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신교 삼공자 가출했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드라마

써요
작품등록일 :
2024.05.23 17:31
최근연재일 :
2024.06.27 08:1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3,226
추천수 :
30
글자수 :
196,675

작성
24.05.30 10:10
조회
90
추천
1
글자
12쪽

감숙혈사(3)

DUMMY



은진아는 뒤늦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자의 얼굴이 왠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어디선가 분명히 본 얼굴. 


“하···동? 저기, 그쪽!!! 단소협의 시종 하동이죠?”


은진아의 말에 몸을 돌리던 남자는 다리가 굳은 듯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그리고, 자기의 손목을 잡고 있던 복면을 쓴 이의 눈에는 허탈함이 깃들었다.


‘대체 나를 어떻게 알아본 거지?? 혹시??’


몸을 돌려 나가던 남자는 자기의 얼굴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얼굴에서 느껴져야 할 천의 촉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없···네? 복면이···없어···조졌네?’


복면을 쓴 남자가 은진아의 손목을 놓고 몸을 돌려 나가던 이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퍼억!!!


“이 모지리!! 내가 복면 쓰고 들어오라 했지!!”


“아파요!! 왜 때려요!!”


엉덩이를 걷어차인 남자는 넘어져 엉덩이를 부여잡고 뒹굴며 소리쳤다.


‘지금···이게···무슨 상황이지?’


은진아는 눈앞에 벌어진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머릿속에서 차근차근 정리해 나갔다.


‘저자는 분명 단소협의 시종인 하동이 맞다. 그럼 저 복면을 쓴 사람은···!!!’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던 은진아의 입에서는 확신에 가득 찬 음성이 흘러나왔다.


“단소협이십니까?”


은진아의 확신 가득한 말에 한숨을 푹 하고 쉰 남자는 자포자기한 듯 복면을 벗었다.


그제야 드러나는 얼굴. 


그날 저녁 자기의 집에서 보았던 수려한 외모가 복면 속에서 보인다.


은진아의 예상대로 그는 단우진이 맞았다.


“단소협 대체 지금 이게 무슨 상황입니까?”


“일단, 진정하시고 앉으시죠. 이야기하자면 깁니다.”


은진아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아니요. 돌아가겠습니다. 제 호위는 어디 있나요.”


“그분은 다른 곳에서 편하게 쉬고 계시니, 일단 진정하고 제 말부터 듣는 게 어떠하십니까?”


“···단소협, 그만 하세요. 이런 상황에서 무슨 이야기를 들으라는 겁니까”


은진아는 화를 내며 검을 챙겨 방을 빠져나가려 했다.


“잠시만요.”


단우진의 손이 자기를 지나쳐 나가는 은진아의 손목을 붙잡았다.


“끝까지 무례···”


손목을 잡혀 자리에 멈춰선 은진아의 짜증 섞인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단우진의 음성이 은진아의 귀를 때렸다.


“은위경 장주님께 시간이 없습니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는 은진아. 


“곧 돌아가실 겁니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아버지가 곧 돌아가신다니”


은진아의 목소리가 얕게 떨렸다.


“은장주님의 병세는 단순한 병이 아닙니다. 그건 바로 독에 중독된 증상입니다.”


은진아는 단우진이 하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독이라니. 어느 누가 감숙에서 아버지인 은위경을 중독시킨단 말인가.


“지금···저를 납치한 이가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저보고 믿으라는 말씀이십니까?”


단우진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은진아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림이 가득했다.


“제 말을 믿으시건 안 믿으시건 그것은 은소저의 자유입니다. 허나, 어떠한 선택을 하시던 곧 은가장에 위험이 닥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단우진은 계속해서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쏟아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은가장에 닥칠 위험은 무엇이며, 이를···단소협은 어떤 연유로 알고 있으신 겁니까?”


