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루 공사(1)

이번에 지을 것은 낙화루로, 콘크리트와 석재, 목조로 만들 계획이었다.
‘마음 같아선 철근콘크리트 건물을 짓고 싶지만...’
문제는 두가지.
첫째, 지금 기술론 완전한 철근콘크리트 건물을 만들 수 없었다.
철근콘크리트는 말 그대로, 압축력에 강한 콘크리트 안에 인장력이 강한 철근을 넣는 것인데.... 이때, 필요한 철근을 대량 생산하는 것과 원하는 형태로 철근을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둘째. 눈에 너무 띈다.’
하오문 중에 귀족이 없기 때문에... 너무 눈에 띄는 건물을 지었다간. 일전에, 제갈세가 둘째 제갈연이 내게 했던 것처럼, 모진 고문을 통해 설계안을 빼돌린 후, 제작자를 죽여 입막음 할 테니... 너무 욕심을 부려선 안 되었다.
‘콘크리트가 단열에 딱히 좋은 것도 아니고...’
현대엔 에너지절약기준이란 행정규칙이 존재했다.
이건, 외기의 차갑고 뜨거운 공기가 벽체 안쪽, 실내까지 오지 못하도록 막는 것으로...
콘크리트 벽체는 단열 기능이 그리 좋지 않았다.
‘현대에선 공장에서 단열재를 뽑아 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지.’
콘크리트 벽체에 단열재를 부착해야, 규칙이 요구하는 정도를 만족 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단열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이라던지, 시설이라던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니, 단열재로 사용할 수 있는 건 자연 재료인 건초와 양모, 코르크 나무의 코르크 껍질뿐.
‘이왕 우리가 쓸거니 건강에 문제없게 지어야지...’
단열 문제는 곰팡이와 연관되는데, 서양에 호흡기 환자가 많은 것이 이 때문이었다.
곰팡이는 습기가 많고 햇빛이 잘 들이 않은 곳에 서식하는데, 서양의 건축은 주로 돌을 사용한 건축이 많았고. 창문이 적고, 유리창이 없어 곰팡이가 피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 졌다.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천식이나 폐렴에 걸려 사망할 수 밖에 없었다.
‘아토피가 발생하는 거랑 비슷하지.’
건축가란... 주어진 법과 공사비 안에서,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공간을 창출해내는 사람이었다.
‘지금 주어진 규제는 높이와 색상 뿐...’
전생에서도... 특정 구역에선 규정된 높이와 색상이 있었지만. 내가 있는 중원은 전생에 비하면, 너무나 자유롭기 그지없었다.
‘전생보단 지금이 낮지.’
인접대지경계선과 도로경계선에서부터, 얼마나 이격해야 하는지. 내가 공공을 위해 버려야 하는 땅이 얼마인지 등등. 그런 것을 전부 계산한 뒤, 설계를 시작했어야 했다.
‘전생엔 건축이 다 돈이었으니까.’
건축은 사업이었고.
하나의 자산이었다.
“금삼아! 잠시 물어볼 것이 있다!”
준비를 마친 개삭두 형님이 나를 불렀다.
“예! 갑니다!”
건축물의 규모는
가로 6장(丈)에 세로 8장(丈).
지상 48척(尺)에 지하 24척(尺) 이므로...
터파기 면적은 건물의 총 면적 보다, 더 크게 해야 했다.
“금삼아. 지하층을 만들거니, 본래 생각한 것 보다 더 크게 땅을 파야 하는 건 알겠다.”
작업 도면을 보는데, 개삭두 형님이 질문을 해왔다.
“그런데, 여기 이 공간은 무엇이냐?”
개삭두 형님이 가리킨 곳은 콘크리트 타설장이었다.
“음... 저희가 지금 모래를 파고 있죠?”
나는 뒤쪽에서 한창 작업 중인 현장을 바라봤다.
지하 2층 규모로, 크게 팔 예정이기 때문에. 흙막이 공사는 필수였다.
‘흙막이 스트러트 공법...’
흙이 쏟아지지 않도록, 흙을 파낼 곳에 벽체를 고정시킨 뒤. 땅을 조금씩 파내는 공법이었다.
이렇게 하면, 토사가 공사 중도 무너지지 않아, 주변과 작업장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래. 우리가 파고 있던 곳에 이화루 녀석들이 모래를 퍼붓기 시작했지.”
