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신교 삼공자 가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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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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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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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은진아는 백검문과의 사태에서 도움을 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연말을 맞아 잔월루에서 조촐하게 연회를 열었다. 거창할 것 없이 단우진과 인연이 있는 이들이 몇 명 참가하는 연회였지만, 다들 각각의 바쁜 시간을 보내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자리였다.


“여러분 어서 오세요.”


연회를 주최한 은진아는 은진겸과 함께 참석하는 이들을 환영하고 있었다. 단우진은 하동, 마일, 진중학, 이향과 함께 참여했고, 은진아는 은진겸, 은무대주와 함께 참여했다. 적은 인원이지만, 모두 모이고 나니 북적거리는 것이 제법 연회의 느낌이 났다.


초대된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은진아는 사람들을 향해 인사하며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이렇게 부족한 자리에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짝짝짝


자리에 앉은 모든 이가 은진아를 향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

.

.

은진아의 긴 이야기에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며, 같이 슬퍼하고 같이 기뻐했다. 그만큼 올 한해는 여기 모인이들에게 뜻깊은 한해였다.


“자, 이제 사설은 여기까지 하고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드려야겠죠? 오늘 드시는 모든 것!!! 여러분들을 위해 제가 준비한 것이니 사양 말고 많이 드세요”


은진아의 선언에 잔월루가 떠나갈 듯 오늘 가장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의 환호성 속에서 이향은 준비된 음식과 술을 들여오고 있었다. 들여오는 음식의 면면을 보니 이향도 오늘 마음을 먹은 듯했다.


들여오는 음식에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은진아를 보아하니 이 정도는 예상 못한 모양이다.


“진아야, 괜찮겠어? 하하하 우리야 맛있는 거 많이 먹으니 좋지만 말이야”


“그···그게 괜찮을 거야. 이전의 은가장이라 생각 말라고 많이 먹어”


사람들은 은진아가 준비한 음식과 술을 먹으며, 올 한해 있었던 일을 떠나보내듯이 울고, 웃으며 떠들었다. 연회가 한창이던 때에, 단우진은 연회장의 열기에 몸이 더운지 잠시 밖으로 나와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며 쉬고 있었다. 그런 그를 혼자 둘 리 없는 하동은 자리에서 일어나 단우진의 곁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렇게 좋은 날 무슨 청승이세요?”


“청승은 인마, 그냥 올해 참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지”


“맞아요. 올해 참 많은 일이 있었죠. 가출에 저는 웬 왈패들에게 칼 맞아 죽을뻔했죠. 게다가 혈천마교까지, 어휴 두 번 다시 올해 같은 한해가 찾아오지 않았으면 하네요”


하동은 단우진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면서도 너스레를 떨었다. 평소 같았으면 버럭하며 하동과 티격태격했을 단우진도 이날만큼은 감회가 새로운지 조용히 하동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고생했다. 이놈아”


“그렇죠, 하하하 고생했어요. 올 한 해는 정말 누구 때문에”


-타악


하동의 뒤통수를 울리는 맑은소리가 울렸다.


“이놈아, 이럴 때는 ‘아니에요, 공자님’ 하면서 겸손도 떨고 그래야지”


“아 왜 때려요! 진짜 고생했으니 고생했다고 하지! 따지고 보면 이 고생도 그냥 신교에 있으면 없었을 건데 굳이 이렇게 가출해서 사고치고 다닌 공자님 때문이잖아요!”


“야 이게 왜 꼭 나 때문이냐! 그럼 네가 나 가출할 때 말리지 그랬냐!”


“말렸는데!! 내 말 안 들었잖아요!!”


두 사람은 언제 서로 감성적인 대화를 주고받았냐는 듯이 다시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두사람이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은진아가 다가와 두 사람의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이참 진짜 두 사람은 오늘 같은 날에도 싸우는 거야?”


“아니!! 공자님이 때리잖아요 괜히!! 참”


“아니!! 저 녀석이 먼저 날 건드렸다니깐”


두 사람은 은진아를 사이에 두고 여전히 티격태격했다.


“자자~ 이제 두 사람 모두 그만~”


은진아의 부드러운 중재에 두 사람은 금세 마음을 가라앉히고, 은진아가 바라보고 있는 하늘을 쳐다봤다.


