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후회스러운 과거

"... 저기 자재 정리만 하면 되는 거죠?"
꼬리를 내리는 승영의 태도에 관리자는 승기를 잡았다.
"예, 저기 조금만 해주시고 퇴근하시면 됩니다.. 승영 씨, 우리 얼굴 붉히지 말고 지냅시다."
기분이 좋지 않은 승영은 자재 정리를 하러 움직였다.
"에이씨.. 갑질 더럽게 하네.."
승영은 자재 정리를 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승영을 본 근로자 1과 2가 수군댔다.
"저 자식 꼴좋네, 하하하~ 어딜 감히 편하게 쉬려고 해?"
"쌤통이다~ 아침에 볼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승영은 근로자들의 수군거림에도 신경 쓰지 않고 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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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덧 5시가 됐다.
"다들 수고하셨고 퇴근하세요~ 내일 봅시다~"
관리자의 퇴근 인사에 하나 둘 짐을 챙기고 퇴근 준비를 했다.
승영 또한 짐을 챙기는데 근로자 4가 말을 걸어왔다.
"힘들었지? 오늘 시간 되면 저녁이나 같이 먹을까?"
"아뇨..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집에 가서 좀 쉴게요.. 다음에 저녁 먹어요."
기운이 빠진 승영은 근로자 4의 저녁 제안을 거절하고, 집에 갈 준비를 했다.
승영은 지하철역으로 힘 없이 걸어갔다.
"아우.. 온몸이 쑤신다 쑤셔.."
걸어가던 승영은, 음식점 유리에 비친 자신의 초라한 행색을 마주했다.
"꼴이 이게 뭐야.."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초라한 행색이었던 적이 없던 승영은, 창피함에 지하철역까지 냅다 달려갔다.
***
단숨에 지하철역까지 도착한 승영은 지하철을 기다렸다.
그때 지하철이 도착하고 탑승하려는 승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뭐야.. 아침보다 사람이 더 많잖아??!! 다들 지하철만 타고 다니는 거야? 내가 탈 수는 있는 거야??!!"
퇴근시간에 겹쳐 지하철을 탄 승영은, 출근할 때 보다 두 배의 충격을 먹었다.
그도 그럴게 지하철을 타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조금만 비켜주세요!!!"
"윽.. 잠시만요 들어갈게요..!!"
힘겹게 지하철을 타며 소리치는 사람들을 보고, 승영도 사람들을 보고 따라 탑승했다.
겨우 지하철에 탑승한 승영은 매우 힘들어했다.
'움직일 수가 없어.. 아우 찝찝하고.. 이상한 냄새도 나고.. 우욱..'
승영은 지하철에 올라탄 후, 많은 사람들과 이상한 냄새 등 온갖 불만이 쌓이던 중에 자신의 옆에 있던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하.. 씨"
하지만 여성은 승영을 보고, 불쾌한 듯 고개를 돌려 버렸다.
여성의 태도에 승영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나한테.. 냄새나는 거야?.. 저 여자 방금 눈빛이..'
승영은 자신도 이상한 냄새가 나는 사람 중, 한 명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회상했다.
***
-과거 회상-
1. 은행에 방문한 승영.
은행 일을 마치고 나가려는 순간,
후줄근한 옷차림의 나이가 꽤나 들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승영의 팔을 붙잡으며 말을 걸어왔다.
"젊은 양반.. 내가 잘 안 보여서 그러는데.. 여기 통장에 돈 30만 원 빠져나갔는지 봐줄 수 있겠나..?"
"들어가서 직원들한테 물어봐요."
할아버지에게 붙잡힌 팔을 세게 내치며, 뒤도 안 돌아보고 밖으로 나와버리는 승영.
"킁킁.. 아.. 씨.. 옷에서 이상한 냄새 나잖아.. 웩.."
2. 고급 레스토랑에서 종현과 식사를 하려고 온 승영.
맞은편에는 세 가족이 식사중이었다. 아이의 생일이었다.
