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세개의 끝을 조심해야한다

부산으로 출발하기 전, 새로 구한 사무실에서 짐을 싸자 슈가가 헐레벌떡 뛰어온다.
"어디 가십니까 사장님?"
"부산, 돈 벌러."
그러더니 가뜩이나 얇은 눈이 실처럼 얇아진다.
"제 돈 떼먹으시면 안됩니다?"
"이 자식이! 사람을 뭘로보고?"
당장 방송할 곳이 필요해 일단 슈가한테 돈을 좀 빌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 눈매를 보아하니 나를 전혀 신뢰하고 있지 않다.
증권맨이라 그런지 S급 헌터고 나발이고 그런거 모르겠고 신뢰는 자본에서 온다는 마인드다.
"야 내가 가면 어딜 간다고! 갤러리만 가도 내 동선이 다 나오는데!"
"큼큼···"
그제야 좀 진정된 모습. 어휴 내가 다시는 쟤한텐 돈 안빌린다.
"방송이나 잘 하고 있어. 특히 그 뭐냐 주총꾼? 그거 재밌더라. 오디오 비니까 친구들 좀 불러서 그 썰이나 좀 풀어봐."
방송에 대한 힌트를 던져주고 현관을 나가려할 때.
"사장님, 아니 정환아."
갑자기 분위기를 잡더니 목소리를 깔고 말을 놓는 슈가.
"정환이가 올해 스무살이니까 내가 삼촌으로써 한마디만 할게."
고개를 끄덕여준다. 이렇게 불러세운데는 이유가 있겠지.
"남자는 세개의 끝을 조심해야해. 하나는 손 끝."
여행간다니까 조심하라는 그런 내용인가보다. 뭐 도박은 안하니까 상관없겠지.
"두번째는 혀 끝. 물론 이건 이미 물건너 갔지만."
-피식.
나 만큼 혀로 나락간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혀 잘못 놀려서 3000억을 날렸으니. 더 이상 조심할 것도 없다.
"세번째는 잣 끝. 명심해라 정환아. 부산에 가서 아랫도리 잘못···"
"에이씨! 내가 알아서 할게!"
-콰앙!
문을 박차가 뛰쳐나온다.
뭔 얘긴가 했네. 다른 건 몰라도 그것 만큼은 조심할 필요가 없다.
【늙은 고추는 쓸모없다(C)】
-성기능 불구
'나는 쓸 수가 없으니까!'
디메리트 탓에 119년 동안 한번도 못 써본 정환이었다.
***
-뚜루루루루. 삑!
부산에 온지 삼일, 던전 처리센터로 전화를 건다.
"네 사장님, 좌표 보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제 사장님도 알아서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곧바로 출동한다. 벌써 아홉번 째 전화니까.
'기억이 잘못됐나?'
분명 인터뷰에선 이 맘때 쯤, 북구의 한 던전이랬는데, 북구의 C급 던전 10개 중 9개가 헛탕인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10번째 던전.
'찾았다!'
그냥 내가 재수가 오지게 없었던 모양.
던전 속 배경은 늪지대로 움직임이 제약되는 만큼 모두가 기피하는 던전이다.
때문에 전생에도 터지기 직전에야 협회 소속 헌터들에 의해 클리어 되었다고 들었다.
'물론 그 파티는 대박이 났고.'
-처벅. 처벅. 처벅.
걸을 때 마다 발이 쑥쑥 빠진다.
한 십분쯤 걸었을까? 파란색 비늘의 이족보행 도마뱀 네마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리자드맨이었다.
특유의 비늘 탓에 냉병기를 사용하는 헌터들이 극혐하는 몬스터지만.
어차피 나는 전생에도 맨손이었다.
'무기형 아이템은 비싸거든.'
-펑!
주먹질 한번에 터져버린다.
"끼에에엑!"
주변 무리도 나를 발견하고 달려들지만 오는 족족 터뜨려줄 뿐이다.
하나씩 터뜨리다 보니 10분도 되지않아 커다란 광장에 도착했고. 그곳엔 언월도를 들고있는 좀 더 커다란 근육질 덩치의 리자드맨이 보인다.
'드디어 첫 아이템이군.'
C급이지만 무기형, 그것도 리치가 긴 형태이니 부소득 정도는 될 것이다.
-처벅.
다른 놈들과는 다르게 청각이 예민한지 200m는 떨어진 내 발소리를 듣고 이쪽을 쳐다본다.
그대로 녀석의 뚝배기를 부스려 달려나갈 때.
'응?'
나를 쳐다보던 눈동자가 아주 살짝 돌아간다.
'몬스터가 한 눈을 판다고?'
기본적으로 몬스터는 인간보다 투쟁심이 뛰어난 생물이다. 그런 몬스터가 적이 달려오는데 한 눈을 파는 건 딱 하나의 이유 밖에 없다.