“우진아, 하동아”


“응?” “네?”


“정말 고마워, 두 사람 덕분에 힘든 일을 겨우 이겨나갈 수 있었던 거 같아”


은진아의 진지한 고백에 두 사람은 꿀 먹은 벙어리라도 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특히, 우진이 너한테는 너무 많은 걸 빚진 거 같아”


“됐어, 낯 간지러운 소리 안 해도 돼”


단우진은 쑥스러운지 은진아의 말에 얼굴을 붉어졌다. 


“자 이제, 이번 연회에서 꼭 빠지면 안 되는 이야기가 남았으니깐 이제 들어가자, 바람도 쌀쌀하고”


은진아의 재촉에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은진아의 뒤를 따라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자! 여러분, 사실 오늘 제가 이 연회를 준비한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이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시끌벅적한 와중에도 은진아의 말 한마디에 사람들은 일순간 조용해지며 은진아에게 집중했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은가장의 거취에 대해서 여러분께 말씀드리려 해요”


은진겸과, 은무대주는 이야기에 대해 알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사람들은 영문 모를 이야기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희 은가장은 앞으로 단우진공자와 뜻을 함께하려 합니다. 그가 하는 일은 은가장의 일이 될 것이며, 그가 가는 길은 은가장이 걸어갈 길이 될 것입니다.”


은진아의 선포에 사람들은 모두 놀란 표정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놀란 사람은 당사자인 단우진이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은진아는 놀란 채 눈만 껌벅이는 단우진에게 다시 설명했다.


“말 그대로야, 은가장은 앞으로 네가 하는 모든 일을 지지하고 함께하겠다는 거지. 나 혼자 결정한 건 아니야 진겸이와 은무대주님, 그리고 총관까지 긴 시간 대화했어.”


“그러니까, 왜? 은위경 장주님의 희생과 각오로 지켜낸 은가장을 왜 나에게···”


“우리도 쉽게 결정한 건 아니야, 정말 오래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야.”


은진아의 확고한 듯한 태도에 단우진과 마일, 하동의 표정은 경악에 물들었다.


‘아니···천마신교 삼 공자가 어떻게 정파를 밑으로 두냐고···’


속으로는 수십 수백번 외치는 말을 정작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상황에 천마신교 삼인방의 속이 타들어 갔다. 그런 속을 아는지 모르는 지 은진아의 눈은 초롱초롱하게 빛나며 단우진의 대답을 기다렸다.


단우진은 은진아의 눈빛에 깊게 고민했다. 자칫하면, 이곳에서 쌓은 모든 게 무너질 수도 있었다. 지금 저들을 속인 채 승낙하더라도, 언젠가는 들통날 일이다. 그때가 되어서 저들이 받을 충격을 생각하니 쉽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찌해야 하나···난 모든 것을 잃을 각오를 해야 하는가···’


단우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가 천마신교의 삼 공자임을 밝혔을 때, 저들의 태도가 호의적일 것이라는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리고, 생각이 깊어지자 조금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우리가 중원에 해를 끼친 것이 있던가···왜 대체 나는 이런 고민을 해야 하지···’


단우진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봤다.

진중학, 은무대주, 은진겸, 이향, 마일, 하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은진아.


그들의 눈빛과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나를 믿어주는 이.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이.

이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라본 빛나는 두 눈에서 느껴지는 믿음.


그 눈빛을 마주하자 단우진은 더 두려워졌다.

저 눈빛이 변하게 되는 것을 보게 될까 두려웠다.


하지만, 언제고 이렇게 있을 수는 없었다.

결국, 단우진은 결정을 내렸다.

모든 것을 잃을 각오를 한 채 눈에 힘을 주고 앉은 이들을 바라봤다.


“여러분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단우진의 말에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저는···천마신교인 입니다.”


단우진의 말에 침묵이 내려앉은 듯 연회장에는 적막이 감돌기 시작했다.


천마신교.


정파에서 흑도와 함께 주적으로 규정한 이들이다. 사특한 마도의 길을 걷는다며 적으로 규정한 이들. 그런데, 단우진이 그곳의 사람이라고 밝혔다. 마일과 하동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단우진의 말에 경악했다. 충격적인 말에 그 누구도 나서서 되물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충격이실 수도 있겠네요. 속이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만, 그대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시기상 이르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이점은 사과드리겠습니다.”


