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룡이 내게 집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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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노예
작품등록일 :
2024.05.23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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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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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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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은 참지앉긔(3)

DUMMY

차갑고 축축한 공기가 동굴 벽을 타고 흘러내렸다.


얼음 기둥들이 천장에서 바닥까지 뻗어 있었고, 그 사이로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들어왔다.


동굴 바닥은 매끄러운 얼음으로 덮여 있어 걸을 때마다 미끄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얼어붙은 세계 속에서, 이안이 절뚝이며 얼음동굴을 내려갔다.


그의 불규칙한 발걸음 소리가 얼음벽에 부딪혀 울렸고, 그의 숨결이 차가운 공기 속에서 흰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해츨링이 심기가 매우 불편한 것 같구나. 그런데, 아까 그 드워프 표정 보았느냐? 캬캬캬. 마치 나라를 잃은 표정이었지.


그로인의 아티팩트들이 이안의 손에서 파삭하고 깨지는 순간, 망연자실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로인의 표정이 떠오른 이안은 고개를 저었다.


이안이 자기 손바닥을 폈다 쥐었다.


"마나 저항력이 커가는 건 느꼈지만, 마나 저항력을 키우는 도구들까지 박살 낼 정도일 줄이야. 아티팩트에 관해서는 그저 똥손이야."


이안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새겨지고 또 지워졌다.


"후우, 드워프들에게 도움을 바랄 수는 없겠어."


-자발적인 노예의 한계다. 스스로에게 목줄을 멘 종족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알바. 그 말은 너무 심하지 않아?"


-그것보다도, 너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이안은 걸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온종일 결계를 살폈지만, 약한 면을 찾지 못했어."


-끌끌끌. 시간 낭비를 하였군.


"시간 낭비는 아니지. 결계를 통과할 때 느끼는 부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그 짧은 시간 동안 마나 저항력이 커지고 있다는 말이냐?


"그렇지."


이안이 결계를 통과할 때마다 느끼는 불쾌한 감각을 떨쳐내려 백금발을 쓸어올렸다.


-과연 좋아해야 할 일인지는 모르겠구나.


아르바토로메우스의 말에 이안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건 나도 알 수 없어. 다행인 건, 던전 속에서 구한 핵의 위력에는 변화가 없다는 거야."


이안의 오른손에 끼워진 팔찌에 붉은빛이 반짝였다.


"그런데, 저거 지금 나한테 항의하고 있는 거 맞지."


이안은 저 보란 듯 저에게 등을 돌린 채, 짧은 꼬리로 얼음 바닥을 탁탁 치고 있는 하얀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미르, 잠깐 나 좀 봐."


[싫다. 이안과는 말하지 않겠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미르의 목소리에는 뚜렷한 불만이 묻어났다.

이안의 관자놀이에 혈관이 볼록 튀어나왔다.


"누가 할 소리를···."


이안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뒷말을 삼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끌끌끌. 이제 너도 나의 속 터지는 마음을 이해하겠느냐.


이안은 왼손 반지의 아공간에서 드워프들이 수레로 실어 날랐던 음식들을 꺼냈다.


하지만 미르는 이안과 음식들에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안이 하는 행동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 미르의 짧은 꼬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미르. 일하지 않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고 했어. 이제 너도 거들어"


[싫다. 나는 먹고 싶지 않다.]


미르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그의 꼬리 끝이 살짝 흔들렸다.


-단단히 토라졌군. 먹는 것에 환장하는 해츨링이···.


[토라진 게 아니다. 먹는 것에 환장하지도 않는다.]


여전히 얼음벽을 바라보면서 꼬리로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어린 해츨링에 이안이 한숨을 쉬었다.


이안은 절뚝이며 미르에게 다가갔다.

그의 발걸음 소리에 미르의 귀가 살짝 움직였다.

미르는 이안이 오는 방향 반대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미르의 꼬리는 조금 전까지 얼음 파편을 튕기던 것과 달리 얌전해졌다.


미르의 생각이 훤히 보이는 짧은 꼬리를 보며 이안은 웃음이 났다.


