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천재로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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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폴더
작품등록일 :
2024.05.31 09:32
최근연재일 :
2024.07.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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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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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거리의 악사

DUMMY

남자가 연주하는 피아노 앞쪽으로 과자 상자를 재활용한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고, 거기 동전 몇 개와 천 원짜리 지폐 두 장 정도가 들어있었다.


“난 또 뭐라고···. 거리의 악사네, 거리의 악사.”

“거리의 악사? 그게 저 사람이야?”

“아냐. 그냥 한 말이지. 거리에서 연주하고 있으니까 우아하게 말하면 거리의 악사지, 뭐. 쉽게 말해 버스킹. 그런데 여긴 스케일이 다르네. 좀 낡긴 했지만, 그래도 피아노잖아! 저거 여기까지 갖고 오려면 힘 좀 썼겠는데? 안 그래, 형?”

“슈베르트 네 개의 즉흥곡, 작품번호 899번 중 2번 D장조 알레그로 (Schubert, 4 Impromptus, Op. 90, D. 899 - 2. Allegro)


이수가 곡명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원영도 바로 맞장구를 친다.

원영도 아는 곡이었으니까.


“맞아. 슈베르트 즉흥곡 2번이네. 근데 형은 진짜 잘 안다. 어떻게 한 소절만 듣고 아냐?”


한 소절만 듣고도 알 수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지금 이수가 한 소절만 들은 건 아니다.

처음 이쪽으로 방향을 틀었을 때부터 이수는 계속 이 곡을 들으면서 왔으니까.

원영이 뭐라고 떠들어도 대꾸하지 않고.


슈베르트의 즉흥곡은 그리 길지 않았다.

채 5분이 되지 않는 즉흥곡은 이수와 원영이 도착하고 얼마 되지 않아 연주가 끝났다.


피아노 주위에 모여선 사람들은 대략 십여 명.

주말이라 오가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정작 같은 자리에서 오래 머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치다 마는 것 같은 박수가 짧게 지나간 뒤, 누군가 오백 원짜리 동전 하나를 상자에 보탰다.

그러자 또 한 사람이 천 원짜리 지폐를 보탰다.

지폐와 동전이 더해졌지만, 남자는 특별히 인사를 하지는 않았다.


그저 다시 헤진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손가락을 몇 번 쥐었다 편 후, 다음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수염까지 덥수룩한 남자의 손은 피아노에 올려놓기가 미안할 정도로 때에 찌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행색은 초라해도 피아노를 연주하는 손은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잠시 후, 남자가 새로운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 ♬ ♬ ♩ ♬ ♬ ♩ ♬ ♬ ♩ ~


곡이 시작되자마자 이수의 입에서도 곧바로 곡명이 흘러나왔다.


“모차르트 환상곡 쾨헬 넘버 397번 D장조 (Fantasia in D Minor, K.397)”

“그러네. 모차르트 환상곡 맞네.”


원영도 피아노 경력이 짧지는 않은 터라 이번에도 아는 척은 했다.

여전히 한 박자 늦은 뒷북이긴 했지만.

연주가 시작되자 나란히 연주에만 귀를 기울인 두 사람.


“거리의 악사치고는 상당히 잘 치네. 젊었을 때 피아노 좀 쳤나 본데. 아님, 저게 직업인가?”


원영이 팔짱을 낀 채 중얼거렸지만, 이수는 아무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곡이 중반쯤 연주됐을 때, 원영이 다시 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 원영에게는 거리의 피아노 소리에 귀를 기울일 여유가 없었다.


“형, 이제 가 봐야 하지 않을까? 거리의 악사 공연은 이쯤 관람하시고! 네?”


그러자 선서를 하듯 손을 들어 올리는 이수.

두 글자로 ‘아닥’이다.

그러나 맘이 급한 원영도 이제는 물러설 수 없다.


“혀엉! 시간 별로 안 남았어. 아르떼 클럽인지, 거기 바로 못 찾을 수도 있다고. 이러다 또 헤매면 진짜 늦어. 일단 갔다가 이따가 와서 더 듣자. 정 서운하면 내가 저 상자에 동전이라도 놓고 갈게.”