"우리 시우 오늘 생일이니까 맛있게 먹어~ 축하해 내 아들~"
"시우야! 엄마가 이런 곳 자주 데리고 왔어야 하는데.. 엄마가 미안해..!"
그렇게 즐겁게 생일을 하고 있던 가족을 아니꼽게 쳐다보는 승영.
"거 참 시끄럽네.."
불쾌한 듯 승영은 직원을 불렀다.
"부르셨나요?"
"저 사람들 입 좀 막아, 쟤네들만 있는 거 아니잖아?"
"아.. 네.. 말씀드릴게요..!"
가족들에게 다가가 승영의 불만을 전달하는 직원, 그때 아이의 아빠가 승영에게 다가왔다.
"아.. 많이 시끄러우셨죠?.. 죄송합니다.."
하지만 승영은 아이 아빠를 경멸하듯 쳐다보며 말했다.
"됐고, 가서 애 밥이나 먹여요."
민망해 하는 아이의 아버지. 그리고 다시 돌아가려는 아이 아버지에게 승영은 말했다.
"이런 곳 왔으면 향수라도 뿌리고 오던지.. 입맛 떨어지네.."
아이의 아버지는 승영의 말을 들었지만, 아이 생일에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아 참고 자리로 돌아갔다.
***
그렇게 과거를 회상한 승영은 수치심이 밀려왔다.
그리고 가는 내내 고개를 떨구고 지하철 바닥만 봤다.
고된 여정 끝에 집으로 돌아온 승영은, 신발을 벗고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누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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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언제 씻냐.. 귀찮다 귀찮아.."
누워있던 것도 잠시, 악취가 승영의 코를 찔렀다.
"으.. 발 냄새.."
지친 몸을 이끌고 씻으러 들어가는 승영은 샤워실의 거울을 봤다.
"이런 꼴로 밖을 돌아다녔다니.. 꼴이 말이 아니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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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악 샤악-
샤워기를 틀어놓고 온몸을 구석구석 씻는 승영.
"후아.. 좋다.."
그러고는 바닥을 내려다봤다.
"와씨.. 이 검은 때들.. 씻어도 씻어도 계속 나오냐.."
평소보다 씻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씻고 나온 승영은, 드러누워 내일 출근할 생각에 머리가 아파졌다.
"내일은 또 뭘 시키려나.. 그나저나 배까지 고프네.."
고된 일을 처음 해본 탓인지, 몸이 피곤한 승영은 배고픔을 뒤로한 채 그대로 잠에 들었다.
***
♪♪☏☏굿모닝☏☏♪♪
어제처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난 승영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간단히 씻고 나온 승영은 지하철역을 가기 전, 편의점으로 향했다.
"시간은 여유 있고.. 먹고 가야겠다."
삼각김밥 하나와 커피를 산 승영은, 시간을 확인한 후 편의점 의자에 앉으려는 순간,
자신이 처한 상황에 굴욕감을 느끼게 됐다.
'내가 여기서 밥을 먹을 줄이야..'
편의점의 훤히 보이는 유리창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행여 자신을 쳐다보며 안쓰럽게 생각할 것 같은 승영은
자리에 앉지 않고 집으로 가지고 가서 먹을 궁리를 했지만,
-꼬르륵-
어제 저녁도 먹지 않은 채 잠을 자서 그런지 더욱더 배가 고프고,
집까지 가서 다시 나올 생각에 귀찮아진 승영은, 체념한 채 편의점에서 먹기로 했다.
커피 뚜껑을 열고 한 모금 마시고, 삼각김밥을 개봉하려 했다.
"이건 어떻게 뜯는 거야.."
처음 먹어 보는 삼각김밥을 적힌 설명서대로 뜯으려는 승영.
"1번.. 여길 잡아당기고.. 2번.. 3번.. 그대로!"
설명서를 잘못 읽은 승영은 삼각김밥을 잘못 뜯고,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렸다.
"아.. 씨!!!"
