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재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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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이잔나
작품등록일 :
2024.05.28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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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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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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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이순신장검과 전투기 그리고 나의 엉덩이.

DUMMY

불혹의 재수강. 19화. 이순신장검과 전투기 그리고 나의 엉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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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모델 : 김교수


김교수의 과제 : 게이트로 도망치다.


과제성적 : SSS


보상 : 무기(도검류), 운동효과증진(선보상 지급 완료), 소소한 현금(1,000,000,000원).


총평 : 보내주신 과제수행 보고서는 아주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학회에서도 감동이었다고 부러움의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머머리가 될 것이라는 표현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본인의 힘든 고난 속에서도 교수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느껴지는 구절이었습니다.


사설은 여기까지 하고, 장현곽 학생님은 매 과제마다 지나칠 정도로 훌륭하게 기대 이상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이러다 교수의 당초 안배보다 기대치가 높아질까 걱정될 정도입니다.

먼저 가장 궁금해하신 것에 대한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실은 이것 때문에 학생님의 성적 산출과 답변에 시간이 걸렸습니다.


보내주신 시간석(마석)은 아카식젬AkashicGem이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사건, 상념, 감정이 명세 되어 있는, 세계 기억의 파편들입니다. 인간이 감당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물건이기에 과제 수행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급하게 회수했습니다만, 앞으로는 이런 결례를 보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있다면 시간석의 회수에 동의해주실 때마다, 부족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학생이 본인 교수와 함께 보낸 시간을 이토록 기꺼워할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교수도 현곽학생과의 시간이 몹시 즐겁습니다. 하지만 교수가 있는 이 연구실은 아직 현곽 학생이 감당하기에는 많이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실망스러우시겠지만, 이조차도 다 본인 교수의 안배라고 생각해 주시고 이해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조만간 현곽학생이 지금처럼 꾸준히 성장해서, 본인 교수와 함께 연구실에서 가벼운 티타임을 가지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고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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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좋은 내용이었다.

그런데 왜 등줄기가 서늘해지고 식은땀이 나는 것일까?





***



병원이 있는 강원도 철원에서 서울까지 오는 길은 제4의 기사, 천인국 덕분에 나름 편해야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한 대에 수억원이나 한다는 노란 스포츠카의 좌석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다. 차체가 너무 낮고 폭도 좁은데다 시끄럽기까지 해서 불편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더구나 나보다 키도 크고 어깨도 넓은 천인국은 운전석이 더 좁게 느껴지는 것이, 핸들을 가랑이 사이에 끼우고 운전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무엇보다, 조수석에 앉은 나를 가장 불편하게 하는 것은 그의 무시무시한 운전 습관이었다.



“형, 노란불은 속도를 올려서 그냥 넘어가도 되는 거예요.”


“잘못 알고 있군. 노란 신호등은 빨간색 정지 신호에 맞춰 충분한 제동거리를 확보해 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처럼 민첩한 헌터들은 도로 전체의 신호가 변하는 패턴을 파악하여, 파란불이 노란불로 바뀌는 순간을 미리 예측해, 더 일찍 감속을 준비할 수 있다.”


···



“형, 과속카메라가 있어도 5에서 10키로 정도는 더 빨리 가도 돼요.”


“이곳은 어린이 보호구역이다. 과속 카메라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언제든 아이들이 도로로 뛰어들 것에 대비하여 충분히 시야 확보를 할 수 있도록, 사각지대가 있을 때마다 제동을 하며 가는 것이 옳은 주행 방법이다. 특히 우회전은 가장 많은 사고가 나는 구간으로, 반드시 차량을 완전히 정지시킨 후에···.”


···



“형, 고속도론데···.”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는 비록 시속 100킬로미터지만 함께 도로를 이용하고 있는 다른 차들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의 자동차 연비를 고려해 보았을 때, 적정 속도는 시속 80킬로미터가 맞다.”


나는 사실 노란색 스포츠카로 위장한, 운전면허학원의 도로주행 연습 차량을 타고 있었던 게 아닐까.


빠아앙. 빵빵. 빵.



“내가 LA에서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있었던 일인데···.”





***




그보다 나는 천인국에게 궁금한 것이 있었다.


“형은 주 무기가 칼인거죠?”

“그렇다. 이순신장검이라고 많이들 부른다더군.”

“오! 유니크 템 같은 건가? 그럼 박물관에 있는 거는 가짜인 거예요?”


직업이 남다르니 무기도 역시 남다르다. 역시 이게 소설이라면 주인공은···.



“나름 LA에 사는 명망 있는 헌터 대장장이에게 부탁해, 주문제작 한 거다.”

“박물관에서?”

“아니, 내 꺼. 박물관에 있는 건, 나도 잘 모른다.”


