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로 망하는게 말이되나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이름못짓는
그림/삽화
작품등록일 :
2024.05.31 19:54
최근연재일 :
2024.06.14 09:5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599
추천수 :
35
글자수 :
82,126

작성
24.06.03 00:12
조회
124
추천
4
글자
12쪽

3월1일

DUMMY

국민연금으로 가장 억울한 직종이 무엇일까? 두말의 여지없이 헌터다.


젊어서는 남들보다 많이내고, 늙어서는 단명하는 사람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럼 개개인이 보병화기 보다 강하다는 헌터들이 국민연금 폐지안을 눈앞에 두고 왜 이렇게 조용한걸까?


국내 최고의 길드, 고구려 길드장 이민정이 이주일 째 고민중이기 때문이다.


'이 남자의 의도가 뭘까?'라고.


정확히는 섯불리 움직였다가 정환의 원한을 살까봐다.


그런 와중에 드디어 정환의 의중이 들려왔다.


[3000억을 제시받았습니다. 근데 이 나라는 1500억도 싫다, 국민연금을 폐지하는 것도 싫다네요]


1500억을 바라는지 국민연금 폐지를 바라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한가지는 알 수 있었다.


'이 남자는 그냥 갈 생각이 없어.'

3000억을 받을 거였으면 조용히 받고 갔겠지.


이것만큼은 이주 동안 한 남자만 고민한 여자로써 확신할 수 있었다.


-삑!

길드 방송을 킨다. 이제 걸리는 것도 사라졌으니 행동에 옮길때다.


"지금부터 길드 내 모든 헌터들은 국민연금 폐지를 지원합니다. 그리고 내일 정오, 광화문 앞에서 봅시다."

짧은 방송을 마치고.


-뚜루루루루, 삑!

국내 2위, 3위 길드에게도 이 기쁜 소식을 전한다.


"백제 길드장님, 저 이민정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내일 광화문···"

"신라 길드장님, 저 이민정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내일 광화문···"


국민연금의 우수 고객, 국내 최고의 무력단체 헌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다음날, 광화문 앞 8차선 도로.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인근의 대학생들이었다. 그들은 누구보다 빨리 커뮤니티로 소식을 전달받고 단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못 받을 돈을 우리가 왜 내야하냐!!"

형형색색의 점퍼와 울려퍼지는 확성기 소리.


이런 그들이 움직인 가장 큰 원동력은 공중파 뉴스까지 탄 커뮤니트의 글 하나다.

[펀드매니저의 국민연금 분석]


그 글에 있는 상체가 벌크업된 그래프가 청년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였다. 40년 뒤 그래프 속 그들(상체)을 받쳐줄 다리는 학처럼 얇았으니까.


-우리는 내기만 하고 못받는다고?

-증액할 수도 있다고? 미친거 아니야?

-못 받을 걸 왜 내야하지?


비록 작성자 새우는 신상이 털려 증권사에서 해고됐다고 들었지만 S대 출신 능력자니 어딜 가서도 잘 먹고 잘 살리라.


그 다음으로 집결한 것은 헌터들. 고구려, 백제, 신라같은 대형길드부터 중소길드까지 사실상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몇명을 빼고는 전부 집결했다.


대다수가 E급 이상의 메리트를 가지고 있는 이 무력집단은 그 수도 무시할 수 없다.


"뒤지고 나면 연금이 무슨 소용이냐!!"

50만명이 확성기도 없이 쌩목만으로 종로 전체를 울렸다.


그들이 움직인 이유는 역시 죽음. 자연사 보다 사고사가 많은 업종 특성상 못받는 사람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연금 상속요건은 어찌나 까다로운지, 동료가 죽어나갈 때 자식에게 제대로 지급되는 꼴을 못봤다.


그 다음은 소식을 듣고 달려온 비교적 젊은 나이대의 직장인들, 그리고 당장 생계가 더 급한 직장인들이다.


"우리 노후, 우리가 알아서 한다! 국가가 뭔데 강요하냐!!"


이들에게는 미래에 지급될지도 모르는 돈보다 당장에 집을 살 돈과 애기 분유값이 더 급하기 때문이다.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한 것은 선생님, 경찰, 소방관, 행정직 등 공무원과 군인들이다.


국민연금 보다 더 불확실한 이들의 연금도 이 촛불에 녹여 같이 날려버리기 위해서다.


이들이 합류하자, 분위기는 오히려 더욱 차분해지고 집회의 질서가 잡히기 시작한다.


경찰과 소방관, 군인들은 시민의 질서를 지키고 나머지 공무원들은 집회에 온 사람들에게 촛불을 나눠주기 시작한다.


"폭력은 안됩니다! 우리는 문화 시민입니다! 평화로운 방식으로 해결해야 돼요!"


그렇게 모인 인원이 약 230만명. 그 날 찍힌 위성 사진에는 종로가 전기가 아닌 촛불로 환하게 밝혀졌다.