바닥에 떨어진 삼각김밥, 절망에 빠진 승영은 삼각김밥을 다시 주우려 했지만
이미 삼각김밥은 분해되고, 다 퍼져버렸다.
그렇게 절망에 빠진 승영은 커피만 들고 편의점을 나왔다.
***
지하철역에 도착한 승영은 지하철이 오는 것을 보고, 서둘러 자리를 찾았다.
자리에 앉은 승영은, 멍하니 반대편 창문을 보며 커피를 마셨다.
아무 생각 없이 가던 중, 승영에게 말을 걸어오는 한 사람.
"이게 요즘 나온 신제품인데.. 보실래요?"
승영은 대꾸를 하지 않고 무시해 보지만, 잡상인은 계속 말을 걸어왔다.
"여기를 누르면 반짝거리면서.."
승영은 화를 참고 잡상인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안 사요."
승영의 단호한 태도에 잡상인은 두말하지 않고, 다른 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때 승영의 옆에 앉은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께서 혼잣말을 했다.
"허허.. 여기서 저렇게 장사하면 안 되는데.. 저들도 먹고살려고 하는 거라 안쓰럽기도 하고.."
할머니의 말을 별생각 없이 듣고 있던 승영에게 할머니는 말을 걸었다.
"학생은 아닌 것 같고.. 출근하시나 봐요.."
승영은 귀찮지만 대답을 했다.
"... 예.."
"요즘 젊은이들 살기에는 참으로 힘든 시대에요.. 우리 아들도 그렇고.. 내가 다 미안해.."
할머니의 말을 들은 승영은 피곤한 듯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힘들어도 해야죠.."
"자네는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네.. 열심히 살면 꼭 돌아올 것이에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거든.."
할머니의 말에 승영은 괜히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렇게 할머니와의 대화가 끝난 후 승영은 목적지에 도착해 내렸다.
"지긋지긋한 곳.. 또 왔네.. 에휴.."
***
오늘도 공장에 도착한 승영.
"오셨네요? 승영 씨는 오늘도 오전은 여기 있는 물건 날라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어.. 어! 아저씨! 잠깐 그거 하지 말고!.."
승영에게 지시를 한 후 관리자는 다른 곳으로 갔다.
승영은 쌓여있는 벽돌을 쳐다보는데, 어째 어제보다 더 양이 많은 것 같았다.
"저 자식.. 어제 내가 빨리빨리 일한 거 보고, 작업량을 더 많이 준 것 같은데.. 이 씨.."
분한 승영. 하지만 어쩌겠나, 따질 수 없는 승영은 묵묵히 일을 했다.
일을 하고 있던 승영에게 다가오는 근로자 4.
"출근했네? 허허.. 오늘도 열심히 해보자고! 밥은 먹었어?"
"원래 아침 잘 안 먹어요.."
그런 승영을 걱정하며 초콜릿과 파스를 건네주는 근로자 4.
"힘든 일 하면 배고프면 안 되거든.. 자, 이거 먹고 당이라도 충전하고, 이런 일을 하게 되면 파스는 필수야! 허허~"
평소였다면, 싸구려 초콜릿은 안 먹는다며 상대방을 능멸했을 승영이었지만,
초콜릿을 받자마자 허겁지겁 먹는 승영, 근로자 4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달달 허니 맛있지?"
"당 충전됐네요!... 고마워요! 점심에 밥 같이 먹어요 아저씨."
간단한 인사를 끝으로, 승영과 근로자 4는 오늘도 오전 작업을 열심히 시작했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승영을 보는 근로자 3은 다른 근로자들에게 말했다.
"그 어린놈 또 왔네? 어제만 하고 안 나올 줄 알았는데.. 하하~"
"그 녀석 또 왔어? 나한테 거지라더니 그 녀석도 돈이 급한가 본데?"
"저 어린놈.. 골탕 먹일 방법이 없나? 눈엣가시란 말이야.."
거슬리는 승영을 근로자 1,2,3은 골탕 먹일 방법을 생각했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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