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새벽 3시 30분-
승영은 평소 출근 준비하는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눈이 떠졌다.
"어제 일찍 자서 그런지 빨리 일어났네.."
다시 잠을 청하려 했던 승영은 잠이 오지 않자,
모자만 푹 눌러쓴 채 어두운 새벽 밖을 나왔다.
텅 빈 거리에는 길고양이만 지나다닐 뿐,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정처 없이 길을 걷던 승영은 먹자골목으로 향했다.
그렇게 하염없이 길을 걷던 승영이 갑자기 멈춰 서서, 24시간 영업하는 족발집 가게를 봤다.
-족발 삶으실 직원분 구합니다.-
공장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일을 하기 싫은 승영은
가게 문 앞, 직원을 구하는 구인 글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하지만 승영은 이내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
집에 도착한 승영은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그래도 시간이 많이 남아 여유롭게 준비하는 승영은
씻고 나와 바닥에 주저앉았다.
최근 계속 일만 해서 따분해진 걸까?
사람도 만나지 않고 늘 퇴근하면 집에만 있던 승영은
재미있는 취미를 찾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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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생활 추천] - 검색
검색을 해보니 꽤 많은 종류의 취미들이 다양하게 나열되어 있다.
[등산], [배드민턴], [탁구]. . . .
"죄다 운동뿐이네.. 퇴근하고 오면 서 있을 힘도 없는데.."
흥미롭게 보던 승영은 편안하고 힐링을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찾는다.
그렇게 계속 찾던 중, 드디어 승영이 원하는 테마의 취미생활들이 나열되어 있다.
[영화 동호회], [게임 모임], [2030 친목 도모 술자리 모임]. . .
"음.. 여기를 들어가 볼까.."
2030 친목 도모 술자리 모임에 눈길이 가는 승영은 잠깐 망설이다, 채팅방에 가입했다.
승영이 채팅방에 입장하자마자 몇몇 회원들이 승영을 반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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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철/39세 - [안녕하세요~ 공지사항 읽으시고 닉네임 바꿔주세요!~]
공지 사항에는 닉네임을 별명, 나이로 설정하라고 적혀있다.
승영/31세 - [반갑습니다.]
지희/37세 - [신입회원 들어오셨네요~ 반가워요!]
유진/30세 - [이 시간에 들어오시다니..! 반가워요~]
영철/39세 - [나중에 번개모임에도 참석하셔서 친하게 지내요~]
승영/31세 - [네, 알겠습니다.]
***
짧은 인사를 마치고 승영은 출근을 하러 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승영의 신경에 거슬리는 것이 생겼다.
바로, 지하철을 탄 승영은 조용히 노래를 감상하며 출근길을 가고 싶은데,
자꾸만 알람이 울리는 채팅방 때문이다.
지희/37세 - [나 지금 자려는데, 자기 전에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메뉴 추천받습니다!]
유진/30세 - [음.. 언니 다코야끼 어때?]
지희/37세 - [다코야끼 말구 다른 거!]
민정/33세 - [맥모닝 추천할게!!]
동훈/29세 - [누나 당연히 아침은 국밥이죠~~]
지희/37세 - [밥은 싫단 말이야~~]
시답잖은 이야기에도 다들 대답과 반응을 해주며,
채팅방은 떠들썩했다.
"아우.. 시끄러워.."
승영은 채팅방 알림이 오지 못하게 알림 기능을 꺼버린 뒤, 평온하게 출근을 했다.
***
공장 입구에 도착한 승영은 벌써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으.. 지긋지긋해.. 들어가기 싫다.."
그리고 승영은 주먹을 불끈 쥐고 다짐했다.
"한 번만 더 괴롭혀봐.. 뒤도 안 보고 침 뱉으면서 나갈 거야."
공장에 들어온 승영은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뒤, 진수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출근하셨습니까~"
환한 얼굴로 승영을 반기는 진수였다.
그리고 전해줄 말이 있다며 승영에게 전달했다.
"아.. 참.. 승영아.. 관리자님이 너 오늘 태식 씨랑 같이 작업하라고 하시더라.."
