분한 음색과는 달리 해츨링은 신이 나 자신이 먹었던 몬스터의 종류를 읊었다.
모두 베나룩스 산맥에 있었던 몬스터들이었다.
서리의 거인 같은 경우는 이제 멸종되어 이 산맥에서는 오래전부터 볼 수 없는 몬스터였고, 그 이외에도 현재는 찾을 수 없는 몬스터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먹은 건 라바 타이탄이었는데, 그 어깨가 저 천장까지 닿았다.]
해츨링은 짧은 팔을 휘저으며, 작은 날개까지 파닥이며 라바 타이탄의 크기를 자랑했다.
-라바 타이탄이라면 고대에 멸종된 몬스터가 아니더냐···. 그렇다면 저 녀석은···.
아르바토로메우스는 뒷말을 삼켰지만,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해츨링은 고대에 노르그렌의 폭군으로 불렸던 이 레어의 주인, 화이트 드래곤 아르크트론의 해츨링이었다.
[마지막이라고 최소한의 생존에 필요한 열량을 계산하여, 나눠 먹었다. 종국에는 그마저 다 먹어버렸고 그 이후로는 계속 굶을 수밖에 없었지.]
암울한 내용을 말하는 해츨링이었지만, 그 말에는 주저함이나 망설임 또는 어떠한 감정이 섞여 있지 않았다.
하지만 꼬리가 축 처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아르크트론이 사라진 건 최소 단위가 천년이었다.
갓 알껍데기를 벗은 해츨링이 천년을 살았을 리는 없다.
수천 년을 봉인해 두었던 알이 깨어난 것이다.
“결계 때문에 나갈 수 없었구나.”
이안은 해츨링에게 말했다.
축 처졌던 해츨링이 얼굴을 들었다.
[맞다. 하지만 이제 네가 있으니, 이 답답한 얼음동굴을 나갈 수 있겠지.]
그가 죽은 이후에도, 그의 마법은 수천 년이 지속되고 있다.
아르크트론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드래곤이었는지, 이안으로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나도 내 힘으로 몬스터를 잡고 싶다. 북부 와이번 날개가 맛있었는데, 그것부터 먼저 잡아야겠다. 내가 잡으면··· 이, 안··· 이안, 이안이 이번처럼 요리를 해주길 바란다.]
이안은 저를 향해 반짝이는 은안에게서 눈을 돌리고 싶었지만,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의 시선을 차마 떨쳐 낼 수 없었다.
[아-, 그리고 눈이라는 것도 직접 보고 싶구나. 여기서는 얼음밖에 보지 못했다. 눈은 얼음처럼 차갑지만 폭신폭신하다고 하던데···.]
해츨링은 처음으로 먹는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소망했다.
태어나서 줄곧 이 얼음동굴 속에 갇혀 평생을 제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먹을 것만을 생각했던 해츨링의 마음속 설렘과 기대감이 움텄다.
-하지만···.
드래곤이라면 아주 치를 떠는 아르바토로메우스였지만,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이안은 화이트 해츨링을 데리고 결계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이안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이래서 아이가 싫다.
아이에게 어른이란 존재는 그들에게 세상이 되어줘야 한다.
하지만 전생이나 현생이나, 나는 그들에게 좋은 세상이 되어 줄 사람이 되지 못한다.
“후우-.”
이안이 한숨을 쉬자, 해츨링의 은빛 눈동자가 불안으로 떨렸다.
아무리 어린 해츨링이라고는 하나, 한숨이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바보는 아니었다.
이안은 떨리는 해츨링의 눈을 보면서도 마음을 다잡았다.
헛된 기대는 오히려 독이 된다.
이 어린 해츨링에게 현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10년 정도 후면 광룡이 주기적으로 수금하기 위해 노르그렌을 찾는다.
드래곤에게 10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해츨링은 수면기가 잦고, 수면기 동안은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된다.
저 해츨링이 깨어있는 시간은 고작 3년 정도, 그리 길지 않다.
드워프들에게 말해 놓으면, 광룡이 노르그렌을 찾을 때 이 어린 해츨링을 데리고 가 양육할 것이다.
모든 드래곤은 해츨링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광룡은 지상 최강의 존재.
그리고 이 어린 해츨링은 저와 달리 평범한 해츨링이다.
장애도 없고, 드래곤답게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어도 마나를 다룰 줄 안다.
광룡은 이 어린 해츨링을 잘 보호해 줄 것이다.
이안은 그저 떠나기 전 이 어린 해츨링이 먹을 음식들을 구해놓고 떠나면 된다.
그렇다면, 이 해츨링은 광룡을 기다리는 동안 굶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거야.’
계산을 끝낸 이안이 힙겹게 말을 뱉었다.
“해츨링아, 나는···.”
[이안. 나를 해츨링이라고 부르지 마라. 나는 미르. 미르다.]
이안은 잠시 머뭇거리며 미르라는 이름을 되뇌었다.
“미르···. 참 좋은 이름이네···. 아주 머나먼 동방의 나라에서는 미르라는 말뜻은 용, 그러니까 드래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거든. 정말 멋진 이름이야.”
이안이 미르의 이름을 칭찬하자, 해츨링의 은안이 반짝였다.
[그렇구나. 몰랐다. 책으로만 세상을 배웠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서 세상에 나갈 수 있겠구나.]
미르의 말에 이안의 표정은 단호해졌다.
“그건 안돼.”
미르는 이안의 차가운 말에 깜짝 놀라 이안을 바라보았다.
[왜냐? 왜 안 되는 것이냐? 혹시 그 밥상머리 교육 때문이냐?]
이제까지 표정 변화가 없던 미르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솜털도 가시지 않은 해츨링이 혼자서 무슨 세상 구경이야.”
미르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럼 나는, 계속 여기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냐?]
“아니, 나와 같이 나가자. 내가 너를 떠받들어줄 마을로 데려갈게. 그곳에서 얌전히, 외롭지 않게 지내.”
-어찌 지킬 수도 없는 약···. 끄아아악!!
이안은 미르에게 다가가 반짝이는 은색 눈을 바라보았다.
아르바토로메우스의 말이 맞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할 수 밖에 없는 약속이 있다.
“대신 앞으로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야 한다?”
미르의 작은 고개가 연신 끄덕였다.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등록할 때, 마지막 문장들을 안 넣어서 다시 넣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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