[왜 웃는 것이냐.]


영락없이 심통 난 아이의 목소리였다.


"너야말로 왜 그렇게 화난 거야?"


미르가 콧방귀를 꼈다.

그의 조그만 콧구멍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흥-! 나는 레드 드래곤의 보호 따위 필요 없다.]


이안의 회색 눈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미르. 너는 해츨링이야. 그러니까 어덜트 드래곤 이상의 드래곤의 보호가 있어야 한다고.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잖아."


이안의 말을 부정하지는 못한 미르가 작게 중얼거렸다.


[이안은 바보다.]


"미르···. 나는 너를 보호해 줄 수 없어. 나는 누군가를 보호할 수 있는 입장이 되지 않아."


미르가 천천히 이안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안은 결계를 깨고 나를 찾아온 유일한 드래곤이다. 그리고 나를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약속해 준 드래곤이다. 왜 그렇게 약한 소리를 하는 건가.]


"미르, 나를 봐."

이안의 목소리에 무게가 실려 있었기에, 미르는 이안의 회색 눈을 바라보았다.


"나에게 묻고 싶은 게 많겠지. 왜 백금색 머리카락이냐, 군데군데 보이는 검은 머리카락은 무엇이냐. 왜 내 눈은 회색이냐. 등등."


미르는 왜 이안이 저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미르의 꼬리가 불안하게 움직였다.


"너도 알고 있잖아. 나에게 따로 묻지 않은 건, 너의 배려겠지. 아니면 무관심이었거나. 어쨌든 난 다른 드래곤들과 달라."


이안이 지팡이로 자신의 오른발을 툭툭 두드렸다.

자연스레 미르의 커다란 은색 눈망울이 이안의 다리를 향했다.


"이 다리는 태어날 때부터 이랬어. 우습지 않아? 완전무결하다는 드래곤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거."


미르는 혼란이 가득한 눈망울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이안은 자신의 약점을 나에게 설명하는 거지?]


미르의 물음에 이안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러나 미르를 바라보는 이안의 회색 눈에는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나는 마법을 쓸 수 없어."


미르는 순간 이안이 저에게 한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큰 눈망울을 끔벅일 뿐이었다. 미르의 작은 입이 벌어졌다.


[그게 무슨 말이냐?]


미르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그에 대답하는 이안의 목소리는 차분하기 그지 없었다.


"말 그대로야. 나는 마법을 쓸 수 없어."


[그렇다면, 결계는? 결계는 어떻게 통과한 거지?]


"내가 마법을 쓸 수 없는 이유. 그 이유 때문이지. 내 몸이 마나를 거부하거든."


미르가 작은 날개를 파닥였다. 작은 날개의 파닥임에 공기가 흔들렸다.


[그럴 수 없다. 드래곤은 마나 그 자체다. 너는 분명 드래곤이다. 네가 드래곤이 아니라면 내가 알아채지 못할 리 없다. 너에게는 분명 드래곤의 기운이 풍긴다. 골드 드래곤의···.]


이안이 저를 부정하는 미르의 말을 잘랐다.


"그런데 내 머리색은 금발이 아니잖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돌연변이야."


[돌연, 변이?]


"이상하게 태어났다는 말이야. 기형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까? 내 드래곤 하트에는 마나가 없어."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래서 네가 나에게서 마나를 느끼지 못했던 거야."


[그런데 어떻게 살 수 있는 거지?]

미르의 말은 일면 잔혹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안은 그 말의 뜻을 알았다.


미르의 목소리에 순수한 궁금증이 묻어있었다.


드래곤의 심장에 마나가 없는데, 어떻게 살 수 있느냐는 물음이었다.


"그건 모르겠네. 그냥 태어났으니까, 살아있으니까, 사는 거야."


미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의 생물학적 어머니, 그러니까 나를 낳은 골드 드래곤, 아우렐리아."


이안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아우렐리아를 읊으며 그의 표정과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그렇게 쉽게 이름을 말해도 되는 건가.]


미르가 걱정스레 물었지만, 이안은 그저 웃었다.