다른 적이 있을 때.
-씨익.
'왜 안오나 했다.'
아직 모아놓은 마력이 얼마 없어 감지는 부담스러웠는데 때마침 생체 적외선 레이더를 찾은 것이다.
살짝, 아주 살짝 녀석의 복부를 끊어친다.
-퍼억!
"끼에에에-!"
-카앙!
언월도도 놓쳐버린 채 고통에 몸부림 치는 녀석의 뒷 목을 부여잡고 보상의 방으로 들어간다.
늪지대에 뜬금없이 벽돌로 세워진 작은 건물로 들어가자.
【한계돌파(C)】
'역시!'
기억 속 아이템이 있었다.
겉보기엔 별 특별할게 없는 이 은반지의 효과는 단순했다.
-10분간 디메리트 해제(24h)
스텟도 하나 없고 설명도 단촐하지만 이래뵈도 S급을 제외하고 전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물건이다.
모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메리트와 디메리트를 각성하고 그 중 절대 다수는 헌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10분이라도 자기 디메리트를 없앨 수 있다면, 돈을 갖다바칠 부자도 많다는 거지.'
물론 나는 아니다. 내가 10분만에 끝날리가 없으니까. 나는 아마 아주 강력하고 오래갈 것이다, 아마도.
"끼에에에-!"
상념을 깨는 울음소리. 여전히 발버둥 치고 있는 근육질 리자드맨이다.
무기 따위 없어도 태생적으로 훌륭한 발톱을 가진 녀석은 연신 내 팔을 긁어대지만.
-그으윽.
녀석이 상처입힐 수 있는 체력 수치가 아니었다.
녀석을 마주보고 눈동자를 바라본다. 그리곤 마치 셀카를 찍듯이, 녀석의 목을 잡고 방을 한바퀴 스캔한다.
내가 뭣하러 이 방에 이놈을 살려서 데려왔겠나. 시끄럽기만 할텐데.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다.
녀석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방향으로 있는 힘껏 주먹을 날린다. 도망칠 곳이 없는 무언가는 그대로 내 주먹에 적중되고 만다.
-쾅!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과 터져나가는 건물. 흩날리는 분진 속 여성의 실루엣이 보인다.
이내 능력이 해지됐는지 여기저기 찢어진 까만 쫄쫄이를 입은 여성이 나타난다.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닌자같은 차림이다.
"죽으라고 쳤는데··· 살았네?"
남자라면 좋아할만한 이런 장면에도 나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성기능 불가에는 성욕도 포함이거든.
"어떻게 알았지?"
비틀거리면서도 기어코 일어나 질문하는 닌자.
"널린게 진흙인데 그거라도 바르지 그랬어."
리자드맨은 적외선까지 보는거 상식아닌가? 하여간 요즘 젊은 헌터들이란 쯧.
"그보다 왜지? 내가 직접적으로 일본에 피해준 기억은 없는데."
굳이 어디서 왔는지는 묻지 않는다. 복장만 봐도 뻔하니까. 그나저나 지들이 멋대로 지원해서 돈 날려놓고 왜 온거지?
"네 존재 자체가 본국에 해가 되니까."
'해가되니까···?'
"설마···"
문뜩 한국의 S급 헌터의 행방이 떠오른다. 죽었다던.
"···"
대답은 없었지만 오히려 대답이 되었다. 이걸로 곱게 보내는 일은 없어졌다.
-타앗!
기습적으로 돌진해오는 닌자년. 꽤나 빠른 속도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채앵!
단검과 팔이 부딪히자 금속음이 울린다.
'S급이다···'
A급 스킬, 아이템을 도배해도 나와 견줄 수 있는 건 S급 밖에 없으니까.
그냥 병신같은 코스어 헌터인 줄 알았는데 민첩은 오히려 나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어떻게? 아직 스킬도 아이템도 없을텐데?"
마찬가지로 저쪽도 놀란 눈치다. 대외적으로 나는 스킬도 템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까.
'거 참, 왜 다들 내가 패시브 스킬이 없다 생각하는 건지.'
아이템은 없는게 맞지만 패시브 스킬은 옛날 옛적에 배웠다. 무려 회귀 다음날, 헌터를 등록하고 바로.
'고아 대학생이 모아놓은 비상금으로도 살 수 있는 가격이었거든.'
【동자공(C)】
-습득조건:남성
-동정인 해 만큼 올스텟+1
-동정인 10년 마다 성취 +1성
-사정시 즉시 스킬 삭제
동묘 암시장에서 단돈 100만원에 업어온 내 패시브 스킬이다.
사실상 유지조차 안되는 쓰레기 스킬. 사정시라는 조건부 패시브는 몽정도 포함이니까.