단우진은 탁자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긴 이야기가 될 터입니다. 앉으시죠. 모두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단우진은 현재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대부분을 은진아에게 털어놓았다. 백검문의 속셈과 장주가 중독되었다는 독의 특징, 그리고 은진겸의 살해 청부, 백검문의 최후에는 자기조차도 희생양 삼아 이 감숙을 장악하려 한다는 모든 이야기를 은진아에게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듣는 은진아의 표정은 서리가 내린 듯 차갑게 식어가기 시작했다.


“지금···이 이야기가 모두 사실입니까?”


단우진은 은진아의 질문에 한권의 서책과 몇장의 종이, 그리고 전표 뭉치를 탁자에 올렸다.


“이 책은 말씀드렸던, 백검문이 철혈방에게 건네준 금액이 적힌 장부입니다. 그리고 이 종이들은 제가 백검문에게 받은 의뢰의 내용들, 마지막으로 이 전표들은 백검문에서 의뢰 비용으로 받은 금액입니다.”


은진아는 단우진이 건네준 책과 종이들을 살폈다.


“···하지만, 단소협이 건네준 책과 종이에는 백검문이 특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허니, 제가 단소협의 말을 어찌 믿어야 합니까? 그리고, 아버지가 중독됐다는 독은 어찌 증명할 수 있나요. 수많은 의원이 다녀갔지만, 그 누구도 아버지가 독에 중독되었다고 한 이는 없습니다.”


“···”


묵묵부답.


혈독은 중원에 알려진 독이 아니다. 오직 천마신교만이 알고 있는 독. 이를 은진아에게 납득시키기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단우진은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왜 아무 말도 없으신가요”


“···말씀드릴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리 숨기는 것이 있는데, 저는 단소협의 말을 믿어야 하는 겁니까?”


“앞서 말씀드렸던 대로 제 말을 믿고 안 믿고의 여부는 오로지 은소저의 결정입니다.”


은진아에게 가문의 앞날을 결정지을지도 모르는 선택을 강요하는 단우진의 냉정하다고도 볼 수 있는 말.



“다만, 제 말을 믿는다면 적어도 은가장의 손해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어진 말로 단우진은 은진아의 선택에 부담을 덜어 주었다..


모든 이야기를 듣고 선택의 기로에 선 은진아는 혼란스러웠다. 단우진이 털어놓은 저 모든 이야기 신뢰해야 하는지, 아니라면 그는 대체 무엇을 얻고자 이런 일을 벌이는지. 어


그저 이 복잡한 생각 속에서 유일하게 그녀가 기댈 수 있는 것은 단우진의 눈이었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장환의 눈빛.


그와 반대로 자기의 앞에서 빛을 내는 단우진의 눈빛.


단우진의 이야기가 전부 사실이라면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은진아는 선택해야 했다. 가문을 무너트릴 수도 혹은 구할 수도 있는 위험한 선택을 이 자리에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해야 했지만, 그녀는 자기의 앞에서 빛을 내는 저 눈빛을 믿기로 했다.


“···제가 무엇을 어떡하면 될까요.”


드디어 마음의 결정을 한 은진아. 


“지금부터 전 은진겸을 세상에서 잠시 지울 생각입니다.”


두 사람은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은진아가 귀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은가장은 소가주 은진겸의 실종으로 난리가 났다.




***




그날 늦은 밤, 단우진은 직접 장환을 만나기 위해 백검문으로 찾아갔다. 하지만, 단우진은 백검문을 들어서기도 전에 입구에서 문지기에 막혀 장환을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나 진짜 문주님을 뵈러 왔다고!!! 문주님을 불러달라니깐!!! 진짜!!! 문주님이랑 아는 사이라고!!!”


단우진의 적극적인 자기변호에도 백검문의 문지기는 단호하게 대응했다.


“너 같은 녀석이 아무런 약속도 없이, 만나 뵐 수 있는 분이 아니다. 귀찮게 하지 말고 썩 꺼지거라.”


