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오문의 설계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완결

임윤섭
그림/삽화
윤섭7112
작품등록일 :
2024.06.01 15:08
최근연재일 :
2025.02.17 13:30
연재수 :
1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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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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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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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하오신투(6)

DUMMY

내가 제갈연을 범인으로 지목한 뒤.

제갈세가는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었다.


“으아아악?! 아버지 살려주세요!!!”

“그만두시게! 이게 뭐하는 짓인가?!!”

“귓구멍이 막히셨습니까? 우리 애가 이 놈이 범인이라잖아!!!”

“커헉!!!”


-빠악!

분노한 무당의 대제자 곽창원이 제갈연에게 달려들고, 곽창원을 막기 위해 제갈위가 곽창원의 앞을 막아섰지만...

경지가 곽창원보다 낮은 바람에, 제갈위는 몸싸움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좋구만.’


내가 만들긴 했지만...

정파의 어른이라 불리는 자들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올지는 몰랐다.

그야말로 혼돈..!


‘아니다... 예상했나..?’


제갈위를 향해 살려달라 외치는 둘째 제갈연.

주먹으로 제갈연의 얼굴을 때리는 무당의 곽창원.

곽창원의 허리를 잡곤, 곽창원을 뜯어말리고 있는 곽창호와 제갈학.

자식이 피떡이 되는 모습을 보며, 혼절할 듯 몸을 비틀거리는 제갈위...


‘짜릿하군.’


이 혼돈 속에, 오직 나만이 유유히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묘한 쾌감이 몰려왔다.


“생각해보십쇼! 제가 무당을 공격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무인이 말이 많네?”


-빠악!

제갈연의 머리를 곽창원이 주먹으로 강타했다.


‘뭐, 맞는 말이지.’


쳐 맞을 말.

제갈연이 아무리 권력에 눈이 먼 멍청이라 해도, 무당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아니... 못 했다는 게 더 맞았다.


‘근데, 그걸 왜 지금 말해서 더 쳐맞는 거니...’


자고로, 모든 건 다 때가 있는 법..!


“그럼, 내 사제가 거짓을 고했다는 말인가?”


저 봐라. 곽창원의 눈이 뒤집혔지 않은가?

곽창원의 분노어린 목소리에 제갈연이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왜... 왜...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누가 보면, 우리가 깡패인 줄 알겠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지금 곽창원은 눈이 뒤집혀 있는 상태였지만... 제갈연은 곽창원이 왜 이러는지, 상황파악을 못 하고 있었다.


‘말에 다 힌트가 있는데... 말해줘도 못 듣겠지...’


스승이었던 곽진산이 죽은 뒤, 곽진산의 유지를 받아 무당을 지키는 것에만 관심을 가졌던 녀석이라. 세상만사에 아무런 미련이 없었지만...

그런 곽창원의 앞에, 자신 말고 곽진산의 제자가 하나 더 나타났다.


‘곽진산 빠돌이를 흥분시키기엔 이만한 게 없지.’


딱히, 이 상황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얼굴도 몰랐던 사제를 발견하자, 곽창원은 지금 기쁨과 설레임으로 대 흥분한 상태였다.

그래서,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고. 그저, 제 사제를 위해 제갈연의 머리를 패고 있었다.


“아이고, 대제자님! 아직 뭐 하나 밝혀진 것 없는데, 엄한 사람을 때리고 그럽니까?!!”

“뭐래? 내 사제가 이 녀석을 지목했거든?”

“으아아아아! 사람살려!!!”


-빠악!

-빡! 빠각!


“사제! 사제가 말했지?! 제갈연이 범인일 수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곽창원의 허리에 매달린 채, 곽창호가 나를 향해 소리쳤다.

곽창호를 본 제갈학의 눈이 순간 커지고. 두 사람은 눈빛을 서로 교환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복면을 썼으니, 얼굴은 보지 못했다 했지! 어째서, 제갈연이 범인이라 지목한 건가?!”

“목소리입니다.”


나는 박창호를 향해 말했다.


