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괴롭힘(1)

일을 하고 있는 승영에게 근로자 1은 말을 걸었다.
"오늘도 나왔네?"
어제 트러블이 있던 근로자 1이 갑자기 말을 걸자 승영은 대꾸도 않았다.
"어른이 말하는데.. 대답도 안 하네?"
근로자 1의 말을 듣자 승영은, 신경을 곤두세우며 대답했다.
"어른다운 짓을 해야 어른 대접을 하지."
승영의 당돌함에 열이 받은 근로자 1은 승영에게 다가갔다.
"이 봐, 나도 계속 여기서 일하는 사람이야. 어?!! 그렇게 싸가지 없게 대답하지 말라고!"
열이 받은 근로자 1에게 궁금하면서도 귀찮은 듯 승영은 대답했다.
"아니, 그냥 아저씨 일하라고.. 왜 자꾸 와서 아는 척 말을 거는 건데? 그냥 서로 없는 듯이 일하면 되잖아?"
"아니, 이 새끼가 따박따박 말대꾸야??!"
"아저씨, 이제 아는 척하지 마. 알겠어?"
언성을 높이는 근로자 1, 하지만 승영은 무시한 채 지나갔다.
승영과의 전쟁을 끝낸 후 근로자 1은 근로자 2,3에게 다가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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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저 자식이랑 또 싸운 거야?"
"어린놈이 싸가지 없이 반말에, 말대꾸에.."
"가정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게 확실해.."
근로자 1,2,3은 승영의 뒷담화를 하기 시작했다.
"저 어린놈, 어른인 우리가 참교육 해줘야지!! 안 그래? 내가 먼저 제대로 골탕 먹여볼게."
자신 있게 포부를 내세우며 근로자 2는 어디론가 향했다.
5분쯤 지난 후, 근로자 2는 근로자 1,3에게 다가왔다.
"어디 다녀온 거야?"
"저 어린놈이 우리말은 안 들으니 일단 되는대로 질러놓고 왔지."
근로자 2는 무슨 꿍꿍이인 것이었을까..
***
한편, 승영은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물건을 나르고 있다.
"몇 개 안 남았네.. 힘들긴 한데, 하다 보니 어제보다는 괜찮은 것 같기도 하네.. 후.. 조금만 쉬자!"
쉬고 있던 승영에게 관리자가 다가왔다.
"승영 씨, 일 다 했어요?"
"아직이요, 조금만 쉬려고요. 조금 쉬는 것도 안돼요?"
또 다른 일을 시킬 줄 알고 승영은 경계했지만,
관리자는 다른 말을 이어 나갔다.
"쉬는 걸로 뭐라 하려고 온건 아니고.. 일하면서 다른 사람들이랑도 잘 지내요, 싸우지 마시고.."
"누가 싸워요? 내가? 어제 말곤 싸운 적이 없는데요?"
승영의 말에 관리자는 한숨을 쉬었다.
"어휴.. 여기 일하는 아저씨들이랑 싸우지 마시라고요.."
"하.. 싸운 게 아니라, 저 아저씨들이 갑자기 와서.."
관리자는 억울한 듯 대답하는 승영의 말을 잘라버렸다.
"승영 씨, 나도 승영 씨 성격 대충은 알 것 같으니까 그냥 고분고분 일하세요. 괜히 일 크게 만들지 마시고.."
승영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하.. 글쎄 저도 조용히 그냥 일하고 싶다니깐요? 근데 아저씨들이 갑자기 왔.."
관리자는 또 승영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지 않았다.
"알겠고요.. 어쨌든 제 말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또 시끄러운 소리 들리면 여기서 일 못 하세요."
자기 말만 하고 가버리는 관리자.
승영은 그저 관리자의 돌아가는 뒤통수에만 대고 억울함을 표출할 뿐이었다.
"아!! 씨x!! 내가 뭘 잘못했어.. 도대체!!!"
분이 가시지 않아 씩씩대고 있는 승영에게 근로자 2가 지나가며 한마디를 건넸다.
