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의 노예는 공화국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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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흰모래
작품등록일 :
2024.05.23 21:03
최근연재일 :
2024.05.2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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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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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용사와의 만남)

DUMMY

마을에 용사가 당도한다는 소문이 들리자, 마을은 새벽부터 분주했다.


“용사님이 드디어 여길 방문하시는구나!”


내 주인, 필베르크 하트토가 말했다. 나는 아무말 없이 주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이런 영광스러운 날에 우리도 가만 있을 수는 없지! 하르케, 하르케 어디 있나?”


주인이 나를 불렀다. 나는 얌전히 주인에게 달려갔다.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내가 주인에게 달려가자마자 주인은 내게 한 가지 명령을 했다.


“하르케! 지금 당장 소고기 수프 10인분을 만들어!”


“네!”


나는 대답을 하고 주방으로 갔다. 주방에는 소고기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주인님, 소고기가 다 떨어졌습니다!”


주인은 그 말을 듣자마자 내 뺨을 때렸다. 나는 힘없이 바닥에 엎어져 버렸다.


“얌마! 그런 것 재깍재깍 사오란 말이야! 알겠어?”


내가 일부러 사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나는 어제도 소고기를 사기 위해 주인에게 돈을 달라고 했지만, 주인은 돼지고기가 남아있는데, 웬 소고기냐며 돈을 주지 않았었다. 주인은 자기가 했던 말을 까맣게 잊은 듯 했다.


“주인님, 돈이 없습니다.”


내가 조심스럽게 주인에게 말했다. 주인은 내 뺨을 다시 때렸다.


“야 임마! 좀 아껴 써야지!”


나는 기가 막혔지만 주인에게 대들면 사형에 처해진다는 것을 알기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돈을 넉넉하게 준 편도 아니었다. 일은 안 하고, 맨날 노름만 해대니 돈이 나올 리가 없었다. 있는 재산마저 다 까먹고 집 한 채만 있는 판국에, 저렇게 노름을 해대니 주인네 가문의 미래는 어둡기가 그지없었다.


나는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부업을 하기 시작했다. 주인이 자기 먹을 것도 안 챙기는데 내가 먹을 것을 챙겨 줄 리가 없었다. 나는 부업으로 어머니께서 가르쳐 주신 삯바느질을 하기 시작했는데, 수입이 꽤 짭짤했다. 처음에는 남자가 웬 바느질이냐며 내 실력을 무시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삯바느질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입소문이 났는지, 찾아와 주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문제는, 내 주인도 소문을 들어버렸다는 것이었다. 주인도 마지막 양심은 있었는지, 내가 삯바느질을 해서 번 돈 중에서 내가 쓸 돈과 식료품을 살 돈 조금은 남겨 두었지만, 나머지 돈은 모두 자기가 가져가 버렸다.


그래도 조금은 남겨두었지 않냐고 할 수도 있었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숨겨져 있었다. 바로 주인에게는 연로하신 부모님과 어린 자식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주인의 부모님은 두 분 다 살아계셨고, 자식들은 5명이 있었는데, 단 한 명만 제외하고는 나에게 빌붙을 생각만 했다.


유일하게 나에게 빌붙을 생각을 하지 않은 자는 바로 큰아들인 사인베르트 하트토였는데, 사인베르트는 어렸을 때는 나와 함께, 주인이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땅에서 농사를 짓는데 열중하였고, 어른이 된 후에는 수도의 마법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고 있었다.


사인베르트는 성격도 무지하게 좋아서 나에게도 존댓말을 써주고, 방학 때 집에 오면 내 부업을 도와주기도 했다. 한마디로 사인베르트는 천사였다.


“용사님 오실 시간 다 되었는데 뭐하고 있는 거야!”


주인은 뺨을 맞고 멀뚱히 서 있는 나를 보고 또 다시 한 번 화를 냈다. 나는 열이 받았지만 침착하게 다시 한 번 돈이 없다고 말했다.