주머니를 뒤지는 원영, 오백 원 동전을 아쉬운 듯 쳐다보며 상자에 넣고 온 뒤 곧바로 이수의 손을 잡아끈다.


하는 수 없이 원영의 뒤를 따르는 이수.

더 못 듣는 게 아쉬운지, 가면서도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


멀어질수록 피아노 소리도 달라진다.

아무리 외계 청각 이수라도 가까이에서 듣는 소리와 멀리서 듣는 소리의 차이를 극복할 수는 없다.

월드 빌딩을 향해가는 동안, R석에서 듣던 피아노 소리는 A석, B석을 거쳐 이젠 C석의 소리가 되고 있었다.



* * *



월드 빌딩 앞.

대로변과 달리 사무실 건물들이 많아 보이는 이곳은 주말이라 한적한 편이었다.

아르떼 클럽이 있는 곳은 지하 1층.

건물 앞에는 간판도 없이 우편함 근처에 작은 명패만 하나 붙어 있었다.


원영이 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3시 40분.

약속된 시간 네 시가 되려면 아직 20분이 남았다.


“어떡할까, 내려가 볼까?”

“4시까지 오라고 했다며?”

“어.”

“그럼 기다려야지.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거리의 악사나 더 듣고 올걸.”


소심한 원영과 고지식한 이수가 약속 시간을 맞추기 위해 건물 앞에서 기다리는데, 멀리서 한 여인이 건물 쪽으로 다가온다.

건물 앞을 가로막듯 서 있던 원영이 몸을 비켰다.

그러자 건물로 들어가려던 한 여인이 힐끗 두 사람을 돌아본다.


“···혹시, 아르떼 클럽, 찾아오셨어요?”

“네/네!”

“아, 일찍 오셨네요. 내려오세요. 제가 전화 드린 사람이에요.”


알고 보니 여인이 한스 벡커를 대신해 원영에게 연락했던 사람이었다.

그녀를 따라 지하 일 층으로 따라내러 간 두 사람.

지하에는 마치 스튜디오처럼 모니터 룸이 있었고 옆으로 방음문이 있었다.



모니터 룸 테이블로 두 사람을 인도한 여인.


“혹시 어느 분이 이원영 씨인가요?”


여인이 두 사람 앞에 음료수 쟁반을 놓으면서 물었다.


“접니다!”


그러자 다시 이수에게 향하는 여인의 시선.

원영이 앞질러 대답했다.


“제 형인데 제가 같이 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오디션을 보신다고 해서 좀 떨려서요.”


원영의 말에 빙그레 웃는 여인.


“괜찮습니다. 같이 계셔도 돼요. 제 소개를 안 드렸네요. 여기, 정누리라고 해요.”


여인이 이수와 원영에게 명함을 건네며 자기를 소개했다.

명함에는 도이치 클래식 한국 지사 매니징 디렉터 Managing Director, 정누리라는 직함과 전화번호 등이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사실 한스 벡커가 도이치 클래식 음반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었다.

다만 급히 한국에서 도와줄 사람을 찾다 보니 건너건너 인맥으로 도이치 클래식의 한국 지사 소속이었던 정누리 감독과 연결된 것.

매니징 디렉터인 정누리 감독은 도이치 클래식의 A&R (Artist & Repertoire) 부서 소속이다. A&R 부서는 이름처럼 음반 발매와 관련한 아티스트와 레퍼토리를 담당하는 부서.

한 마디로 음반 제작에 있어, 거의 전반적인 과정을 기획하고 프로듀싱한다고 보면 된다.

정누리 감독의 소속은 한국 지사지만 그녀가 담당해야 할 아티스트의 범위는 훨씬 넓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심지어 미국 사회의 한국계 아티스트도 종종 담당할 정도.


따라서 엠스타 프로젝트가 숨은 보석 찾기라면 이는 곧 정누리의 업무와 겹치는 일이기도 하다.

벡커와 정누리, 두 사람은 이원영이라는 한 개의 보석을 두고 다툴 수도 있는 일.

고양이에게 생선을 배달해달라는 용건임에도 벡커가 정누리에게 부탁을 한 건 일정이 너무 촉박해서였다.


