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오문의 설계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완결

임윤섭
그림/삽화
윤섭7112
작품등록일 :
2024.06.01 15:08
최근연재일 :
2025.02.17 13:30
연재수 :
1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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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84
추천수 :
416
글자수 :
79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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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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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홍루 이화루(2)

DUMMY

“여... 여기가 이화루?!!”


낙화루는 청루답게, 푸른색으로 치장된 반면.

이화루는 붉은색과 금박 장식으로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었다. 북경에서 가장 화려하다고 할 수 있는 이화루는 못 남성들의 심장을 뛰게 만들긴 충분했다.


“...꼭 쳐들어가야 합니까?”

‘...엥?’


이건 또 뭔 소리래?


“지금부터, 여길 파괴하실 것 아닙니까?”

“뭐... 그렇지.”


상대가 절정 고수라 하면, 분명 싸움의 여파가 클 것이다. 가구나 장식이 부서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 어쩌면, 낙화루처럼 건물 전체가 날아갈 수 있었다.


“좀 즐기다가 치시는건...”


나는 결국 방부의 얼굴을 한 대 때렸다.


“정신차리십쇼. 제가 홀리면, 깨워줄 사람으로 당신을 데려온건데. 당신이 홀려버리면 어쩌자는 겁니까?”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이거 미안하게 되었네.”


흙바닥에 앉은 방부에게 손을 내밀자, 방부가 신음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나저나 신기하구만... 날 끌어당기는 건 없는데... 자꾸만, 저쪽으로 가고 싶어지게 만들어.”


흡성대법(吸星大法)을 기반한 매혹(魅惑).

지붕을 받치는 공포 아래에, 기문을 새겨 진법을 만드는 것. 그, 대상은 오직 양기를 가진 사내들로, 양희령이 다스리는 이화루가 북경 일대에서 가장 유명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들어가자.”

“아, 잠시만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나는 비명을 지르는 방부를 뒤로 한 채, 이화루 안으로 발을 들였다.


***


“뭐냐, 넌?”


이화루에 들어서자 떡대가 나와 방부를 반겨줬다.


“뭐긴, 뭐야. 손님이지.”

‘...크군.’


무당의 대제자 곽창원도 꽤 덩치가 있다 생각했는데... 이놈은 그 사람보다 더 컸다.


‘하지만, 몸의 근육이라던지... 곽창원이 더 위야.’


눈앞의 떡때가 운동으로 몸만 키운 보디빌더라면, 곽창원은 특수부대원 출신의 용병이었다.


‘...곽창원 그 사람은 얼마나 강할까?’


막무가내로 제갈세가에 들어가, 가주가 아끼는 둘째 공자를 피떡으로 만들어놨다. 물론, 거기엔 적당한 이유가 있었지만... 앞 뒤 안 가리고,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 사람이다.


‘대체 얼마나 강해져야... 곽창원처럼 제멋대로 살 수 있을까..?’


부러웠다.

그 힘이.

그 자유가.

미치도록 부럽더라...


“허, 나 참... 낙화루가 망했다는 소식은 들었다만, 이화루에 이런 떨거지가 올 줄이야...”


떡대가 혀를 차더니, 제 머리를 쓸어 넘겼다.


“뭐... 뭐?! 우리가 떨거지라고?!!”

“딱 봐도 모르나? 아, 돈이 없어서 거울도 못 보겠군... 거, 안타깝게 됐어.”


방부가 항의했지만, 일절도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더 놀림만 당했을 뿐...


‘...저놈. 여기 있는 우리뿐만 아니라, 낙화루도 동시에 깎아내렸어...’


우리가 떨거지 같다는 말은 인정한다.

쳐들어갈 거라고, 옷차림을 가볍게 한 것도 있었고. 솔직히, 나나 방부나 얼굴이 말이 아니었으니...

손님을 가려서 받아야 하는 이화루의 입장상, 떡때의 태도는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낙화루를 건드리는 건 못참지...’


내 개새끼는 나만 건드릴 수 있다.


“하나, 궁금한게 있는데.”

“...어엉?”

“왜, 손으로 머리를 쓰는 거지? 어차피, 머리카락이 없어서 손맛도 없을 텐데..?”

“대... 대협?”


방부가 나를 불렀다.

녀석의 눈동자가 세차게 떨리고 있었다.


‘왜, 뭐?’


시비는 저쪽에서 먼저 걸었다.


‘그렇다면, 응당 받아줘야지.’

“...다시 한번 말한다. 이화루는 사람을 가려서 받는다. 돌아가라.”


-툭!

떡때가 내 어깨를 밀쳤다.


“허허... 이것 참...”


나는 잠시 내 볼을 긁적였다.

옛날의 나 같았으면, 무서워서 눈을 아래로 깔았을 텐데... 이젠, 놈과 눈을 똑바로 마주 보고 서는게 가능했다.


“네가 먼저 시작한거다?”

‘선빵 필승!!!’


-투웅!!!

