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룡이 내게 집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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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노예
작품등록일 :
2024.05.23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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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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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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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은 참지않긔(1)

DUMMY

***


"아저씨!!"


외국에서 들려오는 모국어 소리에 나는 흠칫 놀라 돌아봤다.


흙먼지 속에 깡마른 소녀가 서 있었다.

살이라고는 한 점 없는 앙상한 팔과 다리, 몸 구석구석에는 아직 딱지가 붙지 않은 상처와 그 위를 덮은 더러운 먼지들이 어지러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말간 눈동자만큼은 지독한 현실은 상관이 없다는 듯 생기로 가득했다.


아이를 본 순간 내 손은 자연스레 무릎 위로 가서 무거운 전투복의 주머니를 매만졌다.

총알과 비상식량, 그리고 작은 초콜릿 한 조각이 들어있었다.


"아저씨 아니다. ‘오빠’다."


나는 피로에 찌든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귀찮음이 잔뜩 묻어난 내 행동에도 아이는 주눅 들지 않고 제 할 말을 했다.


"아저씨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니에요?"


당돌한 아이의 태도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려 했으나, 웃을 수는 없었다.


내 등에 걸린 총이 내 몸을 짓누른다.


나와 아이의 위치를 확인시켜 줘야 했다.

아이는 침략자인 나에게 매번 살갑게 말을 거는데, 그런 행위는 아이에게는 물론이고, 나에게도 위험했다.


"너는 내 뒤에 있는 총이 무섭지도 않냐?"


나는 일부러 HK G3 소리 나게 툭툭 쳤다.


"우릴 보호하려고 있는 거잖아요."


아이의 말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보호라고?


내 머릿속에는 전투 중 겪었던 참혹한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폭격으로 폐허가 된 마을, 피투성이가 된 아이들, 그리고 절망 속에 울부짖던 사람들.


"무슨 헛소리야. 우리가 너희 마을을 무단 점령한 거야."


나는 현실을 직시시키려 했지만, 아이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누가 점령하든 상관없어요. 아저씨가 온 이후에는 마을 사람들이 죽지 않는걸요."


그 말에 나는 숨이 막혔다.

이 아이는 모른다.

내가 얼마나 많은 생명을 앗아갔는지.

내 손에 얼마나 많은 묻은 피가 묻혀 있는지.


"내가 여기서 몇 명을 죽인 줄 알면, 그런 말을 못 할 거다."


소녀는 내 말을 무시하고 손을 내밀었다.

고사리 같은 손바닥에는 흙과 상처가 가득했다.


"그건 됐고. 어서 초콜릿 주세요."


"나에게 초콜릿 맡겨놨냐? 없어. 나 먹을 것도 없다."


"아저씨 단 거 안 좋아하는 거, 다 알거든요!!"


소녀는 집요하게 내 손에 쥔 초콜릿을 갈취하려 들었다.

그 작은 손이 내 팔을 잡아당기는 느낌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너 이 새끼. 너는 안 되겠다. 어딜 감히 내 몸에 손을 대!!”


나는 우악스럽게 작은 아이를 끌고 구석진 곳으로 갔다.


주변에 사람들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주머니 속에서 초콜릿을 꺼내 소녀에게 건넸다.


그러자 아이는 어색하게 한국어로 ‘고맙습니다.’라고 말한 뒤에 마치 보물이라도 손에 쥔 것처럼 품에 안고 돌아갔다.


"하, 진짜 양심 없는 게 누군데···."


집에 있는 동생들에게 전해주려고 하는 거겠지.


고작 초콜릿 한 조각이다.


“lee,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얼른 이동해야 합니다.”


“이곳은?”


“근처에 있던 테러 조직들은 이미 모두 서쪽으로 근거지를 옮겼습니다.”


나는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서 랜드크루저에 몸을 실었다.


그게 아이와 마지막 만남이었다.


사흘 후, 우리 팀이 돌아왔을 때, 마을은 재와 시체만이 남아 있었다.


우리는 잘못된 정보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고, 남겨진 주민들은 '적과 내통'했다는 죄목으로 무자비하게 학살당했고···.


매번 나를 반겼던 아이는 마을에 가장 큰 나무에 목이 매달려 있었다.


***


얼음동굴 속 다닥다닥 모닥불이 피어오른다.