이날이 2011년 3월 1일이었다.



***



'와··· 장관인데?'

내가 저기 갔다간 난리가 날 것 같아서 이번생은 TV로 만족하기로 했다.


구십몇년 전쯤 봤던 장면이지만 다시봐도, TV로 봐도 뽕이 차오른다.


200만명이 모여도 사고하나 안터지는 평화시위! 국민의 뜻을 촛불로 전달한다!


'캬~이게 대한민국이그든!'

지난생에 내가 마지막까지 이 뽕맛을 못 잊어서 대한민국을 지켰었다.


이제 마지막 한발만 남았다. 나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겠지.


-뚜루루루루. 삑!

"네 박기자님 접니다. 이번엔 기자회견은 아니고 제보를 하나 할까해서요. 네네."


이대로 공주님이 물러나시면 안되잖아? 받을 건 받고 가셔야지.


"국정논란 건입니다. 네네. 박군혜 대통령이요. 네네. 자주보는 무당 하나가 있어요. 언니라고 부르는. 그 집 재산을 파다보면 나올 겁니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는게 세상 이치라더라. 감옥에서는 편히 주무시길.



***



시간은 빠르게 흘러, 촛불집회 이후 한달이 지났다. 그 사이 무당게이트는 내가 대략적인 힌트를 제공한 덕에 순식간에 드러났다.


[헌법재판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워낙 여론이 안좋았던 탓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진행된 탄핵. 그리고 탄핵과 더불어 대국민 투표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폐지, 대국민투표 시행 확정. 날짜는 오는 4월 22일]


회귀 후 한달 반, 드디어 이 망할 3연금을 단두대 위에 올린 것이다.


하지만 이걸로 끝난게 아니다. 단두대의 줄을 자를지 말지는 또 민주주의가 결정하는 거니까.


'물론 그냥 둘 순 없지.'

이번생은 적극적으로 개입할 생각이다.


남은 시간은 앞으로 3주.



***



일본의 수상관저, 여느때처럼 하이톤의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존재조차 잘 몰랐던 한국의 국민연금 폐지 투표가 확정났기 때문이다.


-쾅!

"칙쑈오오! 녀석이 S급 던전은 어떻게 안거야!!"


책상을 박살낼 기세로 내리치는 야베.


"올해 안이라고 못박아 말한 것으로 보아 정보의 출처는 미국인 것 같습니다."


연구소장이 답했다. 본국 보다 정확하게 분석할만한 국가는 미국 뿐이라 생각한 것이다.


실상은 미국도 지금 난리가 났지만, 서로가 S급 던전에 대해서는 시치미만 떼고있어 상대방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망할 코쟁이 놈들이 본국이 먹을까봐 견제한거군. 그래서 동정환은 어떻게 할꺼지?"

"투표 시행이 확정된거지 아직 폐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지은 죄가 있다보니 황급히 변명해보는 다나까. 그도 억울할 것이다. 비밀로 붙여 달라한걸 한 시간만에 공개해버릴 줄 몰랐으니까.


"그걸 누가 몰라서 그래!? 자그마치 200만명이야 200만! 광화문에 몰린 인구만 200만명! 근데 그게 통과가 안될꺼같애?"


야베는 이미 통과를 기정 사실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전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집회규모였으니까. 한국처럼 작은 나라에선 특히나.


"각하, 조센징의 불같은 성질머리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잠시뿐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인구분포는 본국과 같습니다."


기회다 싶은 출산율 관리청장이 운을 띄운다.


"계속해보지."

"한국에서 유명한 [펀드매니저가 분석한 국민연금]이란 글을 보면 70년생, 즉 41살부터 국민연금이 유지될 수록 손해를 보게 됩니다."


아날로그의 일본답게 미리 프린트 해둔 한국의 기사와 자료를 벽에 붙여 설명한다.


"그래서?"

"이 자료는 2011년 한국의 인구 상황판입니다. 여기서 투표권이 없는 미성년자를 제외하면···"


청장은 인구 상황판에서 20대 아래를 손으로 가리고 41살을 기준으로 선을 긋는다.


"41살을 기점으로 청년이 약 30%, 노년이 약 70%입니다."

"호오··· 그래서?"


청장의 말에 아예 자세를 고쳐앉는 야베.


"아무리 촛불집회가 어쩌니 해도 돈은 현실입니다. 한국의 신문사를 매수해 이 70%들에게 이득과 손해를 설명하고."


이미 설득된것 같은 야베의 표정을 보고 비장하게 말을 이어가는 청장.


"이웃나라의 노인빈곤이 안쓰럽다는 명분으로 국민연금에 지원금을 약속하면 국민연금 폐지는 자연스레 무산될 것입니다."


아무도 믿지않을 명분이지만 명분이 뭐 그리 중요하겠나. 지원해주지 마라 할 수도 없으니까. 그렇게 일본은 다시한번 한국을 뒤흔들 준비를 마쳤다.