"괜찮아. 그녀는 죽었거든. 그리고 나는 그 드래곤의 의지를 잇기로 했어. 약속했거든. 살기로."


미르는 왜인지 설명할 수 없었지만, 제 심장이 아려옴을 느꼈다.


미르는 말없이 조심스레 이안에게로 다가갔다.


[왜 나에게 이런 것들을 말하는 거냐?. 너는 마법도 쓸 수 없는 드래곤이다. 나는 이 자리에서 너를 죽일 수도 있다.]


미르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은색 눈망울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미르를 바라보는 이안의 입가에 미소가 맴돌았다.


"그러게. 왜 이런 말까지 했던 걸까."


이안은 미소를 거두지 않고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너는 나를 죽일 수 없어. 네가 이 결계를 벗어나려면 내 도움이 필요하잖아. 내가 없으면, 먹을 것도 조달하지 못해 굶어 죽겠지. 안 그래?"


[그건 맞는 말이다. 그렇군. 나는 너를 죽일 수 없군.]


침울하게 말하는 미르의 꼬리는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거렸다.


"그래, 그래. 그러니까 마법을 쓰지 못하는 이 불쌍한 드래곤 좀 도와줘,"


이안이 장난스레 건네 말에 미르는 신이 났는지 눈을 빛냈다.


[내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가?]


"일단 마나로 불 좀 붙여라. 이왕 호화스러운 재료가 준비되어 있는데, 날로 먹는 건 아깝잖아."


[그렇다. 아깝다! 알겠다. 내가 너를 도와주지.]


미르의 목소리에 열정이 가득했다.


미르가 작은 날개를 파닥이며 이안이 줄 세워 놓은 재료들로 날아갔다.


이안은 동동 공중에 띄워진 토실토실한 해츨링의 엉덩이에 달린 짧은 꼬리가 기분 좋게 살랑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다 말해도 되는 것이냐. 그리고 네 어머니가 아우렐리아라니···. 그 드래곤은···.


[여기에 불을 지르면 되는 거냐??]


미르의 목소리가 아르바트로메우스의 말을 끊었다.

이안은 불길함을 느끼고 일단 외쳤다.


"잠깐!! 미르 멈춰!!"


하지만 이안의 외침이 닿기도 전에 미르는 드워프들이 가져온 재료들에 불을 붙였다.


붉은 불꽃이 재료들을 덮쳤다.


"안···, 돼···."

이안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안은 황망히 불타오르는 재료들을 쳐다보았다.


드워프들이 선별한 고급 재료들은 까만 연기를 내뿜으며, 활활 잘도 탔다.


"이 무식한 해츨링이!! 내가 요리하는 것 봤었잖아!! 누가 무식하게 재료들을 다 태워?!!"


[나는 무식하지 않다. 네가 불을 붙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미르는 억울하다는 듯 공중에서 꼬리를 위아래로 탕탕 쳤다.


"당연히 요리할 수 있게 불을 피우라는 거지!! 저러면 먹을 수 없잖아!!"


먹을 수 없다는 말에 미르는 황급히 불을 껐다.

그러나 불꽃이 휩쓴 자리에는 이미 재가 되어버린 재료들만이 그 자리를 지켰다.


"···."


이안은 말을 잃고서, 생길 리 없는 두통에 머리를 짚었다.


[네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서 그런 거다.]


미르의 목소리는 당당했지만, 그의 꼬리가 배 쪽으로 말렸다.


"오늘 밥은 없다."


이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낮게 울리는 이안의 말에 해츨링은 살포시 이안 앞에 내려왔다.


미르는 날개를 접고 꼬리를 둥글게 말아 풀이 죽은 모습으로 이안의 눈치를 살폈다.


"이럴 때는 잘못했습니다. 하는 거다."


[지고한 존재는 그런 말을 할 수 없다.]


미르는 떨리는 목소리로 제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자 이안의 눈에는 화이트 드래곤의 기운보다 더 차가운 서리가 껴 있었다.


미르가 우물쭈물하다가 겨우 말을 뱉었다.


[···. 잘못했다.]