“하아, 하아, 하-”


깜빡 잠에 빠졌던 이안이 식은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뭐냐. 갑자기?


아르바토로메우스의 말은 들리지 않는지 이안은 미르를 찾아, 자기 전 미르가 있던 곳을 보았지만, 미르가 보이지 않았다.


[음냐 음냐. 더 다오.]


미르는 이안의 곁에서 새근새근 숨을 쉬며 자고 있었다.


“하-, 이래서 애들은 싫다니까.”


-저 해츨링은 수면기인 것이냐?


“아니, 그저 잠시 쉬는 것일 뿐이야. 아무래도 체력 소비를 아끼기 위해 그동안 최대한 잠을 청했을 거야. 지금은 그저···. 안도감이 든 거겠지. 아직 어리잖아. 아마도 곧 깨어나겠지.”


이안이 제 무릎을 베고 있는 미르의 머리를 바닥에 내려놓고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방한복을 벗었다.


“냉기가 많이 사라졌어. 이 해츨링이 알아서 자기 기운을 조절하고 있는 거야.”


벗은 방한복을 얼음 바닥에 깔고 미르를 그 위로 옮겼다.

미르는 만족스러운지 방한복 위에 둥글게 몸을 말았다.


“하, 참. 배부르고 등 따시니까 잠도 자고 말이지. 태평하다 태평해. 이게 가장 현명하다는 드래곤이야? 사탕 준다면 알아서 뽈뽈뽈 따라가겠네.”


-···. 앞으로 어쩔 생각이냐.


“일단 결계를 한 번 더 확인해야지.”


이안은 얼음동굴의 입구를 향해 절뚝이며 걸어갔다.

불안정한 걸음 소리가 얼음벽을 울렸다.


-너도 잘 알다시피, 그 결계는 반푼이 해츨링인 네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직 어린 해츨링이라고 하여도, 드래곤. 저 화이트 해츨링은 인간들이 대마법사라고 불리우는 존재보다 강하다.


“그러니까. 저 녀석은 이용 가치가 있지.”


-그런 해츨링이 이제까지 통과하지 못한 결계다!!


이안이 걸음을 멈췄다.


“알바, 나의 마나 저항력은 날로 강해지고 있어. 느껴져. 이 심장에서 무언가 꿈틀대는데···.”


이안이 뛰고 있는 심장 위에 손을 얹었다.


“태초의 던전을 기점으로 점점 강해지고 있어. 얼마 전 크레토스 마을에 있던 나였다면, 그 결계는 통과할 수 없었겠지.”


-아무리 마나 저항력이 강하다고 하여도, 아르크트론의 결계다.


“그렇지. 이미 죽은 드래곤.”


이안은 다시 절뚝이며 걸음을 옮겼다.


“그래서 그가 남긴 결계가 약해진 거야. 분명 제 해츨링을 지키기 위한 결계이자, 봉인이었겠지. 하지만 해츨링은 이미 깨어났어. 결계가 약해졌다는 뜻이지.”


-저 드래곤에게 연민이라도 느끼는 것이냐? 같잖군. 같은 드래곤이라고 하여 그리 마음을 쓰는 게냐. 이러다가는 네가 결계를 깨기 전에. 레드 드래곤에게 잡힐 것이다.


“나도 바보는 아니야. 레드 드래곤이 오기 전에, 이 레어를 빠져나간다. 그때는 아무런 미련 없이 저 해츨링을 버릴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무슨 너 같은 드래곤을 걱정한다는 말이냐.


결계에 다다르자, 결계 앞에 진을 치고 있는 노르그렌의 드워프들이 보였다.


“그리고, 저렇게 바리바리 싸 들고 온 걸 봐. 어쩌면 드워프들이 결계를 깰 수도 있어.”


-퍽이나 멍청한 드워프들이 드래곤의 결계를 부수겠다.


“이안님이다. 이안님!!”


보프가 이안을 먼저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결계 앞에서 작업 중이던 드워프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안에게로 쏠렸다.


“어떻게 잘 돼 가고 있냐?”


이안을 환대하던 드워프들이 이안의 눈을 피했다.


이번 탐사대의 총책임을 맡은 호그닐이 나섰다.


