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좋은 느낌

"혹시.. 어깨나 손목 쪽이 많이 안 좋으세요?"
"네??"
공장에서 일하던 승영은 하루하루 파스를 붙였는데, 그걸 본 정화는 걱정스레 말했다.
"저기 손목에 파스가 붙이신 것 같은데.. 족발 삶고 썰고 하려면 전체적으로 손목이나 팔 부분이 무리가 가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아.. 네, 괜찮아요!"
"아~ 그럼 언제부터 일하실 수 있으세요?"
"내일부터 가능합니다!"
"와~ 정말요? 저희도 일손이 부족해서 빨리 구해졌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저도 빨리 구하고 싶어서.. 하하.."
정화도 직원을 빨리 구해서 좋고,
승영도 일자리를 빨리 구해서 좋은 이때,
일이 잘 풀리며 대화를 하던 중,
정화는 승영에게 넌지시 질문을 했다.
"그전에는 무슨 일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 그냥 이것저것 했습니다.."
"그렇구나.. 음.. 저희 어디서 본 적 없나요? 낯이 익은 것 같아서.."
"음.. 글쎄요..?"
정화와 승영의 대화를 듣고 선아가 다가와 대답했다.
"연예인 닮은 거 아니에요?"
"그런가..?"
"네! 영화배우 닮은 것 같은데요?! 저도 처음에 보고 뭔가 낯이 익었었거든요. 하하~"
즐겁게 대화를 하던 중, 손님들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몇 분이세요?"
"세명이요~"
"네~ 이쪽에 앉으시고, 주문하실 거면 말해주세요!"
"지금 나갈 족발들은 다 삶았으니, 내일 한번 오셔서 배워보실래요?"
"아.. 네, 일단 어떻게 나가는지만 한번 보고 갈게요."
"네~ 이쪽으로 오실까요?"
승영을 데리고 주방으로 들어가는 정화.
"저기 삶아진 족발을 꺼내서 썰기만 하면 돼요, 어려운 건 없어요~"
"제가 해볼까요?"
"아뇨~ 제가 하는 것만 잠깐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정화는 족발을 썰고, 승영은 옆에서 보며 배웠다.
"밑반찬 같은 건 선아 씨가 할 거고, 그냥 족발 삶고, 썰고 정리하시는 것까지 하시면 돼요~"
기본적인 업무를 알려주는 정화.
음식이 손님에게 나가고,
승영은 궁금한 것을 마지막으로 물어봤다.
"그럼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하는 걸까요?"
"승영 씨는 주 6일에 오후 12시부터 오후 8시, 월급은 280만 원이에요."
"네. 알겠습니다!"
"네~ 12시까지 오시고, 점심때라 조금 바쁠 수 있거든요, 배우시면서 일하기엔 힘드실 수 있으니, 한가해지면 알려드릴게요~"
"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만족한 듯 가게를 나온 승영은, 일이 수월하게 풀리는 것 같아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280만 원이면.. 공장보다 더 주잖아? 망할 놈의 공장 퉤, 여기는 시비 걸 사람도 없는 것 같고, 모든 게 다 괜찮은데?"
신이 난 승영은 들어가는 길에 통닭집 앞에 섰다.
"아저씨~ 통닭 한 마리만 포장해 주세요."
통닭을 포장한 승영은 편의점에 들러 맥주 1캔을 사고, 집에 들어갔다.
***
집에 도착한 승영은 통닭과 맥주를 맛있게 먹었다.
"크~ 드디어 내 인생 술술 풀리는 건가?~"
지체 없이 빠르게 일자리를 구하고,
맛있는 통닭 그리고 맥주.
승영은 집에서 쫓겨난 후,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날이 아닐 수 없다.
"잠깐.. 그렇게 힘들었던 공장도 월급이 280만 원이 안 되는데, 족발 삶고 썰기만 한다고 280만 원을 준다고..? 엄청 힘든 건가..?"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불길한 예감, 하지만 승영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에이~ 아닐 거야, 힘들면 얼마나 힘들겠어? 일단 해보는 거지!"
정신승리를 끝낸 승영은, 통닭과 맥주도 다 먹고 잠이 들었다.
.
.
.
-오전 10시-
출근 시간이 이른 시간이 아닌, 오후 12시인 승영은 알람도 안 맞추고 기분 좋게 기상했다.
"캬~ 새벽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집이랑 가까워서 지하철도 안 타도되고.. 얼마나 좋아?"
오랜만에 집을 깔끔하게 청소도 하며, 쌓인 쓰레기도 내다 버렸다.
여유롭게 출근 준비를 하는 승영.
샤워를 하는 순간에도 흥에 겨웠다.
"룰루~ 아직 일하지도 않았는데 왜 이렇게 설레지? 이런 게 일하는 재미라는 건가? 하하하~"
씻고 나온 승영은 룰루랄라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음.. 11시 20분이네.. 미리 가서 일 좀 배워놓을까?"
첫 출근인 만큼, 일찍 출근해서 일을 배우려는 승영, 열심히 하려는 태도 또한 성장했다.
***
유난히 기분도 좋은 만큼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게에 도착한 승영은 호기롭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가게에 도착한 승영, 웬일인지 어제 봤던 사장 정화와 직원 선아가 보이질 않았다.
"아~ 안녕하세요. 몇 분이세요?"