“저 자의 목소리와 무당을 노린 불한당의 목소리와 일치합니다. 또한, 그 자가 타고 간 배가 저기 있는 제갈연이 만든 배와 똑같은 배였습니다.”

“말해라! 어째서 무당을 공격한 것이냐?!!”


내 말에 흥분한 곽창원의 주먹이 매서워졌다.


“연이의 목소리를 흉내 낸 자객의 짓일 수도 있지 않은가?! 가능성을 열어두시게!!!”


그러니, 제발 곽창원 좀 말려봐라..!


‘라고 말하고 있군...’


그렇게 빌지 않아도, 슬슬 막아야겠다 생각했었다.

제갈연이 쩔쩔매고 있는 걸, 넋 놓고 보다 잊어버렸는데... 이제, 그만해야 할 때가 된 듯했다.


‘충분히 쳐 맞은 거 같고...’

“창원 형님. 이제 그만 분노를 거두시죠.”


곽창원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이 놈이 너를 죽이려 하지 않았느냐.”

‘...음. 반은 맞는 말이긴 한데.’


맞아서 죽을 뻔하긴 했다.

영약을 먹어 상처는 다 나았지만, 제갈연의 부하들에게 맞은 부위가 아직 아팠다.

하지만...


“놔주십쇼.”


곽창호와 제갈학이 나를 너무 부담스럽게 보고 있어서, 이 이상 놔두면 저 둘에게 미움을 받을 것 같았다.


‘친하지 않아도 좋으니, 적으론 만들지 말아야지.’


적은 적으면 적을수록 좋았다.

제갈연의 멱살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풀어지고, 혼절한 제갈연이 바닥에 뻗어버렸다.


“무당산에서 느꼈다. 정순한 기와 혼탁한 기의 충돌을... 만일, 네가 절정의 경지에 오르지 않았다면, 너는 그때 죽었을 것이다.”

‘...음. 그러고 보니 그렇네..?’


내가 만든거긴 했지만... 폭발이 쌔긴 했다.

무덤을 부수고, 무당산을 절반 가까이 날려버린 것 만 봐도... 확실히, 위험하긴 했다.


‘...살았으니 됐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저지른 일이니, 그대로 죽어도 자업자득이라 생각했지만... 뭐랄까... 걱정해주는 사람이 생기니 기분이 좋았다.


‘거짓말한 거. 절대 들키지 말아야지...’

“확실히, 저는 죽었을지도 모릅니다.”


제갈연의 부하에게 쳐 맞아서든. 내 실험에 내가 뒤지든. 일단, 죽을뻔 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지금은 뻔뻔하게 나가자.’

“다만... 두 대협께서 말씀하신 게 마음에 걸립니다. 누군가, 제갈세가와 무당이 척을 지는 것을 노리고, 간계를 꾸몄다면..? 그자가 원하는 게 지금, 두 문파의 싸움이라면..?”


말로만 들어도 흑막같은 녀석..!

그게 바로 나다.


‘...음. 웬지 나 악당 같은데?’


마음만은 선량한 시민인데...

하는 행동이 꼭 흑막 같았다.


‘에라 모르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최대한 흑막처럼 굴어주겠다.


“같은 정파 아닙니까... 진실이 밝혀졌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시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니. 진실이 밝혀지는 시기가 아무리 늦어도 상관없을 겁니다.”


내 입장에선 늦어져야 좋았다.

그렇기에, 나는 최대한 이 수사를 늦출 예정이었다.


“제갈세가의 제갈학님께 감히 말씀 올립니다. 부디, 이번 일을 제갈학님께서 조사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제가요?”


곽창원을 말리고 있던 제갈학이 어리둥절해 하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예. 외람되오나... 저는 무당을 해하려던 범인으로 둘째 아드님을 지목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아들이 절대 범인일 리 없다며, 가주님이 옹호하셨으니... 지금 제갈세가에서 수사가 가능한 건, 오직 제갈학님 뿐이죠...”


머리가 잘 돌아가는 제갈학은 알 것이다.

지금이 기회라는 걸.


‘제갈연은 지금 가문에서 제적을 당하게 생겼다.’