"아침부터 왜 이렇게 화가 나있어~"
승영은 근로자 2의 말을 듣고 더욱 화가 났다.
"아저씨, 나 보고 아는 척도 하지 말고 말도 걸지 마."
"나는 오늘 당신이랑 한마디도 안 했어, 왜 가만있는 사람에게 성질이야!"
되레 화를 내며 근로자 2는 지나갔다.
***
자기 구역으로 돌아온 근로자 2는 박장대소를 했다.
"하하하하~~~ 어린놈의 자식이 어딜 까불어.."
"뭐야? 정말 교육 시켜 준거야?"
"어허! 내가 누군데 그럼!! 저런 놈은 식은 죽 먹기지~"
"하하~ 어떻게 한 거야? 저 녀석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던데!"
"우리가 굳이 나설 필요가 있나?~ 관리자한테 말하면 끝이지~ 하하~~"
근로자 2는 통쾌하게 승영을 교육 한 이야기를 근로자 1,3에게 말해줬다.
근로자 1,2,3이 수다를 떨고 있는데, 반대편에 관리자가 지나갔다.
"자네가 한번 말했으니 이번에는 내가 가서 말하고 올게~ 크크~"
신이 난 근로자 1은 관리자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지어냈다.
"관리자님.. 정말 나 여기서 일 못 하겠네.. 우리 아들내미 같은 녀석한테 계속 무시나 당하고.."
"하... 또 승영 씨죠?.. 알겠어요. 아저씨, 제가 승영 씨에게 잘 알아듣게 설명할 테니 가서 일하세요.."
돌아온 근로자 1은 호탕하게 웃으며 근로자 2,3에게 말했다.
"관리자가 곧 그 자식 나가라고 할 것 같은데? 하하하~"
***
오전 작업을 마친 승영은 점심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아침부터 재수 없는 일만 생겨서 그런지 더 배 고프네.."
주린 배를 잡고 있는 승영에게 관리자가 다가왔다.
"하... 승영 씨.. 제가 한 시간 전에 일하시는 분들이랑 잘 지내라고 말씀드렸는데.."
"아까 말했잖아요."
영문을 모르는 승영은 관리자가 경각심을 주려고, 한 번 더 말하는 것으로 착각했다.
"네.. 그러니깐요.. 말했었죠..? 그런데 말하자마자 또 일을 만드시면 어떡합니까.."
"제가 뭘 했다고 그러는데요. 저 아무랑도 말도 안 하고 일만 했어요."
하지만 승영의 말이 거짓말인 줄 아는 관리자였다.
"어제도 아저씨들이랑도 싸워, 오늘도 싸워.. 일하려고 온 게 아니라 싸우려고 오시는 거예요?"
그제야 승영은 눈치를 챘다.
"오늘 제가 그 아저씨들이랑 싸운 거 본 적 있어요?"
"본 적은 없죠, 그런데 들리잖아 자꾸.. 저도 스트레스입니다 정말.."
"누가 싸웠다고 하는데요?"
"누구겠습니까? 어제 싸운 아저씨들이죠! 아버지뻘 정도 되는 분들이시니까 싸우지 마시라고요.."
한숨만 쉬며 관리자는 승영에게만 나무라며 돌아갔다.
승영은 근로자 1,2,3의 계략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나이 처먹고 할 짓이 그렇게 없나.."
***
점심시간이 됐다.
괜한 억울함만 쌓인 채 승영은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아침에 일어난 일 때문에 승영은 밥맛도 없다.
그때 오늘도 여지없이,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승영에게 근로자 4가 다가왔다.
"오전 작업은 어땠어? 어제랑 똑같이 힘들었지? 허허~"
"네.. 그래도 어제보다는 덜 힘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기분 탓인가? 하하~.."
애써 밝은 척하는 승영이지만,
어딘가 어색한 표정을 본 근로자 4가 물어봤다.
"오늘은 밥이 맛없어? 입맛이 없는 건가?"