떡대의 몸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주먹이 복부에 꽂히자, 놈의 몸이 반으로 접혔고. 몸이 붕 떠오르더니, 허공을 가르며 뒤쪽을 향해 날아갔다.

복부 안으로 주먹이 들어가며, 안쪽에 있는 뼈와 장기가 살 너머로 느껴졌다.


“...으엑.”


-쿠웅!!!

허공으로 날아간 떡대가 뒤에 있던 대문을 부쉈다.


“카학!!!”


충격을 흡수한 떡대의 몸이 버티지 못하고 울혈을 입에서 토해냈다.

잔해들이 떡대의 위로 떨어지고, 갑작스런 날벼락에 이화루에서 즐기고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

“네, 이놈! 어서, 나를 보호하지 못할까?!!”


아비규환(阿鼻叫喚)이 따로 없었다.

무공을 배우지 못한 예기들은 악기를 버리고 달아났고, 음공을 배운 것으로 추정되는 예기들이 나를 사납게 쳐다봤다.


“뭘 봐?”


-우우웅!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온 백색의 기가 검을 둘렀다.


“저... 저건?!”

“검기?!!”

“덤빌 테면, 덤벼봐. 하지만, 그에 대한 결과는 스스로 감당해야 할 거야.”


나는 나를 표독스럽게 노려보고 있던 예기들이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나는 예기들을 하나하나를 검끝으로 가리키며, 녀석들이 더 물러나길 종용했다.


‘빨리 물러나라... 어서!!!’


검기를 둘러, 예기들을 위협하고 있긴 하지만... 이 검기가 언제 사라질지 나조차 몰랐다.


‘건축으로 치면, 스케치업 기본 툴만 배웠는데. 실사 사진 찍어내라고 하는 거랑 마찬가지라고..!’


쉽게 말해, 덧셈 뺄셈 배우고 있는데, 갑자기 이차 방정식을 풀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


‘근데, 또 그걸 풀고 앉았어..!’


비급이나 영약 등.

가능한 선에서 기연을 모아, 어느 정도 흉내는 낼 수 있게 됐지만... 제대로 된 가르침을 받은 게 아니라, 불안정한게 많았다.

그 증거로... 나는 현재, 내 내공이 얼마나 되는지 몰랐다.


‘내 내공이 얼마인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함부로 내공을 낭비할 수 없어...’


그러니... 가능하다면, 최종 보스들만 빠르게 쓱싹하고 싶었다.


“무슨 소란이냐?”


-끼익.

이화루의 안쪽.

귀빈들만 모시는 한 전각. 그곳의 문이 열렸다.


‘오... 미인이다.’


멀리 있어서, 성별을 구별할 수 없지만.

한눈에 봐도 수려한 외모를 가진자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근데, 왜 낯이 익지?’

“아, 예... 그것이...”


소란을 듣고 나타난 웬 미인을 향해, 문지기가 머리를 조아렸다.


‘...높으신 양반인 건 맞는 거 같은데.’


최상급 기생들만 입는 보라색 가운에, 머리를 비녀로 틀어 올렸지만. 튀어나온 목젓은 차마 가리지 못하였다.

즉, 저기 있는 미인은 나와 같은 것이 달린 사내새끼였다.


‘이화루주는 여자지...’


즉, 저 놈은 이화루주가 아니었다.

본인이 아닌 이상, 딱히 별 볼 일 없을 인간이라 생각해 저놈도 피난하게 둘까 했지만... 녀석이 나와 눈이 마주치며, 이 생각은 변하게 되었다.


“음..?”


녀석은 나를 보며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는?!”

“어..?”

‘생각났다..!’


녀석의 놀란 얼굴을 본 순간..!

어릴 적, 내 얼굴에 끓는 물을 부어버렸던 동기 녀석의 면상이 떠 올랐다.


“고자다!!!”

“야!!!”


나는 기생오라비... 아니, 자계령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름도 아닌, 특징으로 자계령을 부르자. 자계령이 크게 반응했다.


‘...눈은 여전하군.’


날 내려보던 그 눈깔.

세상이 자신의 것이 된 양, 의기양양했던 표정..!


-너... 이게 무슨 짓이야?!!


차계령이 내게 뜨거운 물을 부웠던 그날.

나는 뜨겁다는 생각 말고, 다른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었다.


-그 얼굴론 이제 더 이상 여기 있을 수 없겠지...


설마했지만, 차계령이 나를 배신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기에. 차계령에 대한 배신감이 가슴 속 깊이 세겨졌다.


-너... 어떻게 네가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이제, 이화루주의 애동은 나야. 네가 아니라.


그저, 내가 너무 눈에 띄어서 그랬다는 그 말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 숨 죽이며 살아왔다.


‘...결국, 원하던 대로 이화루주의 눈에 띄더니. 이화루에 최상급 예기가 되었구나..!’


그렇게, 자계령은 고자가 되었다.


“고자다!”

“아니라고, 이 개자식아!!!”

“맞잖아! 거기 없잖아!!!”


증거 있어? 까봐, 없잖아!!!


