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오신투(5)

내가 무당의 대제자 곽창원과 일대제자 곽창호를 만난 건. 내가 무당산을 떠난 지, 3일 후의 일이었다.
“엄청 머네...”
무당산을 내려와, 호북 상단을 지나는 강을 따라 내려오는데 3일이 지났다.
예비로 만들어 두었던, 수동 모터는 방부가 가지고 있었고. 강의 흐름이 동에서 서로 흘러. 결국, 나는 그 먼 거리를 걸어올 수 밖에 없었다.
“주점의 점소이가 분명, 방부가 이쪽으로 향했다 그했는데...”
주점에게 물어물어.... 방부를 목격했다는 점소이의 말을 토대로, 하남 아래 호숫가를 찾았다.
내가 방부에게 둘째가 기묘한 기물을 만들어냈다 소문을 내달라 부탁했으니, 방부는 이 일대에 분명 있을 터...
‘씁... 약속을 하고 만날걸...’
무덤이 그렇게 무너져 내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일이 틀어지지 않았더라면, 안전한 낙화루에서 방부를 기다리겠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절대, 무당에게 내 정체가 까발려져선 안돼...’
소설에 천마 진천성이 상대하기 껄끄러웠다 묘사된 인물이 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무당의 장문인 곽창원이었다.
‘지금은 아직 대제자 신분이겠지...’
도사임에도 살생을 서슴치 않고. 제물과 이득에 셈이 빠른 자였다.
곽창원의 목적은 오직 무당을 보살피는 것..!
무당에 실속이 없다 판단되면, 진천성과 싸움 도중이라도 그 자리에서 물러났으며. 타락한 친우가 적이 되어 무당을 공격한다면, 그 자리에서 친우였던 자의 목을 베어버리는...
‘어찌 보면, 제일 껄끄러운 인간..!’
근데, 내가 그런 인간의 심기를 거스릴만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죽겠는데?’
걸리는 순간.
어쩌면... 나는 산채로 젓갈이 될지도..?
“으잉? 내가 헛 것을 보나?”
“응? 와 그러는데?”
“저기, 저... 흑색 도복을 입은 녀석들.”
마당을 쓸고 있던 하인들이 하는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하인이 가리킨 흑색 도복을 입은자를 찾았다.
“...저거 무당파 아냐?”
흑색 도복에 무당을 상징하는 음양이 그려진 검..!
무당의 젊은 두 사내가 제갈세가의 영역에 모습을 들어냈다.
‘...히아아아악?!!’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몸에 돌던 핏기가 가시고, 온몸이 덜덜 떨려 왔다. 자리에 주저앉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었다.
‘검은 도복?!!’
중원에 집 높이나 지붕 색이 정해진 것처럼.
각 정파에선 직위나 계급에 따라 복장이 정해졌다. 무당은 일대제자 위로, 검은 도복 착용이 필수였으며. 이를 어길 시, 무당 안에서 큰 벌을 받았다.
‘적어도 일대제자나 그 윗 신분일텐데..?!’
그 높으신 양반들이, 제 세력권도 아닌. 제갈세가의 영역에 발을 들인걸까?
‘...일단 튀자!’
방부에겐 미안하지만, 일단 내가 여기서 사라져야. 나도 방부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 말 좀 묻겠네.”
“...예?”
-기기긱.
고개가 고장난 장난감처럼 돌아갔다.
내가 만든 목각인형도, 이렇게까지 삐걱거리진 않을 것이다.
“어우...”
내 얼굴을 본 곽창원과 곽창호가 섬짓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무당의 제자들을 놀라게 한 내 얼굴은 대체..?!’
저들의 무위는 적어도 현경에 가까운 초절정 수준..!
내 경지보다 위에 있는 사람 둘을 놀라게 만들었다.
“흠흠. 미안하네. 잠깐, 귀신을 본 듯하여...”
“...예?”
“아, 미안하네. 그렇다고 자네 얼굴이 귀신같다는 건 아니었네. 뭐... 비슷하게 생겼긴 하지만...”
“그만하게.”
사과하는 듯하더니, 이내 내 얼굴을 비꼬기 시작했다. 뒤에 있던 다른 무당 녀석이 제지하자, 그제야 제가 말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는 듯. 나를 향해 사과해 왔다.