청천벽력 같은 진수의 말을 들은 승영은 인상을 찌푸렸다.
"네?? 아.. 저 안 할래요.. 집에 갑니다.."
그러자 진수는 웃으며 말을 바꿨다.
"하하하~ 농담이야~ 사실 오늘은 관리자님이 내가 있는 C 구역에서 자네랑 같이 작업하라고 하시더라고!"
"아잇!! 하하하~ 그런 장난하지 마세요! 아침부터 기분 안 좋아질 뻔했단 말이에요. 하하하~"
"그래~ 오늘 재밌게 해보자~"
한시름 놓은 승영.
그리고 진수는 오늘 승영과 작업을 같이 하고, 관리자에게 승영의 좋은 점만 말해 줄 생각이었다.
"그래~ 오늘 재밌게 해보자~"
처음으로 작업하며 웃는 승영을 보며 진수도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승영과 진수는 화기애애 대화도 오고 가며 오전 작업을 진행했다.
"처음으로 이렇게 기분 좋게 일하는 것 같아요!"
"허허~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그 짜증 나는 아저씨들이랑 할 때가 제일 싫고, 혼자 할 땐 재미없이 일만 했는데, 아저씨랑 일하니 편하고 좋아요!"
"하하~ 나도 재밌네, 나도 혼자 할 땐 따분했어~ 봐, 재밌게 일하니 시간도 빨리 지나가잖아~"
순식간에 지나간 시간,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승영은 늘 오늘 같기만을 바랐다.
"오늘은 밥도 더 맛있게 느껴질 거야~"
"하하하~ 당연하죠~"
***
식사를 마친 승영은 남은 휴식 시간에 휴게실에 들어와 휴대폰을 확인했다.
"어?"
너무나 많은 알림이 와 있어서 확인을 하기 시작했다.
알림의 정체는 오늘 아침 가입한 친목 도모 술자리 모임이었다.
"와.. 이 사람들은 쉬지도 않고 채팅을 하는구나.."
하나하나 채팅을 읽어보는 승영은 처음 보는 문화에 신기해했다.
승영은 채팅을 읽던 중, 오늘 밤 술자리를 갖자는 채팅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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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철/39세 - [오늘 시간 있는 사람은 저녁 7시에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자~!]
민정/33세 - [오빠, 나 참석할래!]
동훈/29세 - [형님, 저도 합류하겠습니다!]
영철/39세 - [그래~ 늦게라도 참석할 수 있는 사람들은 참석하세요!]
그렇게 많은 채팅을 읽어가는 승영은 마지막 채팅을 보고 고민했다.
영철/39세 - [승영 님은 오늘 처음 들어오셨으니, 참석하실 수 있으면 꼭 오세요!]
승영은 선뜻 답장을 하지 않았다.
"퇴근하고 가면.. 피곤할 것 같긴 한데.. 한번 나가볼까..?"
결정을 내리지 못한 승영은, 우선 가볍게 답장을 했다.
승영/31세 - [오후 5시쯤 참석할 수 있을지 없을지 답장 드리겠습니다~]
퇴근한 후, 자신의 컨디션이 좋으면 참석하려는 심산이었다.
***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작업 시간이 시작됐다.
오후에도 진수와 함께 승영은 재미있게 일을 했다.
"자네가 일을 참 잘하네~ 실수도 없고 말이야~"
"그런가요? 하하~ 감사합니다."
"음.. 보자.. 오후 작업은 오전보다 더 빨리 끝낼 것 같은데?"
"벌써 끝이에요?"
"아니~ 저기 봐! 저것만 포장하면 되는 거야. 몇 개 안 남았어."
"와.. 얼추 2시간 정도는 쉴 수 있겠는데요?"
"그렇지~ 빨리하고 쉬자!"
빠르게 작업을 하는 승영과 진수는 서서히 작업을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오늘 덕분에 빨리 끝났는데 내가 저녁 쏠 테니 같이 저녁이나 먹을까?"
갑작스러운 진수의 제안에 승영은 난감해했다.
