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재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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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이잔나
작품등록일 :
2024.05.28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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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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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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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살인(1)

DUMMY

불혹의 재수강. 43화. 살인(1)





[주인님, 새로운 과제를 받아왔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차에서 내려 주변을 걷고 있는데, 인공지능 차차의 목소리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뭐야, 너 어디 갔었어?’


운태연과 함께 있는 동안 도무지 불러도 나타나지 않던 차차였다.



[새로운 과제 업데이트를 받느라 잠시 꺼져 있었습니다. 과제를 확인하시겠습니까?]


과제? 이미 조금 전에 받았는데···.




------------------------------

시스템 모델 : 김교수


김교수의 과제 : 살인殺人.


대상 : 지재수 (43세, 남)


진리회의 수장이자 게이트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그가 살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멸망이 앞당겨집니다.


지재수를 죽여 약속되지 않은 게이트의 발생을 반드시 막으세요.


제출 기한 : 72:25:12


미제출시 :

1.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재수강을 해야 합니다.

2. 재수강시 반드시 죽여야 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납니다.


------------------------------




‘어? 과제가 다르다.’


이거 뭐야? 살인이라니? 히전죽은?


[새로운 과제는 이것 하나뿐입니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 운태연과 헤어지고 따라 내린 직후에 눈 앞에 과제창이 나타났다. 신입생 환영회때나 법대동 뒤편 산에서 나타났을 때처럼, 분명 홀로그램 창이 허공에 떠 있었다.



[운태연을 만나셨나요? 잠시 정보를 확인하겠습니다.]


따끔.


한쪽 관자놀이가 전기 통한 것처럼 순간 따끔했다.


‘뭐 하는 거야? 아프잖아!’


[죄송합니다. 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다녀간 운태연과의 대화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근데 이상하네요.]


그치? 운태연이 좀 이상하지?


[네, 주인님의 과거 기억과 제가 보유한 자료를 전부 취합해서 분석해 보았을 때, 제가 없는 사이 마주치신 운태연은 기록상의 운태연과 동일 인물이 아닌 것으로 보여집니다. 외모나 생체 반응은 유사하지만, 일반인이 아닌 듯합니다. 제가 있었으면 헌터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있었을 텐데, 일부러 제가 없는 틈을 노리고 접근한 것 같습니다.]



차차의 말은 방금 전에 접근한 여자가 실은 운태연이 아니라, 그녀로 위장한 인물일 수도 있다는 뜻처럼 들렸다.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위장이나 변신술은 아닌 듯합니다. 단순 변신으로는 생체반응의 특징까지 저를 속일 정도로 흉내 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결론이 뭔데? 운태연이라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 글쎄요?]


이런 씨. 인공지능이 뭐 이렇게 무능해?


[저는 어디까지나 주인님의 무의식과 기억들을 분석해서 조언을 드릴 뿐이지, 주인님이 접근한 적 없는 정보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 그보다 과제가 왜 바뀐 거야? 그럴 수도 있나?


[과제는 지재수를 살해하라는 것, 하나뿐입니다. 지난 AndU32 통합 업데이트 이후에는 저를 거치지 않으면 과제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잘못··· 보신 건 아니네요. 김교수 시스템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확실한 것은 제가 업데이트 받은 김교수 시스템에서는 ‘히전죽’이라는 과제가 제공된 적이 없습니다.]



그럼 과제 오류?


이것도 운태연 때문에 벌어진 일인 건가? 대체 운태연이 뭔데?


[운태연님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드릴까요?]


아냐! 내가 그 말, 아니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잖아.



[주인님의 기억에 따르면, 운태연은 게으르나 화려하고, 도덕적인 책임감이 낮으며 놀기 좋아하고 항상 대접받는 것에 익숙합니다. 관종으로 요약해도 되겠습니까?]


추추, 일 잘하네.


[차차입니다. 헌데, 두 가지 과제 모두 조금 이상하시죠?]


과제가 이상한가?


[과제 자체는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과제는 둘 다 주인님이 받아들이시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왜? 나야 어차피 나를 과거로 돌려보낸 김교수의 유급 노예 아니야?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이라며.


[···. 과제 제대로 안 읽으셨죠?]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해. 왜 자꾸 사람 흉내야?


[주인님. 사람 죽이실 수 있겠습니까?]



운태연과의 급 만남 때문에 잠시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 전의 과제는 이유는 몰라도 해결방법에 관한 보조적인 수단과 설명이 장황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자동차 앞유리에 차차에 의해 띄워진 과제 메시지는 죽여야할 사람의 이름과 제한 시간만 있다.


TMI 넘치는 김교수라면 나로 하여금 사람을 죽이게 만들기 위해, 수단이나 과정까지 조금은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을까?


그 전에, 내 스스로가 너무 소름 돋는다.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과제 제목에 놀라지도 않았다니···.