“야! 돈이 없으면 빌려볼 생각이라도 해야지! 너 바보냐?”


사실 바보는 주인이었다. 법에 따라서 노예의 재산은 주인의 재산이 된다는 걸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아는데, 누가 노름꾼의 노예한테 돈을 빌려주겠는가? 이런 모습을 보면 주인이 결혼을 한 것도 신기해 보였다.


“뭐해? 빨리 안 빌려오고?”


주인이 나를 닦달하기 시작하자, 나는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리러 밖으로 나갔다. 내 예상대로 아무도 나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내가 돈을 빌리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자 주인은 또 화를 내기 시작했다.


“왜 돈을 못 빌려오는 거야? 왜!”


나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지만, 일단 차분하게 얘기해 보기로 했다.


“다들 노름꾼한테 돈을 빌려줄 수는 없다고 하시던데요!”


“내 사촌네 집에는? 거기는 가 보고 얘기하는 거야?”


“예. 거기도 가 봤습니다.”


“안 되겠다. 내가 직접 가 봐야겠다.”


주인은, 자존심 때문인지는 몰라도 직접 돈을 꾸러 다니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그날은 웬일로 직접 돈을 꾸러 갔다. 용사가 그렇게 훌륭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은 용사가 자기 마음에 쏙 들었던 것 같다.


“너도 따라와!”


나는 터벅터벅 주인을 따라갔다. 주인과 나는 곧 주인의 사촌인 하인베르트 하트토의 집에 도착했다.


“하인베르트, 집에 있어?”


주인이 큰 소리로 자기 사촌을 불렀다. 한참 후에 사촌의 부인인 히사나 하트토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이세요?”


“돈 좀 빌려줄 수 있을까 해서...”


주인이 말하자 하트토 부인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누가 봐도 거절할 기미를 보이고 있었지만 주인은 계속 하트토 부인에게 계속 돈을 빌려달라고 말했다. 잠시 후, 히사나 하트토는 폭발하고 말았다.


“이 사람이 진짜! 아니, 얼마 전에도 돈을 빌려가서 안 갚더니, 뻔뻔하게 또 오는 거야? 다신 오지 마!”


하트토 부인은 그 말을 끝으로 문을 쾅 닫아버렸다. 하트토 부인에게 거절당한 주인은 한동안 멍하니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야, 다른 데 가보자. 치사하게 정말...”


“어디로 갈까요?”

“네 친구네 집으로 가보자!”


나는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주인의 말대로 내 친구 리쿠라 팔토의 집으로 향했다.


“리쿠라! 집에 있냐?”


주인이 리쿠라를 불렀다. 내 주인은 리쿠라 팔토의 주인과 동갑인 친구여서 리쿠라 팔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잠시 후, 리쿠라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아, 하트토님. 여기는 무슨 일이십니까?”


“야, 리쿠라! 돈 좀 빌려줘!”


주인은 돈을 꾸는 주제에 내 친구 리쿠라에게 반말을 찍찍 내뱉었다. 리쿠라는 좀 불편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했다.


“주인님께 허락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리쿠라의 주인은 피세유 팔토라는 사람이었는데, 리쿠라에게 자기 성을 선물해 줄 만큼 노예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돈 조금 빌려주는 데 자기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했을 리가 없었다.


리쿠라는 그 말을 마치고 문을 닫았다. 나와 주인이 잠시 기다리자, 주인인 피세유 아저씨가 밖으로 나왔다.


“필베르크, 자네 리쿠라한테 돈 빌려달라고 했다며?”


“그래!”


주인의 대답을 들은 피세유 아저씨는 매우 화가 난 말투로 주인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자네는 자존심도 없나? 나이가 40이나 되어가지고, 노예들에게 돈이나 빌리고 말이야! 자네, 하르케에게서 가져간 돈은 어쨌어? 또 이웃 마을에 가서 노름에 다 탕진했지?”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주인도 피세유 아저씨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내가 돈 좀 빌리겠다는데 자네가 왜 이렇게 간섭이 심해? 자네가 나 대신 돈 갚아줄 거야?”


