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 이화루(1)

방부가 가지고 있던 여분의 모터를 가지고.
매일 밤마다 운전한 결과.
“와아... 여기에 대협과 개삭두 대협이 계시는 낙화루가 있다는 말이죠?”
일주일이 걸려, 낙화루가 있는 북경에 도착했다.
화려한 북경의 도시 본 방부가 입을 헤 벌리곤, 거리를 구경했다.
“그렇게 보다, 다른 기루 사람들에게 돈 뜯긴다?”
“예..? 아이, 대협. 농담도...”
“농담 아닌데?”
북경에서 촌뜨기처럼 굴었다간, 독수리처럼 사냥감을 노리고 있던 기생들에게 이끌려 기루로 끌려가게 될 것이다.
‘그리곤, 탈탈 털리겠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심지어, 장기까지...
관군이 없는 도시는 무법지대였다.
‘근데... 장기는 이식 수술도 못 하는데, 왜 뜯어가는 거지..?’
줄넘기라도 하나?
‘으... 상상했어...’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니, 관군은 뭐 한답니까?! 저 같은 선량한 시민을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당연히, 자러 갔겠지. 지금 시간이 몇 시인 줄 알기나 해?”
솔직히, 나도 자세한 시간은 몰랐다.
‘...하지만, 시계가 없는걸..?’
해시계는 있지만... 해가 없으면, 제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시계는 아예 없다고 봐야 했다.
“아니... 왜, 관군이 자요?!!”
방부가 어이없다는 듯, 소리쳤다.
“사람이잖냐. 너는 안 졸리냐?”
“아니... 사람이라해도... 관군이지 않습니까?! 시민을 지켜야 할 관군이 제 의무를 저버리다니요?!! 여기 좀 이상합니다!!!”
나는 뒷목을 긁적였다.
“...이 나라가 이상한 거. 지금 알았어?”
“...아.”
방부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계는 이상하다.’
시민을 지켜야 할 관군은 뒷돈을 받고, 귀족들의 구린 뒤를 봐주었고.
돈 없는 시민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개방이나 하오문의 문을 두드렸다.
‘어디로 가던 다 시궁창인데...’
직위가 없다면.
돈이 없다면.
힘이 없다면.
그 무엇도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 이곳.
“어서와라. 낙화루에.”
그게 바로 북경이었다.
방부가 해탈했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근데... 여기로 가는게 맞습니까?”
방부가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왜? 내가 널 잡아먹을 것 같아?”
“아뇨, 아뇨, 아뇨... 제발 농담이라도 그런 말씀은 좀 하지 말아주세요...”
방부가 정말 무섭다는 듯, 손으로 제 팔을 비볐다.
“낙화루라 하면... 일단, 기루 아닙니까. 기루면, 당연히 건물 높이가 상당할 텐데...”
방부가 양손을 벌려, 낙화루의 대략적인 크기를 가늠했다.
“맞아. 주택은 1층. 일반 상점은 2층. 기루는 4층까지 허용되지....”
“근데, 왜... 그만한 기루가 안 보이는 걸까요?”
“내가 낙화루가 몇 층이었는지 말했었나?”
“당연히, 소문으로 들었죠. 북경에 있는 돈 귀신 하나가 건물 높이를 천황 코끝까지 높였다고 말입니다.”
천황은 황제를 뜻하며.
황제의 코 끝까지 왔다는 건... 법의 기준, 황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까지. 건물의 높이를 높였다는 말과 같았다.
“무너졌거든.”
“...예?!”
그리고, 낙화루를 무너뜨린 건 나였다.
“그럼... 우린, 어디로 가는 겁니까?”
“어디긴, 어디야. 재건하고 있는 낙화루지.”
“...하지만, 공사하고 있는 현장이 없는데요?”
나는 방부의 물음에 아무런 답도 하지 못했다.
‘...이상해.’
분명, 이 앞 모퉁이를 돌면. 개삭두 형님과 헤어졌던, 그 거리가 나와야 했다.
하지만, 공사장은 커녕... 낙화루를 떠올릴 수 있는 것 하나 이곳에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군.’