***



여의도의 한 카페, 국민연금을 도마 위로 올린 일등공신을 만나러 왔다.


"정석재입니다."

"새우, 맞습니까?"

"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자칭 개그 채널이지만 사실상 전국민 너튜브 뉴스였던 출산율의 투사 슈가였다.


'어쩐지 분석이 심상치 않더라니··· 너튜브 이미지 새우가 커뮤니티 별명이었을 줄이야.'


물론 기억 속 얼굴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10년 쯤 뒤니까.


훨씬 앳된 얼굴에 아직 여의도 물이 덜 빠졌는지 노려보는 눈매가 기억보다 훨씬 더 날카롭다.


"국민연금 폐지 투표가 시행되는 것은 아시죠?"

"그걸 모를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그것땜에 짤렸는데···"


씁슬한 얼굴의 슈가. 하긴 그렇겠지 S대 출신임에도 그가 남들보다 힘들게 취업했단 이야기는 유명하니까.


"앞으로는 어쩌실 생각입니까?"

"첫번째 댓글의 말처럼 파프리카 같은 곳에서 방송이나 해볼 생각입니다. 제가 입담하나는 자신있거든요."


귀신의 주둥아리라 불렸던 슈가는 방송 얘기에 자신감을 비쳤다.


"혹시 제 밑에서 자문 겸 너튜브를 해보실 생각은 없습니까?"

"에이~ 이제 남 밑에서 일하는 건 질렸습니다. 사업으로 성공할 겁니다. 언젠간 책도 낼꺼구요."


보자, 전생에 그가 전성기 때 구독자가 400만쯤 됬으니까···


"연봉 5억, 구독자 100만당 1억 추가, 어떠십니까?"


내가 생각하는 합당한 그의 가치를 제시하자.


-쾅!

갑자기 카페 테이블에 머리를 쳐박는 슈가. 커피가 쏟아지고 난리가 나지만 아랑 곳 하지 않고 외친다.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 싸장님!!"


역시 여의도 출신답게 자본주의의 슈가. 이로써 미래의 전국민 너튜브 뉴스를 손에 넣게 되었다.


"그럼 첫번째 자문입니다. 지금 이 국민투표, 이길 수 있습니까?"

"못 이깁니다."


단호하게 답하는 슈가. 그래도 이정도 여론이면 할만하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단호하게 안된다 할줄이야.


"물론 여론은 폐지 쪽이 압도적입니다만 간과한게 하나 있습니다."


내 표정을 읽었는지 알아서 궁금했던 점을 설명해준다.


"정작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 곧 받을 사람들은 여론에 참여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저 표를 행사할 뿐이죠."


그렇군, 여론이 이렇게 뿔나있으니 의견을 표현하지 않는다는 거군··· 애초에 고령은 커뮤니티 같은거 잘 하지도 않으니까.


"그럼···"

"있습니다. 역전시킬 방법."


확실히 S대 출신은 뭐가 달라도 다른가보다. 말하지 않아도 알잘딱깔쎈으로 술술 나온다.


"사장님, 혹시 은행을 망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 아십니까?"

"음··· 자금 경색?"


애초에 은행이 망할 수가 있나? 수재들의 철저한 계산 하에 돌아갈텐데.


"공포입니다. 은행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슈가는 부족하다는 내 표정을 보고 설명을 덧 붙인다.


"이른바, 뱅크런이라고도 하죠."


작가의말

제발 피드백 한줄, 감평 한줄만이라도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출산율로 망하는게 말이되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단 공지드립니다. 24.06.16 29 0 -
공지 초보작가에겐 피드백, 감평이 너무 필요합니다. 제발 댓글 하나만 부탁드립니다. 24.06.02 71 0 -
15 야마타노 오로치2 24.06.14 51 0 12쪽
14 야마타노 오로치1 24.06.13 44 0 12쪽
13 일본멸망3 +2 24.06.12 59 2 12쪽
12 일본멸망2 +2 24.06.11 65 3 12쪽
11 일본멸망1 +2 24.06.10 80 1 12쪽
10 S급 던전 24.06.09 62 1 13쪽
9 스티븐 야킹 +2 24.06.08 72 2 13쪽
8 한계돌파 +2 24.06.07 78 0 11쪽
7 남자는 세개의 끝을 조심해야한다 +6 24.06.06 93 1 12쪽
6 국민투표 +4 24.06.05 91 1 12쪽
5 사촌이 땅을 산다는 건 +2 24.06.04 161 2 13쪽
» 3월1일 +8 24.06.03 125 4 12쪽
3 스노우볼 +13 24.06.02 132 5 12쪽
2 국민연금 없애주시죠 +6 24.06.01 152 5 13쪽
1 출산율로 망하는게 말이되나 +13 24.05.31 331 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