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혼란

노래를 끝낸 승영은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 봤다.
"뭐야..?"
정체는 바로,
승영의 노래를 듣고 밖에서 구경하던 어린 학생들이었다.
"크크크. 야 이 아저씨 노래 겁나 못해!!!"
"그니까!! 자기가 엄청 노래 잘하는 줄 아는 거 개웃겨!!"
수군거리며 조롱하는 여학생들의 말소리가,
노래가 끝나니 조용해진 탓에 더 크게 들렸다.
창피함에 뒤를 돌아보지 못하고 한 곡이 남았지만 예약조차 못했고,
승영은 마치 기계가 고장 난 듯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야야, 저 아저씨 우리 대화하는 거 들었나 봐!"
"키키킼, 이제 노래 부르라고 하자. 우리 있어서 못 부르나 봐!"
학생들은 마지막까지 조롱하고 노래방을 떠났다.
돌아가는 발소리가 들렸고,
그제야 승영은 갑자기 방 문을 열고 화를 냈다.
"이 씨! 죽을래?"
소리쳤지만 이미 학생들은 자리에서 떠나고 없었다.
그리고 주위를 한번 확인하고 승영은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사람이 없는걸 확인하고 마음 편히 노래를 부르려는 승영.
"에헴.. 마이크가 안 좋네~ 더 잘할 수 있는데.."
민망한 듯 혼자 핑계를 대고, 마지막 남은 한 곡도 열창했다.
노래를 다 끝내고 코인노래방을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한 승영은 복권 종이를 봤고,
다시 행복한 상상을 하며 잠을 청했다.
***
다음 날,
해가 밝고 기상하는 승영은 집에서 휴대폰을 만지며 뒹굴뒹굴하다가,
커피를 마시러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휴대폰을 하는 승영.
그렇게 시간을 때우다가 30분 일찍 출근을 하러 갔다.
"안녕하세요~"
"어머! 일찍 오셨네요?"
"네. 집에서 딱히 할 게 없어서.. 하하, 이것 좀 드세요."
승영은 카페에서 정화와 선아를 주려고 커피를 포장해왔다.
"와~ 잘 먹을게요~"
그러던 사이, 선아도 출근을 하고 승영이 주는 커피를 마셨다.
"카페인 부족했는데,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며 셋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다.
"어제 퇴근하고 다들 복권 사러 갔어요?"
"네! 승영 씨랑 저랑은 결과 나오기 전까진 설렘을 가슴속에 품고 살 것 같아요. 하하~"
"1등 되면 좋겠네요~ 1등 되면 다들 우리 가게에서 일 그만두실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요. 호호.."
"사장님도 참!~ 돈보단 의리죠! 1등 돼도 저는 사장님 도와드릴 거예요!"
"아이구.. 이런 말 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기분 좋네요!"
"그리고 어차피 1등 안될 건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헤헤.."
"하하.. 선아 씨 말이 맞죠~"
훈훈한 분위기에 훈훈한 대화들이 오고 갔다.
"그래도 되면 좋죠~ 아 참! 저도 어제 퇴근하고 집 가는데, 어떤 할머님께서 저에게 대뜸 잘하고 있냐고 물어보는 거 있죠?"
"갑자기요?"
"네~ 처음에는 이상한 할머니라고 생각하다가 저를 아시는 것 같더라고요."
놀란 마음에 설명하는 정화의 말을
승영과 선아는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무슨 상황이죠?"
"그래서 저도 자세히 물어보려다가 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 대충 웃어넘기고 갔거든요."
"가끔 그런 분들 계시던데, 혼잣말하시거나.. 그런 분들 중 한 분 아닐까요?"
선아는 자신이 직접 본 것들을 토대로 추리했다.
"하하~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여기 근처에서 조그마한 가게 운영하시는 할머니라고 하시더라고요~ 어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점심 장사 준비합시다!"
오늘도 셋은 오순도순 점심 장사를 준비하며,
평소처럼 바쁜 점심 장사를 끝냈다.
.
.
.
점심 장사가 끝나고 쉬는 시간, 승영은 선아에게 복권에 대해 다시 한번 물었다.
"선아 씨, 복권이 일요일에 결과가 나온다고 했었나요?"
"아뇨! 토요일 오후 8시에 나와요!"
"아하! 그럼 벌써 내일 나오는 거네요?"
"네! 히히, 원래 월요일쯤 사면 그 한 주가 행복한데 이번에는 좀 늦게 산 편이죠!"
"저도 다음엔 월요일에 사야겠어요."
"복권 이야기 들으니 저도 사고 싶어지네요~"
"사장님도 지금 사 오시는 게 어떠세요? 내일 결과 발표니깐 오늘 사도 돼요!"
"그런데 늘 사면 꽝이더라고요.. 그냥 저는 옆에서 응원만 할게요!"
오늘도 복권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셋.
그때 선아는 정화에게 어제 들은 이야기를 했다.
"사장님! 승영 씨네 집이 엄청 부자인가 봐요!"
"정말요?"