“아무래도 안 되겠다. 각자 흩어져서, 낙화루에 대한 걸 알아보자.”
“엑..?!!”
“왜, 싫어?”
나는 방부를 향해 주먹을 들어 올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가 약이라지..?”
“아이고, 대협! 우리, 누가 먼저 찾는지 내기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진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술을 사는 걸로?!!”
방부는 맞을세라 서둘러 저 멀리 뛰어갔다.
“...방해꾼은 내보냈고.”
나는 본래, 낙화루가 있어야 할 곳을 바라봤다.
토지에는 낙화루 대신, 1층 규모의 작은 시장들이 있었다.
“...여기 분명, 한번 파졌다가 다시 덮어진 흔적이 있어.”
절토(切土)와 성토(盛土).
흙을 깍았다가 다시 새 흙으로 덮은 자국이 흙바닥에 선명히 남아 있었다.
“흙의 성질을 보건데... 분명, 해안가 쪽에서 퍼 온 흙 같은데...”
순간. 뒤쪽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누구?!!”
저층 높이의 시장들이 즐비한 골목 안.
“...금삼이?”
익숙한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개삭두 형님?”
솔직히, 누군가가 나를 따듯하게 반겨줄 거라곤 기대하진 않았다.
‘모두가 다 공사 때문에 바쁠테니까.’
그러니, 이해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거지꼴이 되어 나를 반기는 동료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금삼아...”
오랜만에 만난 형님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
북경이나 중원에 법이 있는 것처럼.
하오문 안엔 분문율이 몇 있었다.
‘하나, 모든 기방은 하오문 소속이다.’
창기가 있는 청루, 낙화루.
예기가 있는 홍루, 이화루.
자객이 있는 흑루, 야화루.
이 셋 모두가 하오문 소속이었다.
‘둘, 홍루는 청루보다 급이 높다.’
예기는 창기보다 키우는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이화루보다 낙화루가 값쌌고... 이화루를 찾았다 돈이 없거나, 문제가 있어 쫓겨난 질 나쁜 손님들은 하나같이 값싼 낙화루로 향했다.
‘...씨바 거.’
뭐가, 아쉬운 대로냐.
우리는 물건이 아니었다. 똑같이 숨쉬고, 먹고, 자는... 똑같은 사람이었다.
‘거지같네...’
“마지막으로... 하오문의 이름 아래, 청루는 홍루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청루, 낙화루의 새 지배인에게.
홍루, 이화루가 보호비를 요구했다.
1.1.1.1.2. 돈 내노라고 시비
‘요구라고 하긴 했지만, 이는 명백한 명령이지.’
낙화루가 아직, 청루인 이상.
홍루인 이화루의 명령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이건... 우리 낙화루가 이화루보다 아래라고.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는 거야.”
“모두가 아는 걸 아는 척해서 어쩌라는 거야?”
잡일꾼이 한 말에, 기생 하나가 꼬투리를 잡았다.
“진정들하세요...”
심기가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상태에서, 싸움은 금물이었다.
“근데... 이 장소는 어떻게 구한거에요?”
현재, 나와 개삭두 형님...
낙화루 소속이었던 사람들 모두, 사합원 주택에 위치한 동상방(東廂房)에 있었다.
“여기, 귀족 장남이 주거하는 방이잖아요.”
“몰라. 친한 손님 하나 한테 사정을 말하니, 여길 내어 주던데?”
“...그 손님 혹시.”
나는 말을 하려다 말았다.
‘동상방은 장남이나 막내에게 주는 방이다. 여기에, 이만한 사람이 있다는 건... 이곳을 쓸 사람이 없다는 말이겠지.’
즉, 이곳의 주인은 자식이 없는 자이며... 낙화루를 들락거릴 수 있으니, 부인이 없는 자 일터...
‘그 자는 범법자이다.’
이만한 크기의 저택에, 결혼도 하지 않고. 슬하에 자식도 두지 않았다.
이는, 황제가 정한 법에 어긋나는 짓으로, 이 집 주인은 오래전에 사형을 당했어야 했다.
‘하지만, 낙화루를 드나들었다는 건...’