사실상 이 스킬을 제대로 쓸려면 생식기를 도려내고 최소 80년 이상은 살아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미친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스테이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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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동정환
나이:119
Lv:9(97%)
근력:12(+219)
민첩:11(+219)
체력:14(+219)
정신:37(+219)
미분배 능력치:8
메리트:늙은 고추가 맵다
디메리트:늙은 고추는 쓸모없다
[동자공](New!)
└성취:11성/12성
└마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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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합 876의 정신나간 보너스 수치. 거의 S급 풀셋에 근접한 수치인데 하물면 A급으로 무장한 S급 정도야.
다만 아쉬운 점은, 차는 개쩌는데 기름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화아악!
닌자년이 발로 잿빛의 마나를 뿜으며 다시 달려든다.
-사악!
마찬가지로 마나가 일렁거리는 검으로 팔을 스쳐지나간다.
다행히 높은 체력 수치로 절단되진 않았지만, 충분히 깊게 베여버리는 팔뚝.
몸을 최대한 둥글게 말아 급소를 보호한다.
'한 방을 노려야 해!'
동자공은 기운이 정순한 대신 축척속도가 극악이기 때문. 그마저도 성취가 높아 두 달만에 2라도 모은 것이다.
-샥! -샤샥! -샤샤샥!
내가 마나가 별로 없단 걸 저년도 눈치챘는지 사방팔방으로 움직이며 신나게 난도질한다.
"훗,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스킬은 못 얻었나봐?"
기세등등한 닌자년. 그래 계속 그렇게 방심해라.
-털썩.
"사, 살려주세요."
내 필살기, 추진력 무릎꿇기다. 항복하는 척 양손을 든다.
-탓!
그리고 이내 달려드는 닌자년.
죽이러 온 사람이 빈다고 살려주겠나? 내가 무방비해지면 바로 달려들 줄 알았다.
'단검을 오른손 역수로 잡았으니 달려오는 방향은 아마도··· 오른쪽!'
단번에 준비했던 무릎을 박차고 신체에서 가장 단단한 두개골을 앞으로 내민다.
-사악!
두피만 베어버리고 마는 단검. 그 뒤에는 그 년의 얼굴이 있었다.
-퍼억!
내 모든 근력을 싣은 박치기. 그 한번에 닌자는 단검을 놓쳐버리고 튕겨져 나가버린다.
그녀가 아직 무방비인 지금. 회귀 후 첫 살인을 준비한다.
-화아악!
마나를 끌어올린다.
[아이템, 한계돌파가 활성화됩니다.]
그리고 그때 들려오는 섬뜩한 시스템 메세지. 그러고보니 내 손에는 한계돌파가 쥐어져 있었다.
나는 전생에 성인이 되고선 성욕이란 걸 느껴본 적이 없었다. 성욕이란게 어떤 느낌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그 느낌을 100년만에 다시 알 수 있었다.
내 앞에 닌자는 처음 그 복장 그대로지만 내가 보는 시야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타이즈로 훤히 드러난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 곳곳이 찢어진 타이즈 사이로 드러난 그녀의 살결.
그리고 태생부터 내장된 상상력이란 AI가 그려주는 타이즈 속 그녀의 나체.
"으아아아아!!"
심장은 미칠듯이 펌프질을 시작해 온몸으로 혈액을 돌린다. 그리고 그 혈액은 온 몸을 휘젓더니 한 곳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한다.
"꺄아아악!"
바지를 뚫을 듯 솟아오른 이무기를 보고 기겁하는 닌자년.
"으아아아아-!"
"꺄아아아악-!"
"으아아아아-!"
"꺄아아아악-!"
서로 아무것도 못한채 비명만 질렀다.
'위험하다!'
머릿속을 몰아치는 쾌감이 분출욕을 자극한다. 이대로 가다간 내 최고의 무기가 사라질 판.
'이 정도 기분이라면 그깟 동자공 따위 없어져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미친 생각이 떠오르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끌어올렸던 마력을 냅다 주먹으로 밀어넣는다.
팔을 뻗음과 동시에 주먹앞에 생겨난 구슬이 터지면서 아랫도리를 대신해 분출해버린다.
-콰아아앙!
전방 5미터를 폭파시켜 버렸다.
"꺄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북두칠성 제1성]
정순한 동자공의 마나를 혼탁한 대기마나와 반발시키는. 내 독문 마나 컨트롤, 북두칠성이었다.
택도 없이 부족한 마나였지만 극한 상황에 내몰리자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움직인 것이다.
'잣 끝을 조심하자···'
어른들 말씀 하나도 틀린게 없더라.
- 작가의말
초보 작가에게 감평, 피드백은 너무나 필요합니다. 부디 한말씀 남겨주시면 너무나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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