[그래도 대상인 지재수씨는 누군인지 이미 알고 있으니, 윤두광의 이야기를 듣고 난 다음에 다시 판단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침 윤두광씨가 돌아오고 있습니다.]



‘뭐? 벌써?’


달동네로 올려 보낸 지 10분도 안 됐는데, 나처럼 인공지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 빨리 돌아왔다.


차가 있는 곳으로 다가온 그의 표정이 어딘가 난처해 보였다.



“벌써 끝났어? 집이 가까웠나?”


나의 물음에 여전히 난처한 표정을 하고 있는 윤두광이 내 옆으로 다가와 대답했다.


“아닙니다. 지재수씨 집은 맨 꼭대기에 있는데, 근처도 못 갔습니다.”



오늘 임무를 받고 만나야 하는 미등록 각성자의 이름이 지재수였다. 나이는 43세. 물론 남자고, 달동네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주거도 분명했고, 일년 전 기록에 따르면 위험도는 보통이었다.


위험도 보통이라는 것은 각성자 본인의 의지에 따라 위험할 수도 있고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일 가능성이 높다. 즉, 능력이 뛰어나지만 선하거나, 반대로 성격은 악하지만 능력이 매우 약하거나. 둘 중 하나다.



“왜?”


“그게, 재개발 때문인지 잘은 모르겠는데. 건달들로 보이는 놈들이 길을 막고,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냥 사정 말하고 올라가려고 했는데, 아무리 말을 해도 비켜주지 않습니다.”


윤두광의 더러운 인상이 아깝게, 건달한테 겁먹고 그냥 돌아온 것은 아니겠지?


“일반인들 아닙니까? 길을 막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단호해서 힘을 쓰지 않고는 못 들어갈 것 같아 일단 돌아왔습니다.”



대충 알 것 같았다.


하필 오늘의 게스트 지재수씨는 달동네 꼭대기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 달동네는 재개발과 관련해 이권이 오가는 곳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동네에 어울리지 않게 사람이 많은 것도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아마도 오늘은 투자자나 그런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이 아닐까?



“그보다 형님···.”

“왜?”


뭐가 또 있나?


“위쪽에 길을 막고 있는 건달들 말인데요. 그 중에 제가 아는 사람들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그 사람들한테 말해서 들어가면 되는 거 아냐?”


하지만 윤두광은 난색을 표했다.


“그게, 정확히는 제가 아는 사람들은 아닌데 말입니다. 사다리파라고 제가 옛날에 있던 조직 대장이 큰 형님으로 모시는 분의 밑에 있는 조직이 있습니다. 저희 같은 양아치는 아니고, 아직까지 의리를 따지는 지방 조직인데요. 저희와는 마찰이 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면 오히려 안 좋아할 것 같습니다.”


그냥 사다리파면 사다리파지. 형님의 큰 형님의 배 다른 동생 같은 복잡한 족보 설명을 한다.


[그냥 자신은 못 들어가니, 주인님이 직접 해결하라는 뜻이 아닐까요?]


뭬야?!


“그래서 넌 빠지고 나보고 대신 일하라고 하는 거야?”


나의 날 선 말에 윤두광이 다급하게 말한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닙니다 형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사다리파는 원래 이런 일을 하는 애들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런 일이 어떤 일인데?


“저번에도 말씀드렸는데, 요즘 건달들은 다들 사업합니다. 여전히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주로 큰 돈이 되는 건설이나 방송, 운송업 따위를 하면서 돈을 뿌려야 형님 소리 듣습니다.

사다리파는 그런 거 없이 각자 자기 일들을 하거든요. 시장에서 철물점도 하고. 음식물 쓰레기로 사료 만드는 일도 하고, 그런 식으로 말입니다. 평소에는 자기네 구역에서 조용히 지내다가 가끔 큰 형님이나 동생들이 일을 부탁하면 우르르 나서서 돕고, 그러고 나면 또 한동안 자기들 생업 유지하면서 동생들 챙기고.”


“그거 그냥 무슨 시골 청년 조합 같은 거 아니야?”


“옛날에는 시골에서 건달이라고 하면 다 그랬답니다. 저도 생활할 때 들은 거라 잘은 모르는데, 걔들이 저렇게 서울까지 우르르 몰려와서 재개발 사업 같은 이권사업에 끼어들고 하는 조직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네?”


가만히 윤두광의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 그게 우리 일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 하는 일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데?”


“그러니까, 쟤들이 저 달동네를 막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입니다.”


아, 그러니까 윤두광은 여태 자기가 각성자 하나 얼굴 보고 오는 쉬운 일을 못한 변명을 이렇게 길게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내가 또 나서야 하는 거다.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김비비에게 전화를 걸었다.


-말씀하세요.