“으아아아악! 이 못생긴 게 닥치지 못해?!!”

“와... 씨.”

‘지가 이렇게 만들어 놓곤...’


아무리 나라도 이건, 좀 상처 입었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혹시나 자계령이 내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면, 지난일을 용서해야 하나 걱정했었는데... 고맙게도, 그런 고민은 필요 없던 것 같다.


“...그 못생긴 녀석한테 지기 싫어서, 너는 고자가 되어 버렸구나. 이 불쌍한 중생이여..!”

“으아아아악!!!”


잘린 게 그리 충격이 컸었나..?

안타까운 눈으로 10초 동안 응시하자, 고자가 얼굴을 시뻘겋게 붉힌 채 악을 질렀다.


‘아이, 재밌다.’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게 뭔지 아는가?


‘나에게 악의를 가진 인간을 놀리는 것..!’


사람은 본래 놀려먹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나한테 악의를 가진 데다, 반응이 좋다..?


‘이건, 안 놀려먹을 수가 없지...’

“고자야. 옛정을 봐서 목숨만은 살려줄 테니. 하나만 묻자.”

“...뭐래 이 새끼가?”

“너를 고자로 만든 그 여자는 어디 있니?”


이화루주.

자계령의 스승이자, 홍루 예기들의 수장.

음공과 흡성대법을 주 무기로 쓰는 여자였다.


“...그 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차계령의 눈에 핏발이 섰다.


“...고자가 되어도, 스승에 대한 존경심은 남아 있나 보네.”


나는 스승 같은 거 없는데.


‘...부럽네.’


이건 진심이었다.


“...너, 너 이 새끼..! 죽여버리겠다!!!”


-투확!

차계령이 나를 향해 포효했다.

검고 탁한 기운이 차계령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어이쿠... 무서워라.”


손발이 저릿했다.

만일, 절정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지금 공격을 받고 기절했을지도 몰랐다.


“그럼, 그 여자를 불러낼 겸... 과거의 빛을 청산해 볼까?”


-스릉.

나는 검집에서 검을 빼 들었다.


“...이화루에 있는 자들에게 전해라. 오늘 내 손에 피를 볼 것이니. 당장, 여기서 벗어나라고.”


-우드득!

차계령이 손목의 뼈를 뒤틀었다.

여성처럼 고왔던 손에 핏줄이 돋아나며, 잘 손질됐던 손톱이 송곳처럼 자라났다.


“...뭐냐, 그건?”


존나 무섭게 생겼다.


“네놈의 배에 구멍을 뚫어줄 거지. 뭐긴, 뭐겠냐?”


차계령이 비소를 날렸다.

손을 한번 모았다가 피니, 안그래도 무서워 보이는 손톱이 더 무섭게 보였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낙화루가 당했다는 소식은 들었겠지? 아마, 이놈이 그 셋을 상대한 녀석일 거다.”


차계령이 나를 향해 고개를 까닥였다.


‘쉐끼... 도발해도 머리 하나는 잘 돌아가는 군.’


그래서, 그 날. 내가 없어지면, 이화루주의 눈에 띌 것을 예상해. 내 얼굴에 뜨거운 물을 부운 것일터...


‘...열받네.’

“너는 오늘 뒤졌다.”

“그건, 내가 할 말이다.”


-투확!

나와 차계령이 서로를 향해 동시에 도약했다.


작가의말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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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2차 전쟁(5) 삽화 有 25.02.14 8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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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2차 전쟁(3) 삽화 有 25.02.08 106 1 14쪽
139 2차 전쟁(2) 25.02.07 96 1 12쪽
138 2차 전쟁(1) 25.02.04 95 1 11쪽
137 무덤공사(5) 25.02.03 99 1 13쪽
136 무덤공사(4) 25.02.02 103 1 14쪽
135 무덤공사(3) 25.02.01 102 1 13쪽
134 무덤공사(2) 25.01.31 98 1 13쪽
133 무덤공사(1) 25.01.30 103 1 12쪽
132 혼원단(6) 25.01.29 96 1 12쪽
131 혼원단(5) 25.01.28 97 1 12쪽
130 혼원단(4) 25.01.24 99 1 14쪽
129 혼원단(3) 삽화 有 25.01.21 104 1 13쪽
128 혼원단(2) 25.01.20 110 1 13쪽
127 혼원단(1) 25.01.19 111 1 13쪽
126 북해빙궁(4) 25.01.18 101 1 12쪽
125 북해빙궁(3) 25.01.17 118 1 13쪽
124 북해빙궁(2) 25.01.15 120 1 14쪽
123 북해빙궁(1) 25.01.14 118 1 13쪽
122 일월신교(5) 삽화, 고양이 사진 有 25.01.12 142 1 13쪽
121 일월신교(4) 25.01.11 141 1 13쪽
120 일월신교(3) 25.01.10 127 1 14쪽
119 일월신교(2) 25.01.08 129 1 13쪽
118 일월신교(1) 25.01.06 131 1 12쪽
117 하오문 총력전(8) 25.01.05 13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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