"아.. 저 오늘.. 그.. 약속이 있어서.."
지난번에도 거절했던 승영은 오늘도 거절을 해서 미안해했다.
"아이고~ 그래? 타이밍이 안 맞았네.. 친구 만나러 가는가 보구나?"
"아.. 친구는.."
말을 이어가지 못하는 승영.
"아~ 다른 약속인가 보구나?
"아.. 아니요! 친구 만나요! 예전부터 잡아놓은 약속이라.. 죄송해요, 다음에는 날짜 맞춰서 꼭 같이 먹어요!"
"그렇구나~ 그래,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룹시다!"
진수와 같이 일을 해서 체력이 남아 있는 승영은,
술자리 모임을 선택하고 진수와의 저녁 식사를 미뤘다.
그렇게 승영은 퇴근 시간까지 진수와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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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퇴근 시간이 됐다.
"아저씨!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자네도 고생했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자네도 오늘 재밌게 친구랑 노시게나~"
"네, 들어가세요~"
공장을 나와 퇴근을 하는 승영은 술자리 모임 채팅방에 채팅을 남겼다.
승영/31세 - [저도 참석하려는데 어디로 가면 될까요?]
영철/39세 - [오! 그럼 대당동에 있는 임창덕 삼겹살집으로 7시까지 오시면 돼요~ 거기가 맛있거든요!]
승영/31세 - [네, 그때 뵐게요~]
모임에 참석한다는 채팅을 남기고 승영은 집으로 돌아가 모임에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
집에 도착한 승영은 난관에 봉착했다.
"옷이 없네.. 뭘 입고 가야 되지..?"
한동안 집 밖을 나가지 않고 일만 하던 승영이라 입을 옷이 없었던 것이었다.
계속해서 옷장을 뒤져보는 승영은 마음에 드는 옷을 찾지 못했다.
"음.. 그냥 깔끔하게만 입고 가자."
무난한 옷으로 코디를 하고 모임에 나서는 승영.
저녁 7시 승영은 모임 장소에 도착해, 술자리 모임 채팅방에 채팅을 보냈다.
승영/31세 - [도착했는데 들어가면 되나요?]
영철/39세 - [오셨어요? 들어오시면 왼쪽 창문 옆 테이블에 남자 2명 여자 1명 보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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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철의 답장을 받고 가게로 들어가는 승영,
그리고 술자리 모임 회원들 같은 사람들을 마주하며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아~ 승영 님이시구나?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호호..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제 옆에 앉으시면 될 것 같아요!"
자녀 두 명은 있는 아빠 같은 인상의 영철,
푸근한 인상의 민정,
그리고 도수 높은 안경을 쓰고 있는 깡마른 동훈이 앉아있다.
너무나도 반갑게 맞이해주는 회원들, 승영은 낯설어 했다.
그리고 굉장히 오래된 친구처럼 대화도 스스럼없이 하는 회원들이었다.
아무 말 없이 지켜보기만 하는 승영은 대화에 끼지 못하고 술만 마셨다.
그때 영철은 승영에게 말을 걸었다.
"아! 참, 승영 씨는 일 끝나고 오신 거예요?"
"예.."
"그러시구나~ 무슨 일하시는지 물어봐도 돼요? 하하~"
"얼굴 보니까.. 사무직일 것 같아요! 맞죠?"
"어.. 그냥.."
영철과 민정의 질문이 이어졌다.
공장에서 일한다고 하면 되는 것을,
승영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왜 말을 못 해요? 혹시 편의점에서 일해요? 하하하~"
동훈의 말에 모두가 웃었다.
영철은 그런 동훈을 웃으며 나무랐다.
"하하하~ 야 이 녀석아, 초면에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승영 님 나이가 서른이 넘었는데 편의점에서 일하시겠냐~?"
"하하하~ 편의점이 왜요! 제가 아는 형님 32살인데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걸요?"
"꺄하하~ 아니 그래서, 승영 님은 어디서 일하시는 거예요?"
망설이던 승영은 이제서야 결심한 듯 대답했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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