"아.. 아뇨.. 맛있는데요? 천천히 먹으려고.."
저기압이 된 승영을 보고 근로자 4는 걱정했다.
식사를 마친 승영과 근로자 4는 식당 밖을 나와, 걸으며 이야기를 했다.
"혹시라도 힘든 것 있으면 나한테 말해. 큰 도움은 안 되더라도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도와줄 테니.."
"아.. 네.. 감사해요.."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래.. 여기나 다른 곳이나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사람들도 많고~ 잘해주는 사람들도 물론 많고~ 많은 경험을 해보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생각하는 날이 또 올 거야~"
승영은 근로자 4의 말을 듣고 대답했다.
"맞네요.. 저는 많은 경험은 안 해봤지만, 지금 여기서도 아저씨가 말한 대로 저를 못 잡아먹은 사람들도 있고, 잘해주는 사람들도 있고.."
그러자 근로자 4는 승영의 말을 듣자, 무언가 알아차렸다는 듯이 말을 건넸다.
"누군가 괴롭히고 있는 거지?"
"네?.. 자세히는 모르지만.. 뭐 제 기분 탓일 수도 있고요.. 음.. 어? 점심시간 끝나가네요.. 아저씨, 오후도 파이팅 해요!"
황급히 공장으로 달려가는 승영.
근로자 4는 한숨을 뱉었다.
"다 큰 어른들이.. 참.."
***
오후 작업을 시작했다.
오전에 기분 나쁜 일이 있었지만, 승영은 묵묵히 견뎌내고 일을 했다.
그때 근로자 1,2,3들은 지나가며 괜한 시비조로 말을 걸었다.
"열심히 하네~ 좋아~ 그렇게 하는 거야~"
"하하하~ 진작에 이렇게 순종적으로 나왔으면 좋았잖아?"
"이러니 어린애들은 매가 약이야~"
근로자 1,2,3의 말에도 승영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 괜히 휘말리면 승영만 피해를 보기 때문에,
흘깃 눈만 마주치고 고개를 돌렸다.
"자~ 우리도 일하러 가자~"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를 보여주고 있던 승영이었지만,
승영의 태도가 달라졌다며, 근로자 1,2,3은 신이 난 상태로 일을 하러 갔다.
"저 자식, 이제 좀 순종하는데 그래도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아~"
"캬하하~ 눈빛도 고쳐줄까?"
그때 근로자 4가 잔뜩 신난 근로자 1,2,3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그만들 좀 하시죠.. 다 큰 어른이 어린 사람이랑 싸워서 뭐 합니까?"
근로자 4의 말을 들은 근로자 3은 반박했다.
"당신이 뭔데 그만하라 마라야? 어이, 그 어린놈이랑 좀 친해진 것 같던데 감싸주는 거야?"
"감싸주네~ 어이, 아재요~ 저놈은 이렇게 교육을 해줘야 정신을 차린다니까??!"
근로자들의 떳떳함에 근로자 4는 한심해했다.
"어휴.. 그래서 고작 한다는 게.. 어른 세명이 머리 맞대고 3:1로 공격하는 건가요? 애 하나 못 잡아서?"
"아니, 근데 이 아저씨가 보자 보자 하니까, 왜 자꾸 껴드는 거야? 어? 당신이 저 새끼 애비라도 돼?"
"당신들이 너무 불쌍해 보여서 그렇습니다.. 본인 자식들이나 교육하세요."
근로자 4의 일침에 근로자 1,2,3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근로자 4는 자리를 떴다.
"착한 척은 오지게 하네.."
"저 양반은 왜 갑자기 와서 시비야!!"
***
퇴근시간이 다가오고,
근로자 4는 승영에게 다가갔다.
"이제 곧 퇴근 시간이구만~ 오늘도 고생했네!"
"아저씨도요~"
승영의 어깨를 한번 감싼 뒤, 퇴근 준비를 하러 가는 근로자 4.
그때 승영은 궁금한 듯 근로자 4를 불러 세웠다.
"아 참! 아저씨!"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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