“지금 노르그렌 마을에서, 결계를 깰 수 있을 것 같은 아티팩트들은 모두 가져왔으나, 아직 작은 틈도 생기지 않고 있습니다.”


이안의 표정이 굳어졌다.


“죄송합니다.”


-내 말이 맞지 않느냐. 마법의 '마' 자도 모르는 드워프들이 무슨 결계를···.


“안되면 만들면 되는 거지. 이제 용광로 문제도 해결됐는데, 못 만들면 노르그렌 드워프도 아니지. 안 그렇나?”


“맞습니다!! 안 되면 되게 해야지요!!”

“이안님께서 우리를 인정해 주셨다!!”

“반드시 이 결계를 부숴버리자고!!”


노르그렌의 드워프라는 자부심을 가진 드워프들에게 이안의 말은 그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흥분한 드워프들 사이에서 호그닐이 가까스로 진정시켰다.


“잠시만, 모두 조용히 해!!”


진정이라기보다는 윽박질에 가까웠지만, 드워프들은 호그닐의 말에 따랐다.


“크흠. 죄송합니다. 이안님. 그런데 조금 전에 뭐라고 하셨습니까? 드래곤의 숨결이 살아났다고요?”


호그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결계 넘어 이안이 있는 곳에서 공중에 하얀빛이 번쩍였다.


하얀빛의 등장과 함께 순식간에 거대한 얼음동굴 속에 살을 에는 듯한 극한의 냉기가 몰아쳤다.


공기 전체가 날카로운 얼음조각이 되어, 숨을 쉴 때마다 폐 속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드워프들이 자리에 쓰러져 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동굴 안의 모든 것이 서리로 덮였다.


[이안, 이안. 어디에···.]


하얀빛은, 인상을 찡그린 채 추위에 떨고 있는 이안을 발견했다.


이안이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미르. 이게 무슨 짓이지?”


하얀빛이 작아지더니 작은 화이트 해츨링이 날개를 파닥이며 이안의 곁으로 다가갔다.


[크흠. 여기 있을 줄 알았다.]


그와 동시에 극한의 냉기는 마치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방금까지 살을 파고들던 추위가 사라지고, 동굴 안은 다시 평온한 상태로 돌아왔다.


마치 그 극한의 추위가 꿈이었던 것처럼.


드워프들은 방금 전의 얼음 결정이 녹아 물방울로 떨어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미르의 예기치 못한 출현에 드워프들의 반응은 극과 극을 오갔다.


일부는 경외심 어린 눈빛으로 입을 벌린 채 굳어버렸고, 다른 이들은 두려움에 떨며 뒤로 물러섰다.


그들의 얼굴에는 공포와 흥분이 뒤섞여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신비로운 생물을 마주한 순간에 복잡한 감정이 드워프들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에 생생히 드러났다.


"드, 드래곤!!"

"으악!! 화이트 드래곤이다!!"

"···귀여워."

"오, 볼카누스여!!"


환호성과 비명이 뒤섞인 목소리가 동굴을 울렸다.

그들의 눈에는 두려움의 빛과 함께 신비로운 존재를 마주한 희열이 공존했다.


미르가 작은 날개를 파닥이며 얼음동굴 천장에 닿을 만큼 높이 날아올랐다.


미르는 귀엽다고 말한 드워프를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누가 이 몸을 귀엽다고 하였지?]


미르의 말에 얼음동굴이 요동쳤다.


순간 주변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며, 얼어붙는 듯한 한기가 드워프들의 몸을 휘감았다.


[나의 레어에 와서 그딴 말을 지껄이다니···.]


미르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차가운 백색의 안개 같은 기운이 결계 너머로 퍼져나갔다. 그 기운이 닿는 곳마다 서리가 맺히고 얼음 결정이 생겨났다.


[죽고 싶나 보구나.]


결계를 사이에 두고 있을지언정, 드워프들은 미르의 기운에 압도당했다.


그들의 몸은 마치 얼음 조각상처럼 굳어버렸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온몸의 혈관이 얼어붙는 듯한 고통과 함께 영혼 깊숙한 곳에서부터 공포가 솟구쳐 올랐다.


드워프들의 의식은 흐릿해지고, 그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미르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의지를 잃은 그들의 텅 빈 눈에서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자리 잡았고, 입에서 나오는 희미한 숨결마저 얼어붙어 부서져 내렸다.