제갈연이 신기한 배를 만들었다는 소문은 최근에 돌기 시작했다.

상품화가 되어, 사람들이 널리 사용한 것도 아니고. 아직, 극 소수의 인간들만 그 실체를 알았다.


‘하지만, 그 배를 만든 건 나지.’


제갈연은 차마 내가 만든 배를 뺏은 거라 할 수 없을 테고... 결국, 제갈연은 유력한 용의자가 되었다.

즉, 내 진술이 있다면. 제갈연은 기술을 빼돌린 녀석이 되거나... 그도 아니면, 제 기술 하나 지키지 못하는 머저리가 되는 것이었다.


‘어느 것이든 제갈연이 제갈세가에서 설 자리가 줄어들게 되겠지.’


그리고, 둘째의 영향이 줄어들게 되면... 자연히, 첫째인 제갈학에 힘이 들어가는 건 명백한 사실.

계산이 끝난 제갈학이 미소를 지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일대제자인 곽창호 대협과 논의가 필요할 듯 하군요.”

“...그렇군요. 윗선에 말씀을 드려, 빠른 시에 공문을 보내드리지요.”


누가 친구 아니랄까봐...

말하지 않아도, 둘이 알아서 일을 진행 시켜버렸다.


“내 계획이...”


이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제갈위가 남모르게 눈물을 훔쳤다.


‘뭐... 덕분에, 가문은 안 망하게 되었으니. 좋게 생각하세요...’


속으로 말해 들리지는 않겠지만...

원작에선, 제갈연이 후계자가 된 후. 제갈세가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혈교가 간계를 쳤거든.’


제갈연과 제갈위는 제갈학보다 무력이 뛰어났을 진 몰라도, 통찰력은 뛰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제갈학이 제갈세가를 다스리게 되면, 제갈세가는 몰락하지 않을 것이다.


‘음... 괜찮겠지?’


작지만, 미래를 바꿨다.

제갈세가의 몰락은 혈교가 계획한 일이었다.

워낙 자존심이 강한 녀석들이니, 계획이 틀어진 지금. 놈들은 자신들의 계획을 방해한 자를 찾아, 그 숨통을 끊을 계획을 세울 것이다.


‘빨리 낙화루로 돌아가야겠어...’


이화루를 치고... 하오문주를 쳐서, 하루 빨리 하오문주가 되어야. 나와 내 식구들이 안전할 것이다.


***


무당에서 제갈에 공문을 보낸 후.


“금삼아. 그냥, 무당으로 돌아가는 게 어떠냐.”

“아닙니다. 이제 바빠지실 텐데, 제가 가면 방해만 될 뿐입니다.”


곽창원과 곽창호는 무당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곽창원은 나를 무당에 데려가고 싶어했으나, 나는 부담스럽다며 이를 거절했다.


‘아무리 나라도, 죄책감이 든단 말이지...’


무당산을 날려 먹은 진범은 나였다.

아무리 돈에 미쳤고, 양심이 없다 하더라도. 사람이 할 짓이 있고 못 할 짓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중에, 제 식구들을 데리고 보수공사를 하러 가겠습니다.”

“...보수공사?”

“예. 곽진산 스승님께서 저를 거두시기 전까지. 잡일꾼으로 일했습니다.”


무당산이 아직 3분의 2가 남아 있다 하더라도, 구조가 불안정하게 된 건 사실이었다. 무당산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이를 보수 공사해야 할 것이다.


‘공사는 놓칠 수 없지..!’


공사를 빌미로, 무너져 버린 무덤을 복구하고. 무당에 은혜를 입힌다..!

내가 멍청하지만, 완벽한 계획이었다.


“...혹, 잡일꾼 시절에 무공을 배운 적이 있더냐?”

“아뇨. 없습니다.”


곽창호가 나를 묘한 눈으로 쳐다봤다.

대충 둘러대긴 했지만... 나는 두 사람과 달리, 출신이 모호한 녀석이었다.



‘곽창호가 나를 경계하는 건 당연해...’