무슨 말이야? 이순신장검을 왜 LA에서 만들어? 선조로 환생해서, 학익진으로 스페인 무적함대 때려잡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일반적인 장검보다 큰, 조선식 장검을 이순신장검이라고 부른다. 본래 이순신장검은 보통 사람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크고 무거워서 실전에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기사들의 경우는 전임 기사의 유산으로 물려 받게 되는 갑옷을 착용할 때, 신체가 훨씬 커진다. 그 때 사용할 무기로 애초에 큰 칼이 필요할 뿐이었다.”


의외였다. 기사라고 하면 일종의 히든클래스. 헌터 중에도 상위 직업군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특별한 존재라면 당연히 무기도 엄청난 전승 아이템 같은 것들이 주어지지 않을까 했는데···.

장인에게 무기는 한낱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인가?



“그럼, 검술은 그 전임 기사님에게 배우는 건가요? 비전으로 내려와 후예에게만 가르치고 하는 식으로?”

“그런 건 왜 묻는 거지? 혹시 검술을 배우고 싶은 건가?”


이 사람은 눈치가 빠른 거야? 없는 거야? 그걸 어떻게 알았지?



“안타깝게도 나는 검술을 배운 적은 없다. 그래서 가르쳐 줄 것도 없고.”

“어째서죠?”

“나는 기사이기 때문이다.”


너도, 중2병이냐?

내가 아는 상위 클래스 헌터가 유진이와 천인국 뿐이라지만, 둘 다 뭔 말만 했다 하면, 나는 마법사다, 나는 기사다로 설명을 끝내 버리니.



“기사는 보통의 헌터들 같은 시스템이 주어지지 않는다. 상태창이니 스킬이니, 그런 것 필요 하지도 않고···. 너는 기사를 뭐라고 생각하나?”


질문에 답을 해야지. 질문을 질문으로 답하는 거 너무 싫다. 보통 그런 질문에는 어떤 대답을 해도 바보가 되는 거잖아···.

그래도 형으로 모시기로 마음먹었으니 착실하게 고민해서 대답한다.



“뭐 뜻을 모르는 건 아니예요. 기사騎士. 말 그대로 말을 탄 무사죠. 근데 말을 타고 싸우지는 않잖아요.”


거의 변화는 없지만, 몇 번 봤다고 그래도 미세한 표정의 변화가 느껴진다. 지금 표정은 의외라는 거네?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사교육 빨이지만, 이래 봬도 나, 한제대생이라고.”



“말을 비행기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비행기요?”


저번에 보니까, 진짜 하늘을 날아 다니면서 싸우던데, 점프를 좀 높게 한 게 아니라 진짜 날아다닌 거임?



“완벽하게 무장을 갖춘 전투기와 대공무기를 갖춘 보병 1개 사단이 싸우면 누가 이길 거 같나?”

“전투···기?”


“맞다. 전투기가 기습적으로 공격을 당한다면 모르겠지만, 서로 싸우자고 덤비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그럴 것이다. 마찬가지다. 조랑말이 아니라 무장을 제대로 갖춘 전투마 위에 갓난 아기를 올려다 놓아도, 아주 운이 좋지 않은 이상은 보병의 숫자가 무의미하다. 어차피 8할은 말이 알아서 헤집고 다닐 테니까. 그걸로 충분하지.”


이해가 갈 것도 같고.



“그럼 혹시, 그때 본 갑옷이··· 말 같은 역할인가요?”


나의 질문에 천인국은 핸들을 잡고 있던 오른손을 놓고 내밀었다. 그러자 손끝부터 손목까지 정교한 갑옷조각이 튀어나오며 두꺼운 장갑을 만들더니 이내 사라졌다.



“단지, 우리 같은 경우는 사람이 말을 고르는 게 아니라, 갑옷이 사람을 선택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고보니 갑옷이 시스템이란 것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도 같군.”


그의 설명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결국 기사는 갑옷의 숙주일 뿐이라는 건데···.

그거 너무 슬플 것 같다. 숙주가 되는 것도 억울한데, 선택권도 없이 평생 싸움만 해야 한다니···. 숙주宿主혀영···.



“근데 저번에 게이트에서 형이 절 구해줬을 때요. 그때는 갑옷을 입지 않았잖아요. 단칼에 열댓 마리씩 베어 넘기던데···.”

“고작 그 정도는 기사가 아니라도 누구나 가능하지 않겠나?”


아니예요. 절대. 네버. 유진이도 그렇고, 상위 클래스는 그냥 다 천재라 세상 기준이 다른거야?



“···노력하지 않아도 사십년 정도 게이트 안에서 갑옷 속에 갇혀 싸우다 보면··· 다 된다.”


숙주형의 이야기 끝은 씁쓸했지만, 내 입장에서 한편으로는 다행으로 느껴졌다.


새로운 무기를 얻게 된 김에 칼로 싸우는 방법을 배워볼까 꺼낸 화두였는데, 그냥 게이트에서 싸우다 보면 저절로 실력이 늘어난다니, 이정도면 개꿀이다.

오늘부터 나의 롤모델, 숙주형처럼 노력하지 말고 시간이 해결해 주길 기다려보자.