-내 생전, 드래곤이 잘못했다는 말을 듣다니···. 아무리 해츨링이라고는 하나, 얘도 좀 이상한 해츨링···. 끄아아악!!


교육에 좋지 못한 말을 내뱉은 죄로 아르바토로메우스를 응징한 이안이 한숨을 쉬었다.


"후우···. 그래. 잘못한 걸 알았으면 됐어."


이안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이안이 나서자, 그 뒤를 미르가 작은 날개를 파닥이며 졸졸 따라다녔다.


[어디 가는 것이냐.]


미르의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났다.


"오늘 먹을 밥 구하러 가야지."


[안 된다. 이안 가지 마라.]


"배고프잖아."


[배고프지 않다.]


이안이 뒤돌아 작은 날개를 파닥이는 미르를 보았다.


"배고프지 않다고?"


이안의 눈썹이 올라갔다.


[그렇다. 배고프지··· 꼬르르륵!!]


미르의 배에서 큰 소리가 났다.


미르가 짤막한 손으로 큰 소리로 울어대고 있는 제 배를 가렸다.


이안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미르를 노려보았다.


"···. 배 안 고프다고?"


[그렇다. 배고프지 않다. 이건 소화 과정 중, 음식을 소화하는 동안 장에서 가스와 액체가 움직이면서 나오는 소리로, 배고파서 나는 소리가 아니··· 꼬르르륵-, 다.]


미르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이안이 물끄러미 미르를 쳐다보았다.


-쯧쯧. 해츨링이 얼굴에 철판을 깔았구나. 이래서 드래곤들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안이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자 미르가 이안의 앞을 막아섰다.


"미르 갑자기 왜 그래? 알았어. 너 배 안고파. 그런데 내가 배고파서 그래. 내가 배고파서."


이안이 귀찮다는 듯 한 발짝 옆으로 옮기자, 다시 미르가 그 앞을 가로막았다.


[드워프들에게 재료를 가지고 오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니냐. 드래곤은 오랫동안 굶어도 죽지 않는다.]


"도대체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어제만 해도 더 달라고 떼썼으면서."


[떼 쓴 게 아니다. 정당히 요구했을 뿐.]


미르의 꼬리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하지만 나는 굶기 싫으니까 몬스터 잡아 올게."


[안된다. 밖은 위험하다.]


미르의 말에 아르바토로메우스가 헛웃음을 흘렸다.


-반푼이 해, 아니 반푼이 드래곤아.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거냐? 위험? 밖의 몬스터들이 위험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이안은 반푼이 드래곤이다.]


미르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차 있었다.


이안은 공중에 떠 있는 저 조그만 해츨링을 한 대 때리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지만, 어디 한번 지껄여봐라는 심정으로 그대로 두었다.


[이안은 마법을 쓰지 못한다. 마법을 쓰지 못하는 드래곤은 약하다. 밖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미르의 목소리에 진심이 묻어났다.

이안은 잘 먹인 보람을 느끼면서도 찜찜했다.


‘내가 이 작은 해츨링이 걱정할 수준이야?’


이안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어렸다.


"미르. 아무리 그래도 내가 드래곤인데, 몬스터에게 당하겠어?"


[그건 모를 일 아닌가. 드래곤 하트에 마나가 없는 네가 어떻게 지금 살아있는 건지도 모르는데, 갑자기 쓰러질 수도 있다.]


미르가 꼬리를 강하게 탁탁 내리쳤다.

짧은 꼬리에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꼬리에서 살벌한 바람 소리와 함께 강한 바람이 일었다.


-아이고 어린 해츨링아. 드래곤 걱정은 하는 게 아니다.


[이안은 다르다. 이안은 드래곤 같지 않은 드래곤. 네 말대로 반푼이다. 이안은 오히려 나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이안은 어처구니없는 해츨링의 선언에 이마를 짚었다.


-호오, 그 말 또한 틀리지 않는 말이구나. 캬캬캬, 반푼이 해 끄아악-!!


아르바토로메우스에게 딱밤을 먹인 이안의 오른손 팔찌가 붉게 빛났다.