“여기, 오늘 면담하기로 한 지재수씨가 산다는 달동네 입구인데. 가까운 지구대에서 순찰차 하나만 보내줘. 그리고 폭력 상황을 대비해서 기동대도 하나 대기 걸어주고.”


-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신분은 국정원 요원으로 사용하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뚜뚜.


역시 김비서다. 통화종료음이 믿음직스럽다. 물론 여전히 나보다 먼저 전화를 끊는다.





***



마침 가까운 곳을 순찰중이었는지 5분도 지나지 않아 도착한 순찰차에서 제복을 입은 남녀 경찰이 내렸다.


나와 윤두광은 그들에게 다가가 위장용 국정원 신분증을 보여주고 말했다.


“수고하십니다. 저기 마을 입구에 일부 사람들이 공공도로를 불법 점유 중이던데. 저희가 위쪽에 볼일이 있습니다. 알고 계신가요?”


내 말이 끝나자 두 경찰 모두 인상을 쓰더니 말한다.


“저희도 저거 때문에 계속 신경은 쓰고 있습니다만, 딱히 민원이 있거나 한 건 아니라서 그냥 두고 있습니다.”


“길을 막고 있는데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가 전부 곧 철거가 될 곳이라 살고 있는 주민이 별로 없습니다. 저희도 확인해 봤는데, 아직 남은 주민들은 또 다들 불편함 없이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단지 요 몇 달 외부에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저희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했는데. 오히려 저 사람들이 나서서 청소도 하고 사람들 정리도 하고 있어서 지켜만 보고 있는 중입니다.”


애매한 설명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몰린 게 어제 오늘일이 아니라는 건, 의심스럽다.


“사람들이 몇 달째 이렇게 많이 몰린다고요? 철거 예정지에요?”


“네. 저희도 의심스러워서 동네 안쪽을 가끔 순찰을 돌기도 하는데, 안쪽에서는 오히려 별 다른 일이 없습니다. 다만···.”


그래 중요한 말은 항상 뒤에 나온다.



“이 앞까지 찾아오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슨 종교행사 같은 게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예수님이니 메시아니 하는 소리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종교? 등록 거부 각성자를 찾아 달동네에 왔더니, 핫플레이스가 되어서는 시골에서 올라온 건달들이 있고. 경찰을 불렀더니 이제는 종교 단체 타령을 한다.



“뭐 좋습니다. 종교단체니 뭐니 하는 것들은 저희 소관이 아니고. 저희가 알고 싶은 건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그게···.”


둘 중 나이 많은 남자 경찰이 말끝을 흐린다.



“저희는 안쪽 주민들하고 안면이 있어서 순찰을 돌거나 할 때 제지하지는 않습니다만, 주민들이 모르는 외부인들의 경우는 철저히 출입을 막고 있어서···. 아직까지는 마찰이 있었던 적은 없었는데 저희도 요원분들은 어떻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장담을 하지 못하는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아직까지 문제가 없어서 그대로 두었다면, 까짓 마찰이 생기면 될 문제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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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화. 살인(4) 24.07.04 13 0 12쪽
45 45화. 살인(3) 24.07.03 15 0 13쪽
44 44화. 살인(2) 24.07.02 16 0 13쪽
» 43화. 살인(1) 24.07.01 16 0 12쪽
42 42화. 히전죽. 24.06.28 16 0 13쪽
41 41화. 깡패와 운동화. 24.06.27 16 0 14쪽
40 40화. 게이트에 들어가지 못하는 헌터. 24.06.26 18 0 15쪽
39 39화. Sniper in a Room 24.06.25 16 0 14쪽
38 38화. 비밀스럽고 으슬으슬한 비서. 24.06.24 16 0 13쪽
37 37화. 운태연의 목소리. 24.06.21 17 0 14쪽
36 36화. 시간석을 구해주세요. (11) 24.06.20 17 0 15쪽
35 35화. 시간석을 구해주세요. (10) 24.06.19 18 0 12쪽
34 34화. 시간석을 구해주세요. (9) 24.06.18 18 0 14쪽
33 33화. 시간석을 구해주세요. (8) 24.06.17 20 0 15쪽
32 32화. 시간석을 구해주세요. (7) 24.06.14 18 0 13쪽
31 31화. 시간석을 구해주세요. (6) 24.06.13 19 0 13쪽
30 30화. 시간석을 구해주세요. (5) 24.06.12 23 0 12쪽
29 29화. 시간석을 구해주세요. (4) 24.06.11 19 0 13쪽
28 28화. 시간석을 구해주세요. (3) 24.06.10 22 0 14쪽
27 27화. 시간석을 구해주세요. (2) 24.06.09 20 1 16쪽
26 26화. 나가실 때 꼭 말씀해 주세요. 24.06.08 23 2 17쪽
25 25화. 시간석을 구해주세요. (1) 24.06.07 26 1 16쪽
24 24화. 미소년과 소드마스터. 24.06.06 25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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