“그러고보니, 내가 LA 대장간에 갔을 때 있었던 일인데···.”





***




무려 3주만에 돌아온 캠퍼스의 풍경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 전에는 비록 학기 중반이더라도 봄날의 파릇함이 남아있었다면, 이제는 땡볕의 무더위만이 교내 도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학생들은 더위를 피해 건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옷차림보다는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가볍고 편한 옷이 주가 되었다.


학생들로 가득했던 강의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학점을 포기한 학생들로 인해, 빈 자리가 눈에 띄게 늘어 있었다. 취업과 진학을 준비하는 고학년들은 독서실로 숨어 들었고, 학과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은 나와 같은 2학년들이 도맡게 되었다.

물론 나는 신입생들의 눈에 별로 띄지 않는 선배였기에 뒤늦게 강의실에 들어와도, 늘어난 빈자리와 다름없는 아웃사이더였다.


학교로 돌아오고 지난 1주일 동안, 유진은 만날 수 없었다. 본인 말로는 지방 장기 출장이라는데, 다음주에 있을 기말고사는 이미 전공 교수님들이 준비중인 연구 논문을 뒷받침하는 자료 레포트를 제출해 성적을 대신하기로 했다고 한다.

나한테는 확정 F니, 학사경고니 했던 녀석은 사실 헌터일 때문에 나보다도 출석일수가 부족했지만, 그것은 나 같은 범재들에게만 적용되는 학칙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사소하게 느껴질 만한 변화는 따로 있었다.


‘복수의 강펀치’로 코뼈가 부러졌던 박기태가 더 높아진 콧대를 가지고 캠퍼스로 돌아온 것이다. 강의실에 들어와 조용히 맨 뒷자리로 가려던 나를 발견한 박기태가 크게 소리쳐 불렀다.


“장현곽! 여기야!”


말을 잘하고 사람 좋아 보이는 리더 스타일의 박기태는 나와 모든 수업이 겹친다. 그래서 일주일 내내 매 수업마다, 마치 나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조용히 묻어가려는 나를 기가 막히게 찾아 자신의 옆 자리로 부른다.


코뼈를 부러트렸는데 관계가 소원해지지 않았냐고?


그건 박기태를 모르는 사람 또는 20년 전의 순진했던, 나나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얘가 내 친구 장혁곽이야. 선배니까 앞으로 인사 잘 하고. 돌아다니다 마주치면 밥도 꼭 사달라고 하고.”

“안녕하세요.”

“오빠, 말씀 많이 들었어요. 이 수업 들으시는 줄 몰랐는데, 다음주에 꼭 밥 사주세요.”


마지못해 처음 본 여자 후배들과 인사를 나눈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다들 알고 있지? 사진으로 봤을 거야. 신입생 환영회 때, 광란의 나체쇼. 그 엉덩이가 바로 이 엉덩이야. 그래도 선배한테 막 또 보여달라고 떼쓰면 안 된다? 이건 친구인 나만 볼 수 있으니까. 키키키.”


이기적인 기회주의자 박기태에게 나를 이용해 얻을 수 있는 인기에 비하면, 분노나 복수심은 사소한 문제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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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화. 살인(1) 24.07.01 16 0 12쪽
42 42화. 히전죽. 24.06.28 16 0 13쪽
41 41화. 깡패와 운동화. 24.06.27 16 0 14쪽
40 40화. 게이트에 들어가지 못하는 헌터. 24.06.26 18 0 15쪽
39 39화. Sniper in a Room 24.06.25 16 0 14쪽
38 38화. 비밀스럽고 으슬으슬한 비서. 24.06.24 16 0 13쪽
37 37화. 운태연의 목소리. 24.06.21 17 0 14쪽
36 36화. 시간석을 구해주세요. (11) 24.06.20 17 0 15쪽
35 35화. 시간석을 구해주세요. (10) 24.06.19 18 0 12쪽
34 34화. 시간석을 구해주세요. (9) 24.06.18 18 0 14쪽
33 33화. 시간석을 구해주세요. (8) 24.06.17 20 0 15쪽
32 32화. 시간석을 구해주세요. (7) 24.06.14 18 0 13쪽
31 31화. 시간석을 구해주세요. (6) 24.06.13 19 0 13쪽
30 30화. 시간석을 구해주세요. (5) 24.06.12 23 0 12쪽
29 29화. 시간석을 구해주세요. (4) 24.06.11 19 0 13쪽
28 28화. 시간석을 구해주세요. (3) 24.06.10 22 0 14쪽
27 27화. 시간석을 구해주세요. (2) 24.06.09 20 1 16쪽
26 26화. 나가실 때 꼭 말씀해 주세요. 24.06.08 23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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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화. 이순신장검과 전투기 그리고 나의 엉덩이. 24.06.06 28 2 12쪽
18 18화. 닥터 주학문과 애스널, 퍽홀. 24.06.05 2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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