관군이 범법자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말이었다. 역용술에 능하며, 하인관리가 철저하고... 뭣보다, 낙화루를 도울 의사가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은 딱 한 사람 밖에 없었다.
‘...총관이다.’
하오문의 총관.
그녀가 우리를 또 도왔다.
‘이런 식으로 우리를 도와줬다는 얘기는... 총관도 이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건데...’
이화루가 낙화루에게 요구한 금액은 낙화루가 하오문주에게 헌납한 돈의 약 두 배.
전생으로 치면, 2조가 되는 금액이었다.
‘그 돈을 시바, 어디서 구해?’
담배가 땡겼다.
총관은 우리를 도와, 하오문주에게 헌납하는 것을 도왔다. 그렇게,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했으나... 이화루하는 변수가 나타나 버린 것이다.
‘현 하오문주를 제거는 날까진 총관은 우리 편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총관이 우리 편인 걸 알았으니... 하오문주를 칠 때, 총관이 우릴 배신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확신하는 편이 좋으니까...’
솔직히, 지금 사고 회로가 너무 부정적이라. 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은 것뿐이었다.
‘...이쯤 되니까 무섭네.’
모든 상황이, 하오문주를 치라고 말하고 있었다.
‘흙막이 공사 바로 들어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탑다운 공법으로 파낸 흙 위에 다른 흙으로 덮어버렸다. 현대의 포크레인으로도 몇 달 걸릴 작업을 사람이 다시 해야 하니... 분명, 1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거지 같다...’
“하이고오...”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데, 시선이 느껴졌다.
“...뭐하십니까?”
“아니...”
“우리 버릴거야?”
기생 하나가 눈치를 보더니, 이내 하고 싶었던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예?”
“아니... 그렇잖아. 너는 능력이 있으니... 이화루에게 잘 보이면, 거기 들어가도 될 텐데...”
나는 할 말이 없어졌다.
‘...어떻게 알았지?’
사실, 나는 이화루주에게 이화루로 오지 않겠냐고 권유를 받은 적이 있었다.
‘지금이라도, 나 혼자 간다고 하면. 이화루주는 나를 받아주겠지.’
하지만, 그러긴 싫었다.
“제가 어딜 갑니까. 여기가, 제 집인데.”
“...진짜?”
“진짜냐, 금삼아?”
“예. 말 나온 김에... 내일 오전에 쳐들어가보죠.”
나는 가지고 온 검을 챙겼다.
“...어딜말이냐?”
“어디긴 어딥니까. 이화루죠.”
오늘 밤은 이화루의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있어, 경계가 잔뜩 서 있을 테니. 경계가 풀어진, 내일 아침. 날이 밝는 대로 이화루로 쳐들어갈 것이다.
“그... 그래. 우리도 도우마.”
‘...엥?’
나는 내 귀를 잠시 의심했다.
“저번에, 금삼이 너와 개삭두 형님이 홀로 싸우시는 거 보고. 우리도 많이 노력했다.”
“...됐습니다. 다치십니다.”
마음은 고맙지만... 나 혼자 가도 충분했다.
“그... 그래도...”
“괜찮습니다. 저 혼자서도 괜찮아요.”
그러니까, 괜히 목숨 안 버렸음 좋겠다.
‘원래 이럴려고 떠난 여행이고...’
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더 이상 억울하게 죽지 않기 위해서.
나는 강해져서 돌아왔다.
“근데, 그 전에... 배가 고픈데...”
말하는 와중, 황가 아저씨가 나를 불렀다.
“저기. 저기 있는 저 녀석. 네 손님이냐?”
“아...”
황가 아저씨가 가리킨 곳에, 처연하게 앉아 있는 방부가 보였다.
‘오, 마침 잘 됐다.’
“...우리 내기했죠?”
밥 좀 사줘요.
‘비싼 걸로 뜯어먹어야지.’
방부가 가진 돈은 내 돈이라, 사실상 내 돈을 쓰는 게 되겠지만.
'기분이라도 내는게 어디냐.'
“...인생.”
전부 부질없다는 듯. 방부가 한숨을 내쉬었다.
- 작가의말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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