드래곤이라는 이 압도적인 위압감 앞에서 드워프들은 자신들의 존재가 얼마나 미미한지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들의 영혼은 미르의 힘 앞에 무력하게 휘둘렸고, 자아마저 잃어버릴 것 같은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혔다.


-드래곤 피어구나.


드래곤 피어를 받지 않은 이안은, 드워프들의 변화를 살펴보며 드래곤 피어의 위력을 관찰했다.


이안은 드워프들의 숨이 넘어갈 때쯤에서야 나서야 높이 나는 미르를 바라보았다.


“미르, 너의 위엄을 충분히 보여줬어. 그러니 이제 그만하는 게 어떨까?”


[하지만 저 드워프들이 감히 나의 레어에서 나를 모욕했다.]


“좋아. 계속 피어 날려. 하지만 그러면···.”


이안은 다음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총명한 미르는 이안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차렸다.


[이안, 먹는 거로 그러지 마라.]


미르는 드래곤 피어를 거두고 축 처진 꼬리로 힘없이 이안에게로 날아왔다.


이안은 제 곁에 다가온 미르에게만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르, 너야말로 말 잘 들어야 한다고 했을 때, 고개 끄덕였던 거 잊지 마라.”


짧은 시간 미르로 인해 지옥문을 두 번 방문했던 드워프들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 미친놈!! 너 때문에 드래곤님께서 분노하시지 않았느냐.”

“저, 저 새끼 눈치 없는 건 알고 있었지만!!”


미르에게 '귀엽다'라고 말 한번 잘못한 드워프는 공포에 질린 채 얼음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몸은 극심한 공포와 후회로 떨리고 있었다.


"오, 위대하신 드래곤님!"

그가 절규하듯 외쳤다.


"이 아둔한 종족의 멍청한 혀가 당신의 존엄을 더럽혔나이다!"

드워프는 무릎을 꿇고 몸을 최대한 낮춰 얼음 바닥에 이마를 강하게 찧었다.


그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감히 드래곤님께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이마를 얼음 바닥에 박았다.

그의 피가 얼음 위로 퍼져나갔다.


이안은 묵묵히 드워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이들도 드래곤이란 존재를 정확하게 알아야 했다.

아무리 미르가 귀여운 해츨링이라고 하여도, 드래곤.

이번 일이 노르그렌에게 큰 교훈이 될 것이다.


"위대하신 드래곤님, 당신의 무한한 지혜로 이 어리석은 종을 심판하소서. 당신의 숭고한 존재 앞에 저는 한낱 먼지에 불과하옵니다. 저를 죽여주시옵소서."


[하, 네 목숨이 무슨 가치라도 있는 것이 마냥 구는구나.]


미르가 날개를 파닥이자, 이안이 작게 속삭였다.


“밥.”


[하지만 네 잘못을 잘 알고 뉘우치고 있으니, 이번만큼은 자비를 베풀겠다.]


“드래곤님의 넓은 아량에 감사합니다. 이 죄인의 목숨 따위로 속죄가 부족하오니, 제 영혼마저 당신의 발아래 바치겠나이다!”


드워프는 감격에 겨워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위대하신 드래곤이시여.”

“어찌 저리 자비로우신가.”

“노르그렌에 복이로다.”


결계 넘어 드워프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 미르에 관한 찬사를 늘어놓았다.


-쯔쯔쯔. 미친 놈들.


“알바, 드래곤 앞에서 제정신으로 있을 수 없는 거야. 그것보다 호그닐.”


이안은 다른 드워프들과 함께 부복하고 있는 호그닐을 불렀다.


“네!!”


호그닐이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이안이 있는 결계 근처로 다가갔다.


“보면 알겠지만, 베나룩스 산맥에서 몇 년째 이어진 혹한의 겨울은 미르의 숨결 탓이었어.”


“드래곤이 숨결이, 해츨링의 숨결 때문에···.”


[드래곤의 숨결?]


미르의 기세가 다시 날카로워지자, 호그닐은 제 입을 가렸다.


“헙. 죄송합니다. 불충하게 용광로 따위에 지고한 존재의 이름을 붙인 탓입니다. 당장 마을로 돌아가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 하겠습니다.”


