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죗값

"어..? 누구..?"
승영은 누군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승영아.. 나 몰라? 우리 같은 고등학교 나왔잖아!"
'엇.. 저 자식 설마.. 그 자식인가?'
승영에게 아는 척을 했던 손님은 승영의 고등학교 동창인 용진이었다.
용진은 승영과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승영이 하인처럼 부려먹었던 종현과 친한 친구였다.
그리고 용진은 승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와.. 하하하~ 내가 아는 이승영 맞아? 내가 아는 이승영은 이런 가게에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
이런 자신의 모습을 들키기 싫었던 승영은 이내 아무 대답을 못하고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그런 승영의 마음을 모르는 선아는 더욱더 반갑게 손님을 맞이했다.
"아~ 친구분이셨구나!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하는 선아의 말에 용진은 선을 그었다.
"친구는 아니고 그냥 같은 학교 나온 동창일 뿐이에요. 그렇지 승영아?"
머쓱해진 선아는 자리를 옮겨 테이블 세팅을 준비했고,
승영은 그 자리에 얼음처럼 굳어있었다.
그리고 용진은 승영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너 왜 이런 곳에서 일하는 거야? 아버지 회사 꽤 큰 걸로 알고 있는데..?"
궁금한 듯 묻는 용진의 물음에, 심기가 불편해진 승영은 딱 잘라 대답했다.
"우리가 이렇게 인사하고 지냈던 사이는 아닌 걸로 아는데.. 그만 아는척하지?"
"종현이 때문에 우리 가끔씩 인사도 하고 지냈잖아~ 예전에도 성격 더러운 걸로 알고 있었는데 여전하네? 푸하하~"
자꾸만 조롱하는 용진에게 승영은 화를 참고 조용하게 대답했다.
"밥 먹으러 왔으면 빨리 처먹고 꺼져.."
승영의 경고에도 용진은 웃기만 했고,
멀리서 둘의 모습을 보던 정화가 주방에서 해맑게 웃으며 나왔다.
"안녕하세요~ 승영 씨랑 아는 사이신가 봐요!"
정화의 인사에 용진은 오버를 하며 대답했다.
"하하하, 그럼요~ 아주 잘 알고말고요!"
"어머~ 친한 사이신가 봐요!?"
"하하하~ 그건 아닌데 잘 알고 있죠. 승영이 궁금한 거 있으면 제가 말.."
승영은 정화와 대화하던 용진의 말을 급하게 끊었다.
"그래그래.. 앉아.. 하하.. 뭐 먹을래?"
용진은 자리에 앉아 다급해 보이는 승영을 더 애태우게 만들고 싶어 했다.
"음.. 족발 중짜리 하나만 줘."
"그래.. 아.. 저 사장님! 이 친구랑 잠깐 짧게 이야기할게 있는데 죄송하지만 사장님이 족발 준비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럼요~ 아직 바쁘진 않으니까 편하게 이야기하세요."
정화가 주방으로 돌아가자마자 승영은 눈에 불을 켜고 용진에게 다그쳤다.
"너 뭐야? 왜 이러는 거야?"
그러자 용진은 호탕하게 웃으며 승영에게 대답했다.
"너야말로 왜 그래~? 뭐에 쫓기는 거처럼 왜 이렇게 불안해 하는 거야? 뭐, 내가 이상한 소리라도 할까 봐? 푸하하~"
용진의 비아냥에 자존심이 상한 승영은 욕을 하고 싶었지만,
말을 아끼며 돌아서며 대답했다.
"... 그냥 조용히 먹고 가라."
돌아서는 승영에게 용진 또한 지지 않고 대답했다.
"야, 승영아. 네가 뭔데 나보고 조용히 먹고 가라 마라야? 내가 니 따까리야?"
용진의 도발에도 승영은 아무 말 하지 않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주방으로 돌아가는 승영을 용진은 가소롭게 바라봤고,
용진과 함께 온 용진의 여자친구는 용진에게 물었다.
"누구야? 용진 오빠, 저 사람이랑 친구야?"
"응.. 크크.. 알지.."
"내가 오빠 친구 중에 모르는 사람도 있었네?"
"저 자식은 몰라도 돼.. 개새끼거든.."
.
.
.
선아가 승영에게 다가가 물었다.
"승영 씨.. 저분이랑 친한 사이 아니죠?"
그리고 승영은 당황한 듯 말을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아.. 하하.. 네.. 뭐.. 눈치 빠르시네요."
"그렇죠?? 말하는 것도 그렇고.. 뭔가 쎄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옆에서 듣고 있던 정화도 거들었다.