“하아···니들 진짜 후회한다. 그냥 막지 말고 비켜! 진짜 문주님 뵈러 온 거니까”


단우진은 길을 막고선 문지기들을 밀어내며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이놈이!!! 말로 해선 안 되는 놈이구나!!!”


밀고 들어오는 단우진을 막으려 백검문 문지기들은 쥐고 있는 검을 들어 검집 채 단우진에게 내려쳤다. 하지만, 단우진은 가볍게 피해내며 문지기들을 스쳐 지나갔다.


‘어... 어디 갔지?!’


-퍽 퍽


-쿵 쿠웅


단우진은 문지기 두 명의 목을 가볍게 내려쳐 기절시키자 실이 끊긴 인형처럼 문지기 둘은 바닥에 쓰러졌다.


-끼익


백검문의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단우진을 백검문의 사람들이 의아하게 쳐다본다.


“누구냐? 누가 문을 열어 준 게냐”


“내가 누군지는 알 필요 없고, 문주님 뵈러 왔으니까 안내해”


몇 명의 무인이 흰색 무복을 입고 검을 패용한 채 단우진의 앞으로 다가온다.


“네놈이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문주님은 지금 뵐 수 없으니 썩 나가거라!”


“하···또 똑같은 소리네”


더 이상 긴 이야기를 하는 게 싫었던 단우진은 다가오는 백검문 무인들에게 주먹을 날렸다.


-퍽 퍼억 퍽퍽퍽


단우진을 돌려보내려던, 백검문의 무인들은 갑작스레 날아온 주먹에 제대로 된 반응도 하지 못하고, 전원 의식을 잃고 날아갔다.


단우진의 갑작스러운 주먹질에 주변에서 이를 지켜보던 백검문의 모든 무인이 단우진의 곁으로 다가왔다.


“감히 백검문에서 행패를 부리는 게냐!!”


“말을 똑바로 합시다. 행패는 내가 아니라 니들이 부리고 있는 거고, 더 긴말 안 할 테니까 문주님 모셔 오라고”


-챙 챙 챙


모여든 백검문의 무인들이 모두 검을 뽑아 들어 단우진을 향해 겨눴다.


“하아···진짜 귀찮게 하네···”


그때, 


“늦은 밤에 무슨 소란이냐!!!”


장서한이 무인들의 뒤편에서 뒷짐을 진 채,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단우진은 반갑다는 듯이 장서한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장서한~~오래간만이야~~ 잘 지냈어?~~”


오랜 지기인 듯, 자기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드는 이의 얼굴을 확인한 장서한의 표정은 사정없이 구겨졌다. 


‘저놈은!!!’


장서한은 단우진을 에워싼 무인들을 헤치고 단우진의 앞에 섰다.


“네놈이 대체 여긴 어쩐 일이냐?”


“사정이 생겨 문주님을 좀 봬야 할 것 같아서”


“네깟 녀석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찾아와서 만나 뵐 수 있는 분이 아니다. 좋은 말로 할 때 썩 꺼져라.”


장서한은 단우진에데 당한 팔은 여전히 부러져 있지만, 주변의 무인들을 믿는지 거들먹거리며 단우진을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장서한의 위협적인 으름장에도 신경 쓰지 않는 듯 단우진의 태도는 오히려 더 여유로워졌다.


“벌써 두 번이나 식사를 같이했는데 뭘 못 본다는 거야, 시끄럽고 문주님에게 안내나 해줘”


단우진의 건방진 태도에 분노한 듯 장서한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장서한의 인내심을 바닥내는 단우진의 도발이 연이어 날아왔다.


“왜? 남은 한쪽 팔도 마저 부서지고 싶어?”


결국 단우진의 도발에 장서한의 인내심은 바닥이 났다.


“이 개자식이!!!”


장서한은 단우진의 얼굴을 뭉게버릴 생각으로 주먹을 뻗었다. 하지만, 둘의 첫만남과 마찬가지로 단우진은 가볍게 피해내고 눈을 번뜩이며 남은 팔마저 부수기 위해 주먹을 쥐고 달려들었다.