임선희의 메일 때문에 가뜩이나 억지로 욱여넣은 방한 일정이었다.

출국 전에 직접 확인해보려면 일단 원영과 약속을 잡는 것부터 급했다.

대신 정누리와 통화하면서 다짐부터 받았다.


“도와주시되 이 일에 대해서 제 승인 없이는 절대 외부에 발설하지 않으신다고 약속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기꺼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각서라도 남겨드릴 수 있어요.”


정누리는 흔쾌히 승낙했다.

프로라고 모든 일에 업무 잣대를 들이대진 않는다.


음반 매니지먼트라는 직업을 떠나 한스 벡커라는 세계적인 인물과 사적인 관계로 만난다는 건 정누리로서는 너무나 감사한 인연이다.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그런데 막상 한스 벡커가 부탁한 용건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남의 시선을 받지 않고 피아노를 쳐볼 수 있는 곳과 한국어 소통을 도와줄 사람을 찾는 게 전부였다.

한국어 통역이야 정누리가 하루 시간을 내면 될 일.


정누리는 개인적으로 알고 있던 아르떼 클럽을 섭외했다.

아르떼 클럽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클래식 애호가의 개인 연습실이자 소규모 공연장이다.

공연장이라고는 하지만 객석이라고 해봐야 채 20석도 안 되는 연습실 수준.

그래서 가끔 클래식 동호회에 대관을 할 뿐, 상업적 대관은 거의 안 하는 홀이었다.


그런데 원영과 이수에게 명함을 건넨 직후, 정누리의 표정이 난색이다.


“그런데 이를 어쩌죠? 제가 방금 오면서 연락을 받았는데 벡커 씨가 많이 늦으실 것 같아요. 서울 톨게이트가 얼마 남지는 않았다고 했는데, 그래도 오늘 주말이라 금방 오실 순 없을 거 같은데···.”


정누리도 방금 연락을 받았는지 말을 전하면서도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벡커 씨가 한국 사정을 잘 모르셨던 거 같아요. 여기 주말 고속도로는 장난이 아닌데, 거리가 멀지 않다고 생각해서 좀 늦게 출발하셨던 거 같아요.”

“저는 괜찮습니다.”


괜찮다고 해도 정누리는 미안한 표정을 풀지 않았다.

약속 시간에 엄격했던 성격인지라, 남의 일인데도 사과가 진심인 정누리였다.

머쓱한 원영, 딱히 할 말이 없어 눈으로 피아노를 찾는데 얼른 안 보인다.


“그럼 혹시 오실 때까지 피아노를 치고 있어도 될까요?”

“아, 그러시겠어요? 피아노는 저쪽에 있어요.”


정누리가 반가운 표정으로 방음문을 열었다.

문 안쪽에는 몇 개의 의자들이 놓여 있었고 벽 중앙에 검은색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원영이 피아노 의자에 앉자 이수는 근처 의자에 앉았다.

백팩을 열고 준비해온 악보를 악보대에 올려놓은 원영.

일단 하농 스케일을 몇 차례 연습하며 손을 풀기 시작했다.


하농은 일종의 연습곡집이다.

흔히 바이엘을 떼고 나면 시작하게 되는 초급용 연습곡으로 알고 있지만, 일부 곡들의 난이도는 그리 만만한 곡은 아니다.

원영은 긴장이 될 때면 종종 하농의 스케일 연습으로 손가락의 근육을 풀고는 했다.


♩♬ ♩ ♬ ♬ ♩ ♬ ♬


“그럼, 천천히 연습하고 계세요. 저는 벡커 선생님이 오시면 모시고 들어올게요.”


정누리가 홀을 나가기 무섭게 그랜드 피아노의 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손가락 풀기를 떠나 본격적으로 연습에 돌입한 원영.

악보대에 놓인 악보집에서 원하는 곡을 찾아 연주를 시작했다.

쇼팽의 네 개의 스케르초 (Four Scherzi) 중에서 1번 B단조, op.20


♩♬ ♩ ♬ ♬ ♩ ♬ ♬


그런데 연습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손을 멈춘 원영.

무슨 생각이 났는지 급히 이수를 쳐다보며.


“형 이 곡 알지?”

“당연, 당근이지!”