처음 보는 남자 직원이 승영에게 손님 대하듯 인사를 했다.
"어..? 저 어제 면접 보고 오늘부터 일하기로 한 사람인데요..?"
그제야 직원은 승영을 알아보고 반겼다.
"아~ 사장님께 들었어요! 저한테 족발 삶는 거 알려주라고 하시더라고요."
"네, 배우려고 일찍 왔어요."
알고 보니 지금 있는 직원들은 승영과 다른 시간대에 일을 하는 직원들이었다.
직원은 승영에게 일을 알려주기 위해 주방으로 안내했다.
"일단 몇 마리를 삶을지가 중요해요, 한꺼번에 많은 양을 삶을 때와 적은 양을 삶을 때의 맛은 확연히 다르거든요. 그런데 일단 저희는 24시간 영업이라 많은 양을 삶아요!"
"아.. 네네.."
"그리고 여기 육수 보이시죠? 이걸 종물이라고 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불 조절도 잘하셔야 하고, 물의 양, 종물의 양 어떤 재료를 넣는가에 따라 맛이 달라져요. 말로 설명하기는 굉장히 힘들죠. 하하.. 그래서 이건 하시면서 터득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승영은 꽤나 복잡한 업무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음.. 그리고~ 족발을 제대로 삶을 때에는. . . ."
열정적으로 알려주는 직원이지만, 세세하고 복잡한 설명에 승영은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자.. 일단 알려줄 건 다 알려드렸고요~ 처음이니 바로 잘하실 수는 없을 거예요~ 며칠 동안은 모르는 부분은 물어보세요~"
"후.. 네.."
30분 일찍 출근했던 승영이지만, 시간은 벌써 12시를 가리키고,
직원 선아가 들어오고 그 뒤로 정화도 들어왔다.
"교대합시다~"
"하하~ 저는 이제 퇴근해 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네~ 수고했어요~"
선아의 우렁찬 인사와 부드러운 정화의 인사에
남자 직원도 웃으며 퇴근을 했다.
그리고 정화는 승영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승영 씨, 일찍 오셨나 봐요~?"
"네, 일찍 와서 배우려고.. 하하.."
"어머, 제가 조금 있다가 알려드리려고 했는데..! 열정이 넘치시는군요! 배워보니 어떠세요?"
"하하.. 아직.. 처음이라 감이 잡히지가 않네요.."
"그렇죠~ 처음에는 그래요~ 하다 보면 익숙해지면서 감 잡으실 거예요~!"
"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단단한 각오를 하며, 드디어 일을 시작하게 됐다.
.
.
.
-따르릉☏-
가게에 크게 울리는 전화 벨 소리에 선아가 전화를 받았다.
"네~ 에스 족발입니다!. . . . . 네! 네! 알겠습니다~ 30분 후에 오시면 될 것 같아요!"
전화를 끊고 선아는 우렁찬 목소리로 홀에 앉아있는 승영에게 전달했다.
"일반 족발 2마리 포장하신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정화는 승영을 불러, 주방으로 함께 들어왔다.
"주문 들어왔네요~ 족발 한번 썰어볼까요 승영 씨?"
"엇.. 네네!"
정화는 승영에게 알려주기 위해 족발 2마리를 꺼냈다.
"장갑 끼시고, 2마리니까 1마리씩 잡아봅시다!"
"네."
"저기 있는 칼이 잘 들거든요~? 저거 쓰시고, 자.. 일단 이곳을 자르신 다음에. . ."
열심히 알려주는 정화,
열심히 배워보려는 승영.
하지만 마음처럼 안 따라주는 승영은 서툴기만 했다.
"하하~ 칼질 처음 해보시나 봐요~? 그냥 이쪽을 비스듬히 이렇게 썰어주시면.. 손 조심하시고요!"
"네.. 처음이라.. 하하.. 이쪽 자르면 되나요?"
"아니요~! 거기는 자르시면 안 되고~ ~ ~"
아직은 서툴지만, 열심히 배워보려는 승영의 모습을 보고 정화는 더 섬세하게 알려줬다.
그리고 첫 임무를 끝낸 승영.
"하하하~ 보기보다 쉽지 않죠?"
"네.. 만만하게 봤었는데, 쉽지 않네요."
"다른 곳은 기계로 족발 써는 곳도 있는데, 저는 이상하게 직접 썰어야 더 맛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아하.."
좀 더 잘해보고 싶은 승영이지만 잘해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기가 죽었다.
하지만 그런 승영의 마음을 모른 채, 물밀듯이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문량을 보고 승영은 넋이 나가, 두려움에 떨었다.
'와.. 이렇게 많이 들어오구나.. 족발 써는 것도 아직 제대로 모르겠는데..'
넋이 나간 승영의 표정을 본 정화는 승영에게 힘을 줬다.
"하하.. 점심, 저녁이 좀 많이 바빠요! 힘드시겠지만 열심히 해봐요!"
"네..! 그런데.. 저 족발 써는 것 좀 다시..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어렵게 정화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승영이지만, 정화는 유쾌하게 대답했다.
"어우~ 그럼요~ 처음이시니까 그럴 수 있어요! 자.. 제가 한 거 잘 보시고 따라 해보세요!"
다행스럽게도 정화는 잔소리를 하지 않고, 승영을 너그럽게 받아줬다.
그렇게 승영의 첫 출근은 바쁘게 흘러갔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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