피세유 아저씨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네, 그런 식으로 살지 말게! 그리고 이 동네는 매우 좁다는 사실도 알아두게!”


주인은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주인은 잠시 후 나에게 물었다.


“네가 피세유한테 내 험담했냐?”


나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주인은 계속 나를 추궁했다.


“거짓말 마! 네가 소문 안 내면, 피세유가 어떻게 내가 네 돈을 가져다 쓴 걸 알겠어?”


그때 피세유 아저씨가 문을 활짝 열고 말했다.


“야, 필베르크! 삯바느질로 꽤 돈을 많이 번 하르케가 저 꼴로 다니니까 알았지! 어떻게 알긴 뭘 어떻게 알아!”


피세유 아저씨의 말대로 내 행색은 매우 초라했다. 내 옷은 7년 전에 시장에서 리쿠라가 사준 바지에다 8년 전에 리쿠라가 선물로 사준 바지가 전부였다. 나머지 옷들은 내가 키가 커져서 못 입게 되어서, 나는 항상 옷을 입고 빨래를 하곤 했다.


“아유, 저건 친구도 아니야! 하르케, 돈 빌려줄 만한 데가 어디 없을까?”


나는 돈 빌려줄 만한 친구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딱히 생각나는 친구가 없었다. 우리 마을에는 나와 동갑인 친구가 3명 있었는데, 한 명은 무역일 하는 주인을 따라 다른 지방에 가 있고, 한 명은 우리 지방의 마법학교에 재학하는 주인의 아들을 보살피기 위해 도시에 나가 있었다. 나머지 한 명은 리쿠라이니, 더 이상 내게 돈을 빌려줄 만한 친구는 없었다.


그때 마을 주민 한 명이 소리쳤다.


“용사님 오셨다!”


내가 고개를 돌리자 화려한 옷을 입고 보석으로 장식된 검을 가진 사람 한 명이 말을 타고 앞장서서 우리 마을로 들어오고 있었고, 그 뒤에는 병사 여러 명과 중급 마법사쯤 되어 보이는 마법사 한 명이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잠시 후, 집 밖으로 나온 촌장이 소리쳤다.


“모두 용사님께 예를 갖추도록!”


우리는 모두 용사 앞에 납작 엎드렸다. 내가 잠깐 고개를 들어보니 남자는 엎드린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그때 마법사로 보이는 사람 한 명이 내게 다가왔다.


“필하트님, 이 사람 좀 보십시오!”


그러자 용사가 말에서 내려 내게 터벅터벅 다가왔다. 중급 마법사는 갑자기 나를 칭찬해 주기 시작했다.


“왜 여태까지 이런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을까요? 이 사람은 우리에게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용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용사는 내게 말했다.


“자네는 이름이 뭔가?”


“하르케 파유타입니다.”


“자네, 우리와 함께 마왕을 잡으러 가지 않겠는가?”


용사는 내게 뜬금없는 제안을 했다. 그때 내 주인이 말했다.


“이 자는 제 노예입니다.”


그 말을 들은 용사는 말없이 자기 말로 가더니 봉지 하나를 들고 와 주인에게 주었다. 주인은 그 봉지를 열어보고는 놀라서 땅에 봉지를 떨어뜨렸다. 그 봉지에는 금화가 가득 들어있었던 것이었다. 주인은 손을 떨면서 금화를 세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돈을 저에게...”


“어떤가? 이 정도 돈이면 이 자를 살만하지 않은가?”


“당연히 됩니다!”


주인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용사는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는 용사 필하트 세트나다. 이제부터는 내가 네 주인이다. 나를 따라 마왕을 잡으러 가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노름에 빠져 사는 주인보다는 용사를 따라가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주인의 큰아들은 좋은 사람이지만, 주인이 죽으려면 20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었다. 그 시간을 기다릴 바엔 마왕을 잡는 데 큰 공을 세워서 평민이 되는 게 더 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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