“그래. 광, 아니 레드 드래곤이 들으면 경을 칠 말이니까, 바꿔.”


“넵.”


“그리고. 보다시피 미르는 지금 기운을 조절하고 있거든. 용광로는 앞으로 정상적으로 작동할 거야.”


[흥, 몸속에 기운이 빠지는 느낌은 그리 유쾌한 기분이 아니다.]


“그래, 그래. 미르 너도 어쩔 수 없다는 거 알아. 하지만 미르, 베나룩스 산맥은 너로 인해 몇 년째 혹한의 겨울이 이어지고 있었어.”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지?]


고개를 갸웃거리는 미르의 행동에 이안은 한숨을 쉬었다.


“네가 기운을 조절하지 않아서 새어 나오는 한기가 베나룩스 산맥 전체를 혹한의 겨울을 만들었다는 말이야. 그래서 사람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죽어가고 있고, 노르그렌의 드워프들의 용광로까지 식어가고 있어.”


[그래서 어쨌다는 말이냐. 아, 노르그렌의 드워프라면 안다. 레어에 기록돼 있다. 나의 노예들이지?]


미르의 은색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그 눈빛에 호그닐이 몸을 흠칫 떨었다.


“역시, 아크트론의 해츨링···.”


[우습군. 나는 무언가의 소유가 아닌데, 소유격을 붙이다니.]


“미르 잠시만 멈춰. 지금 노르그렌은 네 레어의 영역이 아니야. 레드 드래곤의 영역이지.”


[그렇다면 싸워야겠구나. 감히 나의 것을 노리다니···!!]


“···.”


미르의 당찬 말에 이안은 할 말을 잃고야 말았다.


-캬캬캬캬. 레드 드래곤에게 덤비겠다는 거냐? 어린 해츨링이, 그 기세는 마음에 드는구나.


[아무리 강한 드래곤일지라도, 나의 것을 탐하는 자는 참을 수 없다. 넘기지 않는다면 죽여야지.]


광오한 미르의 말에 이안은 생길 리 없는 두통을 느끼며 머리를 짚었다.


‘드래곤들은 왜 하나같이 다 미친 놈들뿐이지.’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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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해츨링은 참지않긔(4) 24.07.08 16 0 16쪽
47 해츨링은 참지앉긔(3) 24.07.07 15 0 17쪽
46 해츨링은 참지않긔(2) 24.07.06 19 0 14쪽
» 해츨링은 참지않긔(1) 24.07.05 18 0 17쪽
44 해츨링과 밥상머리 교육(2) (수정) 24.07.04 18 0 17쪽
43 해츨링과 밥상머리 교육(1) 24.07.03 20 0 16쪽
42 폭군의 창(3) 24.07.02 23 0 15쪽
41 폭군의 창(2) 24.07.01 21 0 15쪽
40 폭군의 창(1) 24.06.30 27 0 16쪽
39 검과 거래 24.06.28 25 0 16쪽
38 노르그렌과 드래곤의 숨결(3) 24.06.26 28 0 12쪽
37 노르그렌과 드래곤의 숨결(2) 24.06.25 23 0 13쪽
36 노르그렌과 드래곤의 숨결(1) 24.06.24 25 0 13쪽
35 혹한의 설산 아래에는(4) 24.06.23 23 0 13쪽
34 혹한의 설산 아래에는(3) 24.06.22 24 0 17쪽
33 혹한의 설산 아래에는(2) 24.06.21 27 1 19쪽
32 혹한의 설산 아래에는(1) 24.06.20 28 1 14쪽
31 이세계의 종교쟁이(3) 24.06.19 25 1 14쪽
30 이세계의 종교쟁이(2) +1 24.06.18 26 1 16쪽
29 이세계의 종교쟁이(1) 24.06.17 32 1 13쪽
28 최초로 던전이 무너진 날 24.06.16 29 1 12쪽
27 크레토스 미궁의 생존자들 24.06.15 32 1 13쪽
26 저주받은 소, 축복받은 자 24.06.14 28 1 16쪽
25 미노타우르스의 미궁(4) +1 24.06.13 32 1 14쪽
24 미노타우르스의 미궁(3) 24.06.12 27 1 14쪽
23 미노타우르스의 미궁(2) (수정) 24.06.11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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