“마음 상했다면 사과하겠네.”
“아... 예...”
기분은 이미 상했으나, 뭐 어쩌겠는가.
‘약한 놈 인생이 그렇지 뭐...’
거참, 거지 같다.
“...아무튼. 소개가 늦었네. 나는 무당의 대제자. 곽창원이라 하네. 여기 이 자는 내 벗인 곽창호라네.”
‘대제자..!’
얼마 안가 무당의 장문인이 될 곽창원.
설마 했던 인물이 눈앞에 나타나자, 머리가 새 하얗게 변했다.
‘침착하자... 아직, 아무것도 모를 수도 있잖아?’
“그러시군요... 그런, 대단하신 분께서, 저 같은 놈에겐 무슨 일로...”
다음에 나온 곽창원의 말에 나는 잠시 혼절할 뻔했다.
“자네... 어디서, 날 본 적 없는가?”
“...예?”
이건 또 뭔 개소리일까..?
“...창원. 그게 대체 뭔 소리인가?”
지금 곽창원이 개소리를 지껄인다 생각하는 건, 나 뿐만이 아니었다.
곽창호가 구더기 끓은 나무판자 보듯, 곽창원에게 눈짓했다.
“나 또한,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는 걸 아네. 분명 처음 만나는게 분명한데도... 이상하게 자네에게서 뭔가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네.”
곽창원은 턱에 손을 괸 채 말했다.
‘...뭔소리야 이건?’
해명을 요구했더니, 자꾸만 의문 거리를 던져댔다.
혹시나 해서 곽창호를 봤지만... 곽창호 또한, 곽창원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영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음... 혹시, 들었을지는 모르지만. 무당에 지금 큰일이 났네.”
“아... 예.”
알고 있다.
‘그거, 내가 그렇게 만든거니까.’
“아무튼... 어떤 놈이 무당을 쑥대 밭으로 만들기 전에, 창원 이 녀석이 그 놈의 기를 느꼈다네.”
“...예?”
소름이 돋았다.
‘안 일했어...’
대제자, 곽창원은 현재 화경(化境)의 경지로...
검강을 넘어 검기를 다룰 수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이기어검술을 사용할 수 있었고... 이 세상 모든 것이 마음만 먹으면 이뤄지는 경지였다.
‘그런 인간이니, 당연히 사람의 기를 알아보겠지..!’
사람은 저마다 고유의 기를 가지고 태어난다.
소설의 주인공, 천마 진천성이 살검지체(殺劍肢體)나 무극지체(無極肢體)를 가지고 태어난 것처럼.
태생부터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가 달랐다.
‘...내가 범인이라 의심하는 걸까?’
그런데... 그런 것 치곤. 곽창원은 나에게 어떤 감정도 일체 들어내지 않았다.
‘...뭐지?’
나는 우선, 곽창원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로 했다.
오랜 시간 침묵이 이어지고... 마침내, 곽창원의 입이 열렸다.
“혹시 자네... 내 스승님이신 곽진산 전 맹주님을 만난 적이 있는가?”
“...예?”
그걸 어떻게 알았지?
아니... 어떤 이유에서, 그걸 묻는 거지?
‘애초에... 이게, 무당산을 쑥대밭으로 만든 범인을 찾는 것과 관련이 있나..?’
무당산이 저리된 건, 육양신공(六陽神功)과 묵기금강기공(墨肌金剛氣功)이 만나 충돌했기 때문이었다.
‘육양신공 비급이 무덤에 있었다고 하지만... 그건, 무당의 전유물이 아니었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정할 수도 없었다.
‘...만난건 사실이니까. 일단 부딪혀 보자.’
“예. 만났습니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차마, 곽창원의 반응을 보기 무서워서 그랬던 거였는데... 곽창원은 이를 다르게 본 것 같았다.
“그랬군! 그랬던 거였어!!!”
-하하하!
곽창원이 환희에 차 웃기 시작했다.
영문을 몰라 옆에 있는 곽창호를 보는데...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 뭔데..?!!’
나도 좀 알자!!!
“하... 스승님께서, 네게 어떤 무공을 가르쳐 주시지 않던?”
“무공 말입니까..?”