미르는 자석에 이끌리는 듯 이안의 오른손 팔찌로 다가갔다.


"아무리 반푼이 드래곤이라고 하더라도, 광, 아니 레드 드래곤이나, 다른 드래곤들에 비해 약할지는 몰라도. 너같이 솜털도 가시지 않은 해츨링의 보호는 필요 없다."


그렇게 말한 이안이 동굴 밖을 향해 나아갔다.


[하지만,]


미르의 목소리가 떨렸다.


미르가 날개를 파닥이며 이안을 뒤쫓았다.


그러나 곧 쿵-. 소리와 함께 가로막혔다.


미르의 머리가 결계와 부딪히며 얼음동굴 전체가 울렸다.


미르가 짧은 팔로, 몸 삼분의 일은 차지하는 큰 머리를 감싸쥐었다.


[힝-!]


충격이 큰 머리를 만지면서도 미르의 시선은 이안의 등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안은 큰소리를 내며 부딪힌 미르를 보지도 않고 외쳤다.

이안ㅇ의 목소리가 동굴에 울렸다.


"북부 와이번 잡아 올 테니까, 미르는 먹을 준비나 하고 있어. 이번에는 태울 생각하지 말고."


[이안, 이안!!]

미르는 저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는 이안을 하염없이 불렀다.


미르는 떠나가는 이안을 보며, 결계를 뚫기 위해서 쉼 없이 부딪히고, 마법을 썼지만, 결계는 굳건했다.


이안의 모습이 사라지고 한참이 지나서야, 미르는 얼음 바닥에 주저앉았다.


미르의 날개가 축 처졌다.


[와이번 고기 따위는 필요 없는데···.]


미르는 이안이 간 방향을 향해 고개를 괴고, 시간이 멈춘 듯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안은 역시 바보다. 반푼이 드래곤]


고요한 얼음동굴의 차가운 공기 속에, 이안의 귀환을 기다리는 미르의 작은 숨결만이 울렸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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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해츨링은 참지않긔(4) 24.07.08 17 0 16쪽
» 해츨링은 참지앉긔(3) 24.07.07 16 0 17쪽
46 해츨링은 참지않긔(2) 24.07.06 19 0 14쪽
45 해츨링은 참지않긔(1) 24.07.05 18 0 17쪽
44 해츨링과 밥상머리 교육(2) (수정) 24.07.04 18 0 17쪽
43 해츨링과 밥상머리 교육(1) 24.07.03 20 0 16쪽
42 폭군의 창(3) 24.07.02 23 0 15쪽
41 폭군의 창(2) 24.07.01 21 0 15쪽
40 폭군의 창(1) 24.06.30 27 0 16쪽
39 검과 거래 24.06.28 25 0 16쪽
38 노르그렌과 드래곤의 숨결(3) 24.06.26 28 0 12쪽
37 노르그렌과 드래곤의 숨결(2) 24.06.25 23 0 13쪽
36 노르그렌과 드래곤의 숨결(1) 24.06.24 25 0 13쪽
35 혹한의 설산 아래에는(4) 24.06.23 23 0 13쪽
34 혹한의 설산 아래에는(3) 24.06.22 25 0 17쪽
33 혹한의 설산 아래에는(2) 24.06.21 27 1 19쪽
32 혹한의 설산 아래에는(1) 24.06.20 28 1 14쪽
31 이세계의 종교쟁이(3) 24.06.19 25 1 14쪽
30 이세계의 종교쟁이(2) +1 24.06.18 26 1 16쪽
29 이세계의 종교쟁이(1) 24.06.17 32 1 13쪽
28 최초로 던전이 무너진 날 24.06.16 30 1 12쪽
27 크레토스 미궁의 생존자들 24.06.15 32 1 13쪽
26 저주받은 소, 축복받은 자 24.06.14 29 1 16쪽
25 미노타우르스의 미궁(4) +1 24.06.13 33 1 14쪽
24 미노타우르스의 미궁(3) 24.06.12 28 1 14쪽
23 미노타우르스의 미궁(2) (수정) 24.06.11 2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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