“칠 줄도 알지?”

“당연, 당근이지!”


이수의 대답에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 원영.


“참, 형, 하나만 해! 당연이든 당근이든!”

“···그럼 당근으로 하지. 유머스럽게.”


아직 사람의 유머가 헷갈리는 이수.

그러나 원영이 이수의 엉터리 유머를 지적할 때가 아니다.


“됐고! 이거 형이 한번 쳐 볼래? 지난번에 나한테 카푸스틴 소나타 시범 보였던 것처럼. 형이랑 처음 연습할 때 그랬잖아. 형이 한 번 치고 난 뒤에 내가 이어서 치고. 그때 느낌이 나 혼자 연습할 때와는 완전 달랐거든!”


또 같은 얘기.

이수도 정말 궁금하긴 했다.

진짜 두 사람의 셀론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건지.

그래서 원영의 연주에도 그 영향력이 작용하는 건지.

하지만 이수도 거기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

전에도 말했지만, 그건 정말 많은 걸 체크해 봐야 한다.

외과적 수술까지 포함해서.

그건 이수도 내키지 않는다.

인간의 몸에 셀론을 정착시킨 이후, 인간의 신체적 고통이란 걸 알게 됐으니까.


이수가 기꺼이 원영 대신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약간의 침묵.

원영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어느 연주자의 버전을 택할지 고르는 중이었다.

원영에게 소중한 기회라니 이수도 나름 신경을 써서 자신이 연주할 수 있는 연주자의 작품을 찾기 시작했다.


잠시 후.


~♩♬ ♩ ♬ ♬ ♩ ♬ ♬


이수가 선택한 건 마우리치오 폴리니 버전.

절제된 감정의 군더더기 없는 연주.

옆에서 듣고 있는 원영이 다시 감탄을 쏟아낸다.


“햐아, 진짜~. 대체 형은 왜 피아니스트 안 하고 조율사를 하겠다는 거야? 부끄러워서 그래? 예전에 자폐인가 있었다니, 그것 때문에 그런 거야? 내가 그 독일 사람한테 대신 말해줄까? 여기, 이원영이 아니라 진짜 피아노 잘 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신문에도 내고, 방송에도 내고! 그럼 형 진짜 스타 될 건데?”


이수의 연주가 감탄스러운 원영.

평소보다 더 호들갑스럽게 이수의 피아노 솜씨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감탄의 정도가 커지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까지 커진 원영.

그러자 갑자기 이수가 연주를 멈추더니 휙, 원영을 돌아봤다.

저게 인간 목의 움직임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

그리고 매서운 눈초리로 원영을 째려보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안광이 번쩍이는 느낌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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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이젠 물렸구만유 24.07.01 71 11 11쪽
42 모두가 호로비츠 24.06.30 73 9 14쪽
41 32달러와 16,900원 24.06.29 74 9 14쪽
40 유령의 초대 24.06.28 70 10 13쪽
» 거리의 악사 24.06.27 93 11 14쪽
38 그런 건 또 기억하네 24.06.26 90 11 12쪽
37 내 아들, 내 딸의 얼굴 24.06.25 81 9 14쪽
36 숨기고, 돌아가고, 둘러대는 것 없이 24.06.24 87 9 14쪽
35 부정 출전 맞잖아요! 24.06.23 97 8 16쪽
34 모든 얘기에는 끝이 있는 법 24.06.23 99 12 14쪽
33 바늘을 뽑아 줄 귀인 24.06.22 103 9 13쪽
32 바늘 방석 24.06.21 113 11 14쪽
31 이지 투 런, 하드 투 마스터 (Easy to Learn, Hard to Master) +2 24.06.20 124 11 13쪽
30 감(感)의 승부 24.06.19 107 10 13쪽
29 콩쿠르의 유령 24.06.18 132 10 14쪽
28 페어플레이 24.06.17 119 10 14쪽
27 어려운 숙제 +2 24.06.16 108 11 14쪽
26 엠스타 프로젝트 +2 24.06.15 134 10 15쪽
25 꼭 해봐야겠네, 그 연애 24.06.14 123 11 13쪽
24 나는 소중하니까 +1 24.06.13 140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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