개삭두 형님은 그때 당시를 회상하는 듯. 잠시 눈을 감으셨다.
“친절하던 녀석들이 갑자기 눈빛이 변하는게... 그때, 무력을 써서라도 이를 막았어야 했는데...”
이화루주를 격파한 지금.
공사를 망쳤던 장인들은 현재, 자신들이 망쳐 놓은 작업장을 복구하고 있었다.
‘적당히 눈치보다가 빠질 것이지...’
생각해보면, 이화루의 장인들도 하오문 내, 정치 싸움에 휘말린 피해자이기도 했다.
“...이미 지나간 일엔 미련을 갖지 말죠.”
“그래... 지금 중요한 건, 이제 앞으로 올 미래이니 말이다.”
개삭두 형님이 미소지었다.
“우리가 퍼 올린 모래 말입니다.”
그렇게, 이화루의 장인들이 퍼 놓은 모래가 산만해지자... 나는 이 모래를 버리기보다, 재사용하는 것으로 발상을 돌렸다.
“이 곳은 석회와 모래, 자갈, 물을 혼합하는 공간입니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일정하게 만들어야 하므로. 작업장을 따로 설치해 두었습니다.”
“그렇군. 대용량의 혼응토(混凝土)를 만들겠다는 말이구나. 혼응토를 만드는 작업이 끝나면, 목재와 벽돌을 만드는 곳으로 쓰겠고...”
도면을 유심히 보던 개삭두 형님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근데, 너무 넓지 않으냐?”
“모래에 있는 소금을 빼야 하기 때문에, 이정도 크기가 맞습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습기가 차게 되면, 콘크리트에 있는 소금이 녹아, 하자를 일으킨다.
“위험할 수 있는 건 전부 빼야죠.”
지하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 지상은 목구조로. 지반이 안전해야 낙화루 전체가 안전했다.
내 사람들이 기거할 곳이니, 하자를 일으킬 수 있는 요소는 최대한 배제해야 했다.
“그렇구나. 그럼, 여기. 도면에 그려진 이 빈 공간은 뭐냐?”
개삭두 형님이 PIT층을 가리켰다.
‘슬슬 귀찮아 지는데...’
그래도, 지금 개삭두 형님에게 잘 알려주면, 나중엔 나 없이도 현장이 돌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미래를 생각하자.’
“...공용 지하수로가 이 아래에 있는 건 아시죠?”
북경을 포함한 주요 성도시는 지하 아래에 수로가 깔려 있었다.
오물과 빗물을을 포함한 오수는 수로로 모여, 강이나 바다로 배출되어. 위생적인 도시를 만들어내었다.
‘상업용도인 기루 또한, 사람이 많다보니. 거기서 나오는 오물과 오수가 많겠지.’
“이곳은 바닥에 구배를 두어, 기존에 있던 지하수로에 연결되게 만들 것입니다. 건물 내엔, 관을 두어 그곳으로 오물이나 폐수를 보낼 예정이고요.”
그러니, 지하 1층과 지하 2층은 뚜껑 하나만을 제외하곤 반드시 밀폐되어야 했다.
‘기존에 하수관과 연결시키는 건, 이화루 장인들에게 시켜야지.’
신설된 하수관과 연결 시키려면 기존 하수관에 구멍을 뚫어야 했다.
하지만, 기존 하수관은 돌로 되어 있으며, 지하란 특성상 환기가 잘 안되어 있기 때문에. 이 작업은 큰 노역으로 예상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걸 이화루 장인들의 몫으로 떠 넘길 예정이었다.
‘개삭두 형님에겐 미래 어쩌고 했지만...’
개삭두 형님보다 이화루 장인들에 대한 실망감이 더하면, 더했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럼... 다시 작업하러 가볼까요?”
작업을 서둘러야, 이화루 장인들이 곤란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테니. 하루라도 빨리, 터파기 공사를 끝내고 싶었다.
***
사건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차 향이 좋군.”
무당파의 일대제자, 곽창호가 차를 마시며 말했다.
곽창호와 나는 현재, 보수공사가 마무리 된 이화루 4층 전각에 있었다.
‘...이 자식은 왜 여기 있는 거지?’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공사를 진행한 지 한 달이 지날 쯤. 나는 내 상태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하오문주 양호.”
이화루주 장양화를 죽인 이후.