내 말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것짓말인지 모르는데, 스승이 같다는 말에 철썩같이 믿는 곽창원이 이상한 거였다.


‘쉽지 않구만...’


곽창호와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무당으로 가는 건 반드시 피해야 했다.


“살펴가십시오. 도착하면, 전서를 보내겠습니다.”

“그래. 잘 가고.”


곽창원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아... 한가지, 선물을 드릴게 있는데요.”

“...선물?”


곽창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보따리에서 챙겨두었던 상자 하나를 꺼냈다.


“별 것 아닙니다만... 무당이 다시 회복되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내건 없느냐?”

“시간이 부족하여, 준비할 수 있는 게 하나뿐이었습니다.”

‘곽창호. 네건 없다!’


곽창원이 낄낄 거리며, 곽창호를 비웃었다.


“그만 좀 놀리십쇼. 아무리, 저희가 동기라지만, 선 넘으시고 계십니다.”

“꼬우면 너도 대제자 하지 그러냐?”


곽창호가 곽창원을 째려봤다.

엄연한 하극상이지만, 둘은 무당에 같은 날 들어온 벗이니. 저정도의 하극상은 곽창원이 봐줄 것이다.


‘부럽네.’

“내용물은 제가 떠난 후에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나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곽창원에게 준 선물은 내가 만든 찻잔으로... 밑에 금(金)자가 써져있었다.

곽진산이 살아있을 적, 나한테 뜯어내듯 가져갔던 찻잔이 생각나. 무당에서 제갈에 공문을 보낼 때까지, 시간이 남겠다... 스승과 제자 모두 같은 다기를 가지면 좋을 것 같아, 만들어 보았다.


‘이번 걸로 열 한번째인가...’


곽창원이 기뻐하길 기도하며.

나는 방부가 있다는 주점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 방부라는 사내가 있소?”

“아... 저기 앉아 계시는 손님 말입니까?”


점소이가 가리킨 곳엔, 술을 마시고 있는 방부가 있었다.


‘...이 새끼가?’

“어..? 대협?!!”


나와 눈이 마주친 방부가 서둘러 뛰어왔다.


“...아직도 안 가셨네요.”

“하이고... 열심히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나저나, 대협이 여긴 어떻게..? 볼일은 다 보신건가요?”


말은 참 잘한다.


‘뭐... 아무일 없었으니 됐다.’

“예. 다 끝났습니다.”


나는 방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가시죠.”


모두가 기다리고 있을 낙화루로.


작가의말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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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2차 전쟁(3) 삽화 有 25.02.08 119 1 14쪽
139 2차 전쟁(2) 25.02.07 107 1 12쪽
138 2차 전쟁(1) 25.02.04 105 1 11쪽
137 무덤공사(5) 25.02.03 110 1 13쪽
136 무덤공사(4) 25.02.02 114 1 14쪽
135 무덤공사(3) 25.02.01 112 1 13쪽
134 무덤공사(2) 25.01.31 111 1 13쪽
133 무덤공사(1) 25.01.30 114 1 12쪽
132 혼원단(6) 25.01.29 109 1 12쪽
131 혼원단(5) 25.01.28 109 1 12쪽
130 혼원단(4) 25.01.24 109 1 14쪽
129 혼원단(3) 삽화 有 25.01.21 114 1 13쪽
128 혼원단(2) 25.01.20 121 1 13쪽
127 혼원단(1) 25.01.19 123 1 13쪽
126 북해빙궁(4) 25.01.18 112 1 12쪽
125 북해빙궁(3) 25.01.17 130 1 13쪽
124 북해빙궁(2) 25.01.15 133 1 14쪽
123 북해빙궁(1) 25.01.14 130 1 13쪽
122 일월신교(5) 삽화, 고양이 사진 有 25.01.12 154 1 13쪽
121 일월신교(4) 25.01.11 153 1 13쪽
120 일월신교(3) 25.01.10 141 1 14쪽
119 일월신교(2) 25.01.08 141 1 13쪽
118 일월신교(1) 25.01.06 142 1 12쪽
117 하오문 총력전(8) 25.01.05 14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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