천마신교인이라 밝힌 단우진이 좌중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마일과 하동은 조용히 단우진의 곁으로 자리를 옮겼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특히나, 마일의 대처는 더욱 예민했다. 그는 천마의 명을 받아 삼공자의 감시 및 호위의 임무를 받고 온 상태니 당연한 행동이었다.


[공자님···몸을 피하시죠]


하지만, 단우진에게서는 어떠한 대답도 들려오지 않자, 마일의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공자님!!]


[아니요. 피하지 않습니다. 저는 저들에게 어떠한 잘못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공자님···그것은 이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부디···제 말을 따라주십시오.]


마일은 애초에 이들이 단우진을 위협하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저들의 태도에 상처받을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단우진을 대피시키려 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단우진의 단호한 태도에 그를 더 이상 재촉하지 않았다.


한참의 침묵이 감돌던 연회장에서 진중학과 취월객주 이향은 자리에서 일어나, 단우진의 곁으로 다가왔다.


“공자님, 저는 어차피 무림의 세계에 사는 이가 아닙니다. 공자님이 어디의 누구시건 저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지요. 이 진중학은 저와의 약속이 유효하는 한 언제까지 공자님을 따를 것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낱 주루의 루주로 살아가는 저에게 취월객이란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신 분을 믿고 따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분이 천마신교인이시건, 어디시건 제 결정은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진중학과 이향은 단우진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으며 다시 한번 단우진을 향해 충성을 맹세했다. 이제 남은 이들은 은가장뿐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충격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다.


“진아야···진겸아···은무대주님, 저는 천마신교이기도 하지만, 단우진이기도 합니다. 부디 저에 대한 판단을 천마신교라는 이름에 갇혀서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신교는 절대로 감숙에서 은가장을 핍박하지 않을 것이라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단우진은 연회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단우진의 일행이 모두 연회장을 빠져나가자, 연회장에는 은가장의 세 사람만이 남았다.


“누나···이제 어떡해야 해?”


은진겸의 질문에도, 은진아는 어떤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만큼 그녀가 받은 충격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나···나도···모르겠어···”


세 사람은 연회장에 앉아 하염없이 시간만 흘려보냈다.




***




연회장에 나온 단우진 일행은 각자 자기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다.

단우진은 하동과 함께 장원의 정자에 앉아 흘러가는 밤하늘의 구름을 보며 앉아 있었다.


“하동아”


“네?”


“근데 나 빼먹은 게 있는데”


“뭐가요?”


“삼공자라는 말은 안 했는데 괜찮겠지?”


“만약 그것까지 밝혔으면, 우리 오늘 밤에 당장 짐 싸서 도망가야 해요.”


“그러려나···근데 어차피 천마신교인건 변하는 게 없잖아”


“그래도, 신교 무인 하나 잡자고 몰려오진 않겠죠. 삼공자라면 몰라도”


“아무래도 그렇겠지?”


두 사람은 흘러가는 밤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며, 속에도 없는 대화를 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



한참 후, 모두가 빠져나간 연회장은 은진아와 은진겸이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천마신교라니···내가 대체 무슨 말을 들은 거지···’


은진아의 머릿속의 혼란은 쉽게 수습되지 않았다. 그만큼 충격적인 이야기. 그러나, 그에 상충하는 그간 단우진이 보여준 모습.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그런 그에게 충성을 약속하는 이들. 이 모든 것이 머릿속에서 뒤엉켜서 은진아의 생각을 방해했다.


그녀가 본 단우진은 언제나, 의롭고 협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조금 장난기가 많고 숨기는 것이 있긴 했지만, 자기가 알고 들어온 마교인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아니···내가 살며 마교인을 본적이 있던가···그들이 과연 내가 아는 것처럼 그런 사람들이 맞긴 한 걸까?’


많은 생각 속에 파묻혀 갈 때쯤 은진겸은 은진아의 어깨를 잡았다.


“누나···나는 누나가 원하는 길을 가면 된다고 생각해, 나 은진겸! 은가장의 장주는 누나의 의견이라면 뭐든지 따를 테니까.”


은진겸은 은진아에게 응원의 말을 남기고는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은진아는 홀로 남은 연회장에서,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의 구름을 보며 시간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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