나를 죽이러 와도 모자를 판에, 하오문주는 야화루 밖으로 한 발자국 나서질 않았다.
‘총관에게 물어보니... 원체, 야화루 밖으로 나서지 않는 인간이라 했지...’
현 하오문주는 하오문주가 된 이후, 야화루에서 벗어나질 않으며. 그것은 자신의 수족이 되었던 심복들이 죽어도 여전했다.
‘내가 야화루로 가지 않는 한. 놈을 마주할 일은 없을 거야...’
그나마, 다행인 점이 이것이었다.
“덕분에 무공을 수련할 시간을 벌었지만...”
이화루에서 차계령과 이화루주였던 장월화를 상대하며 느낀 점이 있었다.
‘나는 너무 약해.’
무당산에서 영약을 훔쳐 먹고, 내공심법을 익혔다 하더라도. 무공은 전생의 기억이 떠오르기 전, 그대로 였다.
‘이대로라면, 하오문주와 승부에서 질 수도 있겠어...’
그렇게 된다면... 남아 있는 낙화루의 사람들은 모두 죽을 것이며, 나를 믿어주었던 총관 또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것만은 안 되지.’
그러니, 빠른 시일 내에 무공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곽창원에게 전갈을 보내볼까?’
이는 엄연한 도박이었다.
제갈세가의 둘째 공자로 위장한 이가 누구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지금... 곽창원의 친우인 곽창호는 나를 의심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총관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총관이 약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총관의 무공이 내게 맞지 않았을 뿐.
‘...장월화와 차계령은 신체가 비슷했어.’
키, 걸음걸이. 왼손잡이 등.
두 사람은 타인이라 하기엔, 닮은 점이 많았다.
기술의 숙련도나 활용은 장월화가 월등히 높았지만, 두 사람은 분명 같은 무공을 다른 느낌으로 사용했다.
‘즉, 무공은 배우는 사람과 가리키는 사람의 특성이 비슷해야 넘겨줄 수 있다.’
총관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유연성을 기반으로, 야화루 내에서 전해오는 암살술(暗殺術)을 자신의 몸에 맞게 만들었기 때문에... 유연성이라곤 일절 없는 내 몸에 맞지 않았다.
‘...곽창원의 무공이 내게 맞지 않을 수도 있어.’
곽진산은 무당에 존재하는 육양신공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때 내어, 새로운 육양신공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곽창원은 새로운 육양신공을 익혀, 곽진산의 제자가 되었다.
‘나 또한 새로운 육양신공을 익혔으니... 어쩌면, 곽창원과 비슷한 무골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지...’
그러니, 무공에 대해 가르침을 요청할 거라면, 곽창원에게 받아야 했다.
“...좋아. 전갈을 보내자.”
이대로, 모두가 죽을 것이냐.
아님, 발악이라도 하고 죽을 것이냐.
이 두 차이는 명확했기 때문에, 나는 발버둥 치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가 지났는데...’
곽창원은 제가 찾아오거나, 답신을 주는 대신.
무당의 일대제자 곽창호를 내게 보냈다.
‘...왜?!’
대체 왜?!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이군.”
-탁.
곽창호가 찻잔을 탁상위에 내려 놓았다.
“자네가 우리 대제자님께, 무공을 가르쳐 달라는 전갈을 보냈지?”
“...예. 그렇습니다.”
“답신에 초식을 적어 보내는 건, 위험하니. 답신을 할 수 없다는 건 자네도 알테고...”
나는 순간 아차했다.
‘...그렇네. 그걸 생각 못했네.’
너무 불안해서 그랬나...
평소 같으면,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을 놓치고 말았다.
‘즉... 남은 길은...’
“남은건... 대제자님께서 사제가 있는 곳으로 행차하면 되는 건데...”
곽창호의 주변으로 백색의 기가 퍼졌다.
“누굴 오라 가라 말라 한 건지 알고 있나?”
분노(忿怒).
곽창호는 곽창원을 그저 친우라 생각하는 것이 아닌... 무당의 대제자로서 곽창원을 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곽창원이 아무리 막 나간다 하더라도, 최대한 곽창원의 편의를 봐주려 했고... 곽창원을 한편으로 존경하고 있기 때문에, 나 같은 뭔지 모를 녀석이 곽창원에게 접근하는 걸 막고 있었다.
‘...실수 했다.’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 작가의말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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