"제가 봤을 때도 불편한 사이였던 것 같아요."
선아와 정화의 계속되는 의심에 승영은 급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하하.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친한 친구도 아니라서 맛있게 먹고 가겠죠. 하하."
그렇게 묵묵히 음식을 준비하는 세 사람.
족발 세팅을 끝내고 선아가 용진이 있는 테이블로 서빙을 하러 갔고,
승영은 괜한 불안한 마음에 테이블로 향하는 선아를 지켜봤다.
"맛있게 드세요!"
음식을 테이블에 내려놓는 선아에게 용진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승영이 여기서는 일 잘하고 있어요?"
갑작스러운 용진의 질문에 선아는 똑 부러지게 대답했다.
"그럼요. 승영 씨가 일을 너무 잘해서 사장님도 예뻐하세요!"
그러자 용진이 실실 웃으며 조용하게 대답했다.
"승영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지 않아요? 크크.."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승영은 아차 싶었다.
'저 새끼가 진짜..'
선아가 난처해하며 대답을 망설일 때, 승영이 달려와 선아를 데리고 갔다.
"선아 씨! 저 좀 도와줘요."
선아는 승영의 손에 잡힌 채, 급하게 주방 쪽으로 끌려왔다.
"저 자식이 뭐라고 하던가요?"
"네..? 아.. 그냥.."
"네?? 말해봐요! 뭐라고 했어요?"
승영의 다그침에 선아는 잔뜩 겁을 먹었다.
"갑자기.. 그냥.. 승영 씨에 대해 궁금하지 않냐고.. 그러시던데요..?"
선아의 대답에 승영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용진에게 뭐라 하기엔 상황이 더욱 이상해질 것 같으니, 다시 한번 화를 참는다.
그리고 걱정하듯 선아가 승영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으신 거 아니죠..?"
"아.. 아니에요..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이내 자리를 뜨는 승영.
그리고 정화가 선아에게 다가갔다.
"선아 씨.. 아무래도 승영씨랑 저기 있는 손님이랑 불편한 사이인 것 같으니, 더는 묻지 않는 게 승영 씨를 위한 일인 것 같아요."
"네.."
.
.
.
"사장님!"
그때 족발을 맛있게 먹고 있던 용진이 정화를 불렀다.
"네, 뭐 필요한 거 있으실까요?"
그러자 용진은 이번엔 사장인 정화에게도 조용히 속삭였다.
"승영이 저 녀석 계속 쓰실 거예요?"
뜬금없는 용진의 이상한 소리에 정화는 어처구니없어 했다.
"손님, 저희 직원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안 해주셨으면 해요."
정화의 만류에도 용진은 굴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승영이 저 자식.. 진짜 나쁜 놈이에요.. 괜히 나중에 뒤통수 맞지 마시고.."
"야, 안 닥칠래?"
화장실을 다녀온 승영이 그걸 듣고 용진에게 소리쳤다.
가게 내부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이 새끼가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주둥이 자꾸 함부로 놀릴래?"
꾹꾹 참아내던 승영이 폭발했다.
"그렇지.. 이게 이승영이지.. 하하하~"
둘의 신경전을 바라보는 정화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내가 너한테 잘못한 거 있어? 왜 뭐라도 알고 있는 것처럼 지랄하는 거야?"
승영은 용진에게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당당하게 말했다.
그에 맞서 용진은 하나둘씩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너는 어렸을 때부터 애들 괴롭히면서 양아치 짓거리만 하던 놈이었잖아?"
듣고 있던 정화가 놀라며 대답했다.
"승영 씨가요..? 에이.. 그럴 리 없어요.."
당황한 승영이었지만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철없을 때 그랬던 것들.. 이제 다 반성하고 살아가는 중이야.."
승영의 반박에 용진이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하.. 참.. 한번 양아치 새끼들은 죽을 때까지 양아치 짓만 하던데, 너는 반성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거지?"
"그래.. 이제라도 잘 살아보려고 하고 있으니까.. 할 말 다 했으면 이제 가라.."
그때 용진이 승영의 멘탈을 흔들리는 말을 뱉었다.
"아버지 집에서도 쫓겨났다고 들었는데.. 그 쫓겨난 이유가 아주 개새끼던데?"
승영은 체념했다.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게 후회스러웠다.
돌아갈 수 없는 이 현실이 너무나 괴로웠다.
"그래서 뭐 어떡하라고!!"
승영이 울부짖었다.
"쯧쯧.. 어렸을 때 양아치 짓 하던 애들은 평생 잘 먹고 잘 살던데.. 너는 어찌 이 모양 이 꼴이냐? 죗값을 받고 있는 건가?"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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