나는 내가 배웠던, 육양신공을 떠올렸다.
“예. 배웠습니다.”
“그렇지! 그래야 맞지!”
-짝! 짝!
곽창원이 신났는지, 제 손뼉을 쳐댔다.
“스승님의 육양은 무당의 일반 육양과 다르단다.”
“...예?”
이건, 또 뭔 소리래?!
“본래 무당이 가르치는 육양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을 전부 덜어낸 것이, 곽진산 맹주님께서 만드신 신(新)육양이라네.”
곽창호의 말대로라면...
내가 무덤을 털어 배운 것이, 곽진산이 개발한 새로운 육양신공이었고... 곽진산의 제자이자, 나와 똑같이 신(新)육양신공을 배운 곽창호는 제 스승의 기운을 느끼고, 나를 따라 이곳 제갈에 온 것이었다.
‘...이게 말이 돼?’
근데, 어쩌겠나.
현실에 일어나 버렸는데...
‘치... 침착하자.’
사형(死刑)이 사형(師兄)이 되었다.
일단, 도굴꾼 취급받고 죽는 것보단, 이런 류의 오해가 더 좋은 건 사실이었다.
“대협이... 제 사형이시라고요?”
“그래. 네가 네 사형이란다.”
곽창원이 기분이 좋은 듯,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스승님은 잘 계시나요? 제게 무공을 가르쳐주시곤 금방 떠나 버리셔서...”
나는 일부러 머리를 긁적였다.
“...돌아가셨단다. 저 하늘의 별이 되셨지.”
곽창원은 아련하게 눈을 빛내며 하늘을 바라봤다.
‘사람은 죽으면 흙이 됩니다만...’
“그러시군요... 편히 가셨다면, 그걸로 되었습니다.”
“그래... 너는 그럼, 무당엔 스승님을 뵈러 온 것이었느냐?”
“예. 스승님이 남겨주신 검에 태극이 있어, 혹시나 하여 가봤습니다.”
나는 팔려고 챙겨 놨었던 무당 검 하나를 꺼냈다.
“그렇구나...”
곽창원이 조심히 내 손에서 검을 받아들었다.
곧, 제 기억 속에 있는 곽진산을 떠올렸는지,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곽창원은 됐고.’
스승에 대한 미련과 집착이 가득해 보이니.
이제, 내가 뭐라 해고 스승인 곽진산을 생각하며, 대충 다 넘어가 줄 것이다.
‘문제는 이쪽.’
곽창원의 친구, 곽창호.
화경에 오른 곽창원과 달리, 아직 초절정에 머물고 있는 고수로. 곽창원이 곽진산의 화신과 같다면, 곽창호는 무당의 화신과 같은 녀석이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무당 쪽에서 싸움을 벌였느냐?”
‘...왔군.’
무당의 절반... 아니, 3할이 날아갔다.
만일, 이 일에 가담했다면. 아무리, 전 맹주 곽진산의 제자라 할지라도, 이 일은 쉬이 넘어가지 못할 것이다.
‘이제, 잘 말해야 한다.’
“그게... 제가 무당산 아래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그 자가 무당산을 공격하려 하기에, 이를 막으려다 싸움이 났습니다.”
곽창호의 눈이 순간 커졌다.
“...얼굴은? 얼굴은 보았느냐?”
“아뇨... 복면을 쓰고 있어, 얼굴은 보지 못 하였습니다. 도움이 못 되어 죄송합니다.”
“...그러냐.”
곽창호는 아직 의심을 못 버렸다는 듯, 나를 가늘게 쳐다봤다.
“하지만... 그 자가 타고 도망친 배는 보았습니다.”
“...배?”
“예. 신기하게 생긴 기물이었습니다.”
나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노를 저어 나가는 것 보다, 3배는 더 멀리 나갔습니다. 저는 놈을 잡으려 달렸으나... 제가 미진하여, 결국 녀석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신기한 배로구나.”
“예. 신기하지요. 그런데, 그것 아십니까? 이 근처에서 신기한 배를 만들었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습니다.”
“...자세히 말해보거라.”
미끼는 물었다.
“제작자는 제갈세가의 둘째, 제갈연... 어쩌면, 그가 무당을 파괴한 자와 연관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 작가의말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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