"어허~ 아니라고 했는데도.. 하하~ 선아 씨가 농담하는 거예요~"
승영은 손사래를 치며 부인했다.
"에이~ 이야기 들었을 때, 완전 저랑은 다른 세상에 사는 분인 것 같던데요!?"
"뭐야 뭐야~ 저도 궁금해요!"
"하하.. 진짜 별 이야기 아니에요..
셋이 대화를 하던 중, 갑자기 한 명의 노숙자가 들어왔다.
"어.. 어.. 안녕하세요.."
갑자기 들어온 노숙자에 놀란 승영과 선아.
하지만 정화는 익숙하다는 듯 반갑게 인사했다.
"아저씨~ 오랜만에 오셨네요~"
"네.."
그러더니 정화는 주방으로 가서 족발을 썰어 포장한 채 들고나왔다.
"굶지 마시고, 배고프시면 언제든 오세요!"
"감사.. 합니다.."
그렇게 노숙자는 정화가 준 족발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누구예요?"
"아.. 저 아저씨가 제가 여기 처음 가게 오픈할 때, 저희 가게 앞에 쓰러져계시더라고요.. 처음에 너무 놀라서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어보니, 너무 배가 고프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가끔 저렇게 오시면 족발 조금 도시락에 포장해서 드시라고 가져다드려요.."
"와.. 사장님 진짜 천사세요!"
"도와주기가 쉽지 않을 텐데.."
정화는 이제껏 굶주림에 허덕이던 노숙자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해 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갈 곳도 없으신 것 같기도 하고.. 많이 도움은 못 드려도 제가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에선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 뉴스에서 봤는데, 저렇게 구걸하고 다니시는 분들이 나중에는 오히려 적반하장 하면서 다른 거 달라, 왜 이것밖에 안주냐 이런다고 하더라구요!"
"하하.. 저분은 아직까지 그러진 않던데요~? 오히려 감사하다고 가게 앞이 더러우면 청소해 주시고 그러세요.. 본인이 최대한 보답하고 싶어 하세요~"
선아는 정화가 혹시나 나중에 노숙자에게 상처를 입을까 뉴스에 나왔던 사례를 알려줬다.
"고작 청소..?"
그리고 승영은 노숙자가 음식을 얻어먹고 보답한다는 게 청소뿐이라는 거에 만족하지 못했다.
"줄 게 없다고 하시면서 죄송하다고도 늘 하시고, 그래도 저에게 저분도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정말.. 우리 사장님 천사!!! 날개만 없으시지, 이 시대 진정한 천사는 바로 우리 사장님이셨어..!"
"하하하~ 대단한 것도 아닌데요.. 저도 지금은 장사가 어느 정도 잘 되니까 이렇게 도울 수 있는 거죠!"
그렇게 노숙자가 들어와서, 승영의 부자 루머는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됐다.
.
.
.
쉬는 시간이 끝나고, 저녁 장사를 준비했다.
그때 선아는 궁금하듯 정화에게 물었다.
"천사 사장님!"
"아이 참~ 무슨 천사에요 제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사장님은 사람을 싫어해본 적이 있으세요?"
"저도 있죠~"
"정말요? 전 사장님이 화 내시는 것도 본적도 없구, 누굴 싫어하는 걸 본 적이 없어서요!"
"가게에서 싫은 사람이 없으니 여기서는 화를 낼 이유가 없죠~? 하하~"
"그럼 사장님은 어떤 유형의 사람을 증오하세요?"
선아의 물음에 정화는 치를 떨며 대답했다.
"음.. 저는 정말 용서가 안 되는 게 무례한 거예요.. 사람들을 무시하고 선넘고 개념 없는 행동하는 것..! 잘못했다고 사과를 해도 전 받아주지 못해요..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맞아맞아! 저도 그런 사람들 너무 싫어요!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쭉 개념 없이 살 거예요! 만약 바뀐다 해도 그건 일시적일 뿐!"
정화와 선아의 말을 듣던 승영은 소심하게 반박했다.
"그런 사람도 힘든 상황에 처해진다면 바뀌지 않을까요..?"
"그건 말 그대로 자기가 현재 '힘든 상황'이라는 것에 처해있으니 그런 거 아닐까요? 다시 잘되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 같아요."
"저 또한 선아 씨 말에 동감해요."
정화와 선아의 말에 승영은 괜히 머릿속이 불편해졌다.
"그래서 저는 그런 사람들은 평생 못 살았으면 좋겠어요! 늘 고통받고, 힘들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하하하~ 선아 씨 의외로 냉정하고 단호한 면이 있으시네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요~ 그런 사람들 갑자기 큰돈이 생기면 또 변할 거예요."
승영은 점점 자신이 바뀌어가고 있다고 생각 했었다.
하지만 이게 진정 바뀐 것인지, 선아의 말 그대로 일시적일 뿐인 건지,
승영도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정말.. 나도 큰돈이 생기면.. 다시 이렇게 안 살고 예전처럼 돌아가려나..? 그러겠지..?'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으로 과거와 달리,
변화하고 성장했다고 생각하던 승영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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