그때 저 멀리서 들려오는 일갈.


“멈춰라!!”


장환이 장원의 소란스러움을 참지 못하고 나온 것이다. 그 덕분에, 단우진의 주먹은 장서한에게 닿기 직전에 멈췄다. 장환이 조금만 더 늦었어도, 장서한은 양쪽 팔에 모두 부목을 대고 생활했으리라.


“새끼 운 좋은 줄 알아라.”


단우진은 내질렀던 주먹을 거두어들이며 장서한의 뺨을 톡톡 치고는 장서한을 지나 장환의 앞에 섰다.


-꾸벅


“그간 별고 없으셨지요. 문주님”


장환의 앞에서 인사를 올린 단우진은 고개를 들어 장환의 눈을 바라봤다.


역시나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공허한 눈빛.


“네놈이 이곳엔 어쩐 일이냐? 우리가 만나는 곳은 이곳이 아닐 텐데 말이야?”


장환의 말에 단우진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상황이 급해져서 본의 아니게 무례를 끼쳤습니다.”


“···”


아무 말도 없이 단우진을 바라보던 장환은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는 몸을 돌렸다.


“따라와라.”


두 사람은 걸어 도착한 곳은 아침에 은진아와 장환이 대화를 나누던 그 정자였다.


“오늘의 소란을 일으킨 이유가, 별일이 아니라면 네놈은 오늘 이곳에 목을 두고 가야 하니 그리 알거라”


“휘유~말씀을 무섭게 하시네요”


“이곳에서 그 난동을 부리고도 내가 네놈을 살려 보내 줄 것이라 생각했더냐?”


“뭐 문주님은 이러나저러나 저를 죽이실 수는 없지 않으시겠습니까? 저희 사이가 보통 사이는 아니니까요”


단우진은 장환의 은근한 협박에도 너스레를 떨었다. 그 모습에 더 이상 단우진과 잡담을 이어가기 싫은 듯 장환은 단우진이 이곳에 온 목적을 물었다.


“은진겸 죽였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신교 삼공자 가출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공지 입니다. 24.06.26 23 0 -
공지 연재요일 변경, 당분간은 월화수목금 평일에 올라갑니다. 24.06.04 93 0 -
33 집으로(완) 24.06.27 68 0 13쪽
32 집으로(3) 24.06.26 52 0 13쪽
31 집으로(2) 24.06.25 56 0 13쪽
30 집으로(1) 24.06.24 63 0 13쪽
29 하오문(完) 24.06.21 74 1 14쪽
28 하오문(6) 24.06.20 65 1 13쪽
27 하오문(5) 24.06.18 67 1 13쪽
26 하오문(4) 24.06.17 69 1 14쪽
25 하오문(3) 24.06.14 67 1 13쪽
24 하오문(2) 24.06.13 84 1 13쪽
23 하오문(1) 24.06.12 76 1 13쪽
22 비천(完) 24.06.11 85 1 13쪽
21 비천(1) 24.06.10 98 1 13쪽
20 탈피(完) 24.06.07 81 1 14쪽
19 탈피(1) 24.06.06 84 1 13쪽
18 감숙혈사(完) 24.06.05 84 1 13쪽
17 감숙혈사(6) 24.06.04 80 1 13쪽
16 감숙혈사(5) 24.06.03 97 1 13쪽
15 감숙혈사(4) 24.05.31 96 1 13쪽
» 감숙혈사(3) 24.05.30 91 1 12쪽
13 감숙혈사(2) 24.05.29 92 1 13쪽
12 감숙혈사(1) 24.05.28 108 1 13쪽
11 일월신교(完) 24.05.27 100 1 13쪽
10 은가장(完) 24.05.26 105 1 12쪽
9 진중학(完) 24.05.25 108 1 13쪽
8 진중학(1) 24.05.24 115 2 13쪽
7 철혈방(完) 24.05.23 124 1 12쪽
6 철혈방(3) 24.05.23 109 1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